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웃을 일이 잘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웃을 일은 눈 닦고 봐도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많이 웃어야 합니다. 작위적일지라도... 그러다 보면 긍정의 마음이 더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다섯 곳을 다니면서 나도 모르게 터득한 ‘미소’라는 비장의 무기 덕분에 옮긴 학교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육십 수년 살아오면서 제 얼굴의 일부가 된, 아니 제 얼굴의 전부가 된 미소 덕에 처음 만나는 분과도 교감이 쉽게 이루어지고 사뭇 딱딱한 자리로 부드럽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제 사진첩을 보면 증명사진 외에는 거의 웃음을 머금은 얼굴이 마주합니다. 이 가볍고도 강렬한 무기인 '미소' 덕분에 저는 늘 행복합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말입니다.
사람은 얼굴에 있는 80개의 근육으로 7,000가지의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정서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얼굴에 있는 근육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모두 19가지의 웃음 혹은 미소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중에 한 가지만이 진짜 즐거워서 웃는 것이고 18가지는 가짜로 웃는 것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광대뼈와 입술가장자리를 연결하는 협골근, 입술가장자리 근육인 구륜근이 웃을 때 주로 사용되지만, 진짜 웃음이 되려면 기타 근육들과 더불어 반드시 눈 가장자리 근육인 안륜근이 사용되어야만 한답니다. 안륜근은 의도적으로 움직이기가 매우 어려운 근육이라지요. 에크만은 이것을 처음 밝혀낸 프랑스의 신경심리학자인 뒤센을 기리기 위해 기쁨이나 행복에 겨운 웃음이나 미소를 뒤센 미소라고 명명했습니다. 즉, 인간이 웃을 때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진짜 기쁘고 행복해서 짓는 웃음이 뒤센 미소입니다. 반대로 가짜 미소의 대명사로 팬암 미소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과거 미국의 팬암 항공사 승무원들이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인위적 미소를 빗댄 표현이지요. 어찌 되었든 웃음 자체는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은 것입니다. 비록 인위적일지라도 말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하커와 켈트너는 ‘50년대 후반 미국 오클랜드 밀즈 칼리지 졸업생 141명을 대상으로 30년간 추적 조사를 합니다. 졸업사진을 분석, 50명의 졸업생은 환한 뒤센 미소를 짓고 있고 나머지 91명은 카메라를 보며 그저 인위적인 미소를 지어 보인 것에 착안합니다. 사진 주인공들이 각각 27세, 43세, 52세가 되는 해에 인터뷰와 함께 그들 삶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비교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뒤센 미소를 지었던 집단 50명은 펜암 미소를 지었던 나머지 91명 집단보다 훨씬 더 건강했습니다. 병원에 간 횟수도 적었고 생존율도 높았으며, 결혼 생활의 만족도 역시 비교 안 될 정도로 높았고 이혼율도 낮았습니다. BBC방송에서 20여 년 전 특집으로 방영한 '행복의 공식' 중에 '행복의 계량화 연구'가 있었는데 팬암 미소자들이 병원에 10번 가는 동안 뒤센 미소자들은 2~3번만 병원에 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뒤센 미소는 행복뿐만 아니라 건강 지킴이도 된다는 또 하나의 증좌인 셈이지요.
이러한 자료들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웃자, 웃자, 더 자주 웃자, 뒤센 미소를 더 자주 짓도록 마음자리를 잘 잡자, 스스로에게 최면을 겁니다. 더 자주 웃으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으로 말입니다.
아홉 고개(모셔 온 글)=============
내가 주어서 없어지지 않고 받는 사람을 부유케 한다.
잠깐밖에 지속되지 않더라도 그 기억은 영원할 수도 있다.
무엇으로도 살 수가 없다.
어떻게 빌릴 수도 없다.
훔칠 방법은 더더욱이나 없다.
나눌수록 평화의 영역이 넓어진다.
먼저 건네면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것.
돈 들이지 않고 힘 들이지 않고 시간 들이지 않는 화장.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지을 수 있다.
- 이 신비한 미소
-----정채봉님의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 중에서
미소(모셔 온 글)========
버클리 대학교 라벤나 헬슨 교수는 1959년 기념비적인 연구를 시작합니다. 그해와 이듬해 밀스대학교를 졸업한 여성 110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삶을 50년간 추적, 관찰하는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밀스 추적 연구'라고 불리는 이 연구는 여성의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많이 가져다주었습니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대커 캘트너 교수와 리엔 하커 연구원은 재미난 연구를 실시했는데 110명의 졸업사진 속 인상이 그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졸업사진에서 눈 주위 근육과 광대 근육의 움직임을 살핀 뒤 얼마나 밝은 미소를 지었는지 점수로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이 점수와 그들의 삶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보았죠. 과연 졸업사진 한 장이 어떤 대표성이 있겠는지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지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졸업사진에서 더 따뜻하고 뚜렷한 미소를 보인 사람일수록 이후 30년 동안 내내 좀 더 안정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집중력도 높았고 보다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더 많은 유대감을 경험했으며 삶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았습니다.
미소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할까요? 바버라 프레드릭슨 교수의 연구는 여기에 답을 내려줍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짓게 한 뒤 신체반응을 계측하였습니다. 그 결과 미소를 지을 때 심혈관계의 안정성이 좋아져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미소가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오는 것이죠.
미소로 인한 변화는 뇌에서도 일어납니다. 미소를 짓는 동안 우리의 대뇌에서는 목표지향적인 행동을 하도록 하는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이 부분이 활성화되면 우리는 좀 더 집중하기 쉬워지고 목표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미소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상대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결국 미소는 나와 상대의 마음을 모두 말랑말랑하게 해주어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합니다. 9개월 된 아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면, 엄마가 전혀 미소를 짓지 않을 경우 아이들은 그 전에 잘 하던 새로운 탐색을 하지 않고
장난감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소는 우리가 마음을 열고 외부세계로 아갈 수 있도록 불을 밝혀주는 신호등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언급한 미소는 모두 눈 주위의 근육이 움직이는 미소입니다. 입꼬리만 양옆으로 올리는 미소로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요즘 여성들에게 눈가 주름은 공공의 적이 되었습니다. 주름을 없애주는 주사를 맞기도 하죠. 그런데 어쩌면 이 주사가 주름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미소도 없애고 결국은 미소를 지을 좋은 상황까지 다 없애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서천석의 '마음을 읽는 시간' 중에서
모셔 온 글과 인용한 자료의 수치 차이가 일부 있는데, 이는 검증을 못했습니다. 그냥, 수치보다는 연구결과에만 집중에만 되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