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지인이 몇해 전에 상처를 당하고 이제서야 마음이 자리를 잡았는지 여자를 만날 생각이 있다고 해서 ‘여자구하기’ 비상 작전에 들어갔다. 그런가 하면 친구 가운데 젊어서 이혼을 당하고 ‘혼자살기의 고수’가 아니라 이혼 후에 3번 씩이나 결혼을 반복해서 ‘추하게 혼자살기’의 달인이 된 사람이 있다.
오래 전에 혼자 살던 시기에 “밥은 어떻게 해먹냐?”고 물었을 때 “밥이 맛 있다고 더 먹겠느냐? 맛 없다고 덜 먹겠느냐?"고 마치 도의 경지에 오른 사람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모습이 매우 인상깊었다.
지인은 아직 그 정도의 단계에는 이르지는 못한 것 같지만 적적함을 느끼기 시작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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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사람을 찾으려니 쉽지가 않았다. 결혼이 아니고 사귀는 정도의 사람을 찾는데도 어렵다. 철 모르고 생각 없이 막 살 때가 흥미 있는 일이 벌어지지 이것 저것 알 것들을 알면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러니 나이 먹은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서로 간의 미래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 상태에 만나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결혼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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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물건을 살 때는 색깔도 보고 디자인도 보고 여러 면에서 따져 보지만 중고품을 살 때는 대강 용도만 맞으면 된다.
그런 면에서 결혼도 마찬가지이다. 재혼은 이미 양 쪽이 짜여져 있는 구도에 맞추는 것이기 때문에 피차 용도가 중요하다.
세상 만사가 대게는 많이 해볼 수록 잘하게 되는 법이지만 결혼은 그런 것이 아니다. 결혼은 할수록 점점 더 어려운 것이다
부처의 인연법도 인연을 맺어 보려고 일구월심 노력하는 돌싱들에게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아니면 돌싱은 전과(?)가 있기 때문에 인연법에 제한 규정이 있거나.….
또 다른 상처한 지인이 말년 재혼을 해보려고 여러 사람을 만나보았는데 결론은 ‘돈 문제이더라’고 했다. 즉 여성에 입장에서는 인생 말년에 만날 남자에게 믿을 것은 돈으로 보장 받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상한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깊던 얕던 수 십년을 함께 살아 가야 쌓일 수 있는 신용이 없으니 당연한 일인 것이다. ㅇ여자의 입장에서는 말년에 나이 먹은 남자 만나서 고생하려고 재혼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즉 모든 것이 돈으로 측정되는 현대 사회에서 시간 마저 없는 사람들이 남녀간의 신뢰를 돈으로 측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재혼에는 더치페이가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현금결제카드 이름이 신용카드이겠는가? 슬픈 일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재혼에도 인생 신용카드는 바로 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