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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러블리 칸나
카페 : http://cafe.daum.net/midorigogo
홈피 : http://www.cyworld.com/midori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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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저건 뭐야?"
아침 식사가 끝난 후, 지안이 구석에 있는 쇼핑백을 가리키며 물었다. 화장대 앞에서 열심
히 외출준비를 하고 있던 다인은 그제야 생각난 듯 건성으로 말을 했다.
"선물이야. 마음에 들진 모르겠지만, 입어 봐."
"내거라구?"
"그래. 직원이 어찌나 꼬셔대던지, 안사면 죽일듯이 하더라고. 아, 지금 몇 시지? 벌써 11
시네! 아이고 늦었다아아아!"
"어디 가는데!?"
"내가 어딜 가겠니. 그 못된 마편집장 만나러 가지."
다인은 후다다닥 움직이며 준비를 마치곤 지안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꼭 입어보고 맞는지 어떤지 말해 줘! 알겠지!?"
"...그러지 뭐."
"그럼 나 갔다올게!"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지안은 가만히 앉아있다가 쇼핑백을 흘깃 쳐다보았다. 행여나
다인이 다시 들어오지 않을까 눈치를 보다가 이내 쇼핑백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안의 것을 빼내어 앞에 놓았다. 자신의 몸에 꼭 맞을 것 같은 셔츠와 겨
울 자켓이 척 보기에도 비싸보였다. 지안은 그것들을 만지작거리면서 아무말없이 생각에 잠
겼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이런 선물을 받은것이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양부
모에게서 마지막으로 받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으니..
양부모 외에 그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은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다인은 '12시까지 꼭 와! 무슨 일이 있어도!' 라는 말을 다섯 번이나 외쳐대었던 마남표를
떠올리며 출판사 건물로 뛰어들어갔다. 헉헉거리며 시계를 들여다보자 11시 58분이라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기겁하며 온힘을 다해 달려가는데 낯익은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야! 유다인!"
아아, 그렇다. 그 남자는 바로 마남표였다. 기다리기 지쳐서 미리 나온 것인지, 그는 얼굴에
온갖 짜증을 싣고 있었다. 다인은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손목시계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아직 1분 남았어요!"
"됐어, 됐어. 1분이건 10분이건 제발 좀 여유있게 올 수 없어? 넌 허구헌날 올때마다 마라톤
한 사람마냥 오냐."
"차가 막히는걸 어째요, 그럼!"
남표는 손가락으로 귀를 막으며 다인을 노려보았다. 저래가지고 정말 시집은 어찌 가려는지.
남편 될 사람이 불쌍하다 불쌍해, 쯧쯧. 여자는 자고로 고분고분하게 조용해야 한다구.
"알았으니까 얼른 따라 와."
"어디 가는데요!? 안 올라가요?"
"거기에 볼 일 있는거 아니야. 밥먹으러 가자."
"네!? 밥? 일때문에 나 부른거 아니었어요!?"
남표는 대답대신 그녀의 옷자락을 꽉 붙잡고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다인은 '이 남자가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라는 표정을 지으며 아무말 없이 그를 따라갔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근처의 한식집이었다. 새로 생긴지 얼마 안된 듯 건물 내부가 무척 깔끔하고 고풍스러워 보
였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여기저기 북적거리고 직원들은 열심히 뛰어다니며 주
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나 맛있는거 사주게요?"
"내가 널 왜 사주냐!? 고작 점심먹자고 널 불렀을까봐? 이래뵈도 난 바쁜 몸이야."
남표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것 같았다. 아니, 빈자리도 많은데 왜 혼자 서서
방황이야?! 다인이 중얼거리며 투덜대고 있는 동안, 남표는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리곤 어디론가에 시선을 꽂으며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어이, 처남!"
응? 처남?? 처남!? 다인 역시 그 곳으로 고갤 돌렸다. 한가운데 자릴 잡고 있던 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꾸벅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남표는 껄껄거리며 그에게 걸어갔고 다인 역
시 살며시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남표의 뒤를 따라갔다.
"하하- 아니 언제왔어? 우리가 좀 늦었지?"
