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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목표는 '비유적 표현의 특성을 생각하며 시를 읽을 수 있다' 입니다.
수업에서 오고 간 이야기와 수업 후 소감 쓰기 글을 올려봅니다. 백자님께서 악보를 보내주시고 안내해주신 덕에 의미있는 수업이 된 것 같습니다. '담쟁이'라는 시가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혹시 관념적으로 느껴지면 어쩌나 하고요. 그런데 수업의 방향은 의외로 '담쟁이'의 상징성을 주위 사람들로부터 찾아서 시가 좀더 가깝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로 도와주신 백자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래 내용은 수업전사라고 하는데 수업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입니다. 아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담쟁이'를 백번 넘게 듣고 연습했으나 너무 어려워서 삑사리를ㅎㅎ
--------[활동2-시의 향기, 그리고 노래]----------
■교사: 방금 공부한 시 ‘지금은 공사중’에 비유적 특성이 잘 드러나 있었는데 또 다른 시를 준비했습니다. (시화를 보여주며) 시의 향기를 느끼기 위해 시를 낭송해보기 전에 노래를 불러주려고 합니다. 3주 전 제가 밴드 공연에 구경갔을 때 손님으로 온 노래하는 백자라는 분이 부르는 ‘담쟁이’라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노래를 듣고 너무 감동해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어요. 그래서 악보를 구해서 노래를 연습했어요. 제 노래 실력이 시원치 않아도 리액션해줄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교사가 기타를 치며 노래 ‘담쟁이’ 독창]
□학생들: 오랫동안 박수 ㅎㅎ
■교사: 여러분에게 뭔가 감동을 주려고 연주했는데 생각보다 힘드네요.
□학생 : 그런데 시에요, 노래에요?
■교사 : 시일까요, 노래일까요?
□학생 : 시에 노랫말을 붙인 것입니다.
■교사 : 네, 도종환 시인이 쓴 시에 백자라는 가수가 곡을 붙여 불렀습니다. 연습해보니 굉장히 어려운 노래에요.(웃음) 네 가지 관점에 주의해서 시를 공부해 볼거예요. '담쟁이 시에서 비유적 표현을 찾아야하고, 비유적인 표현에 형광펜을 그어보세요. 그다음 관련된 경험을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여러분 주위에서 ‘담쟁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생각해보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즐겁게 의견을 나누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시에 대해 토의하면서 의견을 학습지에 적음]
[교사는 돌아다니며 학생들의 활동을 관찰, 안내해줌]
■교사: 잠깐만, 선생님이 지나다니면서 보니 여러분이 알고 있는 줄 알고 이야기 하지 않은 부분이 있네요. 혹시 담쟁이 알아요? 담쟁이가 뭔지 설명해 볼 사람?
□학생(진곤): 덩굴과 식물로 벽을 타고 올라가는 식물의 이름입니다.
■교사: 그쵸. 덩굴과 식물로 빨판 같은 것, 덩굴손이 있어서 담을 타고 올라가는 식물이예요. 여러분 나누어준 학습지에 그 잎이 있어요. 이야기 나누어보세요.
[모래시계가 두 번 돌아갔을 때 시를 낭송하면서 모둠 풀기]
■교사: 얘기 나눠볼까요? 이 시에서 비유적인 표현을 찾은 사람 있나요? 무엇을 빗대어 비유했나요?
□학생: ‘담쟁이 잎 하나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가 있습니다.
■교사: 이 부분이 무엇을 비유한 것일까요? 어떤 상황일까요.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는데...
□학생(수빈): 담쟁이는 혼자 올라가지 않고 여럿이서 같이 간다는 것 같습니다.
□학생(준성): 어떤 일을 끝가지 포기하지 않고 가는 것입니다.
■교사: 준성이가 얘기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포기없이, 혼자만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요? 그렇죠. 여럿이 함께 간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다는 거죠? 또 어떤 비유적인 표현이 있을까요?
□학생(명현) : 담쟁이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학생: 담쟁이는 어떤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학생(재민): 힘들거나 어려운 사람인 것 같습니다.
■교사: 힘들거나 어려운 사람? 다른 생각있는 사람?
□학생(봉균) 지도자요.
□학생(원보): 절망을 극복한 사람 같습니다.
□학생(세민):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 같습니다.
