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자의 노래
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다시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손진은 시인)
이 시를 읽으면 우선 떠오르는 시가 윤동주의 "잃어버렸습니다/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길에 나아갑니다"로 시작된 '길'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꼭 같이 읽어보시죠.) 그런데 이 시는 '잃어버렸다'는 말 대신 "놓고왔다", "버리고 왔다"라는 말을 쓰고 있네요. 시인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니 너무 소중한 것을 "외진 별정 우체국"이나 "삭막한 간이역"에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는 두 시가 모두 '잃어버린' 혹은 놓고온 자아찾기라는 주제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동주의 시가 내면성찰을 통한 진정한 자아찾기의 고투를 보여준다면, 신경림의 시는 노년에 이른 화자가 자닌 시절을 돌아보며 또 태어나기 전과 죽은 후의 삶을 당겨 생각하며 그동안의 '떠돌이의 삶'을 회한하면서 진정한 자아의 갈망을 노래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