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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팀의 고트비 코치 ⓒ스포탈코리아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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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트비가 한국 대표팀 코치 맞아? 고트비는 비디오 분석관이잖아.’
일반 대중들 중에는 아직도 압신 고트비(42, 미국) 코치를 ‘비디오 분석관’으로만 한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축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던 지난 2002 월드컵에서의 잔상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고트비는 엄연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코치이다. 물론 2002 월드컵 때도 그는 코치였다. 다만 이전까지 분류되던 코치의 역할에서 약간 벗어났을 뿐이었다.
당시 고트비 코치는 ‘비디오 분석’이라는 방법으로 카메라 렌즈를 통해 축구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고트비에 의해 소개된 이 방법이 지금은 국내 모든 프로팀의 필수적인 훈련 요소로 자리 잡았다.
고트비는 한국 축구 대표팀과 깊은 연관이 있는 외국인이다. 2002 월드컵과 2006 월드컵에서는 거스 히딩크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도와 현장에서 월드컵을 치렀다. 또한 1994 월드컵 대표팀 감독인 김호 감독, 1998 월드컵 대표팀 차범근 감독과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다. 네 차례의 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끈 네 명의 감독과 함께 일해본 유일한 코치인 것이다.
이렇게 한국 축구와 인연이 깊은 만큼 고트비 코치는 한국 축구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 이란계 미국인인 만큼 아시아 국가의 문화도 잘 이해하고 있어 한국 선수들의 심리상태까지 고려해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대만전을 앞둔 9월 5일 ‘골프 훈련’이라는 이색적인 훈련 방법으로 대만전 대승에 크게 일조한 사람이 고트비 코치였다.
열정적인 서포터들과 대한축구협회, 여러 스폰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한국 축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고트비 코치. 한국 축구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는 그를 지난 9월 중순 만나 한국 축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고트비 코치와의 일문일답.
- 대표팀이 베어벡 체제로 개편된 후 2개월이 지났다. 2006월드컵에서 코치로 앉아있던 때와 어떻게 다른가.
가장 큰 차이는 기간이다. 지금부터 월드컵 이후 2010년까지 4년이 남았다. 이는 충분한 시간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우리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선수들을 전술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다른 스타일의 선수를 찾아내고 그 선수들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그 예로 축구 지능 향상을 위한 발전방향 제시, 멀티 플레이어의 발견, 선수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접근 등을 들 수 있다. 독일 월드컵 이전에는 시간이 많이 짧아서 그러한 것들을 할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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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벡 감독, 홍명보 코치, 박일기 통역과 함께 ⓒ한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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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은 네덜란드 출신, 당신은 이란계 미국인, 홍명보는 한국인(이지만 일본, 미국 축구를 경험했다), 코사 코치는 브라질 출신이다. 의사소통이나 호흡에 문제는 없는가? 이번 코치진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우리는 4개의 다른 대륙에서 왔다. 그래서 각자 다른 재질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적절히 혼합될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점이다. 또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세계 수준의 축구이기 때문에 우리 코칭스태프가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모였다는 것이 이점이다.
현재 코칭 스태프를 안지도 꽤 오래됐다. 베어벡 감독은 12년을 알아왔고 월드컵도 2차례나 같이 치렀다. 우리는 친형제나 다름없다. 홍명보는 2001년부터 알았고 2002 월드컵에서 그는 주장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에도 내가 알아봐 줬다. LA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코사는 수원에서 GK 코치를 2년 동안 했다. 당시 우리는 좋은 친구로 지냈다. 이렇게 전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유대관계는 뛰어나다. 이런 부분이 이상적인 부분이 되지는 않을까. 우리 코칭스태프 전원이 한국 축구와 문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좋다.
- 홍명보의 현역시절을 지켜본 사람이다. 선수일 때와 새내기 코치로서의 그는 어떤 것 같나. 코칭스태프로서의 호흡은? 홍명보 코치와의 업무 분장은 어떻게 되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선수 때보다 지금 훨씬 못 뛴다는 것이다.(웃음) 명보는 선수일 때 지능적인 선수였다. 항상 문제점에서 가장 쉬운 해결책을 찾았다. 선수 시절의 리더십도 탁월했다. 그는 대표팀에서의 경험이 더해져서 우수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2006 독일 월드컵 때에는 아드보카트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했다. 이후 홍명보가 맡은 역할은 더 많아졌다. 필드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정신적, 문화적으로 선수들을 이끈다. K리그도 잘 알고 있어서 앞으로 좋은 지도자로 발전할 것이다.
- 생각하면서 승리하라(Thingking, Winning)라는 슬로건으로 대표팀의 체질 개선에 나섰는데, 변화의 기점에서 맞게 된 경기들이 모두 만만찮은 부담이 있는 아시안컵 예선이었다. 예선 경기를 통해 보여주려 했던 것이 있었나. 아니면 승점을 확보하고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나.
