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서울 모 대학교를 중심으로 대학생 사이에서 홍역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정부 발표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환자는 주로 성인인 대학생으로, 성북구 보건소는 동남아 여행객에서 시작된 홍역이 동아리나 대학 캠퍼스를 통해 확산되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당국은 해당 대학교에 소독을 실시하고 홍역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확산이 진정될 것인지 더 진행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홍역에 걸리면 우선 '자연치유' 도와야
홍역(measles)은 유아나 소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호흡기 전염병입니다. 천연두와 함께 아시아와 우리나라에서도 수천년 전부터 유행했던 질병으로 마진(痲疹)이라고 불려왔습니다. 홍역 바이러스가 원인이고 10여일의 잠복기를 지나 고열, 기침, 콧물에 이어서 온몸으로 퍼지는 붉은 반점이 특징입니다. 잠복기와 초기 증상이 나타날 때 전염력이 강하고 고열, 기침, 두통, 복통,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개 초기 증상 발생부터 약 2주 가량 지나면 자연치유 됩니다.
일반적으로 병원이나 의원에서는 고열과 기타 합병증에 대한 증상 치료와 관리를 하여 자연치유를 돕습니다. 한의원에서도 마찬가지로 고열과 통증 치료와 합병증 예방을 위하여 갈근 승마 등의 약재를 증상에 맞춰 사용합니다. 인삼이나 홍삼 등의 열이 있는 약재는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보통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가족이 홍역에 걸린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고열이 발생할 때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녹두와 검은콩으로 죽을 쑤어먹는 것이 부작용이 없으면서 해열해독과 영양공급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홍역이 자연치유가 되지 않는 경우 환자 중 5% 정도에서는 폐렴이 발생하고 0.1% 정도에서는 뇌염이 발생합니다. 폐렴이나 뇌염의 경우 드물게 사망하거나 후유장애가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진국 이상의 국가에서는 환자 천명당 한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수년간 한국에서 홍역으로 사망한 환자는 없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는 한해에 약 2천만명의 홍역환자가 발생하며 그 중 12만명 이상이 사망합니다. 주로 아프리카 인도에서 많이 발생하며, 동남아시아와 남미에서도 홍역 확산이 자주 나타납니다.
질병관리본부는 2일 최근 유럽지역에서 유행하는 홍역과 관련 유럽해외여행 떠나기 전에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온라인 커뮤니티
홍역 예방, 예방주사 뿐만 아니라 보건 정책 필요
기본적으로 홍역은 예방주사를 통해 예방합니다. 방글라데시, 인도,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 등 홍역 고위험 국가는 경제수준이 낮고,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홍역 뿐만 아니라 풍진, 결핵,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등의 전염병이 다수 발생합니다. 또한 작년 말에 태풍으로 심각한 자연재해를 입었던 필리핀에서 홍역이 대규모로 유행하고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넉달동안 41명이 홍역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개발 국가나 자연재해 현장 뿐만아니라 베트남, 일본, 프랑스, 미국 등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에서도 최근까지도 홍역이 발생하거나 유행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도 주의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2008년부터 홍역이 지속적으로 유행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2011년 유행에 이어 올해에도 홍역이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이나 일본의 경우 홍역 예방접종이 미흡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통계를 보면 홍역 환자의 30% 이상은 홍역 예방접종을 철저하게 시행했던 시기에 출생한 20살 이상의 성인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게다가 프랑스와 미국에서도 홍역 예방접종을 받은 어른이 홍역에 걸렸다는 사례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예방접종을 맞은 20세 이상의 성인에 대한 홍역예방 대책의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우선은 홍역 예방주사를 맞는 것 부터 홍역 예방을 시작해야겠지만, 예방접종이 홍역 예방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홍역 백신의 사례는 아니지만 결핵이나 다른 백신의 경우 접종을 받아도 영양상태가 엉망이거나 기아상태에 노출되는 경우 백신의 효과가 급속도로 사라지는 일들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홍역 환자에 노출되었을 때도 적절한 영양분 공급이 증상을 완화시키고 합병증을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어있습니다.
홍역을 흔히 후진국 전염병이라고 말합니다. 후진국에서는 예방접종이 안되어있고, 전쟁과 기아, 자연재해로 전염병이 유행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극단적 재해나 예방접종 미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빈곤과 과도한 스트레스, 과도한 노동강도 등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영양상태와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로하고 빈곤한 사회는 구성원들의 면역저하를 유발하게 되고 이는 전염병의 유행을 돕게되는 것입니다. 소득 불균형의 심화와 심각한 실업난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가 전염병에 취약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정부 당국은 홍역 집단발생이후 해당 건물을 소독하고, 홍역 예방접종을 긴급실시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소독이나 예방접종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 구성원들의 소득 불균형과 심각한 과로가 이러한 전염병 유행의 토대를 이루고 있음을 주시하는, 다른 관점에서의 보건 정책 또한 필요합니다. 정부 당국이 사회적 건강을 위해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