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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57회>
씬 어느 바닷가 언덕 (밤)
칠흙 같은 어둠속에서 먼 바다의 불야성들이 보여 온다. 카메라 뒤로 빠지면 첩자 두 명이 말을 타고 이 모습을 보고 있다. 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보며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는 급히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씬 그 바다
짙은 어둠 속으로 수많은 배들이 가고 있다. 배들마다 휘황하게 불을 밝혀 마치 바다는 신세계를 방불케 한다. 그 엄청난 불야성을 향해 카메라는 조여 들어가면 그 바다에서 숱한 북소리와 좌현, 우현 하는 고함소리들이 들려 온다...............
씬 동 왕건의 배
질서 정연한 복창소리와 선로를 지시하는 선장의 목소리, 노를 젓는 군사들의 모습이 가깝게 들려 온다. 온갖 깃발들이 바람에 수도 없이 펄럭이고 있다. 갑판 한 쪽엔 말들과 성을 공격할 중무기들이 곳곳에 엄청나게 실려 있다. 그 한 켠 선미에 왕건이 세 가신들과 함께 서 있다. 역시 앞은 칠흙 같은 어둠이다.
능산 그토록 훈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신기하기만 하옵니다. 이 거대한 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혀 가늠조차 못하겠사옵니다
박술회 소인도 그렇사옵니다. 이 많은 배들이 정말 금성으로 가기는 가는 것이옵니까?
왕건 허허.....사람들 하구는.......... 이 배를 운영하는 선장은 방향과 바람을 읽을 줄 아는 기술이 있어.
유금필 주군께서도 그러하시지 않사옵니까?
왕건 나야.......대대로 가업이 바다가 아니었는가?
융금필 이 전투에 참가한 많은 병사들이 그 옛날 주군과 직 간접적으로 관련들이 있다 들었사옵니다마는..
왕건 그렇다네. 삼한 밖의 많은 나라들을 제 집처럼 돌아다닌 사람들이지. 전투경험들이 아주 풍부한 사람들이야. 두려움과 겁을 모르는 사내들이지.
능산 그렇사옵니다. 훈련을 하면서 보았사옵니다. 가히 일당백의 용사들이었사옵니다.
왕건 이제 하루 낮 밤을 이 바다 위에서 보내고 나면 우리는 금성 입구의 바닷가에 도착할 걸세.
그때 저만큼에서 이치가 다가온다.
이치 바람이 아주 순풍이옵니다. 장군
왕건 그러게 말입니다.
이치 (많은 배들을 보며) 아주 장관이옵니다.... 이런 전투에 참가하게 되어 참으로 영광이옵니다.
왕건 여러 가지로 이장군이 애를 많이 쓰셨소이다.
이치 천만에 말씀입니다. 소장도 물을 아는 사내올습니다. 명색이 사내로서 이만한 전쟁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그 얼마나 한스러운 일이겠사옵니까?...정말 기대가 되옵니다.
유금필 금성에 직접 다녀오셨는데....보기에 어떠했사옵니까?
이치 핫하하하하.. 얕볼수는 없는 사람들입니다. 특히나 내가 멀리서 본 수달이란 장수는 역시 백제가 자랑할만한 사람입니다. 얼마나 물에 밝으면 별호가 수달이라 했겠사옵니까?
왕건 옳은 말씀이오. 그 사람 얘기를 많이 들었소이다.
능산 그런 사내와 겨루어 볼 수 있다니...이 또한 이 번 전투에서 갖는 특별한 재미가 되겠사옵니다 주군?
왕건 자만하지 말게. 그토록 이름이 유명해 있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일세.
능신 이를 말이겠사옵니까?
.왕건 문제는 신라일세. 만에 하나 차질이 생긴다면....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야.
유금필 염려 놓으시오소서. 저들은 우리와 협조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의 공격내용을 밀사를 통해 보냈사옵니다.
왕건 이미 우리 일은 세상에 다 들어 났네. 많은 세작들이 이 일을 알아내고 바쁘게 전하고 있을 것이야. 이번 일은 시간 싸움일세.. 절대로 차질이 있어서는 아니되
대 선단을 보는 왕건의 굳은 표정에서........
씬 어느 길
바람처럼 내달리는 전령들의 모습이 산길을 돌아와 멀리 사라져 간다.
씬 신라 서라벌 황궁 외경
효종 (E) 고려에서 수군이 움직이고 있어?
씬 동 황궁 대전
효종이 밀서를 보며 탁자를 친다. 사뭇 상기된 표정이다. 노 장수들이 그 앞에 앉아 있다.
효종 믿기 어려운 일이야. 고려가 도대체 언제 그만한 것들을 준비하였단 말인가?
노장들 ....................
효종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정말로 수천의 병사와 백 척이 넘는 배가 동원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장수1 모두가 왕건이란 젊은 장수가 주도한 것이라 하옵니다.
장수2 지금 대 함대가 이동중이라면 내일쯤은 백제에서 분명 어떤 동요가 있을 것이옵니다. 기회이옵니다.
효종 우리는 지난 번에 고려와 약조를 하였소. 저들이 금성을 치면 우리는 강주를 공략하여 견훤의 후미를 잡을 것이라고 .... 제장들은 준비를 하시오.
장수1 하오나 각간 어른.
효종 말하시오.
장수1 백제도 우리의 적이고 고려 또한 적이옵니다. 이 기회에 저희들끼리 싸우도록 놓아둔다면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어부지리를 노릴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
장수2 일리가 있는 말이옵니다. 우리는 보고만 있다가 ......
효종 그렇지가 않소이다. 약속은 약속이요. 적의 적은 우리편이라 하였소이다.
모두들 .........
