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의 희망으로 주님을 맞이하며
심흥보 베드로 신부. 서울대교구 삼성동성당 주임
구약의 공동번역 시편 88장 1절을 보면 이런 기도가 실려 있습니다.
“주님, 내 구원의 하느님, 낮이면 이 몸 당신께 부르짖고 밤이면 당신 앞에 눈물을 흘립니다.”
이 시편 구절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납니다.
우리가 살면서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아니 젊어서 힘이 있고, 일을 할 수 있고, 일이 잘 풀려 나갈 때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듯이 설쳐대지만, 나이가 들고 지치고 뭔가 잘 안 풀려서 뭐가 문젠지 점검하기 위해
되돌아보아야 할 때가 되면 즉 밤이 되면 주님 앞에서 완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고, 심지어는 주님의 발치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청하게 됩니다.
이 시편 저자의 기도는 참으로 우리 인간 삶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에게 실존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를 바치게 해준다고 느낍니다.
그런가 하면 ‘새 번역’에서는 이 구절을 이렇게도 번역합니다.
“주님, 제 구원의 하느님 낮 동안 당신께 부르짖고 밤에도 당신 앞에 서있나이다.”
이 번역은 우리를 낮에도 밤에도 주님 앞에 올곧은 마음으로 서서 주님께 청하고 주님께 나아가도록 이끕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대림 시기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며, 우리 마음과 삶 속에 아기 예수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대림 시기에 판공 찰고지를 풀고 고해성사를 보고 희생과 자선을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주님의 탄생을 이웃과 함께 나누기 위해 준비합니다.
어떤 신자들은 대림 시기 동안 예수님의 탄생을 맞이하기 위해 자신이 평소에 아끼고 즐기던 것을 하나씩 절제하며
주님을 따를 새로운 결심을 하기도 합니다. 술, 담배, 커피 등을 끊거나 TV 시청시간을 줄이고
성서읽기와 묵상, 9일기도나 미사 참례 등을 하는 일에서부터, 자신이 절약하고 절제한 것을
대림 제3주일인 자선주일에 모아서 어려운 이웃과 나누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여러분 각자의 처지와 상황에 맞추어 여러분의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통해
아기 예수를 맞이할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는 대림시기 첫 주일의 독서와 복음 말씀들을 보면,
이제 그만 현세의 삶에서 벗어나 주님의 탄생을 준비하라고 재촉합니다.
첫 번째 독서인 이사야 예언서에서 우리를 주님께 향하도록 일깨웁니다.
“수많은 백성들이 모여 오면서 말하리라. ‘자,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 야곱의 하느님 집으로!
그러면 그분께서 당신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치시어 우리가 그분의 길을 걷게 되리라.’
이는 시온에서 가르침이 나오고 예루살렘에서 주님의 말씀이 나오기 때문이다.”(이사 2,3)
두 번째 독서인 로마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말합니다.
“밤이 물러가고 낮이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로마 13,12)
알렐루야는 시편 84(85)장 8절입니다. “주님, 저희에게 당신 자애를 보이시고 저희에게 당신 구원을 베푸소서.”
마태오 복음을 통해 교회는 노아 때와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를 연상시키면서 우리를 준비시킵니다.
노아 때 노아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저 저 먹고 사는 일에만 눈을 번득이다가
갑자기 홍수가 나서 자기가 가진 것을 그냥 그렇게 다 버려둔 채 죽어야 했던 일.
그리고 주님께서 다시 올 때도 소리 소문 없이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심판에 대해 준비도 하기 전에 그 날이 그렇게 갑자기 닥쳐서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라고 합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밤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깨어 있으면서 도둑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마태 24,42-44)
주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러 오십니다
우리가 준비할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주님의 다가오심입니다.
주님의 다가오심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입니까?
어떤 이는 주님께서 오셔서 우리를 지옥 같은 현세에서 건져 새 세상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해 또 다른 이는 주님께서 오셔서 우리의 지상생활을 마감하고 우리를 심판할 것이라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 나는 어떻습니까?
다가오시는 주님을 목매어 기다리며 주님을 만나 뵈올 희망으로 설레고 있습니까?
아니면 주님께서 오셔서 나를 심판하실 것이 두려워 떨고 있습니까?
주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러 오십니다. 그런데 우리를 구원하러 오실 주님을 겁내고 두려워하고 있다면,
우리의 삶은 오늘도 기쁘고 편안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구원의 대림절에 우리를 구원하러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주님의 오심이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완전한 행복이기 위해,
우리의 생각과 삶을 되돌아보며,
주님을 기쁘게 모시기에 합당하도록
보람차고 의미 있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