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 액션-영화로 보는 미국의 두 얼굴
저자 : 최한욱
<작가소개>
최한욱
현재 팟캐스트 <애국전선>, <무비버스터>의 진행자로 활동
<북한의 미사일 전략>, <핵과 한반도> 등의 책을 썼다.
<작가의 말>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미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이다. 현존하는 국가들 중에 미국과 같이 전 지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는 아직 없다. 정치, 경제, 군사, 문화,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가히 압도적이다.
21세기에 들어서 그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총생산의 20% 이상을 점유하는 경제부국이다. 몇 몇 사회주의 국가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국과의 교역을 통해 생존한다. 또한 미국은 전 세계 다른 모든 나라의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군사대국이다. 미국은 1만 기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38개국 725개의 미군 기지를 두고 140만 명의 대병력으로 세계를 관리한다. 미국의 문화적 영향력은 전 세계를 뒤덮을 만큼 압도적이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할리우드 영화만 전 세계에서 소비되면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팝송을 들으면서 성장한다.
그래서 흔히 미국을 ‘유일초강대국’이라고 한다. 소련의 해체 이후에 아직까지 지구상에는 미국에 필적할 만한 국가(최근 중국이 부상하고 있지만)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인류 역사에서 미국과 같이 전 지구적 영향력을 행사한 대제국은 일찍이 없었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지구상에서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나라는 없다. 따라서 문명과 완전히 동떨어져 원시생활을 하지 않는 한(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미국의 자기장 안에 놓이게 된다.
특히 한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한국전쟁 이후 많은 사람들이 “미국 없이 한국은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믿으며 미국을 절대적으로 신봉한다. 아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기도 전에 영어를 먼저 배우고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영어를 잘해야 한다. 취직을 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토플시험의 높은 점수다. 한국에서 미국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생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조차 미국을 완전히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한국에서 미국은 점점 하나의 종교, 신념체계가 되고 있다. 우리에게 미국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존재이다.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은 과거의 제국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제국은 폭력적 방식으로 식민지를 통치한다. 물론 미국도 자국의 패권적 이익을 유지, 확장하기 위해 폭력적인 수단의 사용을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보다 세련되고 유연한 방식으로 자국의 세력권을 관리한다.
할리우드는 미국의 ‘문화통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비공식공무기구이다. 할리우드는 강압적인 방식이 아니라 보다 세련되고 유연한 방식으로 미국의 가치와 사고방식을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 침투시킨다. 우리는 할리우드의 영화를 통해 부지불식간에 미국의 문화에 젖어들며 자연스럽게 미국식 사고와 생활방식을 받아드리게 된다. 또한 미국의 국가이념과 가치, 정책에 대해서도 학습하게 된다. 그래서 할리우드의 영향권에 있는 지구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에 동화되고 스스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게 된다.
할리우드는 세계 영화 시장의 80-90%를 점유하고 있으며 북미를 제외한 지역에서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인다. 매년 수 십 억 명의 지구인들이 한 편 이상의 할리우드 영화를 소비하게 된다. 지구상에서 할리우드가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지역은 아마도 북한 정도일 것이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할리우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이념과 문화전파자로써 할리우드의 정치적, 사회적 기능이다. 종종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이 핵무기 이상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영화는 미국의 이념과 가치, 정책을 세계로 전파하는 창의 역할을 하지만 역으로 우리는 그 창을 통해 미국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 물론 할리우드의 창은 완전히 투명하지 않다. 그 창은 반투명 혹은 불투명한 유리로 가려져 있으며 외부로 수많은 커튼이 드리워져 내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부를 전혀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조금만 주의 깊게 할리우드영화를 관찰하면 그 속에서 진짜 미국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 책은 본격적인 미국학 이론서는 아니다. 미국에 대한 단지 일부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진짜 미국의 모습을 찾는 이들에게 약간의 참고자료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독자들이 우리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추천사
최 영 일(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사회문화평론가)
이 책은 영화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미국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전세계 극장에 배급되는 가장 강력한 영상 콘텐츠들에 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이다.
