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보냄으로써, 나는 진정 어머니의 딸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와 같이 보냈던 병실에서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고요를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말 없음’으로 막내딸에게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에 자신을 토닥입니다. 그동안 잘 견뎠어, 잘 참았어.”
수필가, 푸드에세이스트이자 약선요리 연구가인 노정희 씨가 세 번째 수필집 ‘하얀’을 펴냈다.
‘한국현대수필 100년 사파이어 문고’ 12번째 작품으로, ‘빨간수필’(2012), ‘어글이’(2014) 이후 10년 만이다.
그동안 푸드칼럼니스트,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지면에 발표했던 작품 중 50편의 ‘알곡’을 골라 엮었다.
이 글이 엮어지는 동안 작가는 갱년기의 좌충우돌, 친정어머니-친정 자매와의 사별 등 작가 개인의 변화뿐 아니라 위안부 사태, 코로나-19 등 크고 작은 사회 변혁기를 맞았다.
이 책에서 작가는 이 모든 체험에 관한 자신의 아픔, 기쁨, 고마움을 담담하고 부드럽게 풀어냈다.
장호병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은 “노정희 작가는 50편의 작품을 통해 여성의 나이듦, 무맛에 대한 끌림, 친정집 이야기부터 문학인들의 시대정신, 사회 참여까지 터치하고 있다”며 “작가의 다채로운 활동 영역만큼 작품엔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위트, 해학이 잘 버무려져 있다”고 평했다.
북랜드/1만3500원.
수필가·푸드칼럼니스트 노정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