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아주 먼 옛날 전설이 남아있다.
하늘에서 하느님이 지상을 내려다 보니 불쌍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고 생각하여, 5가지 기능을 갖고 있는 천사를 지상에 내려주었다고……….
어릴 때 부터 들었던 그 전설은 전설로만 생각했지.
내 눈에 직접 등장할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나의 남자친구 민준이………. 하늘에서 몇 안되는 대천사에 속하는
지상에서 혼을 담당하는 천사…….
수영이. 민준이와 같이 대천사에 속하며 남의 마음을 읽는 천사.
그리고 대천사 바로 밑에 대천사 못지 않게 비중이 큰 중상천사.
그들은 바로 미래를 보는 세희와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마지막 생애까지
볼수 있는 재원……. 이들이 4가지의 기능을 물려받고 지상에 실천하는 천사이다.
그리고 나는 대천사 아빠와 인간인 엄마의 천상과 지상의 혼혈 천사로…….
남에게 행복을 주는 하급 천사다. 대천사와 중상천사 그리고 하급천사의
어울리지 않는 우정을 욕하는 다른 천사들에게
우리는 우리의 우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십자가에게 맹세를 했다.
그리고 우리는 맹세를 했다.
"십자가에 대고 맹세합니다"
"십자가에 대고 맹세합니다"
"십자가에 대고 맹세합니다"
"십자가에 대고 맹세합니다"
"우리의 우정은 영원하다는 것을………."
………하느님을 상징하는 십자가.
우리는 그 가운데에서 우리의 맹세를 시작한다.
거짓을 고하면 안된다는 십자가에 우리는 영원한 맹세를 했다.
십자가에 가운데와 양 옆과 양 위에아래에 보석이 박혀있다.
천사의 심장과 같은 기능을 하는 보석……………….
대천사인 민준이는 순수한 사랑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수영이는 마음의 평화를 상징하는 자수정
재원이는 자애, 현명, 성실을 뜻하는 사파이어이고
세희는 우정과 진실을 뜻하는 가넷…………이다.
그리고 나는………… 밤에 빛을 발한다는 뜻으로 나온 보석인 토파즈이다.
이 보석 다섯 개가 다섯 개의 십자가에 붙어 있어 빛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 빛이 죽어들게 된다는 것은 우정과 사랑은 사라진다는………………
십자가의식을 목숨의 반을 걸어 우리는 맹세했다.
이룰 수 없는 맹세를 하고 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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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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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조용히 길을 걷기만 했다.
수영이도 쌀쌀맞게 변했지만……
나와 같이 걷는 민준이 역시 무거운 느낌으로 변해버렸다.
"……수. 수영이 너무 변한 것 같지?"
"………………"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 일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거야??
휴유 솔직히 말해서 내가 친구인데 말을 안 해주니까 서러운 거 있지?“
"……뭐라고?"
아무말도 듣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민준이가 수영이 얘기를 하니 듣는다.
……명색에 여자친구가 얘기를 하면 다 씹더니 수영이 얘기만 하면
저렇게 나오는 것 봐라! 나는 여자친구가 아닌 것처럼 민준이는
내 얘기는 무시한 채 수영이의 말에만 집중적으로 듣고 있다.
"………뭐… 뭐가!"
"……방금 너 뭐라고 했어?"
"…무. 무슨 소리!! 그.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한말 듣지도………"
"뭐라고 했냐고!!!!!!!!!"
조용한 밤……….
힘들었던 하루가 가고 다른 날이 오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는 시각………….
아무도 없는 시간에 민준이는 그렇게 내게 소리를 쳤다.
"……왜. 왜 그래"
"……너 방금 뭐라 했어? 뭐?? 박수영한테 서럽다고?? 너한테 안 말해서??
너가…… 너가 정말로 박수영 친구라면 그렇게 말하는 게 정상이냐?"
"……………무슨 소리야!!!"
"……넌 정말로 박수영친구야?? 어?? 지금까지 궁금했어! 도대체 넌
박수영이랑 왜 친한 건지!!!! 너는 걔랑 왜 친구라고 한 거야?? 쓸모 있어서?
그런 거냐? 어??"
……민준이의 눈은 진지했다.
천민준의 눈은 내가 지금까지 걔를 봤을 때
가장 진지한 눈이였다. 매번 장난기 가득했던 귀여운 눈망울이 아니라
진지함이 잔뜩 베어든 눈이였다. 눈동자였다.
그런 진지함에 놀라긴 했지만……
그보다 민준이가 나한테 화를 낸다는 것에 놀라버린 나는
아무 말 없이 째려보았다.
나는 그냥 서럽다는 거였지.
수영이가 밉다고 한적 없었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뭐라했어?? 난 그저 수영이한테 조금 서럽다는거잖아!!
나는 걔한테 비밀이 없는데 요즘 걔는 나한테 비밀이 있잖아! 아니…… 수영이 뿐만
아니라 너희 모두가 나한테 비밀이 있잖아!! 그러면 당연히 서럽지!!! 근데
왜 갑자기 그렇게 화를 내는데!! 천민준……… 너 요즘 왜이래!!"
[흠칫]
나의 눈에도 보이는 그의 흠칫 놀라는 모습……….
천민준 너 요즘 왜그래??
"………미. 미안하다…………"
"………………"
"그냥 울컥했어. 나는 너랑 수영이랑 가장 친한 친구라 생각했는데……………"
"………………"
"………………“
"왜 그 뒷말은 안 해??? 그랬는데? 그 다음 뭐??"
"………너가 신경을 안 쓰니까…………"
말 꼬리는 흐리는 민준이를 보고나서……
아주 조금…… 아주 조금 나는 그를 의심하게 되었다.
천사라면 미워하지도…… 의심하지도…… 질투하지도 않아야 되는데………
혼혈 천사라 그런 건지………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수영이와 민준이를
의심하게 되어 버렸다.
"……내가 신경을 안써?…… 그럼 넌 언제부터 걔를 신경 쓴거야?"
"………………무슨 소리야?"
"…… 그냥 묻는 거야. 내가 신경을 안써. 그래 그건 이해해. 걔 역시 나에게
말도 안 걸고…… 그러는데 어떻게 해? 하지만…… 너는 언제부터 그렇게 걔한테
신경을 쓴거야?"
"………강시원…… 너 지금 오해하나 본데…………"
"…오해? 지금 너는 겨우 그걸 오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 맞아 어쩌면 단순한 오해일수라고 생각해. 하지만… 단순한 오해라도
풀고 가야겠어………. 넌… 언제부터 수영이를 그렇게 생각한거야?"
이런 말 하지말자…….
그런 말 해서 수영이와 민준이와
내가 어색해지는 건 싫어…………!!!!!!
마음속은 그렇게 나에게 외쳐 됐지만
마음과 몸은 그와 반대로 행동을 했다.
어느새 내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그를 바라보았다.
당황하며 내 눈치를 살피는 그 놈……….
내가 이번만큼 수영이의 능력을 갖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을 것 같았다.
"……울지마. 난 그러자고 한 말이………"
"……넌…… 넌 매번 그렇게만 끝내지!! 좀 말하라고!! 솔직히 너희 변했어!!
변했진 것 같다는 게 아니라 변했어!! 너희는 변했어!! 내가…… 내가 다가설 수 없을
정도로 너희는 변했단 말이야!! 수영이도…… 수영이도 내게 더 이상 아무 말도 안하고
세희와 재원이는 날 피하고…… 그리고 너는 매번 나한테 짜증내잖아!!! 그럼……
그럼 나는 어떻게 하라고!!!!!!!!! "
"………너도 우리 마음을 헤아린 적 있어?"
"……알려 준 적이라도 있어?"
"……그만해, 그만하자고"
"……난 시작도 안했다고!!! 언제부터야!! 너하고 수영이!! 언제부터 그랬냐고!!
언제부터 그렇게 서로를 챙겨줬어?? 언제부터 서로를 챙겨줬어??"
"그만하자고!!!!"
[퍼억]
툭하면 화내는 불랑 천사인 천민준은 나의 옆에 있는 벽을 쳤다.
내가 잘못 맞았다면 정말 나가떨어졌을 정도로………
옆에 벽돌은 거의 산산조각이 났다.
너 그 정도로 억제가 안됐냐??
너의 기분이 그렇게 억제가 안됐었냐??
………설마 수영이 사랑하냐??
마음은 중얼거렸지만, 더 이상 민준이한테 그 말을 하지 못했다.
