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치철학의 논제를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통해서 많이 알려진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롤스, 노직, 왈처의 세 입장으로 나뉜다. 롤스는 거의 일생동안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고심한 미국의 정치철학자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다음 세상에서 어떻게 태어날지 모르는 상황을 롤스는 ‘무지의 베일’이라고 하였다. 무지의 베일 상황에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다음 생에서 살게 될 사회제도에 대해서 쉽게 합의에 이를 거라는 것이다. 롤스는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면 모두가 합의하게 될 원칙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롤스가 주장한 정의의 두 원칙 중 첫 번째, 자유의 원칙이다. 기본적으로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언론/집회의 자유, 선거의 자유 등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유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롤스의 기본적인 입장은 자유주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자유를 가진다는 점에서 평등하다고 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그럴 수 없다. 경제적 불평등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사회가 정의로울 수 있을까. 롤스는 그럴 수 있다고 한다. 제2원칙만 지켜진다면 경제적으로는 불평등하지만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기회를 가져야한다는 기회균등의 원칙,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줘야한다는 차등의 원칙이다. 간단히 말해서 사회 복지를 강화해야한다는 것이다. 롤스는 경제적 불평등은 불가피하지만 복지의 확대와 균등한 기회제공을 통해서 정의로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롤스의 입장을 복지국가형 자유주의라고 한다.
노직은 롤스에 반대한다. 노직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유권인데 왜 돈을 가난한 사람들한테 내놔야 하냐는 것이다. 내가 돈을 번 과정이 정당하다면 내 돈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노직은 기본적으로 근로소득세에 반대를 한다. 소유권을 확실하게 보장해주지 않으면 사회의 경쟁력이 떨어질 거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소유권을 확실히 보장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국가의 역할은 경찰과 군대로 하여금 개인의 소유권을 지켜주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노직의 이러한 입장을 롤스의 자유주의와 구별하여 자유지상주의라고 한다. 극단적인 형태의 자유주의라고 할 수 있다.
왈처도 노직과 마찬가지로 롤스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신의 정치철학을 시작한다. 롤스에 대한 왈처의 비판은 ‘왜 모든 걸 돈으로 환산하냐?’는 것이다. 롤스는 돈의 분배가 제대로 되면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처럼 말하는데 세상에는 돈 말고도 다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왈처의 입장이다. 다양한 가치를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정의로운지 알기 위해서는 이러한 가치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역사적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가치가 형성되어온 공동체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입장을 공동체주의라고 한다.
롤스, 노직, 왈처 이 세 사람의 관심은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정의인가?’하는 점이었다. 롤스는 복지국가형 자유주의, 노직은 자유지상주의, 왈처는 공동체주의다. 롤스와 노직의 공통점은 둘 다 개인의 권리를 중시했다는 점과 절차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롤스와 왈처의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평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골고루 분배하려면 복지제도를 강화시키고 그에 따른 정부의 역할도 커져야 한다는 큰 정부를 주장한 것 또한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복지국가형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정치인으로는 미국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고 자유지상주의를 지지하는 정치인은 도널드 트럼프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공동체주의를 지지하는 정치인으로는 버니 샌더스를 들 수 있다.
첫댓글 확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