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계기 소망 첫인상
박성준
소리가 나지 않게
노래 부르는 사람의 노래를
따라부른다
구체적인 느낌을 알고 있다
입만 뻥긋하면서도
더 멀리 가고, 거꾸로 가는 느낌이 좋아
간단하게 나를 잃어버리는 기분
거기서부터 냄새를 이해하게 된다 지속 가능한 사랑은 사랑 가능한 지속으로 후회가 되고, 영원할 것처럼 쥔 주먹에서 다섯 손가락이 힘없이 펼쳐진다, 고작
그렇게 태어난다는 것
그렇게라도 가까워질 수 있는 맹목이라는 것
개구리를 삼킨 뱀은 머리는 잘렸고, 노래는 끝나지 않는다 머리를 잃어버린 몸은 꾸역꾸역 개구리를 소화시키려고, 땅바닥에 에스자를 그리다가 그친다
너무 웃음이 날 것 같아, 단추가 다 떨어질 것 같아
엉망으로 햇빛이 저 꽃을 다 터뜨릴 것 같아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름을 지우고도 또 다시 시작된 악수
그 모든 거짓말이 또 누군가를 끌어당기는 힘이었음을
결코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따라 걷는다 괜시리 발로 바닥을 긁어 소리를 만든다
이윽고 이런 구체적인 신호의 느낌을 알고 있다
머리와 독만 남은 뱀의 혀에서
미세하게 노랫소리가 들린 이유다
취약한 것
박성준
넘어진 아이가 다시 엄마를 향해 뛴다.
정말이야? 아니
선생님 생각이 궁금해서요?
안개와 숲은 좋아하지만, 신호등은 아니기로 해요. 누구나 하고 싶다고 해서 다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잘할 수 있다고 해서 특별해지는 것도 아니다.
안개는 잘한다. 특별하게
정말이냐?
선생님 저는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해야 하는 일, 그래도 해야 하는 일
운전을 하다가 객사를 하면 어떡하지요?
청국장에는 건새우가 없었으면 좋겠지만 엄마는, 넘어진 적이 없는 엄마는
청국장을 잘 끓인다.
결국 간곡한 모든 것들은 꿈이기로 한다. 꾸미지도 못할 거면서
용기가 없었나?
정말이니?
넘어진 땅을 딛고 일어나는 손바닥은 땅보다 더 넓었습니다.
청국장이 끓으면서 방은 쿰쿰한 안개만 한가득
용서가 없었나?
선생님, 저는 이제 조금 특별한 숲으로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