효종` 지금 백제는 강주로 몰려와 우리 서라벌을 노리고 있소이다. 왕건이란 장수가 금성을 공략하면 틀림없이 군사를 되돌려 금성을 구하러 가려고 할 것이요. 우리는 그때 견훤에게 일대 타격을 주면서 강주를 되찾아야 합니다.
장수1 그렇기는 하오나 ....결과적으로 금성공략이 성공을 하면 고려는 그만큼 더 영토와 세력을 확장하게 되고 우리 신라를 위협하는 화근으로 다가올 것이옵니다.
효종 금성은 이곳에서 먼 곳이요. 우리는 가까운 곳의 급한 일부터 해결을 해야하오. 이번 일은 해볼만한 일이요. 강주성과 대치하고 있는장군들은 각별히 유의하여 이번에 꼭 백제군을 몰아내고 강주성을 되찾도록 하십시다..
노장들 예....각간 어른.......
효종 어서어서들 서두르시오. 나도 되도록 참여를 하리다.
노장들 예......
씬 강주성
씬 동 성 일각
새벽이 밝아오고 있다. 성루를 지키는 군사들과 전투준비를 끝낸 군사들이 성 밖에 수많은 군막을 치고 대기하고 있다. 온갖 공격장비들도 적진을 향해 포진되어 있다. 그 어둠 속에 수많은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그 성루 저만큼 누군가가 새벽의 먼 하늘을 보고 있다. 최승우다. 그는 성 밖의 시야를 보며 혼자 중얼 거린다.
최승우 뭔가가 있다. 분명 뭐가가 있어.... 불길한 예감이다....아주 좋지가 않은 예감이야.....
한참을 걷던 최승우가 저만큼 서 있는 누군가를 본다. 그는 능환이다. 능환이 그를 알아본다.
능환 허허....파진찬이 아닌가?
최승우 이 새벽에 어쩐일이시옵니까?
능환 허허허...퍼진찬은 또 웬일인가? 잠이 안오는게로구먼.
최승우 예...그저....
능환 그 마음을 알만하이..... 나도 뜬눈으로 세웠다네. 자네와 생각이 같네. 금성 말일세.
최승우 그렇사옵니까?
능환 고려군의 동태는 걱정할 만한 일이 분명해. 우리의 기우가 기우 그 자체로 끝 났으면 좋으련만.....
그때 두 사람은 보았다. 어둠 속 저 멀리서 한 필의 말이 전 속력으로 달려 오고 있다. 전령이다. 그는 성 밑에 이르러 큰 소리로 외친다.
전령 전령이오, 전령이오 . 급하오. 문을 여시오.
능환 (보고 있다가) 어디서 오는 전령인가?
전령 고려에 가 있는 세작의 보고를 전하러 왔사옵니다.
두사람 ..............?
최승우 (급하다) 어서 들여라.
성문 열리는 소리, 이미 최승우의 표정은 굳어 버렸다. 그 표정에서 디졸브 되면..............
씬 동 성안 견훤의 처소
견훤 뭐라?.......고려의 수군이.....고려의 수군이 정말로 움직이고 있어?
견훤은 너무도 놀라서 멍하니 제장들을 돌아본다. 다시 장계를 보다가 또 장수들을 본다. 최승우는 눈을 감는다. 예감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견훤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상선을 짓는다던 고려 정주의 포구가 지금껏 위장된 것이었다? 궁예왕이 정주로 내려와 수천의 군사들을 격려하고 무려 백여 척의 배들이 그 모습을 들어냈다? 백...척..? 수 천의 군사....?
제장들 .............(아무도 말을 못한다)
견훤 파진찬.....보았는가? 이 장계를 보았어?
최승우 예, 폐하.
견훤 도대체 우리의 세작들은 지금껏 무엇을 하였단 말인가? 이렇게 캄캄하게 모를 수가 있단 말인가? 파진찬의 걱정이 사실로 들어 났어. 그렇다면 저들이 서남해로 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겠구먼
최승우 그럴것이옵니다. 하오나 서남해는 수달장군이 있사옵니다. 너무 당황해 하실 것은 없사옵니다.
견훤 그렇기는 하지만..... 이렇게 깜쪽같이 허를 찔릴 수가 있단 말인가...?
능환 폐하, 이런 사태를 염려하여 수달이를 남겨놓은 것이 아니옵니까? 지켜 보시오소서.
공직 그렇사옵니다. 수달 장군이 누구이옵니까? 염려 놓으고 우리는 계속 서라벌을 도모해야할 줄 아옵니다.
추허조 그렇사옵니다. 그까짓 왕건이의 수군쯤이야 어찌 수달장군이 막지 못하겠사옵니까? 수달은 바다의 귀신이옵니다.
능애 그러나 방심하다가 허를 찔린다면 귀신인들 어쩌겠소이까? 우리는 좀 더 금성의 사태를....
미처 말도 끝나기 전에 밖에서 아뢰는 소리가 들려 온다.
부장 폐하, 금성에 갔던 전령이 돌아 왔사옵니다.
견훤 어서 들여라.
전령이 들어와 예를 올린다. 능환이 다급하게 묻는다.
능환 갔던 일은 어찌 되었느냐?
전령 폐하의 장계를 전해 올렸사옵니다.
능환 그런데?
전령 모든 일은 수달 장군께서 알아서 하실 것이니 걱정을 말라 하시었사옵니다.
최승우 네가 눈으로 보고 오라고하지 않았더냐?
전령 물론 그렇사옵니다. 하온데......
최승우 본대로 말하거라.
전령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대다수의 군사들이 경계를 풀고 집으로 돌아가 있었사옵니다.
