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보좌신부의 십자가
그 젊은 보좌신부님의 방은 좁고 초라했다. 그런데 벽에 걸린 조각품이 유난히 내 눈길을 끌었다. 드물게 보는 아름다운 십자가였다.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신부님께 십자가가 참 아름답다고 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부님은 십자가를 떼더니 내게 주셨다. 평소 소중히 간직해오셨다는 십자가를…. 나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신부님께 무엇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려면 조심스러웠다.
성당 구석방에 사는 그 신부님에 비하면 나는 가진 것이 너무 많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 강론을 힘없이 하시는 신부님들을 보면 ‘저렇게 할 바에야 신부를 그만두지’했고, 투쟁에 나서는 신부님들에게는 ‘정치인을 하지 왜 신부는 되셔가지고…’하는 딱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보좌신부님이 건네준 십자가로 이런 나의 생각들이 모두 부질없어졌다. 나는 남에게 조그만 것도 선뜻 주지 못한 주제에 남을 판단만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한다. 대통령까지도 더 큰 힘을 가져야 한다며 표를 달라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갖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도 버리는 분들이 있다.
연인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사랑의 고백조차 못하고 눈물로 떠나 보냈다는 그 보좌신부님을 생각해 본다. 우리 사회가 각박하고 천박한 것 같지만 이런 분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돌봐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윤학·변호사·가톨릭다이제스트 편집위원)
첫댓글 사실 살아가는데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한것이 아닌데 그저 아주 작은것만 있어도 행복할수있는건데 우리는 너무나 큰 욕심에 나를 맡기곤하지요. 부족한 내안에 주님을 채울수있다면 조금은 나아진 내가 될텐데... 이또한 욕심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