■교사: 우리 주변에 혹시 그런 사람 있는지?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요. 아까 모둠 토의할 때 들으니 동일이가 선생님이라고 했는데 왜 제가 담쟁이라고 생각하나요?
□학생(동일) 아, 근데 막말해도 돼요?
■교사: 막말하지 마세요. (웃음)
□학생(기환) :많은 어린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교사: 그렇죠. 우리반 친구들, 그리고 6학년 친구들과 함께 생각을 공유하면서 가기 때문에 저는 담쟁이가 되겠네요. 우리주변에 또 담쟁이 같은 사람이 있을까요? 누가 있을까요?
□학생(이수): 전연수요. 왜냐하면 미술시간에 그림 그릴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끝까지 열심히 하기 때문입니다.
■교사: 연수, 알고 있었어? 네가 담쟁이 잎이야 (박수)
□학생(석준): 저는 상원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수업시간이 되어도 준비 안 하는 친구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준비를 시키기 때문입니다.
□학생(여경): 미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미진이는 5학년 때 맨날 지각하고 숙제도 안 해왔는데 6학년 와서는 지각도 안 하고 숙제도 해옵니다.
■교사: 아..미진이, 맞다. 미진이가 습관을 고치고 일취월장하고 있죠.
□학생(준성): 저는 조유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식이는 저번 축구대회에서 졌지만 끝까지 포기를 안 하고 희망을 갖기 때문입니다.
■교사: 그렇지. 저번에 우연히 유식이가 축구하는 걸 봤거든요. 골키퍼일 때 공 잡으려고 엄청난 집념을 갖고 쫓아다닌 게 기억이 나네요.
□학생(미진): 저는 세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민이는 중국에서 와서 적응을 잘 못하지만 힘들다는 말 없이 끝까지 스스로 잘하기 때문에 세민이가 생각납니다.
■교사: 어, 눈물 나오려고 그래. 세민이가 중국에서 4년 정도 생활했잖아요. (문화가 달라서) 적응하기 힘들텐데 꿋꿋하게 이겨내고 있죠. 우리 미진이와 세민이에게 큰 박수 보내죠.(박수) 자.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서 부모님이나 어른 들 중에는 이런 담쟁이 같은 분이 있을까요?
□학생(민서): 예. 저는 할머니가 있는데요. 우리 아빠가 3학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6남매를 키우셨기 때문입니다. (박수)
■교사:민서 할머니는 남편분이 안 계시는데 6남매를 혼자 키우셨대. 자식 키우기 얼마나 힘든데. 민서 할머니가 담쟁이 한 잎이시군요.
□학생(유식): 저는 우리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6학년 부장으로서 6학년을 이끌고 가기 때문입니다.
■교사: 나라잖아(웃음)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동일이.
□학생(동일) 예. 저는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가 담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린이는 하루하루마다 키가 쑥쑥 자라고 힘들게 공부하고 어려운 벽을 넘기 때문입니다.
■교사: 오우 동일이. 동일이가 이 수업의 핵심을 말해주었네요.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가 담쟁이다. 그렇구나. 제가 이래서 동일이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거예요. (웃음) 사실 여러분이 ‘담쟁이’이의 상징적인 의미를 어떻게 찾을까 궁금했는데 자신의 주변 친구들을 담쟁이로 꼽고 있군요. 훌륭합니다. 마지막으로 담쟁이 잎 모양의 포스트잇에 자유롭게 수업 소감을 써볼거예요. 그리고 이 담쟁이 잎을 시화에 붙여서 담쟁이 잎이 서로의 손을 잡고 벽을 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보도록 하겠습니다.
