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마힌드라 선정,
졸속매각에 반대한다!
우선협상대상자 마힌드라 선정, 졸속매각 우려 현실화
쌍용자동차와 쌍용차 매각 주관사는 8월 12일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M & M)그룹(이하 마힌드라)을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었던 르노·닛산이 최종 입찰을 포기한 가운데 이틀 만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었다. 이는 채권단이 2009년에 발생한 수많은 피해와 고통과는 무관하게 쌍용차를 어떻게든 빨리 매각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아직 인수까지는 많은 절차가 남아있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지만 쌍용차와 채권단의 발 빠른 행보는 제2의 먹튀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상하이자동차의 기술 유출과 자본 도피, 그리고 그에 이은 정부의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살인적 탄압은 2009년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자신의 채권만 회수하면 된다는 식의 졸속 매각은 한국 경제와 한국 노동자들 모두에게 큰 피해를 안겨줄 것이다.
마힌드라는 어떤 기업인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마힌드라는 인수 의향을 밝혔던 어느 기업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취했다. 르노닛산이 공장 시설 확장과 쌍용차 인수 비용 사이를 저울질할 때, 마힌드라는 30명에 가까운 실사단을 한국에 보내고, 그룹 차원의 재정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인수자금 모집에 적극적이었다.
마힌드라는 농업용 트랙터를 포함해서 인도 최대의 스포츠유틸리티 자동차 업체다. 마힌드라가 재정적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쌍용차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중급 이상의 자동차 기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미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마힌드라는 미국의 안전테스트를 통과할 쌍용차의 디젤 엔진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픽업트럭을 미국에 수출하려가 안전규격에 걸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힌드라는 2008년 영국 로버자동차 인수에서 인도 타타자동차에 패하고, 올 해 르노와의 전략적 제휴도 끝난 처지다. 현재 마힌드라에게 쌍용차는 최고의 선택지다.
일각에서는 마힌드라가 상하이차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도 있다. 쌍용차 인수를 미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마힌드라의 기술에 대한 신뢰 입증을 위해서는 함부로 도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쌍용차 노사가 만든 합의서를 그대로 준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 노동자의 임금이 한국의 1/10, 중국의 1/5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필요한 기술을 획득한다면 쌍용차 노동자들을 내팽개칠 수 있다는 점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마힌드라는 2009년 8.6 노사대타협 이행과 무급휴직자 복직 등 고용에 대해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상하이차 사태에 대한 구체적 입장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와의 약속은 모두 내버린 채 쌍용차 팔아먹기에만 급급한 채권단, 정부와 경영진
노동자와 한 약속을 모두 내버린 쌍용차 법정관리인과 채권단은 자본과의 약속만은 굳건히 지키겠다는 태도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채권단은 7,400억 원의 부채상환에만 관심이 있다. 지난 7월 쌍용차 안성 부지를 팔아넘긴 채권단과 경기도의 행보는 이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인수전이 끝날 때까지 우량 자산은 보유하는 것이 당연한데 굳이 매각을 해버린 것은 쌍용차가 시간이 없다는 점을 인수자에게 고백한 것이었고,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쌍용차를 또 다시 헐 값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한편 2009년 8월 6일 노사대타협은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 당시 쌍용차지부는 농성 조합원 976명 중 52% 정리해고, 48% 무급휴직 안을 받아들였고, 회사는 조합원에 대한 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회생인가 후 민사상 손해배상 취하, 비정규직 노동자 회사 내 취업알선, 직영정비사업소 등에 대한 분사계획 철회 등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행되고 있는 합의 사항은 단 하나도 없다. 쌍용차 노동자들과 금속노조 등에 걸린 손배가압류만 120억 원이 넘으며, 지금쯤 회사의 취업 알선으로 공장으로 돌아갔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여전히 공장이 아닌 거리에 내몰려 있다. 무급휴직자 역시 어떠한 고용보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파업 참여 조합원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이 파탄에 이르렀다. 여기에 책임이 있는 그 누구도 나서서 조사하고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9일 항소심에서 법원조차 ‘정리해고는 살인이다’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주장이 과장이 아니며 법정관리를 불러온 경영진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은 여전히 석방되지 못했고, 살인을 자행한 자들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상하이차로의 기술유출에 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나 정부와 경영진, 상하이차의 책임을 은폐하는데 급급하다.
산업은행을 통해 쌍용차 경영을 사실상 지휘하고 있는 정부는 즉각 작년 합의 사항을 이행하고,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를 매각의 첫 번째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인수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쌍용차를 경영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첫 번째 기준이 바로 노동자들에 대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해고자와 무급휴직자들의 복직, 현재 쌍용차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모두에 대한 고용 보장 없는 매각은 제2의 먹튀 자본을 불러들이는 것일 뿐이다.
총고용 보장, 해고자 휴직자 복직 없이 매각도 없다!
쌍용차 매각 협상은 쌍용차 노동자들과 가족들을 비롯해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산업의 수많은 노동자들의 생존을 좌지우지할 중대한 과정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노동자들의 고용과 지역 경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대책위는 △해고자 복직 △총고용 보장 △졸속매각 반대 △쌍용차 사태 책임자 처벌 △손배 철회 및 구속자 석방을 5대 요구로 이들이 선결 과제가 되지 않는 제2의 졸속매각 저지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상하이차의 먹튀와 경영진의 무능으로 인한 부당한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매각 과정에서 다시 구조조정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09년 전 국민이 지켜본 노사 합의를 이행해야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피해에 대해 정부는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여전히 조합원들의 삶을 옭죄는 손배가압류를 철회하고 구속자를 석방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진행하는 우선협상대상자선정은 그 자체가 무효다.
마힌드라로의 매각 결정이든, 유찰에 이어 다시 인수 의향기업 모집을 하든 매각 이후 쌍용차의 미래가 순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은 고용보장과 해고자, 휴직자 원직복직에 대한 단체협약과 사회적 협약을 맺지 않는다면 절대 쌍용차를 내어줄 수 없다는 결의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쌍용차지부와 공장 안의 노동자들이 제 2의 먹튀를 막고 2009년의 상처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투쟁에 함께 할 때이다. 제2의 졸속매각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또한 이 투쟁에 함께할 것이다.
2010년 8월 14일
해고자 복직! 총고용 보장!
쌍용자동차 제2의 졸속매각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