현대 우리의 삶에 ‘영화’란 도대체 무엇일까?
여전히 생활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미 올드 미디어가 되어 가는 TV를 비롯하여 영상을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들은 모두 영화가 투영되는 스크린의 축소판이며 자식들이다.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흥행산업이지만 그 메커니즘을 곰곰이 뜯어보면 인간의 삶이 구성되는 거의 모든 신경망에 영향을 주는 약물과도 같다. 인간심리 속 이성과 감성 양측 모두에 작용하므로 영화는 역사 교과서가 되기도 하고 사랑의 묘약이 되기도 하며 꿈이나 욕망이 되기도 하고 정신의 고양, 어떤 행위에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인간문명사를 미디어 관점에서 정리한 월터 옹은 인류사를 커뮤니케이션 속성을 기준으로 나눠 구술시대와 문자시대로 구분한바 있다. 해롤드 이니스는 미디어 속성을 기준으로 시간편향적 문명과 공간편향적 문명으로 구분하였다. 그들의 제자인 마샬 맥루한은 전자 미디어 시대의 도래를 보면서 이 모든 것이 융합하여 ‘인간의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굳이 학술적인 해석이 아니더라도 우리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커뮤니케이션 문법과 기술체계를 사용하는데 이는 공감각적인 멀티미디어라는 진화된 총화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 중심엔 ‘영상문법’이라는 새로운 언어권력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집만 해도 아이들은 가을철 한국시리즈와 같은 스포츠게임,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 혹은 예능대세 ‘무한도전’을 시청하면서, 전문적 표현으로는 콘텐츠를 ‘수용’하며 화면 속 인물의 움직임과 흘러가는 자막을 ‘보고’, 음성과 음악, 음향효과를 들으며 웃음요소와 정보를 느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동적으로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웃고 떠들며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도 아니면 카톡 등 SNS미디어를 통해 가상공간의 친구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등 ‘반응’ 한다.
매우 자유롭고, 아주 편리하고, 꽤 복잡한 미디어 이용행태이지만 인간은 소통시장에 관한 한 빠르게 개발하고 보급하며 적응하고 활용한다. 그런데 그 핵심에는 언급했듯이 ‘문법체계’가 존재하고 있다. 이것이 인간이 지닌 소통의 뿌리이다. 인간의 소통계는 누가 ‘문법’을 장악하느냐 하는 지배-피지배 관계 간 투쟁의 역사다.
고대에는 암기를 잘 하고, 목소리가 크고, 말 많은 원로가 족장이 되었다. 중세에는 글을 읽고 쓰는 이들이 지배계층이었다. 현대에는 대중을 중독 시키는 콘텐츠를 제작 생산하고 뿌리는 자가 시장의 승자가 된다. 단순히 이익을 극대화 하는 상품시장, 자본시장에서의 승자가 아니라 자신의 문법을 대중의 소통체계에 각인시키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손쉽게 주입할 수 있기에 승자독식사회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분 중 누군가 세상을 지배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정치에 입문할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만들어라!
이 책은 영화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영화에 관한 책들은 이미 많으며 또 새롭게 출간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은 왜 특별한가? 이 책은 영화를 잘 만드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주거나 영화를 비평하는 이론체계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 책은 영화를 만들고, 영상 문법체계를 만들고, 그것을 확대재생산하는 기술을 만들고, 그러한 생산기반을 통해 문화시장을 만들고 확장하고 장악하는 어떤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현실세계에서 그것은 ‘꿈의 공장’ 할리우드이고, 그 주체는 ‘미국’이라는 우리시대의 초강대세력인 것이다.
우리는 코카콜라를 마시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듯이 할리우드 영화를 소비한다. 일상적으로 익숙하고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익숙하고 당연한 우리 일상의 오락행위, 영화라는 문화 콘텐츠의 소비행위 이면에는 기획된 거대한 음모가 액션영화 속 부비트랩처럼 숨겨져 있다.