……날 보는 민준이의 눈은…… 변한 게 없기에………….
날 바라보는 민준이의 눈은……… 전에 날 사랑했던 눈 그대로였기 때문에……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민준이의 눈만 바라보았다.
"……강시원……. 이딴 짓 그만하자. 너 정말 바보 같아……… 그리고
너야 말로 수영이를 챙겨본 적 있어?? 걔가 요즘 들어 화장을 진하게 하는지 알아??
혹시 눈물 흘린 거 냄새 날까봐 향수 진하게 쓰는 거……… 넌 아냐?? 어??
그러고도 넌 친구라고 하냐고!!!"
"………누. 눈물을 흘려?"
"…………"
수영이가?? 수영이가 눈물을 흘려??
대천사인 수영이가??
"…무슨 말이야? 눈물을 흘리다니?? 대천사는 울 수가 없잖아!!!"
"………말이 그렇다는거야!!"
"………눈물이라며!! 아까는!! 아까는………"
걱정에 민준이에게 따지니까……
한심스럽게 보는 민준이의 모습…….
"왜?? 이제야 걱정 되냐?? 어?"
"……천민준!!!"
"…강시원…… 넌 어쩔 때 정말 잔인해. 같은 천사라고 생각하기 힘들만큼
정말 잔인해. 지금 넌 보잘 것 없는 욕심에 질투에 사랑에 눈 뒤집혀진 인간과 같아보여.
알아? 그리고 수영이에게 그말 하지마! 박수영… 괜히 의식하니까…………
그리고 너 정말 더럽게 사는 것 같다. 나 먼저 가련다. 그리고………
너 수영이 의심하지 말아라. 적어도 가장 힘든 건…… 나보다 힘든 건 수영이니까……"
"무슨 소리야!! 천민준!!!!"
나를 싸늘하게 보는 천민준을 향해 소리를 쳤지만
먼저 날개를 펴 하늘로 간 천민준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뭐가 너보다 힘든건데?
천민준……… 나 지금 너 말고도 많이 힘든데……
너까지 그러는 건 뭔데!!!!!!!!!!!!!!!!!!!!!!!!!!!!
-집
"다녀왔어요………"
"…아, 시원아!! 왔니??"
"……응"
"……와서 밥 먹어."
"아니 괜찮아. 먹고 싶지 않아"
"……그래…"
평소 같으면 나의 이런 행동이면 뭐라 하실 엄마께서는 나의 이런 행동을
가만히 냅뒀다. 그저 요리를 하기만 하실 뿐이다.
"……엄마………"
"으으응??"
"………갑자기 애들이 변했어"
"………………"
"엄마 아는 게 있다면…………"
"시원아……………"
"……응?"
엄마의 표정은 어두웠다.
………정말로 어두웠다.
"……너가 그 아이들을 생각하는 것도 이제 조금밖에 안 남았어. 나도 이제는
잊어버릴거야"
"…무슨 소리야?"
"……………밥이나 먹으렴"
"바. 방금한 게 무슨 소리냐고!!! 엄마!! 뭐라고?? 조금밖에 안 남았다니?? 엄마?"
나의 물음에 엄마는 요리하는 것을 중단하고 식탁 의자에 앉으시고
그 자리에 있는 커피를 마셨다. 서글퍼 보이는 표정으로…………….
아니 나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워하는 표정으로 커피를 마셨다.
"…………그게 천사의 인생이야. 시원아. 힘들지만 참는거야. 그래야 너가
정식 천사가 되는거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천사의 인생은 좋은 게 아니야……… 미안하구나
시원아. 이것 밖에 엄마가 못 말하겠어"
"……무…… 무슨…… 아. 아앗"
엄마에게 물으려는 순간 나의 심장 쪽에서 아픔이 느껴졌다.
아니 심장 쪽이 아니라……… 나의 심장 근처에 있는 목걸이가 아파왔다.
그 쪽에 통증이 느껴졌다.
"……시. 시원아!! 왜. 왜 그래!!"
나의 이런 모습에 호들갑인 엄마.
나에게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걱정은 하는구나!!!
"놔! 엄마가 안 알려준다면 내가 알아서 알거야!!"
살짝 엄마를 째려보고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옷을 벗어보니……… 십자가 목걸이가 뛰고 있었다.
보석의 색이 바래지고 있었다………………….
"……도대체!! 도대체 왜!!!!!!!"
십자가의 색이 바래지는 이유는…………
십자가 의식을 한 사람과의 우정과 사랑이 식어버리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게 된다면 심장의 반쪽은 잃은 셈과 같다
"………도대체!! 도대체 왜 이러는거냐고!! 도대체 수영이는 무엇 때문에 화가났고
도대체 민준이는 화가 난건데!!! 젠장!!!! 아아앗"
또 한번 십자가가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하얀 다이아몬드가 빨간색으로 점점 붉어지다가 다시 하얀색으로
변해버렸다. 아니 다른 보석들 모두가 빨간색으로 변하고 다시 자신의 색으로
돌아오는 그런 현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어쩌면 나는 지금 그들과의 우정과 사랑이 깨지고 있다.
아니 깨지고 있는 중이다.
-다음 날
"……천민준!!"
나의 앞쪽에 보이는 남자의 형채를 향해 나는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나의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도 않은 채 가고 있는 형채.
…그를 보니 또 한번 십자가에서 아픔을 호소하고 있었다.
"천민준!!!!!!!!!!!!!"
아픔을 잊기 위해 더욱더 크게 소리를 지르니
그제서야 나를 돌아보는 천민준…………….
하지만 그의 눈은 차가운 눈동자로 변해있었다.
"……뭐야?"
"…………아. 안녕하냐고!!"
"…………어"
"……………"
"…할 말이 그게 끝이냐? 그럼 먼저가도-."
[터억]
가려는 민준이의 손을 나도 모르게 털썩 잡아 버렸다.
아 씨!! 병신 병신 병신!! 여기서 이렇게 손을 잡으면 어쩌자고!!!!!
당황한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민준이의 표정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당황한 나와 달리 더욱더 차갑게 말하는 찬민준……
그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는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놓아버렸다.
"………아. 그. 그게 미안……. 소. 손을 잡아버렸네……. 하. 하지만!!
저. 저기 어제 미안해…… 수. 수영이…………"
"……아니, 잘됐어. 나야말로 너한테 말하고 싶었어……….
너의 이야기 들어보니까 나 정말 박수영한테 관심 많아…"
"………으응?"
순간 귀가 잘못됐을 거라 생각했다.
차디차게 말하는 민준이의 말투는 물론이고 그의 눈동자는 물론이고
지금 그가 말하는 말이 모두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나 니 말대로 인 것 같다고"
"……내. 내말대로 인 것 같다니??"
"…니 말대로 나 니 생각한대로 박수영 좋아하는 것 같다고…… 아니 좋아해.
내가 왜 너한테 변했냐고 물었지? 이유 알려줄까? 널보면 역겨워.
짜증나고 열받고 미치도록 화가나! 그게 이유야…… 그리고 왜 그렇게 수영이에게
관심이 많냐고?? 나 걔 없으면 미치겠거든. 너랑 같이 있어 열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박수영보면 정말 좋아. 난 걔 좋아해. 아니 사랑해………. 너는 그냥 나랑
박수영 이어주는 이용도구 뿐 이였어. 그걸 인정하기가 정말 힘들었지만……
그게 사실인 것 같다"
"……………민. 민준아?????"
"………그렇게 말하면 나랑 박수영 죽이겠지? 너 성격상 그렇잖아? 안 그래?"
"……무…… 무슨 말인지…… 나. 나는………"
이해가 안 가는 것처럼 나는 민준이를 향해 이해 못한다고 하였지만
그는 아까처럼 차가운 말로… 나의 귓속에 못을 박아 두듯이 말을 하였다.
"……더 이상 너랑 얽혀 지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지금 솔직히 박수영이 널 대게
걱정하거든? 좋아하는 사람 입장으로 있으니까 견디기가 힘들다. 너가 사라졌으면 소원
없겠는데……… 수영이가 힘들까봐 너가 안 사라지길 원하는거야."
"……수. 수영이를 좋아해??"
"어"
그렇게 말하고 떠나려는 민준이를 다시 한번 더 잡으려 했을 때에
나의 뺨은 차가움과 함께 아픔이 다가왔다.
"……그만하라고! 내 손 잡지 말라고!! 지금 역겨워 죽겠어!!!!