견훤 그게 무슨 소리야?
전령 금성에서 전투가 있을리 없다면서....군사들 대부분을 집으로 돌려보내 생업에 종사하라 하였다 하옵니다. 지금 금성은 텅 비어 있사옵니다.
견훤 (벌떡 일어서며)뭐라...비어 있어?
견훤이 비틀하며 간신히 지탱한다. 모두들 우 일어선다
일동 폐하.......?
견훤 수달이.....수달이 이 못난 놈......
얼굴 근육이 경련하는 견훤의 격노한 표정에서......디졸브.
씬 강주성 밖 어느 벌판
신라의 노장들이 군사를 몰아 오고 있다. 숲 속에 숨어서 보고 잇던 첩자가 놀란 눈으로 급히 몸을 감추며 사라진다. 대군은 그렇게 어디론가 밀려 가고 있다.
씬 그 근처 길
첩자는 달리고 있다. 그리고 사라지면............
.
씬 다시 강주성안 견훤의 거소
역시 제장들이 다 모여있다. 모두들 표정이 긴장되어 있다.
신검과 양검도 견훤의 눈치만 보고 있다.
견훤 (무겁게) 신라군도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모두들 ....................
견훤 이 모든 것들이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어. 아주 갑자기 말이야. 허면 저들이 신라와도 손을 잡았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박영규 일단 그렇게 보아야 하옵니다.
견훤 허면 어찌해야 하는가 파진찬?
최승우 서라벌을 도모하는 모든 계획을 거두시고 철군을 해야할 것 같사옵니다.
견훤 철군...? 철군이라니...?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인데....?
최승우 지금은 그 길 밖에 없사옵니다. 여기서 서라벌은 아직도 멀고 먼 거리옵니다. 아뢰옵기 송구할오나 지금의 상태로는 이 강주성을 지키기도 벅차옵니다. 금성을 도와야 할 것으로 아옵니다.
방장군 여기서 금성은 서라벌 만큼이나 먼 곳이옵니다. 대군을 끌고 가자면 닷새는 족히 넘을 것이옵니다.
능애 그렇사옵니다. 고려군이 물을 거슬러 내려온다면 불과 이틀 길입니다. 우리가 간들 늦을 것이옵니다.
능환 무슨소리, 그래도 수달장군이오. 한 며칠을 버티지 못할까?
김총 그러하옵니다. 금성은 중요한 곳이옵니다. 지켜야 하옵니다.
추허조 아니,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단말인가 그래?
견훤 어쩐다, 대체 이 일을 어쩐다....? 앞으로 나갈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고.....
견훤은 어쩔 줄 모른다. 최승우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씬 인서트(낮)
바다다. 왕건의 대 선단이 색색의 수많은 깃발을 나부끼며 바다를 수놓아 가고 있다. 거기 왕건의 모습과 더불어 여러 장수들의 면면이 스쳐 간다. 환선길, 이혼암, 홍유, 김락, 김언. 배현경, 종회들이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배에서 다가오는 전투를 준비하는 표정들이다.
씬 금성 관아 외경
관아는 한가로워 보인다. 지키는 병사 두엇이 멍하니 서 있다.
부장1 (E)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
씬 동 관아 안
수달이 한가롭게 하품을 터트리며 종례와 바둑을 두고 있는데 부장이 말하고 있다.
부장1 장군, 폐하께서 전령까지 보내신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겠사옵니까?
수달 (바둑알을 놓으며)이유는 무슨 이유?
부장1 장군을 못믿어워서가 아니라... 고려의 움직임이 수상하다고 하지 않사옵니까?
종례 .................?
수달 아, 괜한 걱정들이라니까.....
부장 하지만 장군.... 군사들의 대부분이 무기를 놓고 집으로 가 있사옵니다. 일정한 경계병사들이라도....준비해 놓으시는 것이.....
수달 자네는 그렇게도 걱정이 되는가?
부장 걱정이 아니라..... 폐하께서 각별히 일러오신 일이옵니다.
종례 아, 그것도 다 파진찬 그 사람이...한 일이지....
부장 그렇다 하더라도.................
수달 하, 이거 바둑이 패가 또 꼬이는구먼 그래...꼬여....
부장 장군......
수달 허허....사람하구는.....아, 그렇게 염려가 된다면 자네가 알아서 기본 병력만 대충 제 자리에들 갔다가 놓게나.
부장 예, 장군.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수달 자, (패를 놓으며) 이번에 이렇게 막아 봅시다. 헤헤...어떻소이까?
종례 (부장이 나가는 것을 보며)....묘수 올습니다. 이것 참 갑자기 갈 길이 없어졌네 그려.....
수달 핫하하하하하.....그럴게요...그럴게야. 핫하하하하... 답답한 친구들이야, 아, 여기에누가 온다고 그렇게....원....자,자... 또 받아 보시구려.
종례 아니 되겠습니다요. 그 한수에 완전히 걸려버렸습니다요.
수달 하하하하....그런 것 같구료....그런 것 같애....
그러나 종레는 긴장해 있다. 수달은 신이 나기만 하고...
씬 오다린의 집 외경
경계가 더욱 삼엄해 졌다. 장정들이 긴장하여 집 주변을 지키고 있다.
씬 동 집안 사랑
오다린과 도영이 함께 마주 앉아 있다.
오다린 왕장군이 지금쯤 가까히 오고 있을 것이야.
도영 그럴 것이옵니다.
오다린 다행이다. 수달이는 지금 종레태수가 붙들고 있고 군사들은 흩어져있어.
도영 그렇지만은 않사옵니다. 금성 산성에는 수달의 직계군사들이 여전하옵니다.