[포스트잇 모양의 담쟁이 잎과 글쓰기장에 쓴 수업 소감]
선생님이 담쟁이 시를 불러줄 때 너무 감동적이었다. 마치 우리랑, 아니 나랑 비교하니 담쟁이가 닮은 부분이 많았다. 마치 나에게는 벽은 나를 짓누르는 것들인 것 같다. 또한 서두르지 않고 말없이 올라가는 것도 나 같았다. 정말 담쟁이가 벽이 을 올라가는 모습이 느껴졌다.(세민)
재미있었다. 음도 들어보니 정말 어려워보였는데. 짱이시다. (채희)
시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정말 긴장되었다. 피그미족의 심각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담쟁이 노래를 기타를 치시면서 부르셨다. 정말 잘 부르신 것 같다. 그리고 모둠끼리 담쟁이시의 비유적 표현을 찾았다. 재미있었다(기환)
담쟁이 시를 읽었는데 우리와 꼭 닮은 것 같다. 절망의 벽이 기말고사이고 담쟁이들이 우리이다. 우리가 기말고사를 보는 것처럼 담쟁이들도 벽을 넘는 것이다. 그리고 담쟁이 하나는 잎 수천개를 몰고 가는 것처럼 우리도 모두를 이끌 것이다. (석환)
선생님께서 기타 연주도 해주시고 ‘담쟁이’라는 시도 배웠다. ‘담쟁이’라는 시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여럿이 서로 도와가며 가라는 것 같았다. 오늘 수업은 다른 날보다 깨달은 것이 많아서 좋았지만 계속 이 분위기는 힘들 것이다.(수빈)
선생님은 기타를 치시면서 담쟁이라는 시를 불렀다. 선생님은 정말 잘 불렀다. 그리고 이 시를 보고 비유적 표현을 찾고 느낀점을 말했다. 드디어 시수업이 끝났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담쟁이처럼 어떤 어려운 시련이라도 꿋꿋하게 버텨내어 목표한 것을 이루겠다. (민우)
담쟁이는 뭔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겨내는 사람을 뜻하는 것 같다. 담쟁이 시 중에서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라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말인 것 같기 때문이다. 나도 담쟁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민서)
나는 수업을 할 때 선생님이 담쟁이라고 발표하였다. 나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유식)
첫댓글 고맙습니다.
감동적이네요.
가슴이 아린 문구는 '절망의 벽이 기말고사이고 담쟁이들이 우리이다' ㅠㅠ
그리고 또 '여럿이 함께'에 우리 아이들이 공감한다는 점에서 느끼는 점이 크네요.
마지막으로 역시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라는 가사는
(제가 젤로 좋아하는 구절이죠. ㅎㅎ)
어느 정도 나이가 되어야 이해가 되는 것 같네요. ㅎㅎ
암튼. 고맙습니다.
추신: 노래하신 동영상은 없을까나요?ㅎㅎ
수업 구조 상 담쟁이 시에 집중하지 못했어요. 활동 1에서 다른 시에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하는 바람에 담쟁이 시를 심도있게 느끼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어요. 담쟁이의 상징성을 좀더 확장하고 싶었는데 벌써 시간이 다 가버렸더라구요. 애들은 수업시간 지나는 거 되게 싫어해서ㅎㅎ 그리고 노래 동영상은 정말 민망해서 유출불가입니다ㅎㅎ. 아이들에게 백자님의 노래 영상을 보여주려고요..
읽는 내내 감동이 밀려와 울컥 했네여...
참 좋은 선생님, 참 똑똑한 학생들 이예여...
백자님의 감동은 왠지 저희와는 다른 감동일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맞죵?
저 핸펀 벨소리 담쟁이로 바로 바꿨어여! ^o^
앗...다 읽어주셨나봅니다. 감사합니다.
햇볓 만들기님이 제 은사님 이셨다면...음...전....지금....제정신일꺼에요..ㅡㅜ
큰일하셨습니다...
혹시 자녀분이라도 저희반에 ㅎㅎ
간만에 댓글을 달지 않을수 없게 하는군요.. 감동..감동...
생각지도 못했는데 감동을 느끼셨다니 감사합니다.
이런 수업이 가능하군요...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박수 한다발 보내드립니다~^^ ㅉㅉㅉㅉㅉㅉㅉㅉ
(페북에 좀 공유해도 되죠?)
페북 공유...가문의 영솽으로 기록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수업 장면이군요.
영화처럼 그려지네요...
아....더 잘할걸...아쉬움이 남아요.
이러한 수업을 하면 가장 감동받는 사람은 선생님이실 것 같아요
아이들의 감수성과 순수함을 예상보다 더 많이 발견하게 될테니 말입니다
이러한 수업 방식이 널리널리 퍼져나가길 바래봅니다~~!!^^*
맞아요. 자랑을 좀 하자면...참관한 선생님들 중 세 분이 우셨답니다. 감동받으셨다고, 시수업이 이런 식으로 가능한 것에 대해서...
와아- 가장 큰 박수 보내드립니다.
아이들 똘망똘망한 눈빛이 그려지네요. 푸른 담쟁이들.
완전 감동이네요~ 학생들 넘 기특하고 대견하네훌륭한 쌤~훌륭한 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