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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카 오사무의 火の鳥
많은 sf 작품들이 미래를 비관적으로 그립니다.
디스토피아 작품들은 과학기술의 발전 끝에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사회를 비판하곤 하고
사이버펑크 장르는 조금 더 철학적인 문제인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특별한가? 등을 다룹니다. 하지만,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불리는 가벼운 장르도 존재하고 유명한 소설 ‘가지 않은 길’처럼 인간과 과학기술의 합을 긍정적으로 그린 작품도 많습니다.
그런데, 유달리 일본의 sf 작품들은 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인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1990년 이전 sf 만화들은 대개 이런 식으로 시작합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서 지구가 멸망한 뒤’ 유달리 일본에서 크게 드러나는 과학기술에 대한 회의감.
기술이 끝까지 발전하면 결국 인간들은 그 기술로 인해서 모두 멸망할 것이라는 사고관을 고정원 sf 칼럼리스트는 묵시록적이라고도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일본 작품의 저변에 깔린 이유를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문명이 멸망해 본 국가인지라 기술 발전의 끝에는 멸망만이 남아 있다는 인식을 지녔다고 파악합니다. 가령 그 유명한 작품인 ‘고질라’는 미국의 무기 실험으로 생겨난 거대 괴수가 인간들을 멸망시키러 다가오는 작품이고, 이런 작품들이 많은 것을 보아 일본인들의 패전에 대한 피해 의식과 트라우마가 기술 발전이라는 키워드로 향한 것이라고 짚고 있습니다. 저도 이 영향을 절대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고정원 칼럼리스트의 사견이 아닌 일본인이 타나카 모토코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을 참조한 것이고 (사회에 깔린 반미주의가 깊으면 원인을 미국에 돌리는 것처럼...) 서구권의 sf 작품들은 과학기술이 사회나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한다면 일본 sf 작품들은 전쟁, 세균무기 등으로 인간이 아예 멸망하는 것을 전제로 삼고 있기에 원폭으로 인한 패전 트라우마가 작용함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너무 발전하게 되면 망하게 된다.’라는 인식은 꼭 일본의 sf 작품에서만 드러나는 것이라기보단 오히려 동양권의 접근에서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감성으로 보입니다. 무한히 발전하는 것은 없으며 언젠가 모든 것은 사그라들 것이고 공에서 색이 나오고 세계에서 공으로 흐르는 불교적인 세계관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역시도 칼럼니스트분께서 지적한 부분이지만 세계대전 이전과 이후에 일본인의 세계관이 달라졌고 기술을 쫓아서 멸망할 것이냐 혹은 현상 유지에 집중할 것이냐 라는 극단적인 양자 보인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세계대전 이후로도 극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정훈 칼럼니스트가 2:8 정도로 바라본다면 저는 불교적 색채라는 것이 8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sf 작품 유행에 서두를 펼친 것이 바로 데즈카 오사무라는 만화의 신이며 그의 sf 대표작이 바로 ‘불새’인 만큼 이곳 만화들도 그 세계관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불새 미래편 줄거리-
서기 3104년 지구는 반쯤 멸망해 있고 인간들은 몽땅 지하로 숨어 들어가 지상에 살고 있는 인류는 극소수입니다.
주인공 ‘마사토’는 일본에 있는 지하 도시, 영원의 도시인 ‘야마토’의 인류 전사입니다.
그는 여자와 함께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여자는 인간이 아닙니다.
‘무피’라고 불리는 부정형 생물이죠. 겉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생물이고 무피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인간에게 환상을 구체화해서 보여줄 수 있습니다.
마사토는 이 무피에게 ‘타마미’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미 멸망해버린 지상에 있었다는 하와이에서 둘이 노는 상상을 하며 일상을 보냅니다. 하지만 집에 무피가 있는 것은 3년 전부터 야마토에서 굉장한 중죄가 되었습니다.
