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요한18,33-37)
온 누리의 임금, 사랑의 왕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하느님은 사랑 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 하십니다. 우리를 위해 외아들을 속죄 제물로 보내 주시기까지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과오가 아니라 우리의 죄, 나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 매달려서 돌아가셨습니다. 나에 대한 사랑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에도 하느님의 사랑이 충만하길 소망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빌라도는 예수님께 “당신이 유다인의 임금이오?”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것이 네 생각으로 말하는 것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이 얘기해준 것을 말하는 것이냐고 하시며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왕이셨지만 이 세상의 왕들처럼 화려한 모습으로 오지 않으셨고, 왕관을 쓰지도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마굿간을 벗삼아 오셨고, 조롱섞인 가시관을 쓰셨으며 화려한 궁궐은 고사하고 머리 둘 곳조차 없으셨던 분입니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마태8,20). 세상의 지도자들은 자기를 홍보하고 과시하기에 바쁘고 그것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그 자리를 피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정치적인 권력 위에 훨씬 더 큰 권력이 있음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그 권력은 인간적인 수단을 통해서 얻을 수 없습니다. 오로지 사랑을 통해서만이 권위를 지킬 수 있습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무력과 권력남용에 토대를 둔 나라들이 깨지기 쉽고 언젠가는 무너진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는 당신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고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평화와 자유와 삶의 완성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 나라. 예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평화를 얻게 되고 자유를 얻으며, 완성될 것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세상의 지도자들은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도 않는데도 자기가 최고의 지도자라고, 스스로 왕이라고 고집합니다. 그리고 권력을 행사하려 합니다. 그러나 참다운 왕의 모습은 권력이 아니라 권위로 인정을 받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왕이라고 내세우지 않았어도 사람들이 이미 왕이라고 고백하였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고 한 소리였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중심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세상의 논리나 세상의 ‘왕’의 논리를 따르지 않는 길을 알려 주시고, 의심과 두려움과 매일의 시련에 사로잡힌 존재에게 새로운 빛을 비추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왕이셨습니다. 예수님은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신 분이고(요한1,14) 그분에게는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였습니다. 당신을 낮추어 몸소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며 섬김의 본을 보여주시고 (요한13,15)겸손과 봉사의 왕이 되셨습니다. 섬기는 가운데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매달린 왕이십니다. 십자가에 죄목을 적은 명패를 보면 ‘유다인의 왕 나자렛 예수’라고 적었습니다. 예수님은 왕죄에 앉은 권력자가 아니라 그와 정반대인 ‘십자가에 매달린 왕’입니다. 예수님은 누구에게도 손가락질 하지 않으시고 모든 이에게 두 팔을 벌리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요한13,34). 하시며 사랑의 새 계명을 주셨고, 십자가 위에서 죽임을 당하면서도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루카23,34)하고 기도하시며 용서의 왕이 되셨습니다. 온갖 모욕과 조롱을 당하시도록 자신을 내어 맡기심으로써 우리가 굴욕을 받더라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게 하셨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들딸처럼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 종이 되셨습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왕,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왕, 온 누리의 임금이 계십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예수님은 언제나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다시 일어서게 하시며, 항상 왕권을 회복시켜 주십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하는 십자가에 매달린 착한 죄수에게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말씀 하셨습니다. 십자가 앞에 서서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도록 우리 자신을 맡겨드릴 때 우리에게도 같은 말씀을 해 주실 것입니다. “구원은 그분의 사랑을 받도록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기는 데서 옵니다.” 주님의 사랑은 친밀함과 연민, 온유한 사랑으로 당신의 두 팔을 벌려 위로하시고 어루만져 주십니다. 바로 이분이 우리의 왕이십니다.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이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 기도인지요?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모든 것, 심지어 목숨까지 내놓으시며 백성들을 위한 사랑에 자신을 바쳤습니다. 그야말로 참 사랑의 왕이셨습니다. 나는 이분을 믿고 있나요? 이 분이 내 삶의 주인이신가요?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너희는 참으로 나의 제자이다. 그러면 너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8,31-32).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요한18,37). 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담고 날마다 새롭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을 가슴에 모시고, 세상이 추구하는 소유와 권력, 지배의 왕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 진리와 정의의 왕, 섬김과 봉사의 왕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섬길 줄 아는 사람만이 다스릴 자격이 있습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현세적인 것보다 영원한 것에, 마음을 집중할 수 있길 기도합니다. 다음 주는 전례력으로 새해가 시작됩니다. 대림절을 잘 맞이하시고 기쁜 성탄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반 영억 라파엘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