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과도한 기대는 득보다 실을 부르는 법이다. 10대 스타의 등장에 흥분해 지나치게 앞서 가는건 곤란하다. 냉정하게 보면, 손흥민은 이제 고작 리가 한 경기를 치른 신출내기 선수다. 환상적인 데뷔가 장기적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프리 시즌에서의 활약이 정규 리그로 이어진데다 운이 아닌 실력으로 만들어낸 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흥분은 이르다. ‘제2의 차붐’이라는 수사야 기대감의 표현이니 그렇다쳐도, 과도한 기대에는 우려가 앞선다.
특히, 당장 대표팀에 소집해야 할 것처럼 목청을 높이는 데에는 쉽게 공감할 수 없다. 아직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한 10대 선수를 불러 들이기에 A대표팀은 적당한 공간이 아니다. 손흥민은 아직 소속 클럽 1군에 확고히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다. 앞서 석현준(네덜란드 아약스)의 사례에서처럼, ‘점검’을 이유로 어린 선수들을 불러들이는건 그리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선수 본인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넓게는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소집이 반복될 경우 유럽에서의 1경기가 K리그에서의 한 시즌보다 더 비중이 높은 것처럼 받아들여질 우려도 있어서다. 선수 입장에서 보더라도 소속팀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에 주의가 산만해져 더 큰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소속팀에서 자리잡는 게 우선
대표팀 입장에서도 지금 무리해서 손흥민을 불러들일 이유는 없다. 이미 만들어진 대표팀에 손흥민이 가세한들 큰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량을 점검하려면 그냥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하는지 확인만 하면 된다. 그 정도 수준의 클럽이라면 꾸준히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아직 어린, 게다가 소속팀에서 제대로 자리잡지도 못한 선수를 불러들이는건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피로와 들뜬 마음만 안겨줄 뿐이다. 현재의 대표팀은 10대 소년이 절실히 필요할 정도로 난관에 부딪힌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손흥민에게 기회를 주자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다. 물론 그 기회는 대표팀이 아닌 소속팀에서다. 각급 대표팀에서 굳이 그를 불러들이기보다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소속팀에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편이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라 본다. 요즘 분위기라면 손흥민이 1~2주 안에 한 골이라도 더 터뜨릴 경우 당장 A대표팀에 소집해야할 것만 같다. 한국 축구의 구세주로 추앙되는 것도 먼 얘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여기서 10대 시절 주목받던 선수들이 각급 대표팀을 순회하며 혹사당한 사례를 일일이 나열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때이른 스포트라이트는 득보다 실이 많았던 과거를 생각해서라도 손흥민을 향한 과도한 기대는 삼가하자고 말하려는 것이다. 손흥민의 아버지가 아들을 둘러싼 최근의 관심이나 상찬에 대해 먼저 “거품이 끼어있다”고 말한 것을 관심있게 듣자. 아직 어린 나이, 갈 길이 더 먼 선수에게 쏟아지는 폭발적인 관심을 막을 도리야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을 갈고 닦아 꿈의 무대에 입성한 선수가 자신의 목표를 차근차근 이뤄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응원일지 모른다. 우리 모두를 흥분시킨 특별한 재능의 출현이, 더 이상 '신드롬'에 휩싸여 시들지 않고 진정한 레전드로 완성될 수 있도록.
---------------------------------------------------------------------------------------------------------------
간만에 공감가는 칼럼,기사입니다.
첫댓글 좋은 칼럼이네요 손흥민에게 대표팀을 논하려면 손흥민이 먼저 카가와처럼 센세이션을 일으킬필요가 있습니다
젠장 이래서 국내감독은 안됨 어떻게 자국리그를 자국인이 제일먼저 무시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