날 붙잡고 있는 널 보면 정말 역겨워!!! 자존심도 없냐?? 어??
다시 말해줘?? 어?? 너 역겨워!! 너 가 정말 싫다고!!! 지금 난 널 이용도구로 생각
했다고!! 나는 박수영을 좋아한다고!!!!!"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 꽂혔다.
………많은 시선이 우리에게 꽂혔다.
……………하지만 그것보다 나의 뺨이 아픈 것이 난…… 더 신경이 쓰였다.
………내가 혹시 아플까봐 매번 걱정하던 천민준이 나의 뺨을 쳤다.
그리고 나에게 헤어지잔다………….
민준이의 차가운 음성과 같이 차갑게 걷는 소리
나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미.민준이가 수영이를 좋아한다고????????????
…그.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수영이를 미워할수는 없었다……….
……그건 수영이의 잘못이 아니니까……. 그럼 수영이의 잘못이 아니야.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내가 처음부터 민준이를 바보같이, 민준이를 이해 못 했어
바보같이 매번 어리광 피웠으니까…… 민준이가 나한테 화를 낼만해………….
……어쩌면 수영이도 내가, 내가 오해한 거겠지????
정말로 수영이는 나를 위해서 일부러 그런 것 일수도 있는데………
그런 걸 꺼야. 근데 강시원! 너는 뭘 못 믿은거니?????
………이 바보같은 이 자신아, 넌 못 믿는거야????????
넌 한 번에 잊어버렸어…………….
전에 민준이에게 받았던 그 사랑의 정신을
그리고 수영이와의 우정을…… 너는 의심하고 말았어.
천사로서…… 친구로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믿어어야 했는데………
"……적반하장인가……하하하"
하지만 서러웠다.
………아까의 민준이의 눈이 너무 차가워서 서러웠다.
그리고 아직도 후끈 거리는 나의 뺨이 너무 아파서 서러웠다.
그리고 또 한번 아파오는 십자가가 힘들었다, 혼자 견디기가 힘들었다.
정말 잃기 싫은 두 사람………………………………이였는데………
한 번에 잃어버린 바보 같은 나……………………………….
-2교시
"……왜 지각했니?"
"그. 그냥 갑자기 어디가 좀 아파서요"
"……그래? 아무튼 너가 모범생이라 많이 혼내지 않는거야! 그래도 출석부에는 체크
되는 거 알지?"
"……네. 죄송합니다"
"……그래"
교무실에 나온 나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 둘은 잃기 싫었던 나이기에
그 둘을 친구로 대해야 한다……………….
사랑하는 민준이지만………………….
내 잘못이니까………………….
너무 바보 같은 어리광 부려서 민준이라 날 귀찮게 여겨진거니까……….
우선 내가 잘못 한 거니까…………….
한숨을 쉬고 교무실에 조용히 나왔을 때 나는 흠칫 놀랐다.
민준이와 마찬가지로………… 세희와 재원이는 나를 차갑게 보고 있었다.
"세. 세희야 재원아!!"
"………왜"
"……아…… 아. 안녕하냐고~ 하하하하!! 우리 오랜만에………"
[쓰윽]
마음이 따갑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채……
하지만 그들은 나를 무시하고 있다.
잊고 있다…………………….
"……이세희!!! 정재원!!!!"
조용한 복도에 내 목소리만 울리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복도에 우리 셋만 있는 것 같았다.
"………………뭐"
"……내가…… 내가 그렇게 잘못 한거야………?"
"…………………"
"……이렇게 나하고 민준이하고 헤어질정도로………
나랑 수영이랑 사이의 틈이 생길 정도로………
너희와 내가 아무말 안하면서 서로 무시할 정도로……… 내가 많이 잘못한거야?
응?? 그런거야?"
"…왜 그걸 나에게 물어?"
차디찬 세희의 말이였다.
"…………………"
"너 내능력이 뭔줄알지?? 미래를 보는일, 처음에 내가 봤던 미래를 내가 부정했어.
하지만 진실인 거 같아. 역시 중상천사답다랄까?? 말해줄까? 내가 거부했던 미래를……
내가 봤던 미래는 너와 우리의 이 모습이였어. 그리고 나는 나의 능력이
말한대로 이렇게 살고 있는거야………. 근데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쩌자는거야??"
"…………미래가……이……이거 였어?"
"…어“
"…………………"
"…………이 세희, 그만하고 가자"
"………응…"
"……………………"
쌀쌀히 보는 재원이는 날 보며 적계심을 나타내면서
세희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가고 있었다.
……미래가 이런 모습이였다고??
………미래가 이런 모습이였다고??
"……정말로 미래가 이런 모습이였어?? 미래가?? 하하하………….
내 능력은 그럼 뭐야……. 사람 기분 좋게 하는거……… 그거랑 정 반대인거야……?
왜…… 왜…… 우리 미래가 이런 거야………"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학교에 있으면 그 들과 눈이 마주치겠고……
그리고 그만큼 가슴은 아플 것 같았다.
싸하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어?? 교실로 안 들어가니??"
가만히 있는 나를 툭치며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서…… 선생님……"
"응??"
"…죄송하지만, 저 조퇴할게요. 머리가 아프고…… 몸도아프고……눈도 아프고……
심장도 아파요……………"
"그러니?? 그럼 아예 오지말지……그래 알았다. 편히 쉬고 내일 와"
"…………………"
머리가 아픈 건…… 날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웃는 이들이 없어졌기 때문이고
몸이 아픈 건……그들의 차가운 눈이 날 쑤시는 것 같았고
눈이 아픈 건…… 그들의 모습에 눈물을 많이 흐를 것 같기 때문이고
심장이 아픈 건……정말 믿고 사랑했던 친구를 잃었기 때문이였다.
………………………………………
………………………………
………………………
………………
………
……
…
.
.
.
밖에는 비가 눈물처럼 내렸다.
나의 생각을 알고 있었는지……
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려왔고, 그 비를 피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였다. 하지만 나는 비를 피하지 않고………
조용히 맞기 시작했다.
'……야!!! 너 내가 도대체 몇 번 말해?? 도대체 언제까지 내 말 안 들을래??
옛날이랑 달라! 요즘 비는 산성이라고!! 으이구!!! 아무튼…… 이래서 내가
너랑 친구하는 안 하려는거지!!! 내가 너랑 있으면 스트레스 확 쌓인다!!!
야 너 정말 우산 안써? 너가 무슨 요정이냐!!! 야야야!! 강시원!!!!…………'
뒤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비를 맞으면 수영이의 잔소리가
연이어 들리고 조금 있으면 내 등짝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고……
그것을 가운데에 두고 민준이와 수영이는 언제나 싸울 것 같았다.
"……피식………. 나 비 맞고 있는데…… 뭐라고 잔소리 좀 해줘라…………"
'그만 좀 해!! 너 언제까지 우리 애기 때릴래!! 그만 때리라고!!
아씨!! 아예 나를 때려라!! 얘 봐봐!! 너 때문에 요즘 얘 못 먹는거!!!
툭하면 건강 건강!! 야 우리가 천사지 환자냐? 어? 그만하라고!!
야!! 강시원!! 뛰어!!!! 너 박수영 손에 잡히면 몇 십대 더 얻어터지니까!!
나도 다른 애 다 이겨도 박수영 쟤 하나만은 못 이긴다. 얘가 귀염성이 없어요~
귀염성이! 우리 시원이처럼 귀염성이 있어봐라~ 아무튼 셋 하면 뛰는 거야?
알았지? 하나~~ 두울~~ 세에에엣!!!!!!!!뛰어!!!'
살짝 눈을 감고 조금 달렸다.
하지만 달렸지만 내 손에는 차가운 빗물이 떨어지는 느낌만 받았다.
따뜻하면서도 다정한 느낌은 느낄 수 없었다.
'……얼씨구? 야 진짜 솔로 힘들겠다?? 야!!! 박수영!! 걱정마! 내가 있잖아!!!'
'너희야 말로 솔로좀 생각하지?? 아예 그럴 바에는 사귀던 가…… 재수가 없어가지고…‘
………이렇게 텅빈 공간……
장소는 같으면서도 그들이 없으니 여기가 낯설게 느껴진다……….
이제 우리는…… 아니 나는 더이상 돌아가지 못한다………….
이제 장난도…… 더 이상 못 친다…………….
만나지도 못 한다……….
그럼 얼굴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되는 거지?
