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이 융숭하다 -혼자 판토마임을 보다-
정영주(鄭映周) mukho2 @ hanmail.net 서울 출생, 강원도에서 성장.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수료. 199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광주․ 전남작가회의 부회장. 사래시 동인. 시집‘아버지의 도시’ 실천문학사. ‘말향고래’실천문학사.
1
손님이 없다
산이 텅 비어 있다
새 몇 무리
숲 사이로 흐르는 배경일 뿐
바람이 치고 가는 나무 종소리
메아리도 없이 바닥에 쏟아진다
삼만 원짜리 방 한 칸에
산을 덤으로 받고
발바닥 가는 곳까지 내 구들장이다
산이 설설 끓는다
국 없이 김치 하나에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바람숭늉 한 사발 산에서 얻어 마신다
대접이 융숭하다
2
곧 판토마임이 시작된다
바람이 무대의 공기를 이동시키고
침묵과 적막이 산의 표정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자연의 조명 앞에
벌거벗은 나신의 무대
나무들이 주체이고 배경인 곳에
관객은 나 혼자다
몸과 몸이 바뀌고
간격과 간격이 무시되고
소리와 소리가 넘나드는
저 홀연한 판토마임
적나라한 누드일수록 표정은 겹겹의 옷이다
산에선 관객은 자신이 관객임을 잊어야 한다
노숙 정 영 주
눈 없는 고아입니다
귀 없는 과부입니다
입 없는 시인입니다
구멍 뚫린 노숙자 입니다
쪽방 천장을 파먹고 사는 노인입니다
신발도 아까워 들고 다니는 아이입니다
빌미를 들고 모르는 척 하는 여자입니다
땡볕을 쓰고 우물로 가는 사마리아 여인입니다
밥 얘기만 나오면 벼랑을 타는 사내입니다
안부를 뒤로 감추고 싶은 소년입니다
더 이상 내려갈 길이 없는 절벽입니다
입이 없다고, 귀에게 시간을 놓쳤다고
떼쓰는 눈알입니다
내가 나를 치는 돌맹이입니다
외계에서 흘러온 묵시처럼
어떤 언어도 닿지 않게 금 긋는 문지기입니다
예의나 배려 같은 거 보따리에 싸서
내 던지는 부랑아입니다
몇 달이고 칩거하거나 은둔하기를
기다리는 전령입니다
모닥불에라도 데이는 메아리, 그 그늘이라도
되어 허공을 유랑하는 신발입니다
담벼락을 넘다 지친 풀들이
제들끼리 엉크러져 있는 폐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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