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개혁주의를 사랑하게 된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성경적인 정치관을 제공해주기 때문이었던 만큼 그러한 주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한 영역이기에 다른 곳이 아닌 교회에서 배워야만 하는 주제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정치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서로 감정만 상하고 대화가 끝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오늘 우리는 적절한 수위 내에서 이야기하고 잘 마무리 지었지만, 앞으로도 이런 주제가 종종 나올텐데 언제라도 트러블은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 주제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곧장 이야기하기보다는, 성경적 정치관의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부분들을 먼저 알아두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혁주의 신학자인 웨인 그루뎀의 <성경에 따른 정치학(Politics According to the Bible)>에서 말하는 정치와 종교의 관계에 대한 5가지 원칙을 소개해보고 싶습니다.
1. 정부가 특정 종교를 강요해선 안 된다.
> 세속정치를 통해 이 세상에서 지상천국을 건설하려는 태도는 비성경적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서 정교분리 원칙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죠. 과거 유럽의 많은 나라가 로마 가톨릭교를 강요했고, 중동의 많은 나라가 이슬람교를 강요하고 있고, 중국과 북한은 무신론(혹은 시진핑, 김정은)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과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은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개신교를 국교화(의무화)하지 않았습니다. 신앙은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여 전수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교회가 가르치고 개인이 자발적으로 믿어서 전수되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2. 정부가 특정 종교를 배제시켜서도 안 된다.
>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표방하더라도 예외사항이라는 명목으로 어떤 종교를 배제시킨다면 종교의 자유는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무당을 믿든, 외계인을 믿든, 가톨릭을 믿든, 심지어 이단사이비를 믿더라도 폭행, 사기, 감금 같은 불법을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정부는 자의적으로 특정 종교를 금지시켜선 안 됩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이 확산된 서구의 어느 나라들은 기독교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활발히 해왔습니다. 실례로 어떤 목사님은 “예수 외에 다른 이름으로는 구원받을 수 없다.”고 길거리 설교를 했다가 처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언제부터인가 유독 기독교에 대해서만 배타적인 분위기와 문화가 조성되어 왔고, 코로나 이후로는 더욱 고조되어 정치인들이 제도적・법적으로 기독교계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3. 모든 정부가 사악하고 악마적인 것은 아니다.
> 성속이원론자를 포함하여 어떤 기독교인들은 모든 세속권력과 정치를 더러운 것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기독교인으로서 경건하고 깨끗한 삶을 살겠다며 정치에 신경을 끄고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말마따나 정치판이 더러운 곳이라면 그곳을 계속해서 더러운 자들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깨끗한 자들이 들어가서 청소를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윤리에 더 합당할 것입니다. 사실 정치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에 아주 유용한 도구입니다. 그것을 선하게 사용하여 링컨과 윌버포스는 노예제도를 무너뜨렸고, 트루먼과 레이건은 군국주의 일본과 공산주의 소련을 무너뜨렸습니다. 성경은 정치인을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네게 선을 베푸는 자’라고까지 칭합니다.
4. 교회는 복음이 우선이지만, 정치를 배제할 수도 없다.
> 정치는 사단이 우리를 공격하는 아주 강력한 수단입니다. 교회를 직접적으로 핍박하는 대면예배 금지 행정명령이나, 차별금지법을 입법하려는 시도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이유로서도 중요합니다. 낙태죄 폐지로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게 된 것, 간통죄 폐지로 가정의 파괴가 증가한 것, 학생인권조례로 청소년 문제가 증가한 것, 지역갈등, 세대갈등, 남녀갈등, 노사갈등, 불경기 등 우리의 피부에 와닿는 많은 문제들이 정치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정치는 부자나 권력자들의 세계에서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이웃 사랑의 대강령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 그리스도인은 정치에 대해 잘 알아야 하며 잘 투표해야 합니다. 히틀러도 국민들의 자발적 투표에 의해서 당선(그것도 압도적인 지지율로)되었습니다. 교회는 침묵만이 능사가 아니라 정부가 잘할 때 칭찬할 수도, 잘못할 때 비판할 수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5. 그렇다고 복음을 배제한 채 정치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 아무리 악한 정부 하에서라도 복음이 있다면 우리는 천국을 맛볼 수 있고, 아무리 선한 정부 하에서라도 복음이 없다면 그 국민들의 결말은 영원한 지옥일 것입니다. 그만큼 복음이 중요합니다. 복음으로 영적・신앙적 평안을 얻는 것이 우선이고, 바른 정치로 육적・물질적 평안을 누리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만약 교회가 연약한 자에게 바른 정치관을 가르치려다가 그가 실족하여 복음 전도에 해가 될 바에는 차라리 가르치지 않는 게 나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 중에서 복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일보다 더 긴급한 것은 없습니다.
p.s. 차근차근 우리들의 교제가 더 깊어지고, 기독교 교리 및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후, 조만간에는 정치에 대한 더 실제적인 내용들도 덕스럽게 토의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해봅니다. 정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의 문제들, 선뜻 꺼내기 어려운 고민들에 대해서도 나눌 수 있는 그런 성숙한 교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첫댓글 정치와 종교의 관계~
참으로 무지했었는데 요즘 잘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