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는 정년이 있지만 배움에는 정년이 없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지만 변화에 따르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수도 있다. 대학을 나온 주부가 중학교 다니는 자녀보다 세상물정에 어둡고 새로운 학문으로 따지면 맹탕에 가까울 정도가 대부분이다. 음식은 먹은 만큼 체중이 늘어나지만 새로운 배움은 영혼이 살찌워주기 때문에 마음의 양식을 섭취하는 주부만큼 아름다운 여성도 없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집안의 크고 작은 일에 시간을 빼앗기고 설상가상으로 연속극때문에 또 시간을 빼앗겨 오히려 학창시절보다 퇴보하면 했지 성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뜻을 가진 주부들은 시간을 쪼개가며 신문사나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나 지역의 문화원에 상설되어있는 강좌에 참가하여 배움의 목을 축인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결혼 후에 자녀를 낳고 키워 시집 장가보내고 나서야 자신의 시간을 되찾을 수 있었던 가정 주부 장윤정씨는 그동안 자기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고 삭막한 세상에 점점 뒤떨어지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장윤정씨는 지난 가을 마포문화원에 개설한 시창작교실에 들어가 시를 배우기로 했다. 처녀 시절에도 시를 좋아했지만 많은 세월 녹이 슨 머리에 재충전을 하기로 한 것이다. 시창작교실은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여류시인 홍금자선생이 지도로 진행되는데 30년이 훌쩍 넘은 나이에 책상에 앉아 수업첫날부터 새로운 사람 새로운 스승 새로운 학문에 신바람이 났다.
지금은 밤중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시를 읽고 머리맡에 종이와 펜을 놓아두었다가 시상이 떠오르면 메모를 하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매주 1회씩 강의를 듣고 그 동안 여러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평까지 할 정도로 성장한 자기자신을 놀라움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매일 시를 읽다보니 마음이 수정처럼 맑아짐을 느끼게 됩니다. 학생 때도 시를 좋아했지만 그때는 수박 겉 핥기였고 많은 세월이 지나고 보니 연륜이 생겨 지금은 잘 익은 수박을 먹는 감미로움이 느낌으로 시를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정도로 성장하면 머지않아 여류시인이 아니면 평론가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상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