지구가 생명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인간에게 최면술과 같은 행복을 줘서 인간을 타락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야마토의 중앙본부에서는 무피를 모두 죽여버리라는 명령을 내린 바가 있습니다.
마사토 역시도 이 무피 사냥에 참가했던 적이 있는데, 그가 집에 자신만의 무피를 데려다두고 혼자서 환각을 즐기고 있었다니 야마토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마사토는 타마미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게 됩니다.
마사토는 명을 받들어 타마미를 죽이려 들지만 그는 타마미를 죽일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메갈로폴리스에서 떠나기로 하죠. 그래서 마사토는 타마미와 함께 이 야마토로서 도망치게 되었고, 그에게 무피를 죽이라고 지시한 ‘록’은 이 야마토를 지휘하고 있는 위대한 컴퓨터. 한 치의 계산 오류도 없는 ‘할레루야’에게 마사토와 타마미의 도주를 일러바치죠. 록은 도주하는 마사토의 뒤를 쫓게 됩니다.
주인공이 지상으로 도주하고 있는 이 순간 지상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은자. ‘사루타’ 박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한때 지구에 존재했던 모든 생물, 인간까지도 복원해서 만드는 생명공학에 열중하고 있었죠.
하지만 사루타 박사의 연구는 그리 완벽하지 않아서, 인조 자궁에서 빠져나와 밖으로 나오게 되면 모두 녹아서 죽어버리게 됩니다.
그는 자식같이 만들어 낸 ‘브래드밸리’가 녹아서 죽자 신에게 원망의 목소리를 뱉어냅니다.
“당신은 우주와 연결을 만들어내셨습니다. 그런 당신이 만든 지구를, 인간으로 멸망시키려고 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가 신에게 원망을 토해내며 울부짖자, 먼 곳에서 빛덩이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불새’가 사루타 박사 앞에 나타나 이야기를 건넵니다.
“저는 신의 사자가 아니라 지구의 분신입니다.”
“그런 지구가 지금 죽어가고 있어요. 병에 걸려서 사경을 헤매고 있죠. 지구를 고칠 수 있는 인간은 딱 한 명밖에 없어요.”
그리고 불새는 사라져버리고 멀리서 두 사람이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로비타. 저 두 사람을 데려와라.” 박사의 조수인 ‘로비타’의 안내로 얼어 죽을 뻔하던 마사토는 사루타 박사의 돔으로 들어와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마사토와 타마리의 도주를 막지 못한 록은 그가 망명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랜구드에 통신해 마사토가 도착하면 당장 넘겨달라고 말합니다.
“무피를 죽이고 마사토에겐 벌을 내려야 해 전자두뇌 할렐루야의 명령이다.”
“그럼 우리도 이 건에 대해서 우리 성모 기계 다뉴브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군” “우리의 위대하신 성모 다뉴브님께서는 랜구드에 넘어올 마사토가 아무 문제가 없다며 그의 망명을 허가하라고 합니다.” 다뉴브는 메시지를 내리고, 할렐루야는 여전히 마사토를 잡아 죽이려고 합니다.
‘할렐루야의 계산은 정확해’ ‘우리는 다뉴브의 지시를 따를 뿐이야 할렐루야는 낡고 오래되어서 고장난 게 틀림없다고’ 결국 두 메갈로폴리스는 담판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의 인지를 뛰어넘은 고귀한 기술의 집약체 할렐루야와 다뉴브의 토론배틀로 말입니다.
위대하신 다뉴브와 할렐루야의 토론배틀은 이후 기계 부품 잡음이 가득 섞인 욕배틀로 전락해버리고 맙니다.
-당신과는 정말 맞지 않는군요.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해요. 그래요. 전쟁이에요.
록은 이 결과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맙니다.
-록, 앞으로 20시간 뒤면 랭구드 선전 포고를 할 거예요.
록은 렌구드에 중앙사령부에 강력한 수소폭탄을 설치했지만, 렌구드에서도 똑같은 계획을 실행한 뒤였습니다.
