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였다.
혼자 그곳에 간다는 것이 쉬운 마음은 아니었다.
그냥 돌아가면 후회가 될 것 같아서 다녀오기로 마음을
정했다.
병점역 전철에서 내리면 잉어빵 팔던 아주머니는
지금도 있을까?
2개에 3000원 5개에 오천 원 하는 것을 벗은 두 개 먹고
내가 세 개를 먹었었다.
아니었나? 내가 돈을 안 내서 값은 잘 모르겠다 .
아무튼 내가 더 먹은 것은 확실하다.
그저께 나의 고향친구이자 하나밖에 없는 대녀한테서
전화가 왔다.
한국에 오면 누구보다 나를 잘 챙겨주는 대녀인데
이번에는 서로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했다.
토요일 바람 쐬러 교외로 나가자고 하길래 화성 융건릉에
갈 것이라 했더니 같이 가자 했다.
혼자여도 괜찮지만 둘이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서
그러자고 했다.
아침 일찍 나를 데리러 와서 벗과 함께 한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그곳에 갔다.
9:00 시 개방인데 이르게 도착해 기다리며
울타리 너머로 바라본 그곳의 풍경은 낯설지 않다.
봄, 가을 , 봄 , 가을
네 번을 벗과 함께 왔었다.
내가 떠난 뒤 벗은 어느 날 혼자서도 그곳에 다녀왔다.
벗은 다섯 번 그곳을 다녀 갔다.
지금 보다 좀 늦은 작년 가을에 그곳에 함께 갔었다.
길 익히는 것에 아주 둔한 나를 벗이 안내하며
영조, 정조 대왕을 비롯한 역사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는 내용도 있었지만 처음 듣는 것처럼 귀담아
들어주니 열심히 설명을 했다.
참 좋았던 날 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또 내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내가 떠난 뒤 벗은 혼자서 그곳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마음을 미리 글로 써 봤다 하며 보내줬다.
- 융건릉에서 -
가을/
마지막 가는 그대의 흔적을/
영접하고자 새벽안개와 함께/
간다/
그리움도/
사랑과 실었는가/
남녘에서 치달은 버스에/
애절함도 가는구나/
군중 속에 사랑은 없고/
그대 가을은/
마지막 단풍으로 나를 맞아/
색색으로 현혹하고/
그럼 내 사랑은/
어쩌란 말인가/
그대 가을은/
긴 평원의 억새에게 빛으로/
금빛/
황홀한 빛으로 나 리어/
나를 덮치고 거기에도/
내 사랑은 없고/
진한 그리움만 남아/
서걱서걱 울음 우네/
그대 가을은/
갈참나무 오솔길/
석양으로 회한의 미소를 지으며/
신이 오는가/
천상의 신이 오는가/
내 사랑을 부르는 애절한 나의 목소리/
그리움으로 타는 소리/
멀리 산정으로 되돌아간다//
<<혼자 융건릉 거닐면서 느껴 볼 심사를 지레짐작하면서....
잊지 않는다면
진정 잊지 않는다면
항상 우리는 그 자리에 있는 것이리다.>>
**********************************
나는 벗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
그러나 벗은 가을이 다 가기전에 겨울이 오기전에
다녀 온다더니 가질 않았다 .
아니 못 갔다 .
오늘 내가 그 시의 마음으로 그곳에 다녀왔다.
멀리 떠나버린 나의 벗은 그 자리에 있었을까?
나는 잊지 못하고 있건만 벗은 무엇이 되어
그곳에 있으려나 …
그때 주웠던 도토리 세 개를 예쁘게 꾸며 다음 만났을 때
준다더니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왜 했는지.,.
그래도 나는 오늘 도토리 한 개를 주워왔다.
잠시 쉬던 의자에도 앉아 보고
들렀던 화장실도 이용하고
혼자서 때로는 둘이서 사진을 찍었던 곳에서
혼자서 때로는 대녀와 사진을 찍었다.
그때처럼 그곳을 나와 근처 식당으로 걸어갔다.
맛있는 식당으로 우리가 잘 찍었다고 하며
배 부르게 먹었던 그곳은 여전히 붐 볐다.
두 사람 앉는 그 식탁이 오늘도 비어 있었다.
대녀와 나는 오늘도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생선 가시를 골라 주던 벗이 너무 고마웠었는데
오늘은 내가 그 몫을 했다.
한 해가 지난 뒤 맞는 이 가을에
나는 벗이 잠들어 있는 곳을 찾아갔고
벗과 가장 추억이 많았던 융 건릉을 다섯번째 다녀왔다.
나는 그 자리에 항상 있을 것인데
벗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나는 벗을 찾을 수가 없으니
벗이 나를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디에라도
무엇이 되어서라도 …
첫댓글
산책길도 예쁜 융건릉.