"더 이상 돌아가지 못 하는거야?? 그런 거야?? 그리고 이제는 아무 말도 못 하는 거야?
만나지도 못해?? ……그럼 얼굴은 어떻게 기억해…………
지금처럼 차갑지 않는 모습은 어떻게……… ………사. 사진!!"
눈물이 나려던 눈은 갑자기 생기가 도는 느낌을 받았다.
맞아… 전에 중학교 때 반 학기동안 얘들이랑 같이 찍은 사진이 많았지………
………사진 찍고 나서 처음으로 보는 건가?????
[팔락]
한 장, 한 장 넘기며 잊었던 친구들과의 추억들.
그리고 우정들…………과 사랑들…………….
"…아, 이거 수영이가 나하고 처음으로 놀러갈 때잖아. 그때 진짜 좋았는데 쿠쿡.
이때 얼마나 웃기던지………. 정재원에게 누가 고백해서 얼마나 웃겼는데……!!! 크크크큭"
솜사탕을 묻힌 채 웃는 나와 수영이.
그리고 그 옆에 짜증내며 얼굴 찡그리는 재원이와
재원이의 모습 보면서 웃는 민준이와 세희가 나와 있다.
"……아~ 이때 천민준이 나 좋아하는 거…… 알았던 날이잖아……….
나 놀리다가 누가 맞았지?? 그때 솔직히 수영이가 뭐라고 하면서 싸울 거라 생각했지.
민준이가 화를 낼 줄은 몰랐는데……… 그때 그 대사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꼴에 무슨……………"
'너희 부모님께서는 정말 대단하시다? 목숨을 여러 개 만들어 주셨어?
그렇지? 그래서 지금 이렇게 까부는거지?? 응?? 그렇지?? 아니야?? 그러면
아예 까불지 말라고!!! 얘 울리는 거 나밖에 안되고……… 얘 웃기는 거
나밖에 안되고…… 얘가 좋아할 사람은 나밖에 안되고………
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 뿐이야!!! 안 그러면 나 그 뒷감당 책임 못 져!
나 개인적으로 인내심 제로거든?? 응???? 지금 마음 같아서 지금 첫 번째 사항을
너희가 어겨서 죽어라 패고 싶은데 혹시 겁먹을까 가만히 있거든??? 조용히 가라?'
"……그때 그게 고백이야. 협박이야……그건…… 고백이 아니라 협박이였어…혀………"
[툭]
"…이. 이런 울면 안 되는데 울면 안 되는데………. 그럼 사진 쪼그라드는데……"
[툭]
[툭]
"…지. 진짜 울면 안 되는데 울면………"
울면 안 되는거 알면서 나, 나 왜 우는 건지……
나 왜 자꾸 울면서 모두를 그리워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고 그저 슬프다.
수영아… 민준아… 세희야… 재원아…
지금 보니까 옛날 추억이 하나하나 한 장의 사진처럼 내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리고 내가 잃어버린 너희와의 우정이 점점 되살아나는 것 같아.
…하지만 늦었겠지. 늦었겠지??? 지금 난 너무 늦은 거지??
전 처럼 되돌아가기엔 너무 늦은 거지??
"…핫, 그만 울고 사진이나 봐야지."
…사진들
……………수학여행 사진.
…이때, 이때 처음으로 내가 천민준을 정말로 의지한다는 것을 느꼈는데
………………………그리고 좋아한다고 느꼈는데 나로 인해 싸움을 한 천민준 놈…
피까지 흘리며 싸웠는데………
입원을 할 뻔 할 정도로 위험했는데……… 어쩌면 민준이가 날 지금 버리지 않아도
언젠가 우리는 깨질 사이 였어………. 내가 매번 민준이 못살게 굴어잖아.
그런데도 천민준은 용케 나 사랑해주었어………….
'내 마음 알지^-^'
아프면서 피까지 잔뜩 흘리면서. 날 보며 말한 민준이의 모습.
………그때 왜 잊어버렸을까????
…………그때 민준이의 몸. 나 때문에 피멍이 심하게 들었던 거…… 하지만
내가 걱정할까봐 아픈 거 참으면서……웃었는데………
……난, 난 정말로 민준이를 사랑했던걸까??
"………난, 난 정말로 무엇인지…"
그들과의 사진
빙긋 웃는 사진……
그 순간 [찌이이익]
“.....................”
……나와 애들이 웃는 사진이 땅바닥에 붙어서 떼려는 순간 찢어져버렸다.
…나와 그들과의 그 틈에 끼여 정확히 갈라졌다. 나와…………… 애들의 모습…….
그리고 반으로 잘라진 ……나와 애들 정 가운데로 갈라진 수영이와 민준이……
"…흐으으윽… 흐으윽… 어떻게 해… 이게, 이게 가장 좋은 사진인데....
가장 좋았는데 으..흐으으윽. 흐으윽.안되는데..... 더이상 사진 찍을 수도 없는데
흐으으윽. 바보같애 강시원.. 바보같애. 너무 바보같애. 왜 사진을 찢은 거야.
...흐으윽 흐으으윽."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나… 이번에…또… 그런… 바보 같은 일을 저질렀어…
…ㅂㅏ보같이 …바보같이… 걔네들과 나의 사진이… 나의 사진이…………
"…사진이 찢어졌는데… 찢어졌어… 걔네와 나의 추억이 깨졌어…….
이제 우정도 깨졌는데… 안돼… 붙여야 되는데………"
그래야 되는데…… 울어서 그런지… 아니면 아까 비를 맞고 집으로 와서인지
머리가 어지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안돼…쓰러지면… 여기서 쓰러지면 안돼.. 테… 테이프로.."
테이프로 붙여야 되는데…그래야 되는데…….
……………………………………
……………………………
……………………
……………
……
…
…
.
.
.
.
"야!! 지금 시원이 쓰러졌어!!! 천민준!!! 너 지금 빨리 얘 안아!!
정재원!! 이세희!! 병원에 연락해!!! 빨리!!! 강시원 지금 열 무진장 높다고!!
얘 아프면서 우리 보려고 학교 왔단 말이야!!! 위험하다고!!!!!!!!!!!!!!!!!!!!!!"
저기 너머 들리는 친구들의 목소리.
…쓰러지면서 나는 마지막까지 친구들의 환상 목소리로 행복해 했다…
꿈이라도 좋아…………… 하지만 영원히 깨어나지 않길 빌어…………………….
그러길………………빌어…………….
………………………………………
……………………………
…………………
………
…
…
…
.
.
.
.
"여기가 어디지……"
하얀 벽.
그리고 온통 답답한 공기로 이루어진 곳.
병원??
근데 날 병원으로 이끌어 온 사람은??!!!!!
설마 꿈을 꾸었던 게 진짜?????
"…아… 읏…"
일어나려 했지만 뒤에 오는 허리의 통증과 약간의 어깨 통증으로 일어날 수 없었다,
내가 머리의 열만 높지 않았나…….
그리고 툭… 내 이마에 있던 차가운 물수건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 뒤이어 찢어진 사진
근데 찢어진 사진이 말끔하게 테이프로 예쁘게 붙여저 있었다.
[끼이이익]
"……뭐야? 일어났냐????"
……차가운 말로 차가운 시선으로 나의 몸을 살피는 천민준
민준이가 날 걱정해준 건가????
"………참나 너도 어이없는 짓만 하는구나????"
"………어????"
싸가지로 변하면서… 전처럼 나에게 자상스럽게 상냥하게 말하지 않고
전처럼 싸가지. 아니 전보다 더욱 심하게 날 완전히 적으로 아는 듯한 민준이의
태도에 얼어버린 나다.
날 도와준 것이 민준이라고 잠시나마 착각했던 내 정신이
바보 같다는 미련스럽다는 생각만 날 뿐……
"어이없게도 쿡. 죽으려면 똑바로 죽지????? 계단에서 떨어져 동정심이라도 살려고
그랬냐? 아니면 우리의 반응을 보려 했던 거야??"
…아…내가 계단에서 떨어진 거구나……
……근데 내가 계단에서 떨어진 게 그렇게 밖에 생각이 안 들까????
조금이나마 나에 대해 슬픔은 밀려오지 않았을까???
"………동정심 사려고 그런 게 아니야…. 머리가 어지러워서 그래서 떨어진 것 같아…"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
"…됐어. 그래봤자 짐 싸가지고 가려다가 너 쓰러진 거 보고 다행이라 여겨.
아쉽게도 좀 만 늦었으면 넌 죽을 수 있었는데.. 참 끈질기다. 니 목숨도~"
아. 쉽. 게. 도.
