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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9일 대림 2주 목요일
◎ 하늘로부터 키재기
오늘 주님께서는 당신의 인물론을 말씀하십니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는 세례자 요한이 세종대왕이나 징기스칸보다 위대한 것은 물론 구약의 엘리야나 이사야 같은 위대한 예언자들보다도 위대하고, 심지어 아브라함이나 모세보다도 위대하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위대함의 기준을 생각하게 되는데 우선 세속적 기준과는 다릅니다.
세속적 기준은 당연히 하느님 나라와는 전혀 상관없고 이 세상에서의 성취나 업적이 그 기준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둘로 나뉠 것입니다. 곧 자기 성취형과 사회 공헌형입니다.
자기 성취형은 징기스칸이나 알렉산델처럼 세상을 넓게 정복한 자들이고, 그러기 위해 힘을 키우고 그 힘을 폭력적으로 행사하며 많은 사람을 죽인 자들이고 세례자 요한도 이런 자들의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의 대표라고 오늘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사회 공헌형은 그 반대로 사람을 살리는 데, 이 세상을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 데 공헌한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같은 분들입니다. 그리고 과학자나 위대한 발명가들도 이 부류입니다.
이런 사회 공헌형의 사람들이 세속의 기준으로 보면 세례자 요한보다 당연히 위대하다고 하겠지만 하늘나라를 기준으로 하면 이들이 결코 위대하지 않다고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말하자면 그 크기를 잴 때 땅으로부터 재지 않고 하늘로부터 재는 것, 곧 키재기가 땅으로부터의 키재기가 아니라 하늘로부터 키재기입니다.
또 하느님 은총을 기준으로 하면 하느님 은총을 많이 받은 사람이고, 하느님 나라 건설을 기준으로 하면 하느님 나라 건설에 많이 공헌한 사람입니다.
하느님 은총을 많이 받은 사람이 하느님 나라 건설에 더 이바지하는데 하느님 은총은 이 세상에서 크다고 일컬어지는 사람이 아니라 작은 사람이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지요.
노자가 상선약수上善若水, 곧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은 거라고 했는데 물은 높은 곳에 고이지 않고 아래로 흐르고 흘러 가장 낮은 곳에 고이고, 그래서 가장 낮은 바다가 가장 크다는 뜻의 얘기입니다.
우리 신앙인에게 상선上善은 프란치스코가 지상선이라고 한 하느님이고,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언젠가 영성 강의를 하면서 프란치스코가 말한 지상선이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물었더니 地上善이라고 하여 웃은 적이 있는데 프란치스코가 말한 지상선은 상선 중에서도 상선이라는 뜻이며, 이 지상선至上善은 모든 선의 원천이시고 그래서 모든 선이 거기서 나오는 하느님이 상선 중의 상선이라고 하는 거지요.
그러니 이런 기준에서 위대한 인물은 성인들인데 성인들 중에서 세례자 요한이 가장 위대하다고 주님께서는 말씀하신 겁니다. 왜냐고요?
그것은 그가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러 오신 당신 앞길을 마련했기 때문이고, 주님은 커져야 하고 자기는 작아져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 출처: 원글보기; ▶ 작은형제회 김 찬선 레오나르도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