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 소개를 하자면, 페이스북에서 '수원이의 수원이야기'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운영자를 맡고 있는 사람입니다. 알싸에 페이지에 게시한 글을 올린 적도 몇 차례 있었는데 최근에는 하지 않고 있다가, 현재 구단의 상황에 대해 보다 많은 분들과 얘기해보고 싶어 이렇게 글 옮겨옵니다(절대 페이지 홍보가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무단복제라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까봐 미리 언급한 겁니다).
참고로, 글이 매우 깁니다만 최근 구단의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 아닌 구단의 정체성과 비전에 대한 고찰을 주로 담아낸 글이니 한 번씩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덧붙여, 제 글에 대한 여러분들의 의견 또한 제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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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정도 글을 쓰지 않았는데 그동안 열심히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틈틈이 수원 구단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며 보냈습니다. 어제(vs성남) 경기를 직관한 후에, 그동안 고민하면서 얻은 결과물을 여러분들과 나눠보고자 글을 써봅니다.
글이 상당히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기에 주제를 먼저 적어보자면, 오늘의 주제는 '수원. 과연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가?'입니다. 먼저, 이 주제를 선정한 이유가, 단지 시즌 초의 부진 때문에 선정한 것만은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최근 수원 구단의 행보를 상기해보면, 무관의 여부를 떠나 비전없이 정말 바로앞에 주어진 것들에 대해 처리하기에 급급한 운영을 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 운영같지도 않은 운영을 하고 있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어린시절에는 막연히 우승만을 위해 운영되는 팀이 강팀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에 와서 드는 생각은, 진짜 강팀이란 뼈대있는 역사와 전통 이전에, 과거의 영광들의 보유 여부를 떠나 현재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갖고 계획대로 운영하는 팀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K리그에서 그렇게 운영하는 팀을 꼽자면, 인정하기 싫지만 모든 팬분들도 아시다시피 전북과 서울이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인데, 그렇다면 우리팀은 도대체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갖고 팀을 운영하는지 저와같은 일개 팬이 항시 의문이 들 정도인지 정말 궁금하기도 하고 답답하다라는 감정밖에 들지 않는 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나마 그들(지금의 프런트를 너머 모기업 자체의 구단 정책의 방향)이 내세운다는 것이 제가 보기에 정말 갖잖은 '리얼블루' 정책인데, 그 내용의 모순을 파헤쳐보자면
첫 째로, 유소년 선수 육성의 경우에는 당연히 키워쓰는 게 필요하겠지만 코칭스탭까지 유스 선수를 프로 선수로 키워쓰는 것처럼 '육성'한다는 것은 대단한 위험한 발상이고 잘못된(아직까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축구에서는요.
이 발언에 대해 모기업 내부에서는 야구는 잘만 하지 않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으니 그에 대해 반박하자면, 먼저 야구는 축구와 달리 프로리그가 있는 국가도 드물 뿐 아니라 있어도 수준 자체가 상당히 낮아 실질적으로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KBO에서 주력 선수가 해외로 유출될 경로가 전무할 만큼 대단히 폐쇄적인 시장의 형태이고 리그내 지도자 풀 역시 태반이 한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을 만큼의 상황인지라 지도자도 키워쓰는 형태가 가능하다고 봅니다(더군다나 프로리그의 출범 또한 국내축구에 비해 연고기반이 잘 되어있는 상태에서 출범한지라 애초부터 인력들의 질 자체가 축구에 비해 상당했구요. 그리고, 막말로 류중일 감독이 라이온즈에서 부진했다면 그들도 결코 코칭스탭까지 리얼블루로 도배하지 못했을 겁니다).
반면 축구는, 선수 자체도 매우 다양한 국적들의 선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종목 자체의 역사가 전 세계적으로 깊다보니 그만큼 지도자 역시 매우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이 무궁무진한 상황이고 실제로 외국인 지도자가 리그에 유입된, 수많은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창단한지 20년밖에 안 된 팀이 지도자 자리까지 리얼블루로 도배한다는 건 그저 보여주기 식의 허점 투성이 정책밖에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둘 째로, 그렇게 리얼블루 정책에 공을 들일거면 팀 창단멤버이자 수원을 넘어서 대한민국 축구의 레전드 중 한명인 이운재 선수의 경우에는 왜 코치로 못 데려오는 것이냐는 것겁니다.