이 네 단어가 나의 가슴을 찌르며 심장을 찌르는 기분이다.
…………이제 민준이는 내가 아주 밉겠지 그러겠지……
"………그 정도야???"
"……뭐가 그 정도라는건데?"
"……그 정도로 내가 미운거야???"
"………어. 그 정도로 너가 미워…"
"…그래…그래…그렇구나……."
그럼 다시 기회가 없을까???
이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나를 쳐다보는 민준이의 시선을 보며
전혀 그렇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수영이랑 잘 되가?"
"…………"
"……아… 이런 거 물어보면 안 되는거야?"
"…아니 별로. 너가 울고 불고 그럴 줄 알았는데 은근히 덤덤해서 쿡. 난 너의 울고 있는
면상을 보려했는데 역시 너에게는 내가 아무것도 그리고 수영이도 아무것도 아니였나봐?"
"아니야"
"그런 것 치고는 사진이 이렇게 찢긴 건 뭔데? 이건 뭐라 말할래?"
"…………그건 사고야… 나, 난..!!!!!"
"……너 같은 애들은 거의 그렇게 변명만 하더라. 아니 넌 매번 변명만 하더라…"
"…………"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 나의 말.
이제 민준이는 나의 말에 귀담아 듣지 않을 것이다.
그래, 강시원. 그냥 보내자. 조용히 보내자.
다른 애한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수영이에게 보내는 거잖아..
..그러잖아.. ...그러는 거잖아....
힘들더라도 응원을 행복의 메시지를 보내는 게 멋진 거니까..
"천민준"
"……말해."
"……수… 수영이랑……"
"......................"
[또르르르]
"..행복해"
[톡]
나의 하얀 손등에 눈물 방울이 떨어지고 나의 입가에 웃음이 피어났다.
.................... 잠시 놀란 듯한 민준이의 태도.
하지만 바로 다시 차갑게 돌아왔다.
"...당연한 거 아니겠어? 너 같은 건 잊어버리고 행복해야지."
"........... 후훗.. 그러겠지???"
".....아. 너랑 이렇게 보내는 시간 정확히 30분 됐다. 수영이의 부탁 하나 들어줬으니
이제 간다."
"어???"
"씨발. 욕 안하고 인내심 터트리지 않고 너한테 30분만 있어주는 거라고!!!
솔직히 내가 뭣하러 니 옆에 있겠니??? 너가 뭐가 좋아서? 착해서? 뭐가?? "
"........."
좀 만, 좀 만 더 있고 싶은데 더 붙잡고 싶은데
"붙잡을 생각하지마라. 너는 수영이를 믿지 않았지만 수영이는 널 위해서 30분이나마
나랑 같이 있게 해줬으니 "
"........"
더 이상 붙잡으면 나만 나쁜 꼴이 되는 거야.
아니 수영이에게 염치가 없는 거야..
[타앙!!!!]
크게 문을 닫는 소리가 들리고 나의 눈물도 그 소리에 놀랐는지 더욱 떨어진다.
............. 이렇게 좋아하는데 이렇게 사랑하는데..
...난, 난 바보같아..... 이제 솔직하게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잖아..
....어쩌면 이게 다행일 수도... 더 이상 미련 만들지 말자
그러면, 그러면 수영이와 민준이는 행복할 수도 있어...
내가 죽는다면.......... 더 좋을텐데...
내가 사라진다면…… 더 좋을텐데………
'수영이는 너 죽는 걸 싫어해'
하지만………가면서 까지 수영이에게 짐이 되기 싫으니까 그러면 안되겠지.
.... 그럼 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정말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여러 잡다한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찰 때 조용히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또 다시 들리는 노크 소리.
......민준이는 아니겠고 누구지????
...................
"........어. 어서와"
"…………"
잔뜩 나쁜 인상을 심으며 들어오는 세희와, 재원이
"너희도 화났어?…………"
"…………"
"…아 내말 듣기도 싫겠지???? 미. 미안해"
".................."
".....................앉을래???"
[털썩]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정말로 듣고 싶은데
듣지 못하게 들을 수 없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의자에 앉는 세희와 재원이
차가운 인상의 세희가 더욱 차가워지니 무섭다.
새삼 내가 정말로 나쁜 아이라는 느낌만 받는다.
정말로 차가워 졌어. .... 이렇게 나에게 차가웠던 적은 없었는데
다, 무섭게 변해버렸어.... 그렇게...........
"...........뭐하자는 거니???"
늦게서야 입을 떼는 재원이.
하지만 그의 말에 난 아무 말도 못하고 그의 입만 보았다.
볼 곳이 없으니까
"..........."
"아예 말을 씹는 거니? 아니면 한번 해보자는 거야?"
"........둘 다 아니야."
"...거짓말을 하려거든 적당히 해."
"..........."
"됐어. 도대체 내가 왜 왔는지…. 정말 수영의 부탁만 아니면 안 오는건데~"
..수. 수영이. 여기저기 또 수영이다.
...... 전 같았으면 기분이 나쁘고 울 것 같은데 지금은 그리워 지는 수영이.
....전처럼 앙탈이나 애교라도 부리고 싶어. 그리고 맘껏 그녀 앞에서
웃고 싶어. 전처럼 장난 하면서...
"수영이는 잘 있어??"
"너로 인해 심장이 나빠지길 원했냐?"
"그런 게 아니라.."
점점 줄어지는 말.
..여기서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고 듣지 않을 사람들.
...하지만 난 말을 하고 사과하고 싶다. 그 생각뿐이다..
"..됐어. ... 이제........."
재원이의 목소리. 언제나 귀여운 목소리로 웃으면서
썰렁한 개그를 부렸던 재원이의 목소리가 이렇게 그리워지고 다시 찾길 바라다니...
그때 조용히 가만히 있던 세희가 말을 했다.
.... 맞어. 세희의 목소리가 이랬지.... 이랬지..
"......5...4....3...2...."
"..그. 그게뭐야?"
이렇게 묻고 대답이 나오기 전에
"1… 가자 정재원. 정확히 10분 있었어. 더 이상 여기 있을 수 없어."
"쿡. 그럴까???? 잠시만 먼저 가 있어."
[터벅터벅]
점점 다가오는 재원이.
그에 얼굴은 미소하나 없이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한번 재미있는 거 해줄까????"
"뭐????"
"쿠쿡."
[찌이이익. 찌이이익]
"꺄아아악!!!!!"
내 앞에 있던 사진이… 사진ㅇㅣ 누군가 테이프로 잘 붙여주던 사진이
갈기갈기 재원이의 손으로 찢어졌다.
[쫘─악]
나도 모르게 날아간 손.
날아간 손은 그렇게 재원이의 뺨을 맞고 재원이는 얼굴이 돌아갔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은 전혀 없다. ... 그래도 붙인건데 이거 붙인건데
..테이프로 붙여진 사진인데 그래도 화가나는데...
내가 찢은 거 같아 너무 미안한데.............
"쿡. ... 이제 실제 모습 나왔냐? 왜? 이번에도 나한테 서럽니??
내가 그렇게 밉니? 이번에는 누구한테 말할래? 나 밉고 죽이고 싶다고!!!"
"뭐? 너가 먼저했잖아! 우리의 사진을!!!!"
"우리의 사진을? 좋아하네. 우리 사진은 지금 내 손에 있어"
팔랑팔랑. 조그맣게 흔들어 겨우 보이는 얘들의 얼굴.
내가 아끼는 사진인데 이제 더 이상 사진 자체를 찍을 수 없는데…….
민준이도…… 수영이도…… 세희도…… 지금 이토록 미운 정재원도……….
"줘.줘 주란말이야!!!"
"미안하지만 넌 니 사진만 챙겨. "
"………흐으..흐으윽."
"…니 사진을 붙여도 되고 쿠쿡. 하지만 수영이나 세희 혹은 나와 민준이의 사진에
해코지는 하면 안된다. 그러니까 내가 사진을 찢어 따로 가졌지. 다른 사진 찾아봐도
소용없어. 벌써 민준이가 니 앨범에 따로 가져갔다."
어쩌면 이렇게 잔인할 수가..
사람의 사진을 조각 조각 낸 사진이라지만.. 그래도..그래도......
"........흐으으윽."
"..쳐울어도 아무도 니편 안들어."
".........흐..흐읍."
"...그렇게 억울하면. 염라대왕에게 따져."
