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4일 ·
소설 행운의 터널 내용중
“오늘 모처럼 자료실에 들렀습니다. 다들 잘들 있었습니까?”
“옆에 사람이 같이 인사를 하였다. 다들 잘 있지요. 얼굴 뵙기 힘드네요.”
“뭘~ 격정의 소용돌이가 쳐서…지금 밖에서 교육학 책을 찾아보니 재미있는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지요.”
이렇게 서두를 꺼내면서 조금 전 읽었던 부분을 펴서 읽어보도록 하였다. 그녀는 즉시 한참을 읽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재미있네요. 유진 씨는 학문적 재질이 많은 것 같네요...”
그런데 책 읽는 사이 주변을 둘러보니 어떤 남자가 저쪽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예감이 이상했다. 전에도 가끔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을 본 일이 있는데 상당히 혜은과 친한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도 다시 보이는 것이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같은 학교에 선배이며 직원으로 들어왔다고 하였다. 이 말에 그는 깜짝 놀랐다. 실망한 표정으로 그곳을 나왔다. 괘씸한 것은 유진이 회장인데 그에게 인사를 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혜은이가 서로 만나기를 원하지 않는 꿍꿍이수가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둘 사이에 맺어진 관계가 이미 있는가 싶어서 과감히 그녀를 잊기로 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이름은 김정인이며 직급이 우리 보다 높다고 하였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덜컥하였다. 그래서 아래층으로 내려갓다.
착잡한 마음으로 계단을 따라서 아래층인 미술부를 들렀다. 12층은 필순이 근무하고 있었다. 필순은 늘 마음속에 두고 있는 여성 중 하나로 미술에 대해서 관심 있는 부분을 물어보기도 하였다. 또한 친목회 회원의 돌아가는 정보를 얻기도 하였다. 사실 지금은 혜은과 필순을 가슴으로 저울질 하는 상대였다. 그래서 오늘은 위층에서 짜증 난 것을 이곳에서 풀어보자고 방문한 것이다.
“회장님! 어찌 오늘은 연락도 없이 들리셨습니까?”
“위층에 들렸다가 생각이 나서 잠깐 들렸습니다.”
“위층에는 누구를 만나러 갔습니까?”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즉답을 회피하고 말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회원들에 대한 무슨 특별한 소식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그런데 분석실에 있는 숙인 씨는 결혼 때문에 떠난다고 하던데요.”
“아~ 그래요? 나는 곁에 있으면서도 처음 듣는 소식인데요.”
그는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곧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미술에 대한 관심사를 물어보았다.
“콜라주를 많이 들어보았는데 콜라주가 무엇입니까?”
“콜라주(Collage)는 프랑스어로 ‘풀칠한다.’ 란 뜻으로 질이 다른 여러 가지 헝겊, 비닐, 타일, 나뭇조각, 종이, 상표 등을 붙여 화면을 구성하는 기법입니다. 그러나 보통은 신문이나 잡지의 사진을 오려 붙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듣고 보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어떻게 미를 창조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갸우뚱 거려졌다. 우리는 수채화, 유화 정도만 알았는데 이런 영역이 있는 것을 듣고서 무식한 사람은 그것도 예술이냐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화실을 둘러보며 미술도구로서 붓, 물감, 팔레트 도화지, 파스텔, 콩테, 나이프 등을 관찰하고 마카라는 것도 살펴보았다. 미술에 대해서 무관심하게 지내왔으니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면서 어떻게 보니 다양하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로잉 하는 책이 있어서 인체 장면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드로잉을 공부하고 싶은 욕망마저 들었다. 필순 씨에게 한참 강의를 듣고 창칼 형 조각도가 있어서 이를 기념으로 달라고 하였더니 손수 골라서 하나를 꺼내주었다. 필순은 조각도를 달라고 하니 의아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태연하게 포켓에 넣고 필순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오늘따라 참다운 미인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고 위층에서 흔들렸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오늘도 교양이 될 만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가끔 이런 식으로 용무거리를 만들어서 각층을 둘러보고 다른 전공자의 세계를 받아들이며 서로의 마음과 공감대를 만들어 나갈 결심이다.
첫댓글 모처럼 특집을 해 보았습니다. 아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