계산에 따르면 그 확률은 99.8%입니다. “그럼 렌구드도 야마토 전멸이겠군요.”
“당연히 그렇게 되겠죠. 계산 결과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어요.”
록은 할렐루야의 명령에 처음으로 반대합니다.
“나는 죽기 싫어. 왜 20시간 뒤에 나까지 죽어야 하지?” 록은 마사토와 마찬가지로 야마토를 떠나기로 결정하죠.
이후 록 역시도 사루타의 돔에 도착하게 되고 할렐루야의 계산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렌구드에서는 강력한 수소폭탄이 터졌고, 야마토에서도 마찬가지로 핵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록이 예상치 못한 것은 두 도시뿐만 아니라 남은 세 도시까지도 전부 폭발이 일어나 버렸다는 것입니다.
즉 인류의 대다수는 사라져버렸다는 것이죠. 이후부터 미래 편은 사루타와 록의 무피에 대한 쟁탈전 형식으로 이어집니다.
왜냐하면 메갈로폴리스들의 핵전쟁으로 인해 지구 대기의 방사능 수치가 걷잡을 수 없어졌고 사루타 박사의 돔에도 점점 방사능이 들어와 이제는 모두 죽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이죠. 사루타는 자신의 인공 생물 연구를 완료하기 위해 강력한 부정형 생물인 무피를 해부한 뒤 연구해서 지구에 다시 생태계를 복원시키려고 하고, 로그는 과거의 우주선을 다시 찾아내서 인간이 살 만한 다른 행성을 발견해 타마미와 함께 아담과 이브가 될 예정을 꾸리려고 합니다.
타마미는 사르토 박사의 손을 들어주며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새로운 세포를 연구하는 것으로 결정 지어지고 죽음이 가까워짐을 느낀 사루토 박사는 로봇 로비타에게 타마미의 세포를 연구한 결과와 세포 전환 수술을 할 수 있는 방법 알려주죠. 하지만 우주선을 타고 도망치기로 결정한 록은 그것을 말리는 로비타를 이미 죽여버린 후였습니다.
사루토 박사의 꿈은 헛수고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생명의 유일한 희망 마사토는 불새의 도움을 받아서 불사의 몸이 되었습니다.
인류는 다 망하고 남은 사람은 혼자뿐 사루토 박사의 마지막 연구인 신종 세포와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한 인공생물들만을 가지고 마사토는 이제 마지막 인간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불사의 몸을 지닌 마지막 인간이요 대체 마스터가 무엇을 할 수 있기에 불새는 마사토를 지구의 희망이라고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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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로 보아 기술의 발전은 반드시 멸망을 가져온다는 것은 일본 sf 작품의 저변에 깔린 심리인 것은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 불새의 미래 편에서도 고도로 발전한 기술 끝에 모든 인간이 한순간의 핵폭발로 죽게 되었죠.
하지만 일본 sf 작품의 아버지인 데즈카 오사무 작가에게 일본이 핵을 맞은 것에 대한 피해 의식이 작용해서 이런 식으로 인간이 멸망하는 엔딩을 보여줬다고 판단하기는 굉장히 어려워 보입니다.
이유는 미래편의 인류는 핵폭발로 끝나긴 했지만 작품의 설정상 21세기 인류들 역시도 수많은 핵전쟁을 겪어도 다시 일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몇몇 문명들이 망가지기도 했지만, 인간은 절망 끝에서 다시 일어나고 25세기의 인류 문명은 정점에 도달했다고 작품에서는 설정해 두고 있습니다.
즉 데즈카 오사무 세계관에서는 핵폭발은 절대적인 끝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인간은 절망 끝에서도 다시 일어나고 언제나 희망을 가지고 깨어나는 존재이기에 오히려 핵전쟁은 인류가 다시 일어나기 무로 돌아가는 순환 일부로 보입니다.
