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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안양천 걷고 집으로 오는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온다. 저녁 7시에 번개모임이 있으니 올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30분 후쯤 집에 도착하면 상황
봐서 참석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간단히 통화를 마친다
동창들 저녁모임이란 언제나 술로 시작하여 술로
끝나기 마련이고 나 역시 술 마시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경우란 드물다
오늘도 분명 자정을 넘어서 귀가할 가능성이 농후
하기에 간병인에게 미리 몇 가지 당부를 하게 된다
어머니 눈치 채지 않도록 조용히 나갈 테니 내가
올 때까지 외출 했음이 드러나지 않도록 좀더 신경을
써 달라는 말과 함께 어떤 문제가 있을 시엔 지체하지
말고 연락을 하라는 다짐을 받고서 출발하게 된다.
10분 전쯤 모임장소에 도착하여 안으로 들어가니
4명은 도착해 있고 나머지 1명도 곧이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 참석한 인원은 나를 포
함하여 여섯인데 셋은 선배고 동기와 후배 한명이다
약간 좁은 테이블에 여러가지 안주가 놓이자 기다린듯
소주와 막걸리를 상대의 잔에 따르고 익숙하게 잔을
부딪치며 음주와 함께 말잔치가 벌어진다
좋은 소식도 있지만 안 좋은 소식을 더 듣게 되는데
참석자 모두가 알고 있고 나의 2년 선배 되는 동창이
한 달 전쯤 폐암으로 죽었다는 비보를 접한다.
서른 중반쯤부터 중동 국가에서 머물며 사업을 하다가
몸이 좋질 않아 올해 초에 귀국 했을 때 아주 오랜만에
만났던 것이 전부라 하니 나로선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60초반의 나이에 삶을 마쳤으니 측은한 맘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자리에 모인 동창들도 이젠
건강을 장담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모두들 오래전
부터 음주와 흡연을 즐겨왔기에 서로가 은근히 걱정
스럽다. 옆자리 선배가 요즘은 과음 후 가끔은 필름이
끊길 때도 있더라고 말하니 대체로 그 말에 동의커나
적어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안주와 술병이 바닥을 드러낼 때쯤 당구나 노래
중에서 어떤 게 좋을지에 대한 결론은 선배 마음
먹기에 달렸으니 발길은 어느새 노래방으로 향하고
목소리는 마이크를 통해 오래된 노랫말들이 다시
살아 숨을 쉬게 한다. 나도 꿈의 대화를 무난히 소화
해내고 안동역 앞에서 목이 잠길 때쯤 후배를 친한
척 끌어당겨 위기탈출의 기회로 삼는다.
살아있음에 음주가무를 즐길 수 있기에 행복은
미뤄두지 말자란 묵시록 속에서 2명 빠진 4명은
다시 콩나물국밥집에 모여 앉아 했던 말 또 하면서
하나 둘씩 술에 취하니 이젠 헤어질 시간이 온 거다.
서둘러 택시에 오르고 검은 강물 저 너머의 불빛을
보며 양화대교를 건널 때의 시간은 이미 1시에 가깝고
집에 오자마자 피곤함을 느끼며 잠에 빠져든다..
.
.
은평 한옥마을 앞을 통과할 때 우측으로 펼쳐지는
북한산의 우뚝한 산등성이를 가만히 바라본다.
산의 정상은 회갈색 바위들이 웅장함과 함께
남성미를 물씬 느끼게 한다. 난, 북한산을 제대로
등반해 본 적 없기에 정상에 한 번 오르고 싶은데
지금의 체력과 정신 상태로는 당연히 힘들 테지..
앞산과 뒷산 정도나 올라봤을 듯한 선배가 의외의
말로써 두 사람에게서 감탄사를 나오게 한다.
네다섯 차례 저 산의 정상까지 올랐고 지금도 맘
먹으면 가능하다란 표현을 주저치 않는 걸로 봤을 때
호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가장 추웠던 1월 초순의 어느날 백운대를 올랐을 때
물병 속의 물은 얼음이 되었고 걸음을 늦추었을 때
머리카락이 서로 얼어붙어 빳빳하더라는 경험을 자못
담담한 어조로 얘기한다.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선배의 말을 이어받듯이
후배도 북한산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힘들었던
과정에 대해서 횟수와 수치를 구체적이고 단계별로
설명하듯이 말한다. 지금은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협착증 때문에 허리까지 굽었기에 경사진 곳 걷는
것에도 통증이 따른다고 한다. 계속 악화되고 있는
남편의 몸상태를 염려한 아내의 간곡한 부탁으로
짧은 코스의 동네 한바퀴 돌기를 하고는 있지만
힘들어 중단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상세
하게 솔직한 맘을 드러내보인다.
이런 경우에 있어서 듣는 이의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도움줄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기에 앞으로도
몸관리 잘 하라는 말로써 위로의 맘을 전할 뿐이다.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로 접어들었을 때 이 지역에
대한 정보가 밝은 선배가 우회전을 알리자 차는
일영유원지가 있는 곳을 향한다. 공릉천의 물은
가뭄 속에 있듯이 곳곳이 흐르는 듯 마는 듯 낮은
수위를 보여주고 있다. 하천가에는 메마른 풀들이
탈색을 거듭하며 연갈색으로 바뀌어 보는 이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든다. 하천의 물은 맑아져 수면
아래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만 움직이는 것이라곤
볼 수 없다. 흔한 송사리도 활동을 줄이고 닥쳐온
겨울나기에 지혜롭게 대비하는 듯하다.
