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걸리버는 소인국 사람과 몸의 형태가 비슷하다. 그래서 소인국의 수학자들은 각도기를 사용해 걸리버의 키가 소인국 사람의 12배 정도 되는 것을 알아 낸다. 그리고 닮음비를 이용하면 걸리버의 부피를 구할 수 있다.
(키) 소인 : 걸리버 = 1 : 12 (부피) 소인 : 걸리버 = 13 :123 = 1 : 1728
이렇게 해서 작가는 걸리버 몸의 부피가 소인국 사람 1728명의 몸을 합한 것과 같기 때문에 식량도 1728명 분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의문이 생긴다. 작가는 왜 소인과 걸리버의 키의 비로 10이라는 계산하기 쉬운 숫자 대신 복잡한 12를 사용했을까? 그건 당시 영국이 12진법과 관련이 있는 도량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미터법이 국제사회의 표준이 된 이후 지금까지도 영국은 기존에 쓰던 도량형을 함께 쓰고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피트, 인치라는 길이의 단위이다.
1피트는 12인치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작가가 걸리버를 건장한 성인 남자의 키에 해당하는 6피트(약 180cm)로 놓고, 소인의 키를 같은 숫자인 6인치(약 15cm)로 설정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걸리버와 소인의 키의 비가 12:1이 된 것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건, 작가가 닮음비와 부피비까지 따져가면서 생각한 소인 1728명 분의 식사량은 사실 걸리버에게 너무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동물이 섭취하는 음식물의 양은 동물의 부피비에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부피비의 3/4제곱에 비례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걸리버에게는 17283/4=268명의 식사량이 적당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