오다린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도영 또... 갑자기.... 젊은 병사들은 다시 소속군영으로 가서 점고를 받으라는 명령이 방금 전 떨어졌다 하옵니다.
오다린 그래?
도영 저들이 뭔가....이상한 분위기는 눈치를 챈 것 같사옵니다.
오다린 정주에서 배들이 떠난 지 만 하루가 지났어 . 내일 밤이면 이 곳에 들어오는데 .... 하루만....하루만 이대로 가 주면 좋으련만.....
도영 그렇게 될 것이옵니다. 지금까지로 보아서는 이 금성에서는 적어도 아무도 모르고 있사옵니다.
오다린 그래, 왕장군의 부대들이 상륙할 여러 곳들도 이미 준비들이 끝이 났다. 우리 사람들이 다 기다리고 있어. 하루다 하루만 지나면 천지가 그야말로 개벽을 할 것이다. 천지 개벽이야.
오다린과 도영의 그런 표정 위로......
씬 바다 (저녁)
왕건의 대 선단이 노을 진 바다를 가득 메우고 유유히 오고 있다.
씬 동 왕건의 배 안
왕건이 갑판 위에서 전략도를 보고 있다. 곳곳에 상륙 지점들이 표기되어 있다. 바람이 계속해 불고 있다. 세 가신들과 이치l의 얼굴에도 긴장한 표정들이 역역하다. 하늘은 가득히 오렌지빛 새털 구름들이 몰려 가고 있다.
능산 만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 지났사옵니다.
왕건 ..................
유금필 이제부터 상륙선단이 각자의 목표대로 흩어져야 하지않사옵니까?
이치 아직은 아닙니다.
모두들 ............?
이치 한 두어시각 후면 해안의 물살이 급격히 빨라집니다. 우리 선단이 각자의 목표를 잡고 흩어질 때 쯤이면 밀물이 되는 것이지요. 물이 해안까지 깊숙히 들어가기 때문에 그 시기를 맞추어야 할 겝니다. 아니 그렇사옵니까 장군?
왕건 잘 보셨습니다. 이미 그렇게 약속들이 되어 있습니다. 역시 물에 대해서는 아시는게 많습니다.
이치 어인 말씀을......
왕건 서해는 간만의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물이 들고 나는 것을 십분 이용해야 하네. 오늘밤이 그 적기지. 이제 서서히 기수를 틀기는 틀어야 겠네. 모두들 전투대형을 갖추고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지. 선장은 듣거라.
선장 예, 장군
왕건 수기를 높이 올리고 북을 쳐라. 전 함대에 알려 상륙에 차질이 없도록 미리 대기토록 하라.
선장 예, 장군. 북을 울려라. 수기병은 수기를 전하라.
큰 소리들과 함께 북소리가 긴장을 고조시키기 시작한다. 선미 갑판에 있던 수기병득이 수기를 좌우로 흔들기 시작한다. 배들과 배들 사이에서 수기들이 교환되기 시작 한다. 그리고 군사들이 움직인다.전투 준비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짙은 노을 빛이 왕건의 얼굴에 드리운다. 그 표정에서..............
씬 그 선단 다른 배들
환선길과 이혼암이 수기를 흔들고 있는 수기병을 보고 있다. 그들의 배 옆으로 배현경과 홍유들이 탄 배가 스쳐 지나가고 있다.
이혼암 형님, 드디어 전투태세에 돌입하라는 모함의 지시가 떨어지고 있사옵니다.
환선길 그렇구먼.
이혼암 내가 머리에 털이 난 이후 이렇게 수군을 끌고 전쟁에 참여한 적은 없었사옵니다.
환선길 말을 못들엇는가? 싸움은 배에서 내려 육지에서 하는 것일세.
이혼암 그렇기는 하지만 어쨋든 배를 타고 가서 싸우는 이런 전쟁은 처음이옵니다.
환선길 허허....누군 처음이 아닌가? 참으로 저 왕건 장군은 생각할수록 재능이 많은 사람이야. 이러니 폐하께서 어찌 가까히 하지 않으시겠는가?
이혼암 그러게 말이옵니다.
환선길 볼만한 싸움이 될것이로구먼....
씬 정주 유장자의 집 외경(밤)
부용모 (E) 왕장군은 아무 말도 없이 떠났사옵니다.
씬 동집 안채 방
부용모녀와 유장자가 함께 해 있다.
부용모 나으리, 왕장군이 아무 말도 없이 떠났사옵니다.
부용 ........................
부용모 듣고 계시옵니까?
유장자 허허..... 그래서 어쩌라는게요?
부용모 예? 아니 나으리, 우리 부용이의 일은 나으리께서 주선을 하셨사옵니다. 남녀가 하루를 지냈으면 응당한 다음의 약속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유장자 국가의 운명을 걸고 전장터로 간 사람이오. 그런 사람을 붙들고 무슨 이야기를 한단 말이오?
부용모 예? 아이구 세상에....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시듯 하십니다.
유장자 일이 그렇지않소이까?
부용모 (기가 막히다) ... 그걸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우리 부용이가 어떤 아이인데...그렇게 ...지나가는 계집종 말씀하시듯 하십니까?
유장자 이거서 보시오 부인. 이미 일은 다 끝이 났소이다. 아시겠소이까? 한 번 결심을 하고 딸아이를 맡겼으며는 믿어야지요
부용모 믿고 싶어도 아무 약속이 없으니 드리는 말씀이 아니옵니까?
보용 ....................
유장자 아마 그렇지가 않을 것이외다. 둘 사이에는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오. 그렇지 않으냐 부용아?
부용 ..............
부용모 아, 말을 해보거라 이것아.
부용 전쟁이 끝나면....