대표팀의 슬로건은 ‘생각하고 싸워라(Thinking, Fighting)’ 이다. 생각하는 것에도 투지가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를 냈어야 한다. 당연히 그런 부분에는 지능적으로 플레이하는 것과 효율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가미했다. 일단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해서 아시아 최고의 팀인 것을 보여줘야 한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옳은 결정, 효율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목표이다. 경기들은 그런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시안컵 본선진출, 아시안컵 우승을 해야 한다. 올림픽에서도 가능하면 4강 진출이 목표이다. 이후로는 2010년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해서 2002년 월드컵에서의 신화를 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모든 과정이 더디게 보일 수도 있지만 모두 중요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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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컵을 준비할 당시의 고트비 코치 ⓒ스포탈코리아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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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질 개선이라는 것은 지속적인 관리와 업그레이드가 필요한데, 2002년만큼 대표팀이 오랜 기간 소집될 여건은 이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대표팀을 운영하게 되는가.
2002 월드컵은 특수한 상황이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클럽과 같았다. 이제 사실상 그와 같은 상황은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통 2~3일 정도의 준비기간밖에 없다. 그 예가 이란전이다. 선수들은 수요일에 경기를 치르고 토요일에는 대표팀 경기를 치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디오와 과학적인 장비를 활용해서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의도와 생각이 선수들에게 100% 전달되는 것을 극대화시킬 것이다. 또한 선수들이 다시 소집되었을 때 훈련을 반복하면서 팀 훈련을 바로 따라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선수들에게 숙제를 내주기도 한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떤 것을 해야 할지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선수들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 소집되는 선수의 숫자를 넓게 가져서 경쟁 유발을 시키는 것도 시간의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 각 포지션에서 살아 남기 위한 생존 경쟁은 선수들에게 동기를 유발시킨다.
종합적으로 심리적, 과학적, 기술적인 부분을 활용한다. 이론을 실제로 운동장에서 적용해서 훈련을 시키는 부분이 잘 되고 있다. 지난 세 경기에서 선수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슬로건의 전제가 투지와 근성을 뛰어넘는 것인데, 이는 한국축구가 오래간 고대하던 기술 축구와 창조적 축구의 실현과도 이어지는 의미인 것 같다. 예컨대 이관우 같은 선수가 대표팀에서 중용될 수 있을 것인지가 한국팬들의 주요 관심사다.
일단 강팀을 구성하고 좋은 선수들을 소집해야 한다. 한국 선수들이 가진 장점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체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많이 뛰는 것보다 정확한 때에 정확한 움직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에서의 정확하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가져야 하고 팀에서 균형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선수들 각자가 다양한 능력이 있어 그런 선수들간의 구성에 있어서 균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선수는 대표팀에서 다른 자질을 가진 선수이다. 그런 선수가 가질 구성 요소로는 체력, 전술적 이해도,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선수여야만 한다.
처음에는 51명의 선수 명단을 만들고 거기에서 추려나갔는데 모든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살펴봤다. 중요한 것은 이 선수들의 몸 상태와 컨디션이다. 소속팀에서의 경기나 출장이 적으면 컨디션이나 체력이 떨어진다.
이름과 명성만 가지고 선수를 뽑지는 않겠다. 최근 안정환과 박주영이 제외된 것이 그러하다. 그들을 제외하는 데는 큰 결단이 필요했다. 우리는 그런 결단을 내렸고 옳은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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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이후 일종의 딜레마가 있다. 국내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대표팀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국내파만으로 소집되어 좋은 경기를 보인다 하더라도, 다음에 해외파가 합류하면 국내파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내놓거나 대표팀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생각들이다. 국내-해외파 간의 위화감 혹은 간극을 좁히려면 코칭스태프에서도 특별히 신경 써야 할 텐데.
지금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K리그 수준이 빅리그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K리그가 그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그 차이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 더 나아가서는 유럽의 대다수 국가가 가진 문제점이다.
한국 선수들은 해외로 나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해외로 진출해서 벤치에 앉거나 2군에 가서 출전횟수가 떨어지면 실제로 그 선수의 경기력은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이 선수를 스타 이상으로 만든다. 그래서 이 선수에 대한 기대치는 커진다. 이런 선수들이 한국에 왔을 때 광고를 찍는다든지 인터뷰를 한다든지 자기 시간을 뺏긴다.
우리 스태프들이 그런 것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리더십이 필요하다. 히딩크 감독 이후의 감독(쿠엘류, 본프레레)들은 좋은 감독들이지만 한국 축구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다. 그래서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한국 팬들이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가 어떤지 경험이 없어서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 축구에 대해서 잘 안다. 이런 모든 것들을 극복하는 것들이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선수들은 한 선수 개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팀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선수가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선발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지 어떤 팀에 소속되어 있느냐는 상관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들에게 기회가 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표팀에서 뛰는 것은 축구 선수들에게 명예이고 특권이다. 모든 선수들에게 그런 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팀에 속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경기를 하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는 것도 항상 말하고 있다. 선수들도 이런 것을 이해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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