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사람
신철규
나는 오늘 무거운 구름,
어디에 쏟아져야 할지 모르는
남들 다 일하는 시간에 우리는 좁은 주방에서 술을 마셨다
대화가 끊길 때마다
그는 세간이 채 정리되지 않은 방들을 둘러보곤 했다
편의점에서 사 온 안줏거리들이
좁은 창으로 들어온 햇살을 받고 있다
나는 보기보다 견딜 만해요라고 말했고
그는 웃었다
웃다가,
그의 얼굴로 갑자기 피가 몰리더니 그는 깨진 거울처럼 울었다 바닥에 흩어진
거울의 파편 속에 조각난 내 눈동자를 찾으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미안해,라고 말했고
나는 내가 더 미안해요, 라고 말했다
미안한 사람과 더 미안한 사람
수천 개의 동전을 쏟아붓듯 매미들이 운다
탄피처럼 사방으로 튕겨나가는 울음들
형량을 넘긴 죄수들의 탈옥
이 집에 웃으면서 들어왔던 그가
다시 웃으면서 집을 나선다
나가면서 내 등짝을 때렸다
심장이 앞뒤로 흔들렸다
낯선 전봇대와
일방통행로
그리고 급하게 나오느라 짝이 맞지 않은 슬리퍼
그는 선글라스를 멋지게 걸치고
뒤돌아서서 손을 흔들었다
따라가던 나를 그는 돌려세웠다
그의 그림자를 밟았다
물컹했다
안구에 물이 차서 출렁인다
급하게 걷는 사람의 손에 들린 물컵처럼
가라앉는 잠수함처럼
밀집된 빌라의 공중에 떠 있는 비행운을 향해 빌었다
인간을 증오하지 않게 해달라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다시 인간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나 아닌 누군가를
새카맣게 탄 혀를 툭 뱉어낸다
헛도는 문손잡이처럼 나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