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 무슨 뜻을 담고 있을까.
과열된 학구열을 공상과학과 디스토피아를 섞어 풀어낸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옴니버스 형식의 대만 드라마다. 편 당 90분 정도로 짧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시즌 총 5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던 회차는 1화 '엄마의 리모컨'이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말하면 학업에 민감한 엄마 천수리가 시간을 돌리는 리모컨을 이용해 성적이 떨어진 아들의 하루를 반복한다. 죄를 뉘우칠 때까지. 혼란스러운 현실에 아들은 더욱 엇나가게 되며, 그 끝은 결국 자살시도로 이어졌다.
'엄마의 리모컨'은 설거지하는 천수리의 뒤로 베란다 창으로 몸을 내던지는 아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천수리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리모컨을 찾는다.
천수리가 얻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 정신 차릴 때까지 아들을 벌주고 원하는 성적을 성취하는 것. 시간을 역행하여 얻고자 한 가치는 오로지 그녀 본인만을 위한 것이었다. 거기엔 아들의 의사는 없었다. 본인의 욕망을 해결하고자 했던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그녀는 시간과 가치의 등가교환에 실패한 것이다. 완전한 등가교환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쪽엔 분명 마이너스 요소가 생길 것이다. 흘러가는 것을 역행한다는 건 애초에 마이너스 요소를 안고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듯이 천수리가 원했던 결과는 시간의 역행만으로 얻을 수 없었다.
모자간의 갈등을 풀어낸 '엄마의 리모컨'은 넓게 보면 경쟁 과열 사회를 꼬집고 있다. 지나치게 과열된 학구열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을 희미하게 했다.
자식은 장난감이 아니다. 자아가 있으며 의사결정의 권리가 있다. 결국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라는 얼핏 보면 모순적인 이 말은 자식은 네 소유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간을 돌려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했던 천수리에겐 결국 리모컨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만이 남았다.
나 역시도 시간을 돌리고 싶은 적은 수도 없이 많았다. 하루가 아쉬워 쉽게 잠들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스쳐간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못한 날은 특히나 잡생각이 많아 잠자리에 들기가 쉽지 않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늦은 잠을 청할 것이다. 시간을 돌린다면 최선을 다했을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누군가 나에게 리모컨을 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버튼을 누를 것인가. 내 대답은 부정이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번 누르면 만족할 때까지 버튼을 무한대로 누를 내 모습이 그려졌다. 좌절을 무한대로 누적하는 나를 상상하니 벌써 피로해진다.
그저 현재에 충실하는 것. 최선의 결과가 아니더라도 만족하는 것. 매일이 최선이면 쉽게 지칠 것이고 또 최선이 최선이 아니게 될 것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려 한다.
첫댓글 등가교환은 경제학 용어지만 강철의 연금술사 전반부에 수없이 반복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등가교환의 법칙은 모든 것에 절대가격을 매길 수 있을 때, 그것과 동일한 가격의 다른 재화와 교환할 수 있다는 것으로 질량 보존의 법칙과는 다릅니다. 그런데 "어느 한 쪽엔 분명 마이너스 요소가 생길 것이다."라고 한 것은 질량 보존의 법칙을 떠올리게 합니다. 닫힌 계라면 열역학 제1법칙, 곧 질량 보존의 법칙과 제2법칙 엔트로피의 법칙이 적용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어느 한 쪽엔 분명 마이너스 요소가 생길 것이다. 흘러가는 것을 역행한다는 건 애초에 마이너스 요소를 안고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좋겠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좋은 콘텐츠를 소개해주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