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왕국 유다의 제12대 왕인 아하스(Ahaz)를 이어 히스기야(Hezekiah)가 남왕국 유다의 제13대 왕이 되었습니다. 히스기야 왕은 남왕국 유다의 제16대 왕인 요시야(Josiah)와 더불어 남왕국 유다의 왕들 중에서 가장 선한 왕으로 평가받는 왕입니다. 히스기야는 스가리야(Zechariah)의 딸인 아비(Abi)에게서 태어났는데(2절), 아비는 아비야(Abijah)라고도 불립니다. 히스기야 왕은 모든 주상(鑄像)을 깨뜨리고 아세라 목상을 찍어버리고, 모세가 만들었던 놋뱀도 부스고 느후스단(Nehushtan)이라고 불렀습니다(4절). 모세가 만들었던 놋뱀을 부스고 느후스단이라고 불렀다고 번역한 개역개정 성경과는 달리 새번역 성경에서는 “… 그는 또한 모세가 만든 구리 뱀도 산산조각으로 깨뜨려 버렸다. 이스라엘 자손이 그 때까지도 느후스단이라고 부르는 그 구리 뱀에게 분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모세가 불뱀에 물려서 죽게 된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명하신 대로 놋뱀을 만들어 장대에 매달아 올려서 그 놋뱀을 바라보면 불뱀에 물려 죽게 된 자도 낫게 하셨던 민수기 21장의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아마 이스라엘과 유다 백성 중에서는 놋뱀을 형상화하여 섬기는 자들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방 족속들 중에는 뱀을 섬기는 자들도 있었으니 하나님의 은혜에 관한 사건이 변질되어 우상 숭배가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임에도 정작 하나님보다는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의 도구들이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히스기야는 그동안 선한 왕들도 제거하지 않았던 산당(山堂)들을 제거하기까지 했습니다. 남왕국 유다의 왕들 중에 하나님 앞에 정직히 행했던 왕들도 산당을 제거하는 것까지는 하지 못한 왕들이 많았는데, 히스기야는 산당들마저 모두 제거한 것입니다. 그래서 히스기야 왕에 대해서는 “그의 조상 다윗의 모든 행위와 같이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했다고 기록하고 있고(3절), “히스기야가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를 의지하였는데 그의 전후 유다 여러 왕 중에 그러한 자가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으며(5절), “그가 여호와께 연합하여 그에게서 떠나지 아니하고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계명을 지켰더라”(6절)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히스기야 왕과 함께하셨고, 히스기야가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였으며, 히스기야는 앗수르 왕을 섬기지도 않았다고 기록합니다(7절). 블레셋의 가사(Gaza)를 비롯한 블레셋의 지역들을 쳐서 정복하는 업적도 남겼습니다. 남왕국 유다의 왕들 중에서 히스기야처럼 하나님을 의지한 자가 없었다고 평가할 정도로 하나님을 잘 경외하며 따랐던 왕이라고 평가합니다.
히스기야 왕 제4년에 앗수르의 왕인 살만에셀(Shalmaneser)이 북왕국 이스라엘의 수도인 사마리아를 에워싸고 공격했는데, 그 당시 남왕국 유다는 히스기야의 아버지인 아하스 왕과 히스기야가 공동통치를 하고 있었던 시절이었기에 아하스 왕 제육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시기입니다(9절). 그러다가 3년 후에는 북왕국 이스라엘의 수도인 사마리아가 앗수르 제국에 의해 함락되었습니다(10절). 히스기야는 북왕국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거역하고 죄악에 거하다가 결국 하나님의 심판으로 앗수르에게 멸망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10절~12절).
그런데 앗수르는 북왕국 이스라엘을 함락시킨 후에 남왕국 유다를 침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앗수르의 산헤립(Sennacherib) 왕은 남왕국 유다를 향해 1차 침공을 행하여 유다의 여러 성읍들이 앗수르에 의해 점령되었습니다(13절). 앗수르의 거센 공격에 히스기야는 앗수르의 산헤립 왕에게 사신(使臣)을 보내어 항복의 의사를 전달합니다(14절). 그 당시 앗수르의 왕은 유다의 성읍인 라기스(Lachish)를 정복하여 라기스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라기스는 예루살렘 남서쪽 약 40km 정도에 위치한 성읍으로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성읍이었습니다. 이때 앗수르의 왕은 히스기야에게 은 삼백 달란트와 금 삼십 달란트를 요구하였습니다(14절). 한 달란트의 무게는 약 34kg이니, 은 삼백 달란트는 10,200kg, 금 삽십 달란트는 1,020kg이나 되는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히스기야 왕은 이러한 앗수르 왕의 요구를 충당하기 위해 하나님의 성전과 왕궁 창고에 있는 은과 성전 문에 입힌 금과 자기가 입혔던 성전 기둥의 금까지 벗겨 앗수르 왕에게 가져다 바쳤습니다(15절, 16절). 히스기야 왕은 이렇게 해서라도 앗수르의 침공에서 벗어나 남왕국 유다를 지켜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의지하여 하나님께서 남왕국 유다를 지켜 주시도록 하지 않고 앗수르의 마음을 달래려고 했던 것은 잠깐만 효과가 있었을 뿐입니다. 17절 이후의 내용을 보면 얼마 후에 앗수르가 다시 예루살렘을 침공하였다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앗수르의 왕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 유다 왕국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히스기야의 착각이었습니다. 우리의 계획과 생각대로 하면 뭔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이든지 하나님께 철저히 묻고 하나님께서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시는지 바라보아야 합니다.
히스기야는 신앙적으로 하나님을 온전히 따르고 섬겼지만, 앗수르의 위협 속에서 자신의 생각대로 앗수르의 위협에서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그것까지도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께 맡겨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신앙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나님을 섬기고 경외하는 것과 더불어 삶의 여러 가지 문제들도 하나님께 맡겨야 합니다. 신앙과 삶이, 신앙과 일이, 신앙과 내 삶의 여러 상황들이 분리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도 하나님을 향한 온전한 믿음으로 내 삶의 모든 부분에서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