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중국과 제3국에는 수많은 탈북자들이 두려움과 공포,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그들에게 따뜻한 안식처를 제공하는 게 기독교의 정신입니다.” 24일 탈북자 9명의 기획입국을 도운 갈렙선교회 대표 김성은(47) 목사는 25일 전화 인터뷰에서 “데리고 오지 못한 가족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탈북자들의 얼굴이 떠올라 안타깝다”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야 하는 목회자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공해상에서 탈북자들을 직접 맞이한 김 목사는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리고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였다”며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탈북자 입국을 돕다 보면 인신매매범으로 오인되거나 탈북자들이 지레 겁을 먹어 중도에 포기하는 등 아쉬움이 적잖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탈북자들이 한국에 오면 미군들에게 매를 맞는다고 믿고 있다”며 “‘잘못 온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향후 몇 명의 탈북자를 더 데려올지는 기밀사항이라 밝힐 수 없지만 탈북자 구출은 하나님께 받은 소명이기 때문에 어떤 난관이 있다 해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가 탈북자들을 돕게 된 것은 개인적 헌신에서 시작됐다. 전북 군산 출신으로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그는 출석하던 교회의 목회자를 따라 중국 두만강 유역에 선교하러 갔다가 북한의 처참한 실상을 보게 됐다. 탈북 꽃제비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 그는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확신하고 갈렙선교회를 설립, 중국을 떠도는 탈북자들의 국내 입국을 돕는 한편 예장 대신 총회신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2006년 12월 목사 안수를 받고 바울선교교회를 개척했다.
부인 박 에스더(42) 목사를 만난 것도 2000년 중국에서였다. 인민군 중대장 출신의 탈북자인 부인은 김일성 사망 때 김일성 동상 앞을 지킨 열혈 당원이었다. 김 목사는 그를 조선족으로 위장, 한국에 입국시킨 뒤 자수하게 하고 결혼까지 했다. 박 목사는 천안 나사렛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지난 7일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들 부부는 나사렛대 강의실을 빌려 탈북자 교인들과 예배를 드리다 2007년 지금의 자리(천안시 쌍용1동)로 이사를 왔다. 부부는 한국 물정에 어두운 30여명의 탈북자들과 함께 은행, 병원, 관공서를 숱하게 드나들며 그들의 수족 역할을 했다.
탈북자 선교단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 2만여명 중 30% 정도인 6000여명이 탈북자 선교단체나 NGO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여기에다 공개되지 않았거나 중국 또는 제3국의 한국 선교사들이 관여한 것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의 국내 탈북자가 한국교회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 목사는 “고통받는 북한 동족의 생명을 구하고 돌보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