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못가본 윤 군이 국군통수권자로서의 가오를 잡기 위해서 지난 해에 이어 다시 올해도 79억을 들여서 시가행진을 했다. 나에게 인상적인 것은 행진 마지막에 미군들이 총도 없이 헬렐레레 한 군기 빠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정상이다. 미국갗은 강대국은 평화시에 군인이 무기를 들고 각 잡은 행진을 하지 않고 허약한 북한 같은 독제사회에서나 병사들이 기계같이 행진을 하는 것이다. 늦게마나 그런 것을 알아서 작년보다는 후까시 잡는 모습을 줄였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윤 군의 병정놀이를 보면서 기억 난 옛날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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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2월 월남에서 철수를 해서 파병 당시 훈련을 받던 교육대로 돌아와서 개선 장병 환영식과 서울 시내 시가행진을 위한 훈련을 해야 했다.
그러나 강원도 산골인 오음리에는 부대가 대대 규모로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병력이 모여서 훈련을 할 수 있는 연병장이 없어서 얼음이 꽝꽝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훈련을 해야 했다.
추운 날씨에 얼음 위에서 반복되는 훈련이 즐거울 리가 없었다. 행진 중에 같은 군가를 반복해서 불러야 하니 재미가 없었는데 누군가가 장난으로 군가 중에 “이기고 돌아왔다.’라는 구절을 “비기고 돌아왔다”로 부르다가 나중에는 “깨지고 돌아왔다.”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 분위기가 전체 부대에게 암묵중에 퍼져서 부대 전체가 그 대목만 오면 장난으로 웃으면서 “깨지고 돌아왔다”를 악을 쓰고 불렀다. 물론 지휘관은 무슨 소리인지 몰랐지만 군가 소리가 크니까 좋아했었다. 그러나 정작 시가행진 때는 연도에서 진지한 마음으로 환영하는 인파들을 보고는 그렇게 부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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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간 얼마나 더웠나? 연옥 같은 더위 속에서 한 달간 두꺼운 복장에 완전군장을 하고 훈련을 했을 병사들의 모습이 안봐도 비디오이다.
60대 이상의 정상적인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 생활 3년을 했을 터이지만 지금쯤은 군대에 대하여 까맣게 잊고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월남참전 군인으로 호주에 있을 때는 시가 행진을 했었다.
4 월 25 일은 호주의 현충일인 안작데이다. 안작 데이의 가장 중요한 행사는 각 도시의 중심거리에서 퇴역 군인들이 가슴에 훈장과 기장을 주렁주렁 달고 늙은 몸을 이끌고 행진하는 것이다. 퇴역 참전용사들이 각기 자기가 참전 했던 전쟁의 부대 깃발을 앞세우고 행진을 하는 것을 보면 마치 현대사의 파노라마를 보는 것 같다. TV는 오전 내내 행진을 생중계하고 도로 연변에서는 시민들이 환호를 벌인다.
후진국은 현역이 행진을 하고 선진국은 전쟁이 나지 않는 한 현역이 시가 행진을 할 일이 없고 퇴역들이 행진을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선진국은 공연히 힘 자랑할 일이 없으니 현역을 행진 시킬 필요가 없고 심심하게 시간 보내는 퇴역들을 행진을 시켜서 퇴역들은 자부심을 느껴서 좋고 국민들은 역사 교육이 저절로 되는 것이니 하여간 잘 하는 짓이다.
호주인들은 발은 맞추지도 않고 줄만 맞추어서 대강 완전 자유 민주주의적(?)으로 행진을 하지만 한국인들은 오랫동안 군사정권 아래서 살아서 그런지 줄은 물론이고 어떻게든지 발까지 맞추어보려고 애들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직 군기가 빠지지 않고 있는 한국인들이 보무 당당하게 행진을 하는 것을 보면 연도의 시민들이 열렬하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