차갑게 너무 차갑게 무섭게 무섭도록 차갑게 말을 하고 바로 가버린 재원이.
조각 조각 난 사진들. 그 사진을 닮은 나의 모습.
………………………………………힘들어.
"...흐..흐으윽."
우정을 깨버린다는 것. 사랑을 깨버린다는 것.
어쩌면… 가장 힘든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무섭고 차가운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힘든 게 아닐까?
내가 아는 사람들이 너무 무섭고 차갑고 그러니까 힘들어…….
"……죽을까????"
그 생각 뿐.
행동으로 실천으로 되지 못한 나이다.
행동으로 실천 하고 싶어도 마음속에서 혹시 다시 한번
민준이가 올까 그리고 수영이가 올 거 같아서 그런 것 같아서……………….
-4일 후
학교가기가 싫고 밥도 먹기 싫어진다..
………………후훗.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은 것..
……옛날 스칼렛이라는 여주인공도 그랬을까????
아무도 모르게 사랑하는 남자를 냅두고 죽고 싶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밥도 물도 아무것도 목에 안 들어왔다.
그저 날 배반한 하늘만 바라보는 것이 내 일상이 되었다.
[똑똑]
이번에는 누굴까????
…… 더 이상 흘릴 눈물도 더 이상 화를 낼 힘도 없었다.
더 이상 나에게는………….
"…훗…누구세요?"
조심스레 슬쩍 나오는 여자
박수영……….
[벌떡]
"수영아…"
"....................."
"어서와 어. 어서와~ 너. 너 보고 싶었는데……"
강시원 미쳤어.
그토록 보고 싶던 박수영에게 꼭 보기 싫어하는 모습으로 하면 어쩌자구!!!!!!!
"……그. 그래?"
떨떠름한 수영이…………. 아직도 신경 쓰겠지????
"……………………수. 수영아.."
"시. 시원아 아 먼저 말해."
"………아. 아니야. 먼저 말해.."
조용한 침묵. 그리고 흐르기만 했다.
그냥 조용히… 조용히……
"…그냥……… 우리 이제 친구 그만하자고……"
침묵을 조용히 깨고 차분한 목소리를 내며 날 똑바로 보는 수영이.
아직도…….아직도 진한 화장에, 진한 향수를 한 수영이……
"………"
"이제 너가 해."
"……나…나……"
"…응…"
"…아니…해. 행… 행복하라고"
가슴 한편에 너무 욱신거리는 느낌이다.
그래.. 맞아, 나 같은 건 뭐라 말할 자격은 없어.
.........그래, 맞긴 맞는데 그게 정말로 서글프다... 눈물이 날 것 같아.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었다.
침묵밖에 없었다.
"미안, 나 먼저 갈게…"
"……………아, 으응."
"잘 있어. 건강하고. "
순간……내가 잘못 본걸까????
방금 수영이의 눈에 눈물ㅇㅣ 한 방울 맺혔다.
아니 떨어진 것 같았다……
[타앙]
역시 마지막도 이렇게 끝나는데……
가는데 이상하게 여운이 남는 건 왜 그러지????
이상하게
내가 민준이에게 그리고 수영이에게 꼭 말하고 싶은 거
………………………………
………………………
……………
……
…
…
.
.
.
"놓치면 안돼!!!!!!!"
[벌컥]
아직 빙그르
어지러운 건 좀 있지만 괜찮다.
...잡고 싶다는 집념밖에...
-1층
"저. 저기 좀 잡아줘요!!!!!! 저 여자 좀 잡아줘요!!! 박수영!!!!!!!!!!!!!!"
조용한 병원속의 분위기를 나 혼자 업 시켜 버렸다
쪽팔림도 없었다. 그저 수영이에게 이 말만 하고 싶었다.
..................
[휙]
나의 고함소리를 들어 결국에 날 본 수영이.
"………"
"하아. 하아. 하아... 바. 박수영"
"....어.."
"좋아했어"
"..................."
"그리고, 그리고..."
[또르르르]
[똑]
"....미안해..... 니 친구라면서…. 정말로 미안해. 하지만 이건 확실해.
나 지금 너 싫어하지 않아. 그냥 화가 났어. 내가 친구 중에 가장 친한 줄 알았는데
너는 나한테 아무 말 안하고 매번 혼자 힘들어하는 모습이 싫었어.
그래서 이렇게 괜히 너에게 그런 거야.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바보같이..... 니가 왜 화장을 두껍게 했는지
니가 왜 향수를 진하게 했는지, 지금도 모르지만…… 하지만 너한테 관심은 있어!!
그리고 나 너와의 추억 기. 기억해도 되지?? 아무리 나쁜 친구였지만
전에 너랑 있었던 추억... 기.기억해도 되지?? 흐. 흐으으읍."
뚝.
뚝.
뚝.
눈물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야.. 이 말하고 수영이 곁을 떠날 수 있어서 그럴 수 있어서
민준이에게도 사과 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그리고!!!!!"
"어?"
"이거!!!!!"
[꼬옥]
수영이 손에 쥐어준 나의 사진.
"이건?"
"이거 줄게. 나 기억해줄래???? 겉으로는 표현안했지만…… 나 너하고 민준이
정말로 사랑했어. 둘 다 내 목숨 버릴 만큼 사랑했어………….
그러니까 나 너희에게 안 비칠게. 그리고 흐읍 그리고 미안하다고 해줘. 민준이에게
솔직히 사랑한다고…………흐윽 진짜로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정말로 사랑한다고, 너무 사랑해서 눈물밖에 안 난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정말로 사랑한다고…… 진짜로 사랑한다고 그리고, 그리고, 흐으윽.. 흐윽.."
목이 메이기 시작하더니 눈물밖에 안 나온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마지막 인사를 열심히 해서 끝날 때 멋지게 떠나주는 게
내 임무인데.. 그런건데..
"끄..끄윽. 그. 그리고 재원이와 세희에게 말해줘. 정말로 미안하다고
나 솔직히 재원이 때리고 싶지 않았는데 바로, 바로 손이 올라가서
미안하다고 끄윽.내가 너무 미안하다고 나 많이 때려도 되니까 그래도 되니까
..... 나 용서 해달라고 그리고 미안하지만 나…… 그냥 너희랑 있던 추억
내가 가질게………. 하늘에서 만나도 인사안해도 돼………. 아무런 거 안해도 돼……
나 혼자만 너희랑 우리랑 친구였다고………. 그리고 그렇게 생각할게………….
또…… 또 기다릴게…… 어… 언젠가 나한테 괜찮다고 말해줄때까지 기다리기만 할게…….
너희보고 하라는게 아니야…. 그건 아니고…… 나 혼자 기다릴게"
흐르는 눈물을 막으면서
나는 혼자 말을 하였다.
이런 나를 보면서 씁쓸하게 말을 하는 수영이.
"……그. 그래줄래??"
"흐으으으윽"
"………정말로 기다려줄래?? 하늘에서…… 몇백년… 몇천년이 지나도…… 우리
기다려줄래??"
"흐읍. 으응??"
"아니야. 그냥 그 마음 우리도 가질게. 그래도 행복했어.
너랑 있어서……. 그리고 이제 잊어야 되는데 정말로 기억해줄래??
우리 기억하기만 해줄래?? 다음에 만나는데 우리 기억해줄래??"
"다, 당연하지!! 기억하고 잊지 않아!! 나 너희밖에 없으니까 당연히 기억할거야!!
잊지 않을거야!! 적어도! 적어도 옛날에 우리 십자가의식을 했던 우정이
있잖아??? 그러니까 너희는 나 까먹어도 난 너희 안 잊을거야!!“
웃었다……….
수영이가 웃었다…….
하지만 눈물을 흘렸다……….
대천사가 눈물을 흘렸다………….
빨간 눈물…………….
그녀의 미소와 달리 섬뜻한 빨간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빨간 눈물은 나와 같은 십자가 목걸이로 흘러 떨어졌다.
"……잊지만 말아줘………"
…………………………
………………
……
…
…
.
.
.
.
.
.
"……하앗!!!"
꿈이야????
하지만 꿈이라고 보기에는 나의 눈에 흘려 내리는 눈물은………
"하지만……으으……으으으윽"
시. 십자가 속에서………. 또 그때와 비슷한 아픔이…………
역시 십자가 의식에서 그 의식을 깨트리면 그만큼의 아픔이 온다는데……
이것일까………
웃옷을 벗고 거울을 보는 순간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십자가에는 보석이 없어져있다.