부용모 끝나면....?
부용 소녀를 데려 가시겠다 하셨사옵니다.
유장자 허허허...그것 보시구료. 왕장군이 그럴 사람이 아니예요.
부용모 그래도 뭔가 좀 더 확실한 다짐을 받아야지.... 아, 남정네들이라는 것이 다 그렇지 않사옵니까? 뒷간에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 옛말도 있사옵니다.
유장자 허허.....이런....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게요? 내가... 이 유천궁이가 그정도도 사람을 볼 줄 몰라서 딸아이를 함부로 처신하게 할 사람이란 말이요? 왜 그리 경망스러우신게요 부인...?
부용모 답답해서 그러하옵니다. 답답해서...........
유장자 답답할것 없소이다. 왕장군은 천기를 받아 세상에 나온 사람이요. 내가 왜 전 재산을 다 던져가며 왕장군을 돕는지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게요? 우리 부용이와의 인연으로 하여 첫 째는 우리 가문이 영광을 볼 것이고....둘째는 부용이 또한 세상에 가장 귀한 여인이 될 것이오. 황후 말이요. 황후...
부용모 나으리.....누가 듣겠습니다.. 세상에 그런 무서운 말씀을........?
유장자 나는 오래 전부터 송악을 보아온 사람이요. 왕장군의 아버지 왕륭이란 사람은 자신의 아들이 황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그 뒷바라지를 다하다가 죽었소이다.
부용 ................
유장자 사람들은 다 그 일을 잊었지만 나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소이다. 도선 대사의 예언은 틀린적이 없소이다. 그 때문에 황궁의 내원도 왕장군을 두려워 하고 있는것이예요. 아시겠소이까?
부용모 하이구....뭐가 뭔지 원....
유장자 장차 사위 될 사람은 황제가 될 사람이요. 이렇게라도 인연을 맺어놓은 것 자체가 하늘의 도움 없이는 아니되는 것이오. 알겠소이까? 그저 매사를 소중히 생각하시라 이말이요.
부용모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한다. 부용도 말이 없다. 그저 행복을 꿈꾸듯 미소를 지을 뿐이다.
씬 송악 왕건의 집 외경
씬 동집 사랑
왕평달과 그 아들 왕식렴, 왕신형제, 마사부, 변사부들이 모여 있다. 장수장도 그 한 켠에 앉아 있다.
왕평달 조카가 금성으로 향한지 이틀이 다 되어가는구먼. 제발 모든 계획이 잘 되어야할 터인데.....
왕식렴 염려 놓으시오소서. 그렇게 될 것이옵니다.
변사부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고 철저하게 준비된 전쟁이옵니다. 또한 신라와의 공조는 물론 금성의 내부 도움까지도 완벽하옵니다.
왕평달 아, 그거야 알고 있지마는.... 전쟁이라는 것이 어디 우리 뜻대로만 되는 것이던가?
마사부 허허허....우리 주군이 누구시옵니까? 기다려 보시오소서.
왕신 .....................
왕평달 실은 백제의 군사들보다도 더 걱정되는 것이 우리 고려조정의 사람들일세. 조카의 실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말일세.
마사부 알만하옵니다. 마땅히 트집을 잡히지 않도록 해야겠습지요.
왕평달 저들은 시시각각 우리를 노리고 엿보고 있어요. 어떤 트집을 잡아야 할까...궁리하고 있단 말일세. 장수장 너도 그런 점을 각별히 유의해서 주변 경계를 잘 해야 할 것이야.
장수장 예. 나으리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변사부 그래서 말씀이옵니다마는..... 되도록이며는 광치나 박지윤장자같은 분들과는 자주 어울리자 않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아무래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걱정되옵니다.
왕평달 나도 그리 생각을 하네. 하지만 몸을 사리고 앉아만 있다가는 언제 어떻게 당할지 누가 알겠는가?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끼리 의지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세. 물론 오해는 가급적 피해야겠지만서도.....
왕평달은 고개를 젓는다. 이래저래 답답한 것이다.
씬 황궁 외경
씬 동 황궁 대전 근처
경계를 도는 내군의 군사들이 오가고 있다. 염상이 다가오자 군사들과 함께 번을 서고 있던 금대와 장일이 예를 올린다.
염상 별일들은 없는냐?
금대 예.
염상 대전에는...?
장일 여러분이 와 계시옵니다.
염상 온 나라가 금성일로 비상시국이니라. 경계들을 소홀이 마라.
두사람 예.부장 어른
염상이 헛기침을 날리며 지나쳐 가면 그 위로...
궁예 (E) 지금쯤 금성에 도착을 했을 것이다?
씬 동 대전 안
궁예와 더불어 아지태, 종간, 은부, 복지겸등이 앉아 있다.
궁예 그렇구먼.....이틀 후라고 했으니 .... 그럴 시각이야. 왕장군은 해낼게야. 결코 허튼 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
모두들 ....................
궁예 이보시오 병부령
복지겸 예, 폐하
궁예 왕장군이 금성에 상륙을 하면 그 후속 조치가 필요할 것이 아니요?
복지겸 이미 마련이 되어 있사옵니다. 일단의 군사들이 상륙을 끝내면 그 배들이 다시 돌아와 병력과 보급품을 실어 나르게 되어 있사옵니다.
궁예 (끄떡인다) 전쟁이란 얼마나 뒤를 잘 밀어주는가에 따라서 그 힘이 결정되는 것이요. 실수 없도록 조처하오.
병부령 예, 폐하.
궁예 많은 장수들이 그 곳에 가 있어요. 이번 공략은 필히 성공을 해야해. 그래야만이 그동안 콧대를 높여왔던 견훤왕의 자존심을 꺽을 수가 있어.