저자는 독자인 우리를 매트릭스의 주조종실로 안내하고 싶어 한다. 가장 할리우드적 영화의 하나인 ‘라스트 액션 히어로’의 주인공 소년의 영화적 경험처럼, 영화가 평면투사 되고 있는 스크린 뒤는 그냥 벽일 줄 알았는데 그 이면에 우리를 조작하고자 하는 숨겨진 비밀스런 공간과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고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전혀 어렵지 않다. 주제 별로 우리에게 친밀한, 그것도 제법 ‘신작’ 영화들을 소개하는 ‘척’ 하면서 일관된 맥락으로 명쾌한 분석을 해 나간다. 추천사를 자임해서 쓰는 본 추천자는 저자와 각별한 사이임을 독자들에게 커밍아웃한다. 거의 매주 한 편의 영화를 같이 보고, 그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때로는 치열한, 때로는 수다에 불과한 토론들이 팟캐스트 ‘무비버스터’에 매주 업로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고를 읽기 전에 이미 주간 영화 토론의 과정에서 제법 잘 나가는 소위 문화평론가인 추천자는 저자의 날카로운 논점에 혀를 내두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말은 녹음으로 저장되어 반복 청취할 수 있지만, 시간편향적 매체이기에 흘러가면 복기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글은 공간편향적 매체이면서 ‘문자’를 통해 성찰의 메커니즘을 개입시킨다. 요약하자면 우리가 사용하는 소통체계 중 소리, 문자, 영상의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의 원고를 받았을 때 매우 기뻤다. 이제 매주 영화에 대한 비판과 토론에서 저자에게 밀리고 깨지던 본 추천자는 이 책을 숙독하고 그의 분석력과 논리를 흡수하고 비판점을 찾아 통쾌한 복수를 꿈 꿀 수 있게 되었다.
저자의 논리로, 영화를 통해 우리시대 패권의 중심인 미국의 감춰진 속성에 다가가고,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게 각인된 오락의 공급자 할리우드를 조금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이 책을 요즘 표현으로 ‘강추’하는 추천자의 즐거움조차 매우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미국영화를 소비하며 자라나 할리우드에 대한 동경과 질투, 즉 애와 증을 동시에 지닐 수밖에 없었던 일개 할리우드 키드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목차
1.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 도입(Prologue)
2. 아메리카제국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 vs 타이타닉(Titanic)
3. 노예는 과연 해방되었을까?
: 장고, 분노의 추적자(Django Unchained) vs 링컨(Lincoln)
4. 할리우드는 왜 조폭을 사랑할까?
: 대부(The Godfather) vs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5. 아메리칸드림은 어떻게 악몽이 되었나?
더 레슬러(The Wrestler) vs 부기 나이트(Boogie Night)
6. 미국인의 손가락은 얼마일까?
미국에서 학살은 어떻게 오락이 되었나?
엘리시움(Elysium) vs 식코(Sicko)
7. 왜 미국에서는 총기사고가 끊이지 않을까?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vs 엘리펀트(Elephant)
8. 학살은 어떻게 오락이 되었나?
살아있는 시체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 vs 웜 바디스들(Warm Bodies)
9. 슈퍼 자본가들은 밤에 뭘할까?
: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vs 아이언맨(Iron Man)
10. 왜 미국은 인권에 관심이 많을까?
아르고(Argo) vs 계엄령(Elat De Siego)
11. 미국은 전쟁을 어떻게 시작할까?
화씨 911(Fahrenheit 9/11) vs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12.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는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린존(Green Zone) vs 허트 로커(The Hurt Locker)
13. 미국인들은 왜 외계인을 두려워할까?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 vs 디스트릭트9(District 9)
14. 우리는 미국에게 어떤 존재인가?
결말(Epilogue)
가격
10,000원
ISBN : 978-89-93884-17-3-03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