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차.기아 사옥 로비, 사각형 몸체의 로봇이 팔을 뻗어 나무에 물을 뿌렸다.
다른 쪽에선 몸에 'Security(보안)'라는 글자를 써 붙인 로봇 개'가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피해 다니며 순찰을 돌고 있었다.
현대차.기아가 최근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친 양재 사옥을 새로 개발한 로봇 실험 공간으로 만들었다.
식물에 물을 주는 관수(관수) 로봇 '달이 가드너(DAL-e Gardener)' 배송 로봇 '달이 딜리버리(DAL-e Delivery)',
4족 보행 로봇 '보안용 스팟(SPOT)' 등 3종우리 사옥 공용 공간에 투입한 것이다.
일상 공간에서 그룹의 피지컬 인공진능(AI) 기술을 테스트하겠다는 취지다.
달이 가드너는 조경 관리자를 도와 곳곳에 놓인 식물에 물을 준다.
카메라와 라이다(LiDAR)를 통해 식물과 흙, 화분을 구분한다.
정확한 위치에 물을 분사할 수 있도록 회전이 가능한 로봇팔도 장착했다.
물이 부족하면 급수 설비에서 자동으로 물을 보충할 수 있다.
리노베이션 공사 마친 양재 사옥
피지컬AI 실험 공간으로 만들어
달이 딜리버리는 1층 카페에서 음료를 받아 각 층으로 배달해준다.
커피 임직원이 휴대폰 엡으로 주문을 하면 복잡한 공간에서 스스로 회피하며 움직이고, 주문자의 얼굴을 인식해 배달한다.
보안용 스팟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로봇 개 스팟의 플랫폼에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의 자율주행 모듈을 장착했다.
이들 로봇은 배터리가 부족하면 대기공간을 찾아가 충전하고 다시 업무를 시작한다.
이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서 '일하는 환경이 바뀌면 일하는 방식도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며
'활발한 협업'을 강조했다.
사옥 곳곳에 배치한 로봇에 대해서는 '화분에 물을 주려면 스프링쿨러를 설치하면 간단하겠지만,
우리는 로보틱스 회사이기 때문에 달라야 한다'고 했다.
기자들과 만난 정 회장은 '로봇을 고객에게 내놓기 전에 내부적으로 확실히 검증해서 내보내야 한다.
앞으로 다른 로봇도 (사옥에) 가져와 테스트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로봇이 식물에 물주고 커피도 배달
정의선 '다른 로봇 계속 들일 것'
.국내에서 테슬라.BYD 등이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해 정 회장은 '어느 회사라도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 한다.
긴장하는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에 대해선 '태슬라와 중국차가 빠르지만 우리는 조금 늦더라도 안전에 포커스를 둘 생각'이라고 답했다.
최근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 다녀온 정 회장은 '중국 소비자가 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고, 우리보다 모든 게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배울 점이 있다'는 감상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로봇 기업으로 변신한 것과 관련해선 '자동차만 해왔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아가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밸런스가 중요하고 직원들의 융합에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노사 문제에 대해서는 '회사가 발전해야 하고 주주도 중요하고 국가 발전도 중요하다'며
'(노사관계를) 지혜롭게 잘 만들어간다면 세계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