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나를 따르던 늙고 병든 그 강아지가 어느 날 폐지 줍는 아저씨를 따르더니
어느 쪽의 배신인지? 일 년 여만에 나타나 다시 나를 따른다.
거기에 뭐가 있으려나? 만은, 배를 채우려고 절뚝이며 동네 골목을 배회하고
바닷가 언덕의 젖은 숲도 헤집다가는 결국은 사람주위를 맴돈다.
살랑살랑 꼬릴 흔들어도 새벽엔 대부분 빈손이라 혀만 차고 지나기가 일쑤인데
준비된 내가 넉넉한 한 끼를 던져 주면 이내 꼬릴 다리사이로 감추고
숲으로 물고 가 눈물겨운 식사를 한다.
우리처럼 사재기도 할 줄 모르는 너희들은, 어떤 땐 배불리 먹고 어떤 땐 며칠을 굶고,
음식 찌꺼기 통은 굳게 닫혀 있어 무얼 먹고 사는지?
먹일 찾다 지친 너의 동료가 시장 대로변에서 자동차에 참수당한 걸 아니?
너는 겨우 참수만은 면하고 며칠 앓아눕다 이곳에 오면 먹을 게 있다고 오늘 외출을 한 건 아니니?
절뚝이는 건 너뿐이 아니란다.
전염병 때문에 문전성시를 이루던 상가 식육점도, 그 앞의 어묵 가게도 아직 셔터 문은 내려져 있고
손님 없는 빈 점포엔 꾸벅이며 졸고 앉은 마스크 낀 늙은 상인이 이따금씩 헛기침으로 존재를 알릴 뿐!!
“점포 임대”라고 써 부친 종이는 늘어나도 새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이구아나” 닮은 빈 에스컬레이터도 도심의 중심부를 차지한 채
옆구리엔 임대종이를 덕지덕지 달고 악어의 이빨 같은 기세로 내달려 더욱 불안을 부추긴다.
그 바람에 자영업자들은 도산직전이며 절대 우위였던 기업마저도 아우성인데,
어디 가서 시간을 팔아야 할지 모르는 일꾼들은 일이 없어 `좌면우고`한다.
질병이 물러가고는 있다지만 따뜻한 마스크에 길들여져 벗기가 싫고
늙어 곤경에 처한 네 모습이 지금 서민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여
오늘도 마지막 경계조차 풀린 힘없는 너의 눈동자와 포근한 눈 맞춤이나 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