주변 숙박과 레저시설도 겨울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발길은 거의 끊어진 상태로 긴 휴지기에 들어섰다
한적한 어느 시골마을을 들어서듯이 오가는 차들이
거의 없기에 서행하며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오늘
오전 1시를 넘어 헤어져 겨우 취기를 면한 눈동자를
조금씩 제상태로 굴러가게 만드는 것 같다.
화제를 잠시 돌려 오늘 이곳에 오기까지의 나의
생각과 선후배의 마음을 짐작해 보고자 한다.
(어제 술자리가 마무리에 들어섰을 때 제안된
오늘 11시모임에 별다른 생각없이 덜컥 동의한
나뿐만 아니라 제안 당사자까지도 잠이 깨고선
약간은 후회하며 모임이 취소되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약속 장소 근처까지
갔을 때 선배는 몸은 괜찮냐며 술냄새 밴 듯한
건조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고 차를 가지고 오기로
한 후배는 몇 시까지 도착할 수 있느냐고 은근히
묻기에 나는 11시에 약속장소에 도착할 것이라고
대충 답한다. 다행히 먼저 도착하여 차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음에 약간 과장된 반가움을 표시한다
본래 한 명이 더 합류하기로 했으나 다른 사정으로
참석 못하게 되었다는 말을 듣지만 별로 아쉽지 않다
셋 다 심신 피곤의 과정을 거쳤기에 이 시간의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지금은 장흥의 유원지가 길게 이어진 곳을 통과하는
중이다. 자주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식당과 모텔
인데 아주 오랜 과거부터 지금껏 수많은 남녀가
함께 찾았을 것이다. 이곳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권율장군의 묘가 좌측 차창 밖으로 스쳐간다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 때 차는 굽은 산길을
따라 꽤 높은 곳을 오르고 있다. 고령산 말머리고개
의 마두령을 통과할 즈음엔 수십 년이 지난 군시절
경험담을 꺼내놓는 후배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주변을 살피던 나는 연천에서의 군시절 유격장 가는
곳의 가파른 아리랑 고개를 기억하고 푸른 군복과
함께 흘러간 젊음의 시절을 불현듯 떠올리게 된다
얼마 후 내리막길에 접어들자 얼핏 파주시라고 쓰인
작은 이정표가 보이고 차는 39번 도로에서 좌측
367번 도로로 진입하여 마장호수로 가는 중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수가 보이고 잠시 후 주차장에
도착하자 참았던 담배를 꺼내 문다. 영하와 영상의
경계점에 바람마저 조용한데 연기는 순식간에 흩어
진다. 아마도 호수에 출렁다리가 놓이자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 되고 이젠 이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은 듯하다. 호수를 끼고 도는 둘레길도 좋다지만
우리는 다리만 건넜다가 되돌아오기로 하였기에
되도록 천천히 걸으며 주변 풍경을 보게 된다. 평일
한낮이라 아무런 방해없이 건너편 쉼터에 도착한다
마침 뒤이어 건너온 두 사람이 있기에 셋이 함께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게 되지만 뭣이
저렇게 서툴다냐의 우려는 금세 판명 되게 만든다
흔들려 찍힌 못난이 3동창의 얼굴을 확인하고선
삭제하며 웃는다. 그 후에도 기회는 있었지만 부탁치
않게 된다. 나는 타인의 사진 요청에 꽤나 호의적이라
서너 장을 기본으로 하고 있음에 십중팔구 고맙다는
말을 듣는다. 점심을 어디서 무엇으로 먹을지에 대해
말하던 중에 선배가 좋은 곳이 있다며 북한산 자락
삼천사 계곡에 있는 음식점으로 전화하여 닭백숙을
주문하며 1시간 후쯤 도착할 거란 말을 남긴다.
다리를 건너서 사진 몇 장을 휴대폰에 담고 돌아설
때 중년의 남녀가 멈칫거리다가 내게로 다가와서
사진을 부탁하기에 장난기가 발동하여 다정한 포즈
취하기를 강요한다. ㅎㅎ미소를 머금은 두 사람이
출렁다리를 나란히 건너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하
시절에 저런 날이 올까를 잠시 생각하게 된다.
뭐 땜시 뒤처져 오냔 말에 웃으며 사진 찍어줬다고
말하니 미리 사람을 잘 알아 보고 내게 부탁한 거란
말을 하면서 우리는 그런 부탁 받은 적 없었다고
말한다. 다음 이곳 올 때엔 애인과 함께 오란 말을
별 생각없이 내가 했더니 내게 숨겨둔 애인 있냐고
묻기에 마치 있기라도 하듯이 웃으며 차에 오른다.
왔던 길을 조금만 바꾸며 이런 저런 잡동사니 얘기
꺼내 나누며 삼천사 계곡으로 가고 있다.
