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도록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온 상조회사의 소비자 기만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보여주는 대응이 ‘그때뿐’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대형 상조회사들의 영향력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은 상조업계 불공정 행위의 면죄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상조업체의 위법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공표명령을 부과하기로 한 것은 겉으로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조치처럼 보일수 있으나 그 구체적 내용이 ‘상조업체 홈페이지에 6~7일간 시정명령 사실을 게재’ 하는 수준이라면, 이는 실질적인 제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처분은 소비자에게 충분히 인지되기도 전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으며, 당사자인 업체 입장에서는 “이 정도 불이익이면 감수할 수 있다”는 잘못된 계산을 할 여지를 남긴다.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조치는 불공정 행위를 억제하기보다 계속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상조시장에 보내는 잘못된 행정이 될수 있다.
상조업계의 구조적 문제와 소비자 피해는 이미 수년간 반복되어 왔다. 공정위가 진정으로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소비자를 보호하려 한다면, 형식적인 공표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를 시행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공정위는 8월 10일, 웅진프리드라이프·보람상조개발·교원라이프·대명스테이션 등 4개 상조회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공표명령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업체들은 2021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상조·가전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거짓·과장 광고와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은 상조 계약과 함께 가전제품을 ‘무료 혜택’, ‘프리미엄 가전 증정’, ‘최신 프리미엄 가전 100% 지원’ 등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별도의 가전제품 할부계약(35년)을 추가로 체결하게 했다. 소비자가 상조 상품 만기(1220년)까지 완납하고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경우에만 가전 대금을 조건부로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해, 사실상 ‘무료’가 아닌 ‘조건부 유상’이었다.
공정위는 이를 할부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했지만, 처벌은 과태료나 형사고발이 아닌 단순 시정명령과 공표명령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제재가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비슷한 위반행위는 과거에도 수차례 적발됐으나, 처벌은 매번 미약했고 대형 상조회사는 영업을 계속해왔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10년 넘게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공정위가 실질적인 제재나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형 상조회사와 공정위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착이나 온정주의가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주무부서’ 역할을 금감원으로 이관하고, 상조업 전반에 대한 강력한 감독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선불식 할부거래업 특성상 소비자 피해가 장기화·대규모화되는 만큼, 단발성 시정명령이 아닌 면허 취소, 형사고발 등 실질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단체는 소비자들에게 “상조·가전 결합상품 가입 시 ‘사은품’이나 ‘적금’이라는 표현에 현혹되지 말고, 상조 계약과 별도의 계약 여부, 납입기간, 해약환급금 조건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사건이 또다시 ‘그때뿐인 조치’로 끝날지, 아니면 공정위가 소비자 편에 선 강력한 제도 개선에 나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