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우이천 너구리 뉴스”에서 발견한 환경철학관 변화의 흐름>
과학기술과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인간은 더욱 편리하고 물질적인 삶을 누리게되었다. 하지만 그 반작용으로 환경오염 또한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배경에서 급진적 생태주의 철학이 탄생하게 되었다. 급진적 생태철학은 인간이 자연을 개발하고 훼손하는것을 정당화해주던 기존의 인간중심적인 환경관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는 자연을 보존할 수 없고, 세계관이나 사회구조같은 근본적인 의식이 급진적으로 바뀌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야지만 더이상의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급진적 생태주의의 한 종류인 심층 생태주의(deep ecology)는 인간을 중심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피상적 생태주의(shallow ecology)와 구분지으며 주장을 펼친다. 인간은 자연과 통일된 존재이고 모든 생명체가 상호 연결된 평등한 구성원으로써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핵심규범이다.
기존의 뉴스에서 보도되는 환경기사에서는 에너지 고갈, 쓰레기 문제, 환경오염 등 인간의 입장에서 환경파괴를 바라보는 피상적 생태주의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너구리를 만나면 도망가라”…서울 도심 ‘너구리 습격사건’ 이라는 제목의 뉴스에서는 심층 생태주의적인 내용들을 찾아볼 수있었다. 이 뉴스 영상은 기자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로 유명세를 타며 유투브에서 조회수 300만회 이상을 기록중이다.
1. 인간의 입장이 아닌, 사건의 당사자인 동물들 입장에서 접근하기
뉴스는 너구리로 인해 피해를 본 다른 동물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산책하다 너구리를 만나 놀라거나 상처를 입은 강아지와 그곳에서 살고 있던 길고양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인터뷰의 대상은 반려견의 보호자와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던 아저씨이지만 인터뷰의 내용은 온전히 동물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식이 오줌쌌어요.”, “응아는 다 못 한 상황인가요?” 등의 대화는 엉뚱하다고 생각 될 수 도 있지만 강아지들의 입장에서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강아지들이 흥분하거나 무서울 때 나타나는 흥분성 배뇨와 배변도 못 할 정도로 긴박하게 상황이 전개되었는지 묻는 상황은 인간의 언어가 아닌 피해 당사자인 강아지들의 행동을 중심으로 서술되었기 때문에 너구리를 보고 놀란 “사람”들과 동물들을 동등하게 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길고양이 코코에게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가져다 대는 기자와 “야옹”하고 코코대신 대답해준 홍기석 시민의 장면에서는 순간 길고양이를 사람으로 착각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인간과 동물을 동등하게 대하고 있다.
2. 모든 생명체를 평등하게 인식하기
심층 생태주의의 기본원리에는 “범생물권의 평등주의를 지향할 것”, “다양성과 공생의 원칙을 지향할 것”, “복합성을 존중 할 것, 즉 생태계의 완전성, 체계성, 구성요소간의 상화 의존성,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다양한 삶의 방식과 형태를 진정으로 존중할 것” 이라는 항목들이 있다. 기사에서는 너구리를 주의하되 너구리의 존재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길고양이 코코에게 너구리가 나타나면 도망가라던 홍기석 시민은 너구리에게도 밥을 챙겨주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데, 너구리가 자신이 평소 챙겨주던 고양이를 공격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평등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다.
관할구청의 직원들도 너구리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사람, 동물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후속보도에 따르면 기자는 이 상황이 너구리의 잘못으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사를 썼다고 한다. 피해를 입은 강아지의 견주는 내 강아지가 물리고 피해를 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너구리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사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너구리를 미워하지는 않는 따뜻한 마음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https://youtu.be/6pQqwRL3BOM
첫댓글 심층생태주의가 인간을 중심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피상적 생태주의(shallow ecology)를 넘어서려고 한다는 점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과 통일된 존재이고 모든 생명체가 상호 연결된 평등한 구성원으로써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핵심규범이 영향을 끼치는 대상은 인간이겠지요?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인간만이 그러한 가치를 인식하고 실천행위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답니다. 이 점에 대한 생각도 정리해서 제시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