아지태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이옵니다.
종간은부 ......................
궁예 신라는 어차피 별 볼일이 없어. 결국은 나와 견훤왕의 싸움이란 말이야. 아니 그렇소 내원?
종간 그러하옵니다.
궁예 백제가 너무 커져있어. 이번에 쐬기를 박지 못하면 디시는 이런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이야.
아지태 이번에 왕장군이 금성을 도모하면 이것은 삼한의 모든 전쟁사에 있어서 한 획을 긋는 대역사가 될 것이옵니다. 백성들은 더욱 폐하를 우러러 볼 것이고 천하는 다시 한 번 폐하께 머리를 조아릴 것이옵니다.
궁예 암, 그리되어야지요. 그리고 그 것을 기회로 우리 제국이 새롭게 비상하는 계기를 삼아야 하오. 그래서 이야기인데...그 철원 말이오. 다시 한 번 가 봅시다.
종간 폐하, 지금 말씀이시옵니까?
궁예 왜요?
종간 나라의 모든 장수들이 백제와의 전쟁에 돌입하여 있사옵니다. 좀 더 결과를 관망하신 후에 가심이....어떻겠사옵니까?
은부 그러하옵니다. 세상의 모든 눈과 귀가 금성에 가 있사옵니다. 한동안은 전세를 살펴보심이......
궁예 허허허허허..... 내가 있다고 하여서 그 전쟁에 영향을 줄 것은 아무것도 없소이다. 아니 그렇소이까 병부령?
복지겸 ...............하오나.....
궁예 (말을 막듯이) 이미 배는 떠났고...그 곳에는 왕장군이 가 있소이다. 짐을 대신해서 말이요. 장군이 싸움터에 가 있는데 황제라는 사람이멍하니 그 결과나 기다리고 앉았다면 그야말로 그보다 무능해보이는 것이 어디 있겠소이까?
모두들 ..................
궁예 나도 일을 해야지요. 일 말이요. 금성 전쟁만큼이나 도읍지를 돌아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요.
종간 ..................
궁예 지난 번에 서둘러 오느라 충분히 보지를 못했소이다. 아학사.
아지태 예, 폐하.....
궁예 준비를 하시구료. 또 가보십시다.
아지태 예, 폐하. 그 분부가 지극히 마땅하고 옳으시옵니다.
모두들 .....................
아지태 하오나 모두들 이렇게 걱정들을 하시니 한 며칠 준비를 하면서 금성의 소식도 알아보심이 더불어 모두 좋은 것 같사옵니다마는...
궁예 허허허.....딴은 그것도 그렇구료. ....그럼 그렇게 하십시다. 철원이라....정말...생각해볼수록 좋은 곳이었어. 이번에 가면 아예 모든 것을 결정해버리는 것이...좋겠구먼....
궁예는 흐믓하게 웃는다. 그러나 아무도 아지태 외에는 웃지 않는다. 종간은 가는 한숨을 쉬고 있다.
궁예 아, 그리고 말이오. 우리 두 태자가 벌서 돌이 지났어. 마땅히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철저한 제왕의 공부가 있어야하오. 내원께서는 나라의 학문도 관장하고 계시니 지금부터라도 마땅한 방법을 찾아주시구료.
내원 당연하신 분부시옵니다. 신이 방안을 강구해보겠사옵니다.
궁예 강하게 키워야 하오, 강하게... 자식놈은 이뿔수록 강하게 단련을 시켜야 합니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모질게 뿌리를 잡아줘야지.... 그래서 안되면 버리는 것이고.... 아니 그렇소이까? 허허허허허...
무서운 말이다. 아무도 더 댓구를 못한다.
씬 황후전 복도
제조 상궁들과 진내관등 내관들이 대기해 있다.
연화 (E) 아직도 대전에 신료들이 있단 말인가?
씬 동 황후전 안
아기들은 잠이 들어 있고 연화가 슬이에게 묻고 있다.
연화 이 늦은 시간에...?
슬이 금성으로 향한 왕건장군의 일로 그런가 보옵니다.
연화 그래, 그렇기도 하겠지. 그것이 어디 작은 일이라더냐?
슬이 이 황궁은 물론이고 나라 백성들까지 모두들 그 일에 관심들이 가 있는 듯 하옵니다.
연화 나도 두렵고 떨리는구나. 왕장군이 무사하셔야 할 터인데...
슬이 하온데 마마..... 쇤네가 소문을 듣기로는 ....
연화 왜?
슬이 왕장군님 말씀이옵니다. 정주에서...계시는동안 그 댁 후원에서 오래 지내셨사온데....
연화 그런데...?
슬이 그댁 유장자님 따님이 줄곧 뒷 수발을 들어올렸다 하옵니다.
연화 그건 무슨..... 얘기인가?
슬이 이상한 일이 아니옵니까?
연화 뭐가?
슬이 왕장군님은 아직도 미장가시옵니다. 혼례를 올리지 않은 남정네를 귀한 집 따님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오래도록 같은 거처에서 수발을 해 올렸다는 것은....
연화 (그제서야)...................?
슬이 이상한 일이 아니옵니까? 왕장군께선 그동안 혼자 지내오셨사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계신 이유는 아마도 마마때문이 아니었겠사옵니까?
비로소 연화는 생각이 깊어 진다. 한동안 말이 없다.
연화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더냐?
슬이 바깥 사정에 밝은 사람에게서 들었사옵니다.
연화 ................그래....?
슬이 그리고.....그동안 유장자님이 왕장군에게 관심이 많았다는 것은 마마게서도 알고 계시지 않았사옵니까?