30분 후쯤 지난 여름에 건넜던 삼천교를 지나서
우측에 있는 ㅇㅇ음식점의 텅 빈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비닐하우스처럼 만든 커다란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중앙 쪽으로 안내한다.
두껑 없는 냄비에 불이 켜지고 이어서 반찬이
차려진다. 비교적 자유로운 공간에서 자란 닭이라
그런지 튀김닭과는 비교 안 될 정도로 닭다리와
가슴살이 단단한 듯 두껍다. 한약재 넣고 삶은
닭이라 그런지 셋 모두 맛있다는 이구동성이다
안 마시려 했던 소주 한 병을 불러들이고 앞으로
좀더 건강하게 살자고 남의 말하듯이 꺼낸다
마지막 잔을 비우고 식당 주변을 돌아보며 눈에
들어온 나목 위의 파란하늘을 쳐다본다. 계산을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설 때 산행복장의 일행이
식당을 향해 걸어온다.
여기서 1.2km 떨어진 삼천사로 가기 위해 오르막
산길을 차로 오른다. 입구에 들어서니 삼각 모양의
우뚝한 산봉우리를 겨울 햇살이 비추고 있다.
석탑 뒤편의 사찰은 가깝지만 가지 않고 잠시만
머무는 것은 각자 가야 할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어젯밤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약간의 염려 속에서
자유로움을 누리게 된 것도 얼마나 다행스러움인가
를 느끼며 월드컵경기장 앞에서 내년에 또 만나자는
말을 남긴 채 헤어진다. 어제 6시부터 오늘 5시까지
23시간 속에서 밖에서 누린 약 12시간은 내겐 아주
오랜만에 자유로움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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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난 나에게 넌/ 자탄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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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후기글과
산등산의 이야기에
푹 빠져본다
친구 글 오래만이구만
글작가닝 덕분에
우리 60쥐방이 살아난다
글작가 ㅋ 요렁 소리 좀 빼주시궁. 내가
몇 번 그림님으로부터 요렁 소리 듣고서
부터 그럴싸하게 글 만들려다 봉께루 겉멋
만 들었지 되레 글의 재미가 줄어든 듯하요
그런 관계로 예전처럼 암케나 막 써야 겠으라
어쨌건 칭송의 달인인 그리미 님은 복 짓는
일을 하고 있음이 명명백백이기에 앞날에
좋은 일 부지기수라네~ 밝아올 경자년을
기대하셔도 좋으리^ 쉬엄쉬엄 하셔라
@회자정리
알아써..
글작가 소리 안할께
언제나 쥐방에 소중한 흔적 남겨 주삼
나
내년에
심심해지는거 알지?
오늘이
우리가 살아있는날의 가장 젊은 날이라니까
걱정은 접어두고
신나게
즐겁게
살자꾸나
회자정리의 글과 사진으로
예전에 다녀왔던 곳
추억을 소환해 잠시 회상하며
미소짓는다
회자정리 친구야
두루두루 수고 많고
고맙다
살아있는 날 중에 최고로 젊은 날. 근디용
나이 꽤 먹긴 했으라~ 특히 회자가 많이
늙어 보이는 건 부인치 못하리~ㅋ 이제껏
마신 술이 장강이요 피웠던 담뱃갑으로
태산을 이뤘으니 참말로 제멋대로 살았다용
이제부터 조금씩 끊든 줄이든 해야 할 건데
습이 된지 오래라~ 남자가 마시고 피우던
것 끊으면 황천길 가는 날이 가깝다 하기에
술과 담배 글고 녀자 끊는 건 한 20년간
보류해야 겠지라 케케케~~ ㅣ봄비대장도
파주뿐만 아니라 연천까지 좋은 곳 오래전
섭렵 했으니 추억소환도 가끔 하셔라^^
@회자정리
회자야
너는 나보다
젊고 이뽀야
걱정뚝
이 누이같은 그리미는 어쩌라고야..ㅋ
@회자정리 술.담배.여자 끊으면 사는게
재미 없을테니 아주 싹 끊어
버리지 말고
조금씩 줄이는건 어떨까~~~?
읽다가 보다가 ~~까묵읏다 먼말인지
무튼 잘살고잘돌아댕기고
나름즐기며사는 친구네 맞지
목단이 님 오셨습니다
나둥 뭔 말 했는지 기억 엄심당 ㅋㅋ
사진 삐뚜루 찍은 너미 내 선배님아당
거~참. 저 사진들 몽조리 빼뿌고 싶은뎅
암튼 목단이 님도 좀더 잼나게 사셔라^^
내가 오늘까지 댓글 성의 안 보이면 앞으로
아무도 안 달 것 같은 불길함에 일케 서둘러
답하는 검당~ 오늘도 좋은 하루로 마무리코
숙면 취하시기 바람당^~^
목단꽃님아..
몇번 같이한 시간
너무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요..
언제나
건강하고
이뻐라...ㅎㅎ
회자정리 ~
친구님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안가보고도
가본듯한 현장감을 주어서
언제나
생생한 느낌을 갖게 해주네요 ~
감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