"아뇨. 저도 온 지 얼마 안됐어요. 앉으세요, 매형."
뭐라? 매형? 지금, 마남표를 분명히 매형이라 불렀어?
다인은 맞은 편에 있는 남자를 흘겨보았다. 깔끔한 검은색 양복에 세련되어 보이는 하늘색
넥타이를 맨 남자는 척 보기에도 미남형이었다. 웃으면 한 쪽 볼에 보조개가 들어가고 눈이
크지만 약간은 쳐져서 귀여워 보이는..........응..??? 순간, 다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남자 역시 다인과 눈이 마주치자 똑같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 자, 둘이 인사 해. 여기는 내 사랑스런 와이프의 동생인 한영준이고, 또 여기는 나와
는 뗄래야 뗄 수가 없는 프리랜서 작가 유다인이야. 뭐, 서로 초면이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
은 금방 친해지니까..........인사 안해? 왜 둘 다 표정이 뭐 씹은 표정이야?"
남표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영준이 조그마한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
고 다인 역시 살며시 미소지었다.
"매형, 저희..초면은 아닌 것 같은데요."
"뭐? 그럼 만난 적이 있는 사이란 말야?! 아니, 어디서!?"
순간 남표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기 시작했다. 영준은 얼굴에 웃음을 띤채로 다인을 쳐다보
았다.
"그 때 부딪친곳은 괜찮으세요?"
"아, 네에-. 세게 부딪친것도 아니었고, 저 역시 정신을 딴 데다 두고 있었는데요."
"뭐야, 두 사람. 전혀 못알아듣는 소리나 해대고 있고. 이봐, 어떻게 된거냐니까!?"
"회사로 들어가는 길에 커피 한 잔 사들고 갈까 해서 커피 전문점에 들어갔다 나오는데, 문
앞에서 이 분과 부딪쳤거든요. 덕분에 이 분이 들고 계시던 물건들이 다 흩어지고....그 때
제 명함 드렸는데, 혹시 가지고 계세요?"
"네, 그럼요. 호호호-"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정숙한 여인네처럼 웃는 다인을, 남표는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언제부터 자기가 저리도 얌전하게 행동했다고 저러는건지. 그래도 남자 앞이라고 내숭떠는
건가? 내 앞에서는 온갖 천방지축 짓은 다 하면서 말이지. 흠... 그래두 뭐, 서로 싫지만
은 아닌것 같은 분위기니까 다행이군. 초면도 아니고.
"마편집장님, 사모님께서 굉장히 미인이신가봐요. 이렇게 멋진 동생분이 있으니깐요."
다인이 말했다. 지금 그녀는 혼자 들떠 있었다. 대략 남표가 자신을 일부러 불러내어 이곳
까지 끌고 온 이유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앞에 있는 한영준과 엮어 주려고
하는 계획 아니던가! 몇 년 동안 같이 마남표와 일을 해왔지만 이렇게 이뻐 보이기는 처음
이다. 암, 그렇고 말고! 왠지 느낌이 좋아! 그때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으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인연이 닿을 줄 누가 알았겠어!? 여기서 잘만 하면...........난 솔로 탈출인거야!
"이 상처들, 언제 사라질까..? 설마 흉터 남지는 않겠지...??"
혜령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지안의 상처를 들여다보았다. 이쁜 지안이 얼
굴에 흉이라도 진다면 은지 그년을 한 번더 반 죽여놓을테다. 아주 처절히, 똑같이.
"넌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지안이 물었다. 토요일도 아닌데 혜령은 3시가 조금 넘어 지안이를 찾아왔다. 교복을 입고
가방을 그대로 맨 채로.
"은지랑 대판 싸우고 아프다고 하곤 조퇴했어. 그년 얼굴 꼴베기 싫어서. 나 여기 상처났어.
쓰라려 죽겠어."
혜령이 눈 밑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눈 바로 아래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은지인가 뭔가 하는 애랑 머리채를 붙잡고 뒹굴렀나보다. 하여튼 기집애
들 싸우는거 보면 한심하다니까. 지안은 왜 그랬냐는 표정으로 혜령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집에 들리지도 않고 바로 너 만나러 온거야. 나 착하지? 다인언니는 어디 갔어?"
