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를 아예 폐지한 국가, 또는 폐지하지는 않았으나 10년 이상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는 나라는 2001년 현재, 전 세계에서 109개국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사형제 폐지가 검토되고는 있으나 흉악범죄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사형제도가 존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과 일본도 사형제도폐지에 소극적이다.
2001년 12월 일본 대법원에서는 스물여덟 살의 남자에 대한 사형이 확정되었다. 1992년 당시 열아홉 살이었던 그 청년은 아무 죄도 없는 한 가족 네 명(네 살 된 딸과 그 부모 그리고 여든 세 살의 할머니)을 뚜렷한 이유도 없이 죽였다.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범죄가 적은 나라로 유명하지만 근래에 와서 미성년자에 의한 흉악범죄가 늘고 있다.
1997년에 한 남자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그 목을 시신에서 절단하여 자기가 다니는 중학교 정문 앞에 갖다 놓은 사건은 아직 우리들의 기억에 생생하다. 중학생에게는 사형이 선고되지 않으나, 범인의 나이가 열여덟 살 이상이면 사형이 선고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재판에서 사형이 확정될 때까지 기간도 오래 걸리고 형 집행도 수년 후로 미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에서의 사형집행방식은 교수형이다. 의학적인 견지로는 매달린 순간에 의식을 잃기 때문에 고통은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피해자의 가족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십자가에 못박거나 화형에 처해도 억울함이 가시지 않을지 모르지만, 현대국가에서의 사형집행방식은 교수형이건, 독극물 주사이건, 전기의자이건, 총살이건 간에 옛날의 집행방식에 비하면 모두 덜 고통스럽고 덜 잔인하다. 그러나 사형을 당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자기의 죽음을 다른 사람이 결정하고 또 마지막 순간이 다른 사람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에 공포를 느끼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옛날의 사형집행방식에는 자결이란 방식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사약>이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고 일본의 <할복(せっぷく)>도 그것인데, 모두 양반이나 무사(武士) 등 특권계급에만 허용된 사형집행방식이었다. 소크라테스도 독극물주사를 맞은 것이 아니라 자기가 독극물을 마시고 죽은 것이다. 일본인의 할복을 잔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죽음의 순간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보면 그렇게만 말할 것도 아니다.
첫댓글 나중에 사형이라는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