저 역시 위 질문의 답을 알지만 굳이 저렇게 표현한 이유는, 모기업 차원에서 반드시 반성했으면 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상무에서 뛴 기간을 제외하면 온전히 수원에서만 뛴 몇 안 되는 원클럽맨이자 대한민국 골키퍼계의 최고 레전드로 꼽히는 그였지만, 정작 기량이 하락했다는 이유로 가차없이 내팽겨쳐놓고 그런 말을 할 자격이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래도 본인들도 사람인지라 일말의 양심은 있어서 차마 코치로 부르지는 못하는 것이겠죠? 그래도 종종 레전드로서 경기장에 방문해 시축도 해주시는 걸 보면 이운재 선수께 참 고맙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이운재 선수를 꼽은 것이지, 이외에도 전성기를 수원에서 보냈으나 기량이 하락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팀을 떠나야 했던 선수들이 상당한 걸 팬 여러분 역시 아실겁니다. 그럼에도 레전드로서(필요할 때만 불러서 제가 다 죄송하지만) 팀에서 관련한 활동 요청이 오면 흔쾌히 들어주시는 걸 보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주제를 살짝 벗어난 얘기지만, 서브 키퍼가 부족한 상황에서 김병지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는 것도 만약 영입하게 된다면 팀 최고 레전드 중 한명인 이운재 선수를 은퇴시켜주지 못한 자칭 '리얼블루' 팀이 라이벌 팀에서 활약했던 경험이 있고 우리팀과의 경기에서 좋지않은 추억이 있는 김병지 선수를 영입해 은퇴시킨다면, 본인들 스스로 본인들의 철학이 모순됐음을 증명하는 꼴이 되는 것이므로 영입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 있을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리얼블루 정책을 사랑한다면 바스크 출신만을 고집하는 '순혈주의' 정책을 펼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아슬레틱 빌바오'처럼 용병쿼터 까지도 키워서 써야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장난삼아 들었는데 실제로 이번에 이고르를 영입하며 당당히 키워쓰겠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참 대단하면서 답답한 운영을 하고있단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저는 여기서 이고르 선수의 활약 여부를 떠나 소중한 용병쿼터 한장을 나름 '검증된' 포텐이 있는 유망주 선수도 아닌 주리그 출신 선수를 영입한다는 사실 자체에 화가 나는 것입니다).
쓰다보니 정말 길어졌는데 총정리를 하자면, 단지 트로피 획득의 여부를 떠나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갖은 채로, 실제로 계획에 따라 운영을 진행해도 모자를 판에 언제까지 이렇게 바로앞의 1년 1년을 바라보면서 운영할 것인지 정말 답답한 바이고, 팬분들께서도 한 해 한 해의 트로피 여부를 떠나 구단측에 구단의 비전과 계획에 대해 요구하고 같이 만들어나갈 필요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합니다(솔직히 상대적으로 타 종목들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K리그 팀들이 발벗고 나서서 먼저 구단차원에서 팬들에게 이러한 장기적안 비전과 계획을 세우고 나서 그것들을 실행하면서 팬들을 유입시키려고 시도해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이렇게 팬들이 구단에 비전을 요구하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까지 오게됐나 싶기도 하지만, 그들이 제시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나서서 비전과 계획을 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2008년 마지막 리그 우승 당시의 사진을 올려봅니다(출처-http://blog.naver.com/hestiz/90081488874). 당시에 현장에 있으면서 정말 좋았었던 기억을 하나 만들었는데 언제 다시 저때와 같은 영광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며 (아직은) 변화를 일으킬 힘없는 현실이 아쉽지만 반드시 추후에 수원 구단을 넘어 한국축구가 발전해 나아가는 데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드는 오늘입니다.
미천한 능력입니다만, 제글로써 팬분들께서 우리가 무엇을 구단에 요구해야 하는지 깨닫는 분들이 많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마지막으로 내용을 추가하자면, 타 언론에서도 다룰 수 있는 부분이라면 굳이 제가 이렇게 알싸까지 와서 올리지 않았겠지만, 해당 내용이 구단에서 눈치를 준다면 충분히 기재가 안 될 수 있는 내용이므로 총대 메는 심정으로 올려봅니다. 많은 분들이 제글로써 뭔가 얻어가신다면, 전 그걸로 만족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유스정책 좋지요.
단, 감독님이 원하는 선수를 적어도 겨울에2~3명, 여름에 1~2명 정도는 꾸준히 영입하면서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액연봉 처내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이라 선수유출은 어쩔 수 없다지만 주축선수 군문제도 시한폭탄 같아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올해는 김은선 조성진, 내년에는 홍철, 신세계임.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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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분명히 윤성효 감독 교체 될 때 일부 프론트 직원들도 함께 교체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옆 동네 수원FC의 용병 영입 능력만 놓고 보더라도 잘 보여주지요. 리그 운영 자금이 분명히 우리가 월등히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앞에 닥친 일을 처리하기 급급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운재 코치의 경우엔 여왕님 의견도 충분히 공감됩니다. 표현에서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리얼블루 정책 자체는 본문에도 언급했듯이 선수의 경우에는 키워쓰는 게 필요하겠지만 지도자, 특히 감독의 경우에는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아직 시즌 끝난건 아니지만 만약 이고르 까지 실패 한다면 외국인선수 영입부분은 진짜 책임 져야 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