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현대철학 중간고사 대체과제 : 철학과 2021201042 이유정
[부끄러워하는 마음에 관한 수필]
어린이날이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무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노트북을 챙겨 카페를 향해 걸어가는 중이었다. 공원 옆 좁은 2차선 도로를 걷고있는데 수풀쪽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뛰어나왔다. 검은색 주황색 흰색이 섞인 점박이 고양이였는데, 길 건너편으로 가고싶은지 차나 오토바이가 지나갈때마다 건너편을 바라보며 주춤주춤 몸을 움츠렸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나는 어느 고양이나 그 하는 양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므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부터 그 고양이에 주목하였는데 가까이 갈수록 그 고양이가 보통의 고양이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눈은 뻘겋게 충혈되어있었고, 몸은 비쩍 말라 단 1kg도 나가지 않을 것 같았다. 크기를 보아하니 한살이 채 되지 않아보였는데 성장기인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지나칠정도로 몸통이며 다리가 가늘었다. 나는 놀라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세 네 걸음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고양이는 내 기척을 느끼고 나를 경계하며 다시 몸을 움츠렸다.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갔다. 내게는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있지를 않았지만 어떻게든 작은 생명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 뿐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적어도 이 길을 건너다 다치지는 않도록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차가 오지 못하도록 길을 막을까 생각하는 순간 고양이는 자신이 달릴 수 있는 최대한으로 달려 길을 건너 건너편 길가에 주차된 차 밑으로 숨어들었다. 지나가는 행인이 둘 정도 있었으나 아무도 그 고양이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편의점도 없이 식당과 주점만이 있는 골목이었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다녀온다면 그 아이가 그 곳에 있을까? 절망적이었다. 숨어있는 고양이를 섣불리 구조하려다 오히려 도망가게 만들었던 어느 날이 떠올랐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 날의 공포가 다시 떠올랐다. 고양이는 이제 어디로 가버렸을까? 잠시 후면 나는 카페에 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앉아서 커피를 사 마시고 배가 고파지면 핫도그를 사 먹거나 할 것이었다. 심한 구역질이 밀려왔다. 그 고양이는 아마도 죽을 것이다. 먹지 못해 기운이 없어 다른 고양이와의 결투에서 질 수도 있고, 병세가 악화되어 죽을 수도 있고, 사람에게 다치거나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수도 있다. 나는 마치 물고기를 아스팔트위에 버린 것 같은 죄책감을 느꼈다. 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시체가 되어버린 그 고양이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기계적으로 움직여 횡단보도를 건넜고 카페의 입구에 있던 바퀴벌레의 시체를 보면서 기겁했고 카페 종업원의 불친절에 불만을 가졌다. 나의 일상은 길고양이의 그것과 비교하였을때 가끔 대단히 수치스럽다.
첫댓글 "그 고양이는 아마도 죽을 것이다. 먹지 못해 기운이 없어 다른 고양이와의 결투에서 질 수도 있고, 병세가 악화되어 죽을 수도 있고, 사람에게 다치거나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수도 있다. 나는 마치 물고기를 아스팔트위에 버린 것 같은 죄책감을 느꼈다. 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시체가 되어버린 그 고양이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라는 상상과 반대 되는 결과도 있을 수 있어요. 대개 섣부른 행동을 반성하면서 목격하지 못한 결과가 나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다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자유롭게 글쓰기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한국근현대철학과의 맥락은 어느 정도 제시하면 좋을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