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 하늘에 그리다] 서울스카이展
Once Upon the Sky, 한영수가 소환한 이름 🍃
ㅡ 셔터 소리를 역사로 바꾸는 다큐멘터리 작가
구와바라 시세이(桑原史成, Kuwabara Shisei)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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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했지. 그해에 이승만과 처칠이 죽었어.
아마 월남 파병과 한일협정 조인식도 있었을 거야.
데모가 들불처럼 번져나가니까 박정희가 위수령을 발동하고,
대학을 휴교시켜 억지로 문을 닫았어."
"됐어요. 딱 거기까지만 해요. 발언 시간 3분 제한을
넘겨 더 하시려면 1분 당 1만원씩 내는 것 아시죠."
"알았어. 얼마든지 낼게. 내 얘길 조금만 더 들어봐.
한영수 작품을 보니 구와바라 시세이가 생각나서 그래.
크게 한턱 쏠테니 누가 그가 찍은 사진을 찾아서 내 이메일로 보내줘.
데모 현장에서 마주친 그의 작품이 보고 싶어.
그는 우리 현대사의 산증인이야."
196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철들지 말고 죽자' 멤버인 선배는
한영수 사진 덕분에 타임 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즐긴 순간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그날,
'운 좋고, 잔꾀 잘 부려 쓸만큼 모았다'는 선배는
학창시절 추억을 혼자 눈치코치 없이 40~50여분간 신나게 떠들고 나서
롯데월드타워 경비, 술값, 밥값을 도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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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몇 개가 부서지고 뺐겼는지 모른다.
몇 번 끌려가고, 얼마나 숨어 지냈는지 모르겠다.
왜 목숨의 위협을 받고 다치고, 가난에 시달리면서
촬영금지 장면을 찍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아무리 위험해도 꼭 그 장면을 찍어야만
카메라맨의 존재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운명이라고 여긴다."
다큐멘터리 작가 구와바라 시세이의 말입니다.
일본인 구와바라 시세이는 격동기였던 1960년대
한국의 현대사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한국인과 결혼했고,
김대녕이란 가명으로 활동했습니다.
그가 남긴 월남 파병, 한일협정 반대, 미군 기지촌, 청계천 판자집,
이승만 장례식, 역대 대통령 선거 등의 사진은 한국 현대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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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런 모습도 찍었네~!!!'
뜻밖의 사진 몇 장이 나오자 제가 했던 혼잣말.
구와바라 시세이는 '따뜻한 인간미가 담긴 사진'보다는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위주의 작품을 추구한
강골기자였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반전이 나타났습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돌면서 찍은 사진에는 추수를 마친 농촌 마을,
소를 이용한 써래질, 등교길의 학생들, 바닷가에서 배를 배경삼은 어촌 소녀들,
장보러 가는 시골 아낙네들의 정겨운 모습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할아버지가 식구들과 한 상에서 같이 식사를 하지 않고
따로 상을 차려 밥을 먹고 있는 풍습도 그려져 있습니다. 그땐 그랬습니다.
구와바라 시세이는 셔터 소리를 역사로 바꾸는 치열한 작품활동을 통해
한국 사람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고 아꼈던 일본인임을 증명했습니다.
Copyright ©桑原史成(Kuwabara Shisei) All Rights Reserved
1. 추수를 마친 농촌 마을 풍경, 경남, 1965년
2. 아침 일찍 학교 가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경남 창녕, 1965년
3. 4.19혁명으로 하야해 하와이에서 살다 90세를 일기로 7.19. 사망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가족장 장례식, 1965년 7월 29일
4. 청계천 판잣집. 겨우 몸을 눕히고 살 정도로 허술하게 지은 판자촌은
환경오염을 시키고, 화재위험이 많아 항상 조마조마한 상태, 1965년
5. 마루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하는 농가 풍경.
당시에는 가장과 어르신은 여성이나 아이들과
따로 차린 상에서 혼자 밥을 먹었음. 경남 1965년
6. 양철로 만든 물동이에다 마실물과 생활용수를 담아 이고 가는 여성들. 부산, 1965년
7. 남북한이 분단된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판문점. 1965년
8. 미군 기지촌. 경기도 동두천시. 1965년
9. 장에 다녀오는 아줌마들(왼쪽)과 빈 집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오른쪽). 1965년
10. 한복 입은 농부가 밭에서 소를 이용한 써래질을 하는 광경. 경남, 1965년
11. 어촌 아이들.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1965년
12. 생활고에 시달려 젖가슴조차 가릴 여력이 없는 여성. 부산 1965년
13. 다친 손가락을 헝겁으로 감싼 빈민촌 남성이 괴로워하는 모습. 부산, 1964년
14. 한일협정 반대 데모를 하다 군 헌병들에게 잡혀가는 대학생. 서울 안암동, 1965년
15. 월남(베트남) 파병 합의 후 미국 대통령 전용기를 얻어 타고 귀국하는
박정희 대통령 일가. 서울 여의도 비행장, 1965년
16. 월남 파병을 앞둔 맹호사단 아들을 만나는 어머니의 애타는 눈빛.
이 아들은 살아서 돌아왔을까요? 서울 여의도비행장. 1965.10.2.
17. 열차로 이동하는 해병대 청룡여단.
이 사진을 몰래 찍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갔으나 필름 바꿔치기로 위기 모면. 1965년
18. 월남 파병 결단식 열병 중인 박정희 대통령과 채명신 장군.
서울 여의도비행장, 1965년 *여의도 공군비행장은 1971년 폐쇄됨
19. 한미 팀스피릿트 훈련(이천, 아래 남한강 1983년),
한일협정 반대시위 혐의로 군용트력에 실려가는 대학생(아래 왼쪽 1965년),
20. 월남 파병 전사자 묘비 앞에서 슬피 우는 여성과 위로하는 가족.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196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