연화 .......(생각 하다가) 그랫었지.... 알고 있었느니라..... 하지만... 그렇게까지....?
슬이 마마,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사옵니다. 연유가 어떤 것인지....
연화 아니다.... 알아본들 무엇하겠느냐? 그리 할 것 없다. 이제 그 분도 갈 길을 가셔야하지 않겠느냐?
슬이 ......................하오나.....
연화 더 이상 방황하셔서는 아니 될 것이니라. 가셔야지. 그리하셔야지. 좋은 아낙 만나셔서 잘 ....사셔야지.....그리하셔야지.
씬 바다
짙은 어둠이다. 그 어둠 속에서 많은 배들이 움직이지 않고 멈추어 서 있다. 대 함단은 모두 선상의 불을 끈채 그렇게 숨어 있다. 짙은 안개가 그 배들을 은연중 가리우고 있다. 공격이 초 읽기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씬 동 바다 왕건의 배
왕건이 어둠 속에서 자신의 함대와 먼 어둠 속의 육지를 보고 있다. 깃발이 펄럭이는 소리들이 긴장을 더해주고 있다. 부장들이 도열하여 말과 기마 상륙병들을 갑판에 대기하고 있다.
유금필 주군, 상륙준비가 완료되었사옵니다.
왕건 .....................
능산 이미 아군의 전함들이 각자의 목적지로 진입하여 영을 대기하고 있사옵니다.
왕건 기다리게. 해안에서 신호가 오르게 되어있어.
박술회 언제 불을 밝히오리까?
왕건 지금 우리는 해안 가까히 다 들어와 있네. 해안에서 신호가 오르면 그 때 일제히 불을 밝히고 전광석화처럼 들어가야해.... 조금 더기다리게.....조금 ...더..
그들은 다시 해안을 본다. 어둠 속은 긴장을 더 하고 있다.
씬 동해안
어느 바닷가에서 오다린이 종레와 함께 장정들을 데리고 먼 어둠 속의 바다를 보고 있다. 바람소리가 높다. 파도 소리도.......
종례 이제 신호를 보내야 하지않겠소이까?
오다린 조금 이릅니다. 물이 좀 더 만수가 되어야해요. 해안가지 충분히 물이 차올라야 배가 닿고 상륙하기가 좋습니다.
종례 .....(끄떡인다)
오다린 수달은 어떻게 하고 있소이까?
종례 강주에 있는 견훤왕이 전령을 보내온 이후로 그 부장들이 서둘러 군사들을 다시 부르고 있소이다. 저들이 뭔가 눈치를 챘소이다.
오다린 이야기는 들었소이다마는........
그 때 어둠 저 쪽에서 도영이 탄 말이 다가온다.
도영 아버님.
오다린 그래 어찌 되었느냐?
도영 해안과 강가의 상륙 지점들은 모두 이상이 없사옵니다. 우리를 돕기로 한 호족들도 나름대로 왕장군을 맞을 준비들이 끝났사옵니다.
오다린 그래.......
도영 수달의 군사들이 장정들을 소집하고 있사옵니다.
오다린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느니라.
종례 서둘러야 할 것 같소이다. 저들이 눈치를 챘어요.
오다린 그래도 반시각은 더 참아야 합니다.
종례 하이구, 이거 간이 조려서 어디......
도영 아버님 말씀이 맞사옵니다. 저들은 쉽게 군사들을 모으기 어려울 것이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오소서.
종례 ......(한숨만)....
씬 수달의 군영 외경
번을 선 군사들과 그 주변으로 부산하게 군사들의 오가는 모습들이 전과 달리 부산하다.
수달 (E) 무슨 소리들을 하고 있는게야?
씬 동 군영 내아
수달이 뻥해서 묻고 있다. 부장들이 전투복 차림으로 서 있다.
수달 군사들이 안 움직여?
부장1 예, 장군. 이곳 뿐만 아니라 인근의 군현들 모두 장군의 영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사옵니다.
수달 그럴 리가 있느냐? 내가 저희들을 딱하게 생각해 집으로 보내주었으면 다시 부를 때 어서들 달려와야지.....
부장2 장군, 폐하게서 보내신 전령의 그 내용이 마음에 걸리옵니다.
수달 뭐가....?
부장2 지금 장군의 영이 서지를 않고 있사옵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여러고을의 장정들을 움직이는 일부 호족들과 향도들이 명령을 거절하고 있는 것이옵니다
수달 뭐라? 제 놈들이 내 명령을 거역해? 왜?
부장들 ................
부장1 고려의 동정이 이상하다고 했사옵니다. 아무래도 해안의 경계를 더욱 강화해야할 것 같사옵니다.
수달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집으로 가 있는 군사들이 명령을 듣지 않고 있다..... 호족들도.....?
생각하던 수달은 번쩍 정신이 든다.
수달 생각할수록 이상한 일이로구나. 종레태수는 어찌 되었느냐? 내가 보자고 하지 않았더냐?
부장2 저녁무렵부터 전혀 연락이 닿지 않고 있사옵니다.
수달 뭐라.....연락이 안닿아?..... (사이) 해안과 강의 경계는 지금 어떠한가?
부장1 군사들의 태반이 집으로 가 있고... 대부분의 진을 늙은 병사들 몇몇이 지키고 있사옵니다.
수달 허허...이런...금성 산성은.....성은...?
부장2 선성에는 그나마 장군의 직할 정예군들이 남아 있사옵니다.
수달 뭔가가 이상하다. 종례태수를 찾아라. 군관들을 보내 집에 가 있는 군사들을 모두 끌고 와라. 어서
부장들이 대답 하고 급히 나간다. 수달은 정신이 든다. 정말 뭔가가 이상한 것이다.
