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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눈팅만 하다가 첨으로 아고라에 글을 올려보네요..
올해 서른 셋이구요.. 아마 영구차기사중에는 어린 축에 들죠..^^;;
3년전 1년된 중고 캐딜락 리무진을 구입, 첨에는 서울에서 상조회사와 계약을 맺고 상조회사 일만
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지금은 고향에 내려와 지방 장례식장 몇군데와 일을 하고 있습니다.
3년간 제가 이일을 하면서 모신 고인이 대략, 400여분 정도 되는것 같네요..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가장 어린 고인이 6개월 된 선배 아들 부터.. 104살 되신 할머니까지..
저도 처음엔 낯설고, 주위사람들의 편견(젊은놈이 이런일을 하나?)도 많이 듣고 했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자부심도 갖고, 일을 마치며 상주들께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보람도 느낍니다.
장례식장과 장지에 따라가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보게 됩니다.
상주들을 보면, 고인에 대한 어떤 평가를 나름 내리게도 되구요.. 난 저렇게는 하지말자..난 저렇게라도 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답니다.
대부분 그렇지는 않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건, 누가 됐건간에 살아 있는게 행복이란 겁니다.
서울에 모유명 대학병원 장례식장으로 일을 나간적이 있습니다.
고인께서 수십억대의 자산가 라더군요.. 문제는 건강하게 잘 계시다가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는 겁니다.
수십억원의 재산을 자식들에게 나누어 줘야 되는데, 갑자기 운명하셨으니 유언장 하나 남겨 놓질 않으신
겁니다. 3형제가 장례를 치르는데.. 마지막날 발인 다하고, 장지에서 봉분제 까지 다 지내놓고, 아버지
묘앞에서 재산 분배로 서로 멱살잡고 싸우고 있더군요.. 쯧..돌아가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주변사람들이 그러대요.. 돌아가신분만 불쌍하다고..맞습니다.
더 어이 없는건, 며느리들도 같이 맞잡고 싸우더군요..
이런경우도 있었습니다.장례비 문제로 사위들이 마지막 발인날 자기앞으로 들어온 조의금 챙기고 그냥 가버린 일도 본적이 있습니다. 우습죠?..제가 직접 경험한 일입니다..^^;;
물론 훈훈한 경우도 많이 있었죠. 적어도 팔순이 넘어 보이는 상주와 며느리께서 근 60년을 모신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어찌나 슬프게 우시던지..(진짜 슬퍼서우는것과 상투적으로 우는건 정말 차이가 납니다.)
보면서 많이 느낍니다. 가끔 형님과 소주한잔 하는데..우스갯소리로 제가 말하곤 합니다.
우린 재산가지고 싸울일은 없을거다. 왜냐면 아버지께서 재산이 없으시니까요..^^적어도 그런일로
형제간 다툴일은 없을거니까요.. 주변에 친구놈들중에는 부모 잘만난 덕에 지금까지 백수인 친구들이
몇몇 있습니다. 철없을적, 그친구가 부러웠던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할수 있네요..^^ 칠순이신 부모님과 장인장모님..건강하시게 잘 지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장례일을 하다보니, 건강하게 지내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적어도 향후십년간은 제가 상주가 되고 싶진 않습니다..^^
이일을 시작하고 나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참 여운이 길게 남는 말이었습니다.
"부모 죽고나서, 좋은 관, 좋은 수의가 다 무슨소용이야.. 살아계셨을때, 맘편하게 해드리는게 최고지.."
어제저녁에, 친구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저희 장례식장으로 오셨네요.. 가슴이 짠합니다..
노래방하실적에, 친구들과 함께가면 참 잘해주셨는데, 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친구들에게
부고날리고나서 이렇게 새벽에 이런 저런 이야기 써봤습니다.
누가 됐건간에 건강하게 살아있는게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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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런 당황스럽네요.. 첨으로 올려본글이 이렇게 베스트가 되어 있다니요..^^;;
얼마 안되는 경력 기사가 쓴글에도..이렇게 많은 댓글과 관심을 가져주시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아..그리고 촌지(팁)관련 말씀인데요.. 제가 알기론 먼저 요구하거나, 인상을 쓴다거나, 하는 기사분들은
대부분 자가영업용을 소유하신 분들이 아닌 월급받으시는 기사분들중에 계실겁니다. 백퍼센트 그렇지
않다고 말씀 드릴수 없는게 제입장에서 조금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희가 하는 일도 서비스업종이라
과거에처럼 몰상식하게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걸 말씀드리고 싶네요..정말 일부 기사들 이야기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한번 큰관심에 감사드리고, 살아계실적에 맘편히 해드리는것이 가장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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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조회수가 무려 십만건이 넘어버렸네요... 태어나서 이런 관심 정말 처음입니다.
과연 댓글로 달아주신 여러분의 칭찬을 들을 자격이 있는지 고민이 됩니다. 전 그냥 이일을 하면서
느낀 점을 형편없는 글솜씨로 올린것 뿐인데요..^^;;
사실 위글은 제가 겪은 일중의 극히 일부입니다. 여러분께서 허락하신다면 기회되는대로 글로
옮기겠습니다. 다시한번 네티즌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칭찬에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아직 따뜻한 사람들이 더 많은 대한민국에 용기를 얻고 열심히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