"어. 약속있다고-"
"늦게 오겠네!?"
"아무래도 그러겠지."
혜령은 이때다 싶었는지 지안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지안은 그녀를 밀어내지 않았
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더 이상 무슨 짓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혜령이 하고
있는대로 내버려둘 뿐이었다.
"니가 시킨대로 나 그 애들이랑 절교했어. 잘했지?"
지안의 상처에 살며시 입을 맞추던 헤령이 자신의 교복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 둘 씩 끌러내
기 시작했다. 그녀의 하얀 속살이 드러나고 브래지어 끈이 어깨 아래로 흘러내리려 할 때,
지안은 문득, 다인이 펄쩍펄쩍 뛰며 화를 내던 모습을 떠올렸다. 자신의 집에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이 얼마나 불쾌한 일인가 화를 내던 그 모습 말이다.
"오늘은 그냥 가."
지안이 말했다.
"응..?"
"그냥 가라고. 하고 싶지 않아."
"왜? 이유가 있을거 아냐. 그냥 싫어? 내가 싫은거야?"
지안이 대답을 하지 않자 혜령은 입을 삐죽 내밀며 옷을 챙겨 입었다. 지금까지 지안이 하
자는 대로 했던 그녀였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상했다.
"말해두지만 난 니가 좋아. 아무한테나 이러지 않아."
"알아."
"그런데 왜. 혹시, 다인언니 때문에?"
"....아니."
"치-. 김지안 오늘따라 너 많이 밉다. 많이 미워. 아주 많이."
혜령은 결국 토라진채로 집을 나가버렸다. 아무래도 그녀는 당분간 지안을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에게도 자존심이라는게 있을테니까 말이다. 지안 역시 그걸 잘 알고 있다. 서
혜령이라는 아이는 남들이 보기에 쉬워 보이고 가벼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자존심하나는 굉
장히 센 아이라는 걸. 단지, 자신 앞에서만 그것들을 모두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을.
철컥ㅡ
"뭐야~ 왜 문이 열려있어!? 지안이 집에 있니!?"
다인의 등장한 것은 그때였다. 혜령이와 일 내지 않은게 다행이군. 지안이 생각했다. 아마
그런 짓을 하고 있다는 걸 또 걸렸다면 그때처럼 쉽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쫓겨날
을지도-
"있었네? 왜 문은 열어놨어?"
"아까 잠그려고 했던걸 잊었나봐."
"그래? 아, 맞다. 옷 입어봤어!? 어때? 맞니!?"
"어. 아주 꼭 맞아."
다인은 '다행이야~' 라고 말하곤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지안은 그런 그녀를 물끄
러미 쳐다보았다. 갑자기 기분이 아주 퍼펙트하게 상승된 모습이랄까? 아침에만 해도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무슨 좋은 일 있어?"
지안이 물었다.
"좋은 일은 무슨.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봐."
"...남자 만났어?"
"응?.....남자..?? 무슨 남자? 아~!! 편집장님도 남자긴 하다만....나 씻을래. 너 이번에도
갑자기 들어오면 죽을 줄 알아~!!"
서둘러 욕실로 후다닥 들어가는 다인의 모습에, 지안은 뭔가 이상하다라는 걸 느꼈다. 어찌
보면, 여자보다 남자의 직감이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 물론 여자에 경험이 많은 지안이의
경우는 그럴지도 모른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빨갛게 상기되어 있는 볼이 눈에 띄었을때
바로 '남자'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누군가를 만나 설레어 하는 여자의 모습은 지겹도록 봐
온 지안이었기에 한 번에 알아챌 수가 있었다.
흠..
어떤 남자를 만났길래 저렇게 좋아하는 거지?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중편 ]
Crazy Crazy <16화>
러블리 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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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0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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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안이가 조금은 질투를하겠죠 ?
팬카페에서 봤었는데ㅜㅜ 여기서 또 봐두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