조선왕조의 융릉 건릉 주변의 숲길을
친구와 함께 한,
봄 가을 봄 가을.
같이했던 친구와의
산책 길을 추억하며,
다녀오신 융건릉에서의
다시 함께 하지 못하는 벗과의 이별.
멀리 간 친구를 생각하며
그립고 섭한 마음을 삭이며 다시 다녀왔네요.
아마도, 그 벗도 아녜스님 곁을
따라다녔을 것 같습니다.
친구와의 이별,
너무 아파하지는 말아요.
다음 세상에서 만날 것 같습니다.
정성스럽게 주신 댓글 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이번 한국 방문이 저에게는 많은
의미였습니다.
못 뵙고 가서 죄송 해요 .
그렇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수필방에
머무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것 입니다 .
벗과 함께 걸었던 그 왕릉길을
벗은 멀리 떠났고..
벗 없이 혼자 걸으며
벗을 추억하는 그 풍경이
참 가슴 아리게 합니다.
인연된 모든 것에는 이별이 있다니
그 아픔을 피해갈 수도 없고...
그렇지요 .
살면서 터득한게 세상엔
“ 영웒” 한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
세상의 순리에 저를 맡겨 보기로 했습니다.
그 길이 가시밭길이든 곧고 편편한 길이든
분명 깨달음을 줄테니까요 .
마음자리님이 오늘 만나는 길이
환한 웃음을 주는 길이면 좋겠습니다.
“죽은 자들의 영혼은
산 자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다“ 는
영화 미션의 마지막
추기경의 말이 떠오릅니다.
함께 한 시간들을 한 조각도 잊지 않고
추억으로 가슴에 담고 계시는 아녜스님
친구 분의 영혼은 아녜스님의 기억 속에서
살아있을 것입니다.
존재하는 지점이 달라졌어도 변치 않는
친구 향한 사랑이
그 진솔한 우정이 감동으로 전해져 옵니다.
언제나 제 맘을 제 글 표현보다 더 이해해
주시는 해도네님 -
때로는 잊고도 살고
또 어떤 때는 기억을 헤집어서 벗을
만나렵니다 .
이번 한국방문으로 꿈인듯 여겨지는
‘부재’ 를 현실로 받아 드리며
떠납니다.
고마워요 해도네님 .
지난 여름 화성 용주사 걸은 후 다녀왔던 융.건릉을 다녀오셨군요. 좋은 시간 보내셨어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벗과 저는 용주사도 다녀 왔었지요 .
좋은 시간 ….
그럴 수도 있겠네요 .
아주 가까웠던 사이라는걸 짐작하게 되네요
언젠가 그분과 함께 릉을 찾았다는 글을 본적이 있었지 싶어요,
아직 한국인가 보네요. 잘 쉬다고 오세요 단풍 불쌍하니 잊지말고 선물하나 가지고 오시고오~~
제가 여러번 ‘벗’ 과의 일듷을
글로 썼었지요 .
아마 이번 글이 마지막이 될것 같습니다.
선물요 ?
제 마음을 드릴까요? ㅎㅎㅎ
3번을 읽고도 먹먹해서
댓글을 못달다가
폰앨범방 신미주님 융건릉
사진보고 매치까지 합니다
아직도 안가본곳 기회가 오려나
가서 실경험까지 해볼까
생각은 벌써 가고있어요ㅎ
한번쯤 은 술에 취해 어리광을 부려 보고 싶은
언니처럼 여겨지는 강마을님 이시지요 .
그곳에 한번 가 보시길 바랍니다 .
저랑 벗은 건릉에서 절을 올렸습니다.
벗이 그러고 싶다 해서요 .
친구와 애틋한 사연이 있는
건능을 이제는 대녀와
다녀오셨나봐요.
다시 볼 수 없어서 마음에 상처는
오래토록 치유가 되지 않는
것같아서요.ㅠㅠ
한국에 계신 가보네요.
한국에 계실때 수필방
정모 함 해요.
점심때 잠깐 시간
함 내보세요 아녜스 님.
이번에는 짧은 기간으로 바쁘게 지내다가
내일 출국입니다 .
다음 기회로 수필방 식구들과의 만남을
미뤄야 함이 매우 죄송합니다.
만날 사람들이 있다는것은 다시 오게 되는
즐거운 핑계가 되겠지요 .
감사 합니다 나무랑님
떠나가신 친구를 그리며
함께 갔던 그 자취를 따라
융ㆍ건릉을 다녀 오셨군요.
나무랑님 말씀따라
미국에 가시기 전
번개모임을 가졌으면
합니다.
계획하지 않은 중국 여행을 일주일 동안
다녀 와서 많이 바쁘고 피곤 했습니다.
꼭 해야만 했던일을 하다 보니
분주한 날들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내일 출국 입니다 .
언젠가는 뵙겠지 - 하는 맘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혜전 2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