씬 그 어둠 속 거리
파발마들이 달리고 있다. 그들은 여러 곳으로 흩어져 달려가며 소리치고 있다.
소리 집에 있는 군사들은 모두 군영으로 돌아가라. 돌아가라. 수달장군의 영이시다. 군영으로 돌아가라.
그 소리들과 다급한 말발굽 소리에서.................디졸브
씬 어느 벌판
어둠 속에서 신라군들이 이동하고 있다. 노장군들이 인솔한 그 군대들은 어느쯤엔가 정지하며 멀리 성 쪽을 본다. 보이는 그 곳은 강주성인 것이다. 성 앞에는 숱한 군막들과 횃불들이 보인다. 대군이 모여있는 것이다.
씬 그 강주성 외경
씬 동 성안
성안 마당에도 군사들이 가득히 대기해 있다.
견훤 (E) 왕건의 군대가 금성에 도착할 시각일세.
씬 동 견훤의 거소
제장회의가 거듭되고 있다. 견훤이 불쾌하게 소리 지른다.
견훤 왕건의 군대는 금성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이렇게 우왕좌왕 아무 것도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어. 빨리 길을 정해야할 것이 아닌가?
추허조 여기까지 오느라 폐하게서는 수많은 준비를 거듭하셨사옵니다. 이제부터 신라땅을 공략하여 꿈에도 소원하시던 서라벌로 갈 참인데 여기서 철군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옵니다.
최승우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철군해야 하옵니다. 금성이 위험하옵니다.
능환 폐하, 파진찬의 의견이 옳사옵니다. 철군 하시오소서하루라도 빨리 달려가 금성을 보존해야 하옵니다.
견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여기까지 와서 돌아가?
능애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수달장군이옵니다. 믿으시오소서. 지금 이대로 서라벌로 진군하시오소서.
방장군 그리하시오소서 폐하. 수달장군은 역전의 명장이옵니다
견훤 명장이면 무엇 하는가? 군사들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군사들이...?
능환 폐하, 망설일수록 더 큰 우환을 만나게 되옵니다. 철군 하시오소서.
최승우 그리하시오소서. 지금 떠나도 많이 늦었사옵니다. 금성을 잃으면 나라의 반을 잃는 것보다도 더 큰 손실이옵니다. 서두르시오소서.
공직 그리하시오소서. 폐하. 파진찬의 말이 맞는 것 같사옵니다. 서라벌은 다시 도모할 수 있사오나 금성을 잃으면 나라에 치명적인 걱정거리를 만들게 되옵니다.
박영규 신 또한 공장군의 말에 공감하옵니다. 서두르시오소서.
견훤 수달이......수달이가 어쩌자고....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단 말인가...수달이가...... (사이) 제장들은 들으오.
모두들 예.
견훤 철군할 것이오. 철군이오. 신라와 대치할 약간의 병력만 남기고 모두 금성으로 갈 것이오. 서두르도록 하오.
모두들 예, 폐하.
씬 금성군영
수달이 부장들과 함께 군영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질서없는 군사들을 보고 있다.
수달 대체 일이 어떻게 된 것이야? 태수는 어디로 갔단 말이야? 군사들은 왜 안 모이고....?
그때 한 필의 말이 급히 달려와 아뢴다.
부장1 장군, 급보이옵니다..... 정체불명의 수 많은 배들이 불을 켜지 않은 채 해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옵니다.
수달 무슨 소린고? 수.....수 많은 ...배들...?
부장1 그러하옵니다.
또 다시 한 필의 말이 다가 온다.
부장2 장군, 반란이옵니다.
수달 반란?
부장2 예, 종례태수와 장자 오다린이 호족들을 회유하여 우리 군사들을 빼돌리고 있다 하옵니다. 곧 고려군이 상륙할 것이라 하옵니다.
수달 뭐라...... 뭐라.....? 태수와 오다린이.....? 오냐 그랬었구나....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죽일 놈들, 무엇들 하느냐? 전투 주비를 갖추어라. 각 곳에 전령을 보내 모두 전투준비를 갖추라 전하라. 끌어 올 수 있는 군사들은 모두 동원하라.
대답소리와 함께 부장들과 군사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수달의 격노한 그 표정에서......
씬 바닷가
오다린들이 어둠 속을 응시 하고 있다. 종례가 다시 다구친다.
종례 수달이 군사를 모으며 나를 찾고 있다 하오이다. 곧 이리로 올 것이예요.
오다린 이제 다 되었소이다. 물이 다 차올랐어요. 도영아
도영 예, 아버님.
오다린 신호를 올려라.
도영 예, 아버님. 불화살을 올려라. 불을 계속 쏘아 올려라.
대답소리와 함께 하늘로 불화살이 높이 날아 오른다. 그 것을 보는 이들. 도영이 다시 소리친다.
도영 모두 고려군을 맞을 준비를 하라. 서둘러라.
이들도 모두 부산해 진다. 도영의 그 상기된 표정에서..........
씬 그 바다 왕건의 배
하늘로 해안가에서 불화살들이 마치 꽃불놀이 하듯 오르고 있다.
보고 있던 이치가 소리친다.
이치 장군, 신호가 올랐사옵니다.
왕건 (끄떡인다)....유부장
유금필 예, 주군
왕건 불을 밝히라 하라.
유금필 예, (큰 소리로) 불을 밝혀라. 불을 밝혀라.
넓은 바다에 일제히 불이 켜지기 시작 한다. 끝이 없는 불야성이 바다를 수 놓는다.
왕건 북을 울려라. 전 선단은 해안으로 상륙하라. 공격하라. 공격하라.
우렁차게 영을 내리는 왕건의 그 모습에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