가술은 질주하는데 국가는 어디에 서있나
전시장을 직접 채운 혁신, 국가 전략의 빈칸 더 선명해졌다
10년여째 CES 방문 참관이다.
흐름과 트렌드, 각국 반응과 수준이 바로 여기에서 보인다.
올해는 유난히 바람이 거세다.
인파에 휩쓸려 다니는 건 예년과 같지만 유난히 한국말이 귓가에 많이 스친다.
한국의 기업, 학교는 물론 지자체도 대거 러시를 이루는 모습이다.
우리는 장보통신(IT), 인공지능(AI) 입국이 잘되고 있는 것일까.
전체적으로는 미국의 외면, 유럽의 진심, 한국의 약진, 중국의 철수, 일본의 퇴조가 전시장 분위기다.
AI는 산업이 아닌 국가 인프라
매년 1월열리는 CES는 더 이상 전자제품 전시회가 아니다.
CES는 기술의 유행을 소개하는 무대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한 국가와 그러지 못한 국가를 가르는 검증대가 됐다.
인공지능, 로보틱스,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 에너지, 사이버 보안까지, CES 2026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이 기술을 감당할 국가의 설계 능력이 있는가다.
한국 정부도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AI,반도체, 디지털 전환은 모든 정책 문서의 단골 소재다.
그러나 현실의 정책 집행을 보면 기술 속도와 국가의 대응 속도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정책은 여전히 개별 부처의 예산 사업과 R&D(연구.개발) 과제 중심으로 흩어져 있고, 성과는 단기 지표로만 평가된다.
기술은 융합되는데, 행정은 분절된 채 남아있다.
CES에서 경쟁하는 상대들은 이미 국가 단위의 생태계로 움직인다.
미국은 연산 인프라와 시장 지배력을 결합하고, 유럽은 규범과 표준으로 질서를 선점하며, 중국은 속도와 규모로 압박한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잘하는 기업이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이는 전략이 아니라 기대에 가깝다.
CES2026의 가장 분명한 신호는 'AI Everywhere'다.
이제 AI는 특정 산업의 경쟁력이 아니라 모든 산업이 견제해야 할 공공 기반시설이다.
전기와 도로, 통신망이 그렇듯 AI 역시 접근성과 비용, 안정성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정부가 AI를 진정한 국가 전략으로 인식한다면, 지원금과 시범사업을 넘어 연산.테이터.클라우드 접근 구조 자체를
공공 인프라로 설계해야 한다.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얼마나 쉽게 제공되는지, 그리고 실제 산업과 공공 서비스에서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인프라는 '보유'가 아니라 '작동'할 때 경쟁력이 된다.
AI 기본 규제를 들러싼 논쟁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규제는 기술을 막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책임과 신뢰가 없는 기술이 사회 전체에 비용을 전가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정장치다.
문제는 규제의 존재가 아니라 방식이다.
지켜야 할 의무만 있고, 지킬수 있는 도구가 없다면 기업은 위축되고 혁신은 해외로 이동한다.
보이지 않는 병목이 경쟁력 결정
정부는 규제를 선언하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표준.인증.실증.책임 기준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규제 한경은 혁신을 늦추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 기술의 확산을 돕는다.
로보틱스와 휴머노이드는 더 이상 미래 담론이 아니다.
제조, 물류, 요양, 병원, 건설 현장은 이미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
그러나 책임 소재, 보험, 안전 규정이 불명호가해 현장 도입은 지연된다.
모빌리티와 디지털 헬스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활용 기준, 인허가 절차, 보상체계의 문제다.
이는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다.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 비용은 기업과 국민, 그리고 국가 경쟁력 전체가 떠안게 된다.
AI.반도체.데이터센터 경쟁의 가장 현실적인 병목은 전력과 에너지 인프라다.
전력망 확충, 입지 정책, 냉각 기술, 지속 가능성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 경쟁은 수호에 그친다.
에너지는 호나경 정책의 부속이 아니라 산업.안보 정책의 핵심 요소로 재배치돼야 한다.
또 하나의 병목은 정부 조달이다.
여전히 최저가 중심의 조달 구조에서는 혁신 기업이 첫 고객을 만나기 어렵다.
정부가 최대의 첫 구매자가 될 때, 기술은 실험을 넘어 산업이 되고, 국내시장은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된다.
CES는 기술 전시가 아니라 국가 설계 능력의 시험지다.
CES 2026은 한국 정부에 묻고 있다.
우리는 기술을 관리하고 있는가, 아니면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가.
2026년의 정부 역할은 더 많은 정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연산 .데이터.전력.규범.인재.조달을 하나의 국가 운영체제로 엮는 ㅅ러계자가 되는 것이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빠르다.
이제 국가가 그 속도를 감당할 구조를 만들 차례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CES에서 보이는 혁신은 또다시 남의 성공 사례로 소비될 뿐이다.
문제는 경제다.
새해 벽두에 경제지표와 환율이 혼란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과연 우리는 경제 체력의 근간인 기업들(스타트업.벤처.중소.중견.대기업)의 기술 생태계 생존과 진화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기업을 운영하기 좋은 나라인지를 자문해야 한다. 라스베이거스=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