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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애쉬:달리가 사랑한 그림]의 한국 제목은 잘못되었다. 이 영화의 원제는 [Little Ashes].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살바드로 달리의 그림 제목이다. 달리가 20대에 그린 이 그림에 [Little Ashes]라는 제목을 붙인 사람은 대학시절 그의 예술적 동료였던 스페인의 시인 가르시아 로르까이다.
동성애자였던 시인 로르까는 살바드로 달리에게 구애를 했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지만 살바드로 달리는 평생동안 그 스캔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죽기 직전 자신의 자서전을 집필했던 이언 깁슨에게 [그것은 관능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달리와 로르까가 주고 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리틀 애쉬]의 시나리오 작가 필리파 고슬렛은 영화의 대본을 집필했다. 따라서 [리틀 애쉬스]는 로르까의 비극적인 삶을 축으로 달리와의 동성애 관계에 촛점을 맞추고 제작된 영화이다.
사실 폴 모리슨 감독의 영화 [Little Ashes]의 중심은 달리가 아니라 가르시아 로르까에 집중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피의 결혼] 등의 극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스페인에서는 오히려 달리보다 더 유명한 국민시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가르시아 로르까의 일대기를 ,그의 청년시절 동료였던 달리와의 관게에 촛점을 맞춰 그린 것이다. 하지만 한국어 제목에는 우리에게 더 유명한 화가 살바드로 달리의 이름을 붙였다. 1922년 로르까와 달리가 처음 만나던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로르까가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 총통의 공화파에 의해 고형에서 붙잡혀 처형당하던 1936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살바드로 달리와 가르시아 로르까, 그리고 초현실주의 영화의 대표작인 [안달루시아의 개](1929년)를 감독한 루이 뷔니엘은 모두 마드리드 대학 동문이다. 영화는 1922년 마드리드 대학 신입생이던 달리와 로르까, 루이 뷔니엘의 만남부터 시작한다. 18살의 살바드로 달리(로버트 패틴슨)는 고향을 떠나 스페인의 수도에 있는 국립 마드리드 대학에서 시인 로르까(하비에르 벨트란)와 영화 감독 지망생 루이 뷔니엘(매튜 맥널티)을 만난다. 20세기 예술의 문학, 미술, 영화를 각각 대표하는 거장으로 성장하는 이 세 사람의 만남 그 자체가 우리들을 흥분시킨다.
루이 뷔니엘은 동성애를 혐오하는 보수주의자였지만, 로르까와 달리는 서로에게 끌리는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로르까의 동급 학생이었던 막달레나(마리나 가텔)는 로르까가 동성애자인줄 알면서도 그를 사랑한다. 침대 위에서 로르까와 막달레나의 섹스가 펼쳐지는 동안 구석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살바드로 달리의 미묘한 감정은, 트리플 섹스와는 또 다른 차원의 복잡한 감정과 육체적 교감을 표현하고 있다. 20대의 달리나 로르까는 정확하게는 바이 섹슈얼, 남자와 여자 모두와 관계를 갖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프랑코 총통의 독재를 지지하는 공화파와 민병대, 그리고 자유를 추구하는 시민군의 충돌로 전개된 스페인 내전은 국제적 관심을 모았고 헤밍웨이를 비롯한 많은 지식인들이 시민군을 지원하기 위해 자원해서 스페인으로 건너와 공화파에 대항해 싸웠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많은 에술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스페인 내전 중 가장 큰 희생자는 시인 가르시아 로르까이다.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었던 로르까는 공공연하게 프랑코 총통을 반대하는 시와 글을 발표했고 공화파의 눈에가시같은 존재였다. 고향을 방문한 로르까는 공화파에 붙잡혀 즉결 처형되었고 그 소식은 전세계의 지식인들을 큰 슬픔으로 빠트렸다.
1936년 8월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고향인 안달루시아에서 쳐형된 로르까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리틀 애쉬]의 이야기는 끝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세 사람의 뛰어난 예술가들, 로르까 시인과 화가 달리, 그리고 영화감독 루이 뷔니엘의 애증 어린 관계가 전개될 때이다. 초현실주의 영화의 효시로 알려져 있는 루이 뷔니엘 감독의 [안달루시아의 개]가 사실은 로르까 시인을 조롱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면도칼로 여성의 눈을 긋는 장면으로 충격을 일으켰던 14분동안의 이 짧은 영화 제작에는 한때 로르까의 절친이었던 살바드로 달리도 참여했다.
파리로 먼저간 뤼이 뷔니엘을 따라 파리로 활동 무대를 옮긴 살바드로 달리는, 스페인에 남아 있던 로르까와는 달리 초현실주의의 거목 앙드레 브로똥을 만나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양산해낸다. 예술적으로는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가던 로르까와 달리가 화해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희미한 우정을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 살바드로 달리가 파리로 가기 전, 마드리드 시절에 로르까와 우정을 나누며 그렸던 [리틀 애쉬스]라는 작품이다. 프로이드의 무의식과 꿈의 기억에 영향을 받은 달리를 평생 따라다녔던 신체절단의 공포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작품에 로르까는 [리틀 애쉬스]라는 제목을 붙여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