"마. 말도 안돼!! 보석이 없어질 일은 없는데!! 보석이 없어질 일은!!!
색이 바래지는 경우는 있지만, 아무리 그 의식을 어겼더라도
십자가의 보석이……….…아니 십자가 자체가………"
성스러운 십자가는 녹이슨 채로 녹아있었다.
십자가가…… 변해버렸다.
그 순간 생각나는 이야기
전에 십자가 의식을 하기 전에 우리에게 말씀해주시던
대천사님의 말씀이 생각이 났다.
'십자가의 보석이 변하는 경우는…………
첫번 째 그 의식을 치르고 나서 천사들의 마음이 변해버린 경우야.
그때는 그만큼의 아픔이 심장으로 돌아온단다. 그리고 또 성스러운 십자가의식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한 급도 내려가지지………. 하지만 그와 반대로인 경우가 있어.
두번 째…… 그 의식을 치르고 나서 한 명의 천사가 하늘로 다시 올라와야 할 경우……
천사가 사라지는 것은 뭐랬지? 죽음이라는 건 없어. 천사들에게는……그저 이 세상에
존재가 사라지는 거야.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서는 물론이고 사진… 모든 추억들이
사라진단다. 모두들 첫 번 째와 두번 째를 헷갈려해. 마음이 변한건지 아니면
떠난 건지……. 기억을 못하니까 모르는 거야. 떠났으면 그 상대에 대한 모든 정보는
다 잊어버리거든. 아무튼 첫 번째와 두 번째를 구별하는 방법은……보석도 같이
사라지는 경우…… 보석이 사라지는 경우는 ………그 천사가 떠난거야. 그리고……
자신의 기억 속에 모든 것이 사라지는 거야………'
보석이 사라지는 경우일 때에는
그 천사가 사라진다. 아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하지만 난… 난 기억하고 있잖아?
아무리 같은 의식을 치렀더라도 나도 잊어먹어야 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뜻인 거지? 그런…… 거지??
순간, 나의 머리에 생각난 것은 졸업앨범……….
"정재원, 정재원…… 정.. 왜 정원영으로 끝나는거야??
아니야, 그럼 이세희, 이세희…… 이것도 이상화로 끝나잖아!!!!
박수영, 박수영 없어!! 없다고!!! 천민준 천민준!!
민준이 자리에도 나경이 있잖아!! 어. 없어졌어?? 어 없어진거야??
그럼 하늘로 올라간거야?? 나만 두고 하늘로 올라간거냐고!!!"
"…………뭐하니?"
나의 고함소리에 엄마는 나의 방에 들어오셨다.
그래…엄마는 기억하지?
엄마는 기억하지?? 정재원하고!!! 이세희하고!! 박수영하고!! 천민준 기억하지!!
"어. 엄마 없어………. 세… 세희하고, 재원이하고 수영이하고 민준이가 없어………"
"응?"
"걔네가 앨범에 없다고!!"
"걔네가 누군데??"
"!!!!!!!!!!!!!!!!"
"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너 잠잤니?? 꿈꿨어?? 어?? 너 엄마가 인간이라고 무시하니?
너만 천사라고 너 나한테 뻐기는거냐?"
"기억안나??"
"뭐가?"
"엄마 기억이 안나냐고!!! 걔네 기억 안나?? 민준이 하고!! 수영이하고!! 세희하고!!
재원이하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몰라 엄마는!! 무슨 만화주인공 이름이냐?
아무튼 학교 갈 준비나 해!!!"
그래, 학교면.. 학교면 알 수 있을거야.
엄마는 원래 머리가 나쁘니까…… 그러니까 엄마는 모르는거야.
나는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바로 코 앞에 있는 학교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역시 애들이 없었다.
"……시원아! 뭐해!! 이 옷차림은!! 너 교복은!!!!"
"……서. 선생님?"
선생님은 기억하죠? 재원이 기억하죠? 수영이 기억하죠? 세희 기억하죠? 민준이 기억하죠!!
"서. 선생님…… 재. 재원이하고 수영이하고 세희하고 민준이 알아요?"
말이 더듬어 졌다.
더 이상 말은 안 나왔다.
눈물밖에 안 나왔다.
선생님의 표정은 아무것도 모른 다는 표정……….
"……세희?? 재원이?? 수영이? 민준이?? 세희라면 박세희말하는거니??
재원이? 누구?? 그리고 민준이?? 수영이는 혹시 김수영?"
"왜 몰라요!!! 선생님!! 저랑 같은 반인!! 이세희랑 정재원이랑 박수영이랑 천민준!!
몰라요? 알잖아요!! 흐으으윽, 알잖아요!! 선생님 모르면 어떻게 해요!!"
정말로 너희 사라진거였어??
정말로 너희 사라진거였어??
……그러면 그때 기억하라는 거… 이거 말했어?
나보고 기억하라는 게……이거였어??
그래서 박수영!! 너 울었던거 였어??
그래서 천민준!!! 나보고 수영이가 가장 슬펐다고 한 거였어?
그래서 이세희!!!! 이게 나의 미래라고 한 거였어??
그래서 정재원!!!!! 날…… 그렇게 봤던 거니………????
"흐으으윽, 흐으으윽, 싫어!! 싫다고!! 사진도 없고 아무것도 없잖아!!
너희 가는 거 나도 같이 갈래!! 흐으으윽 흐으으으윽 흐으으으윽"
"……시.시원아.너 너 왜그래!!"
"흐아아아아아앙"
"…시.시원아?? 지. 집에가자. 서. 선생님이 데려다줄게"
"됐어요!! 선생님도 싫고 다 싫어요!!! 어떻게 그렇다고 잊을 수 있어요?
기억해줘야죠!! 기억정도는 해줘야죠!!!! 선생님의 제자잖아요!! 선생님의 제자잖아요!!"
뛰쳐나왔다.
그리고 집 앞으로…… 사진 하나라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집으로 뛰어 왔을 때에는
낯선 꼬마가 서 있었다. 아니 이 꼬마는 천사였다.
"너……"
“나의 이름은 박수지야. 대천사 천민준 님께 편지를 받아왔어'
"박수지?? 근데 민준이에게 편지라고?"
“요즘 하늘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하급천사인 너는 모르겠지만, 요즘 천사들은
난리가 났어. 대 천사는 물론이고, 대 천사와 비슷하게 능력있는 천사들은 하늘로 올라가게
만든거야. 요즘 갑자기 혼들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혼을 담당하시는 대천사 천민준님께서는
하늘로 올라가시라는 분부가 계셨고, 같은 대천사인 박수영님께서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나머지 중상천사들 분께서는 중상천사이지만, 대 천사 못지않는 능력과 자비로움으
로 하늘로 올라오라는 명을 받았어. 그래서 올라가신 거야“
수지라는 이름만큼 귀여운 꼬마아이는 나에게 편지 하나를 주었다.
지금까지 찍었던 그 많은 사진들.
하지만 그 사진에는 나 하나만 그려져 있었다.
"이. 이게 뭐야!! 너 박수지라고 했지?? 왜 이 사진에 나만 있는거야??!!!"
"하늘에 있는 천사들은 이 세상에 모든 것들이 없어지지. 천사들과 영혼을 달라.
하늘에 있는 천사들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흔적들을 지워. 기억도, 사랑도
우정도, 그리고 사진이나 모든 물품도.. 그러니까 그 사진들은 천사님들은 없고
너 혼자만 있는 거야"
"그게 뭐야!!!! 그게 뭐냐고!! 천민준, 나한테 이걸 왜 주는데... 그래서, 그래서
내 앨범에 있는 사진을 다 가져갔냐? 혹시 내가 봐서 눈치챌까봐!!!
그리고 수지라는 아이가 준 많은 사진들 틈에는 한통의 편지가 있었다.
천민준의 깔끔한 글씨체..
[바보같은 강시원
너 지금 울지?? 그렇지?? 아이구! 잘났다!!! 너 왜 우냐?? 좀 있으면
너가 왜 우는지도 모를텐데!! 아니 어쩌면 이거보기 전에 우리 기억이 지워질 수도
있겠네??? 그러면 안되는데... 우리 너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지금 말할게
전부터 너 울때부터, 너 울기 전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그럴 타이밍이 없었네.,..
