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알량하십니까?'
영어 열풍이 삼천리 반도금수강산을 휩쓸고 지나간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토익과 토플을 대비하는 학원들이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수많은 대학생과 직장인들, 공무원들이 거기에 매달려 부가가치를 높이려는데 혈안이 된지도 여러 날,
오늘 아침 구 선생은 교무실에 들어서면서 선생님들에게 혀 꼬부라진 소리로
‘알량하십니까?’라는 인사를 하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시대상을 피부로 절실히 느끼게 된 것이다.
왜 그런가? 영어에 관심을 두고 늦은 나이에 노랑머리 파란 눈알 ‘꼬부랑 글’에 매력을 느껴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시간만 나면 열심히 매달리니
영어가 이방 나라에 와서 고생을 해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영어배우기 원조는 초대대통령 이승만으로 거슬려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미국에서 오랜 망명생활을 했던 이 박사는 영어를 잘하는 통에 한국어가 어눌했다.
그가 행한 연설문을 가만히 들어보면 내용은 한국말인데 발음은 영어식으로 하니
듣는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 거참, 신통방통하다.’ 고 연신 생각을 해댔다.
6,25 사변 중에 국군이 평양에 입성했을 때 행한 연설 ‘북진 통일이 살길이다’는
지금도 인구에 회자대면서 그 묘한 억양과 발음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것이었다.
시대가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외국에서 귀화한 낯선 사람들이 TV에 등장하여
익숙한 우리말로 발음과 억양은 좀 뭐해도 사람들을 웃기며 즐겁게 하고 있으니,
이게 바로 언어란 문화전달의 매개체로서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촉매제인 것이다.
대표적인 귀화 외국인으로는 프랑스에서 온 이방의 여인 ‘이다도시’와 미국에서 온 ‘로버트 할리’
그리고 독일에서 온 ‘이 한우’씨 같은 경우이다.
이들이 구사하는 구수한 그 나라 발음과 토착화된 지방사투리가 어우러져 한 말씀 할 때,
그 말의 감칠맛은 더한 것이다.
지금이야 텔레비전에서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 나서보면 심심찮게 외국인들을 많이 만나볼 수가 있다.
외국인 백만 시대라고들 말을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처럼 다국적을 가진 외국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외국인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조선족, 중국, 필리핀,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등 무수히 밀려오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 오는 것은 두 가지 경우이다.
하나는 결혼을 통해서 한국에 와서 행복을 추구하자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산업연수생이나 취업을 목적으로 와서 생활하는 경우이다.
둘 다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행복의 증진을 위해서라는 공통된 목적이 있다.
텔레비전에서도 우리나라 사람과 결혼한 외국 사람들의 생활을 소개하는 ‘러브 인 아시아’나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유학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 등은
보면 볼수록 재미와 흥미를 더해가고 있으며,
각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되는 것을 볼 때 지구촌은
점점 안방처럼 되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하나로 모아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사람들은 인종이나 국적, 문화, 생활 풍습 등을 떠나서 보편적으로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며 살기를 원하고 바란다.
즉 평안하기를 바라면 풍요한 생활을 꿈꾼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이삼십 년 전만 해도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월남에 파병을 했고-나중에 그들이 흘린 피의 값은 경제건설의 초석이 되었다-,
뒤이어 서독에 광부와 간호사를 보내었으며, 중동특수가 일어났을 때,
수많은 건설기술자들이 사막에서 마른 땀을 비지같이 흘렀다.
지금 우리가 좀 그들 나라보다 잘 산다고 해서 낯선 이방인으로 취급을 한다거나
인종차별을 한다면 이야말로 ‘개구리 올챙잇적 시절 모른다.’ 는
속담대로 방약무인(傍若無人)과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소치일 것이다.
지구촌이 한 전파 방송으로 하나가 된지는 이미 오래,
모든 사람들이 ‘알량하십니까?’라는 꿈과 비전의 인사말을 주고받을 때,
거기에는 이미 사람을 옭아매는 온갖 낡은 유전과 풍습 등은 제 자리를 잃고
슬금슬금 곁눈질을 해대며 옆걸음으로 게처럼 기고 있었다. 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