반면 이 작품에서 인류가 멸망한 직접적인 이유는 마사토로 인해서 촉발된 핵전쟁임은 사실이지만 25세기 이후부터 작중에서 인류들은 서서히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나옵니다.
그 원인은 아무도 알 수 없고 과학도 예술도 진전하지 않고 쇠퇴했다고.
불새 미래 편에서 나오는 몰락의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인간이 점점 강성해지다가 기운이 점점 쇠해져서 늙어서 죽어버리기를 인류의 문명 역시도 언젠가 늙어서 쇠퇴할 것이란 이야기 이런 인식은 ‘후지코 F 후지오’ 작가의 단편인 ‘노년기의 끝’에도 나오는 설정입니다.
데즈카 오사무 세계관에서 인류는 무한한 듯이 발전하다가도 언젠가 쇠퇴해 버립니다.
무한이 진보하는 것은 없고 언젠가 모든 것은 ‘무’로 돌아온다는 인식은 과거부터 동양권이 생기거나 지배했던 불가적인 인식에 더더욱 가까워 보입니다.
그래서 작중의 초월적인 존재로 보이는 불새의 행보는 굉장히 불교적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여명 편에서 불새는 영생을 쫓는 사람들, 권력자인 히미코나 나기는 마치 어리석다는 듯이 대하지만 완전 멸망해버린 문명을 재건하려는 사람들 쿠마소를 재건하려는 구즈리의 아들이나 사루타히코의 아이를 밴 우즈네에게는 깃듭니다. 여명 편에서는 자신의 피 한방울 안 주려는 듯 보이는 불새가 야마토 편에서는 얼마든지 피를 나눠주려고 하죠. 영생을 쫓는 인간은 돕지 않지만, 순장이라는 무의미한 희생을 피하기 위해 위정자에게 경고를 하는 것을 도와줍니다.
망향 편에서는 불새는 남편을 잃은 채 자신의 아들, 카인과 관계를 해서라도 새로 생명을 일구어내려는 로미를 축복해서 그 행성에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지만, 이후 그 행성에서 발생한 문명이 마약 등에 타락하자 멈춰뒀던 자연재해를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그 문명을 완전히 부숴버리고 맙니다.
불새는 영생의 상징이라기보다는 불가적인 영원한 순환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 안에서 불새 스스로가 고통받는다는 것도 특징적입니다.
불새는 늘 새로운 희망을 지닌 인간을 축복하지만, 그 축복받은 인간은 몇 대가 지나면 어김없이 타락합니다.
불새는 인간이 가진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불새에게는 인간이 하나의 희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불새는 언젠가 인간이 우주의 조화로운 한 부분이 되어 살아 숨 쉬는 건전한 생명으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인간은 어김없이 그 기대를 배반하고 모성인 지구를 갉아먹고 다른 생명을 착취하며 동족을 죽이고 생명에 대한 의지를 포기합니다.
인간이 헛된 희망인 영생, 불새를 쫓듯이 불새는 헛된 희망인 인간, 생명을 쫓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순환적이고 불가적인 세계관은 불새의 입을 빌려서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인간이 알고 있는 가장 작은 소립자들은 하나의 우주와도 같은 그 안에도 다른 생명이 살고 있으며 우리가 살고있는 우주 역시도 굉장히 큰 스케일의 존재가 지니고 있는 하나의 입자에 불과하고 우주가 곧 생명이고 생명이 곧 우주라는 인식 이런 메시지는 작품의 형식으로 간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불새 봉황 편에서는 직접적으로 이런 카르마, 업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사루타가 예술의 길로 들어서면서 자신의 업들을 마주하는 연출이 나오죠. 일본 sf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고 데즈카 오사무의 세계관은 핵폭발에 대한 트라우마라기보다는 과거부터 내려온 불가적인 세계관에 가깝다고 저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교수님 집안 대소사와 야간알바로 중간고사 과제를 지금에서야 내서 죄송합니다... 다음 학기부터는 올바른 태도로 수업에 더 열심히 수업에 임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확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