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교회의 생일에....
이태원 성당 이철희 신부님 강론
미사 : 2015년 5월 24일 주일 아침
오늘은 성령강림 대축일입니다. ‘교회(敎會)’라는 공동체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날이며, ‘교회의 생일’로 기억하는 날입니다.
세상에서는 누구나 잘 아는 일을 다시 질문하는 일이 머쓱합니다만, 생일은 태어난 사람에게만 기쁨과 축복이 되는 날일까요? 아니면, 그가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어른들에게 영광이 돼야 하는 날일까요? 세상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표현으로 교회공동체의 생일을 바꾸어 표현하면 이렇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을 교회의 생일이라고 말합니다만, 성령강림대축일에 내가 축하받고 내가 높아지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하느님을 그 다음으로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아직도 유아기나 어린아이시기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불교에서 싯다르타가 태어나서 말했다는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이라는 말을 나쁘게 해석할 뜻은 아닙니다만, 그 말을 먼저 생각하면 세상에 태어난 자녀의 입장에 초점이 있는 날이겠지만, 사실은 오늘 미사에 오신 여러분의 연령층을 존중하면, 그렇게 생각해서는 곤란한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성령강림대축일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당신의 뜻대로 관리하며 사는 일을 힘겨워할 사람들에게 힘을 주시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힘이 있는 존재로 우리를 다시 찾아오신 날입니다. 물론 오래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 내용을 사도행전2장의 말씀은 우리에게 전합니다.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뜻은 무엇이라 말하겠습니까? 태초에 아담과 하와에게 명령하신 것처럼 자손을 많이 낳아서 세상을 채우고, 돈을 많이 모은 다음에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서 뭔가를 대비하는 일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지만, 하느님의 뜻도 우리가 하는 생각이나 뜻과 똑같은지를 아는 것이 문제입니다. 하느님의 뜻과 우리가 가진 뜻이 일치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도 않을 일이겠지만, 이 뜻이 다르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 요한복음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 저녁에 불안에 싸여있던 제자들에게 오시어, ‘죄를 용서하는 힘을 주시는 성령’을 약속하신 말씀이고, 첫째 독서 사도행전은 파스카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인 농경민족의 수확하는 날인 오순절에 성령이 내려오셨고, 성령을 받은 사도들이 세상의 신분이나 능력에 차이가 없이 같은 민족의 사람들이면서도, 다양한 민족의 말로 하느님의 업적을 전하는 내용이며, 코린토서간의 말씀은 성령을 받은 사람들을 움직이시어 어떤 행동을 하시는지 알려주는 말씀입니다.
사람은 세상에서 여러 가지 이유와 사정을 앞세워 사람을 중심으로 삽니다. 그렇게 드러내는 모습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하는 판단을 떠나서 사람의 생각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라면, 신앙에서 말하는 올바른 신앙인의 삶은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님은 주님(!)’이시라는 놀라운 신앙고백을 하면서, 행동으로도 그 말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말하는 것도, 행동하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닙니다. 신앙을 세상의 삶에 드러내는 일은 ‘숨을 한번 들이쉬는 것’보다 월등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살고 있기는 하되 그것만으로 충분한 존재가 아니라,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을 중심으로 하지 않은 또 다른 존재인 신앙인으로 살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성령강림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받는 날입니다. 물론 우리가 거절하거나 마음의 문을 닫는다면 하느님의 선물은 우리에게 오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전능하신 분이라고 우리가 신앙을 고백해도 인간이 하느님께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하느님은 아무런 일도 하시지 않는, 인간을 사랑하시고 존중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독서말씀으로 읽고 들을 내용은 아니지만, 교회공동체가 말하는 성령의 은총은 ‘굳셈, 두려워함, 슬기, 의견, 지식, 통달, 효경’의 일곱 가지로, 오늘날 자기 신앙을 증거하고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으로 어른이라고 인정하는 견진성사에서 듣는 이 내용을 들으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겠습니까? 이러한 은총을 통하여 우리가 맺을 수 있는 세상의 열매를 바오로사도는 갈라티아서에서 말씀하십니다. 그 내용은 ‘기쁨, 사랑, 선행, 온유, 인내, 절제. 진실, 친절, 평화’입니다.
성령의 은총과 성령의 열매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어떤 자세로 청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하느님의 힘은 우리에게 오실 수도 있고, 우리가 그 힘을 받아 열매를 맺을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가 머무는 이태원성당공동체에 이러한 열매가 드러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함께 청하고 노력해야 할 일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기도를 하고 무엇을 청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