강시원, 미안하다. 우리가 미안하다고 밖에 말을 못 하겠어. 너한테 비밀로 할 수밖에
없는 우리 용서해줄래? 우리도 널 두고 가고 싶지 않지만 이게 임무라는데
어떻게 하냐. 어기면 그래도 너 못 보잖아. 그렇다고 너보고 우리 떠난다고 하면 너
분명히 아무것도 안 먹고 울고 그럴거잖아. 그렇지?? 그래서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너 싫어하는 듯이 연기했어. 수영이가 민준이와 사귈것 같냐? 민준이 걔! 너밖에 없잖아.
걔 전부터 그랬잖아. 그런데 너한테 수영이 좋아한다고 연기하면서 걔 많이 울었어.
정말 울리기 싫은데 울려야 하는 어쩔수 없는 자신이 밉다고.
그리고 세희도 우리의 미래를 보자마자 아무것도 안 먹었어. 너의 미래도 같이 봤거든.
넌 우리랑 다른 천사잖아. 인간의 피가 섞여있으니 일로 올수 없잖아.
근데 하필 세희가 본 미래는 우리가 떠나자 너가 이쪽으로 오는 미래였어.
천사가 아닌 혼으로... 우릴 따라온다는 이유로. 우리 그런거 싫어. 우린 천사인 너가
좋고, 너랑 헤어지기 싫은데.. 그런데 우리가 너 한테 떠난다고 하면 너의 미래는
어쩔 수 없었어. 널 떠나기 위해서는 잔인해질 수 밖에 없었어 사랑하는데 미워한다고 했고
좋아하는데 싫다고 했고, 키스하고 싶은데 때려야했고.
병원에서 너가 쓰러진 거 알고 우리가 나쁜 말하면서 너 만나려 한건..
마지막으로나마 너랑 만나고 싶었어. 그리고 말 한마디로 라도 하고 싶었어.
그게 무슨 말이든.. 너와 한마디 하면서 그 목소리 니 행동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었어.
미안해, 변명인거 아는데 이럴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용서해줘.
하지만 지금도 널 사랑해. 널 좋아해. 아직도 우리는 십자가 의식으로 맺어진 친구인거
알지?? 아마 너무 멀은 거리라서 보석이 사라지거나 그럴 수 있는데………
너가 우릴 기억하면 다시 생겨날거야. 그리고 우리도 빠른 시일내에 그리로 갈거야.
그때 다시 의식 치르자. 영원히 헤어지지 않겠다고.
꼭 갈게. 정말로 빨리 이 업무 끝내서 가고.... 다시 돌아올 때에는
너도 같이 여기로 천사라는 이름으로 올수 있게 할거야. 사랑해 강시원..
하늘에서 우리들이……………]
……개 새끼 같은 나쁜 놈……
"적어도 그러지 말아야지…. 적어도 ……적어도………"
"……천사님들께서는 어쩔수 없었어"
"어쩔수 없어?! 이게?? 말 만해주면 좋잖아!! 난 나를 미워하는 줄 알고!!!
그리고 정말로 포기해야만 하는 줄 알고………….
하지만 적어도 십자가 의식을 치렀으면!! 그랬으면 비밀은 없어야 하잖아!
흐으으윽 흐으으으윽"
"………………"
"……정말로 무서웠단 말이야……. 갑자기 떠나는 거 …… 그게 더 무서웠단 말이야.
바보같은 친구들…………. 뭐가 내 미래가 그래!! 원래 이세희 바보니까 그런거 잘못 알
수도 있잖아! 설명했으면 기다렸다고!! 기다렸단 말이야!! 흐으으윽"
"…………기다릴수 없는게 천사의 운명이야"
"뭐??"
“아무리 천사라도, 기억을 잊을 수 밖에 없어. 너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내가 지금 온것도 너의 기억을 가져가려 하는 것 때문이니까“
“기억??”
“....이 편지도 주면서, 너가 기억하는 네 명의 천사의 기억은 지금 내가 가져가야돼”
“........”
이거 천사의 임무니??
물어보려다가 끝내 나는 아무말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민준이도.. 수영이도.. 세희도.. 재원이도 모두를 잊는거야?”
“응”
“그럼, 기억할 수 없어?”
“................”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수지의 얼굴에는 귀여운 미소가 배겼다.
나 자신을 믿어보라는 뜻처럼..
“그럼 지워줘..”
“응”
"대신 잊으면 나중에 걔가 올 때 내가 기억할 수만 있게 해줄래??
아니 십자가만 있게 해줄래?? 그래줄래???? 그래서 나중에 내가 기억할 수 있게“
끄덕
수지라는 아이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었다.
파앗
불빛이 나의 머리를 쏘았다.
따가운 느낌이 들었지만……
끝내 다시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 다시 그분들이 돌아올 때에는 바로 기억이 날거야………"
…………………………………
………………………
……………
……
…
…
.
.
.
.
.
"……아씨!! 오늘따라 기분 진짜 꿀꿀하네!! 왜지??"
따뜻한 빛에 반사되는 나의 십자가 목걸이.
녹이슬데로 슬어버린 나의 목걸이는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엄마한테 듣기로는 천사들은 이 목걸이를 해야한다 던데??
휴유……. 왜 하필 혼혈천사로 태어나가지고………….
이제 대학생이 되어버린 나는 조용히 햇빛을 비춰보았다.
아름다운 날………………….
오늘 같은 날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날이다.
행복에 겨워 무심코 하늘을 본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꺄아아아아악!!!!!"
하늘에서 무엇인가 내려왔다.
하얀 날개에
인간?? 천사??
"꺄아아아악!! 처. 천사가 내려와!!! 아! 아니지 내가 천사지,
익숙해지기 정말 힘들어! 휴유. 천사맞지?"
웃는 얼굴로 날 보는 네명의 천사들. 날 향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날 아는 사람처럼...
궁금했지만 누구신지요? 라고 묻기에는 정말 무서운 얼굴.
아무튼 나 만나러 올 리가 없고.... 엄마?!
"엄마 보러 왔죠? 아빠가 이번에도 못온데요? 무슨 천사는 휴가 없어요?"
네 명의 천사를 보며 나는 다짜고짜 따지려했으나……
그들의 목걸이에 아름다운 보석이 있는 것을 보고……아무 말도 못하였다.
그리고 눈물이 흘렀다.
십자가.
네가지의 보석.
다이아몬드 , 자수정, 사파이어, 가넷……….
"돌아왔어"
"아유! 힘들다!! 야 강시원!! 나 배고파! 밥좀 줘라!!!"
"……미래가 보인다 보여!!! 오오오!! 이제 우리 기억했냐?"
"………잘 있었냐?? 남자친구 만들지 않았지?"
네명의 천사들……….
다이아몬드……… 천민준
자수정……… 박수영
사파이어…… 정재원
가넷…… 이세희
그리고 나의 십자가 목걸이에 나오는
토파즈…… 나 강시원……….
다섯 개의 십자가에 다섯 개의 보석이 골고루 하나씩 넣어지고 나서야
그제서야 나는 기억이.. 잊었던 기억을 되찾았다.
"이제 기억이 나네……. 이제 너희가 기억이 나네………….
…………기억이 난다………. 바보…나쁜 놈…… 나쁜 년아………"
"오랜만에 왔는데 그렇게 인사하냐? 말 좀 고쳐라!!!"
심술맞게 웃는 재원이의 모습에 나는 아무말도 못했다.
몇 년 동안 계속 잊어야했던 기억………….
내 머리대신 십자가 의식에 치렀던 그 십자가에 묻어야 했던
행복했던 나의 기억.
성스러운 십자가에 나의 행복하고 성스러운 기억을 담아두었는데……
그게 이제야 기억이 나네……………………….
"돌아왔어"
"……응."
…………………………
………………………
…………………
……………
……
…
.
.
.
.
"십자가에 대고 맹세합니다"
"십자가에 대고 맹세합니다"
"십자가에 대고 맹세합니다"
"십자가에 대고 맹세합니다"
"……영원히 이 우정과 사랑이 지속된다는 것을………
……………………십자가에 대고 맹세합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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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소닷단편소설
[단편]
[新天 疸月] 천사들의 맹세
新天 疸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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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24 20:34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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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좋아요..
이거 읽고 울었어요. 감동적이에요.
우와.. 진짜 잘쓰셨어요 저도 울었다는... 감동적이에요~
ㅠ___ㅠ슬퍼요!
ㅠ-ㅠ 슬퍼요 눈물이 다나요
ㅜ_ㅜ 이거 보고 눈물 많이 흘렸다는 ,
너무 슬퍼요 눈물이 다 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