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706 --- 가족 축제가 된 김장 담그기
11월 하순에 접어들며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다. 가을이 깊어가고 겨울이 가까워지고 있다. 서둘러 김장하기에 바쁘다. 김장은 겨울철 식량이라고 할 만큼 아주 중요한 행사다. 예전에는 김장 담그고, 연탄 한 차를 들여놓으면 월동준비 끝냈다고 주부들은 한숨을 돌렸다. 김장은 아무래도 배추김치가 중심을 이루며 지역마다 가정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그 집에 내려오는 전통도 무시 못 한다. 김장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웃과 품앗이를 하듯 주부가 삼삼오오 몰려다녔다. 모처럼 집안이 들썩거리면서 주인은 밥을 해대며 돼지고기를 삶은 수육을 갓 만든 겉절이와 함께 먹는 맛은 별미 중 하나다. 우선 좋은 배추를 선별하여야 한다. 몇 번이고 어느 것이 그래도 더 좋은지 들었다 놨다 하면서 고른다. 배추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배춧속으로 넣을 양념을 만들려면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빠뜨리기도 하고 부족해서 몇 번이고 재래시장에 드나들어야 한다. 성질 급한 사람은 준비하다 녹초가 되기도 한다. 배추는 하루 전쯤 소금물에 잘 절여서 물기를 빼야 한다. 배춧속을 만들려면 그 재료가 아주 다양하다. 무를 썰고, 고춧가루, 쪽파, 대파, 사과, 마늘, 양파, 갓, 미나리, 늙은 호박, 생강, 새우젓, 생새우, 굴, 매실청, 소금, 참깨, 찹쌀풀, 멸치액젓을 적당량 배합해 뒤섞는 것이 김치맛을 좌우한다. 요즘은 이웃을 부르기도 부담스러워 가족끼리 모여서 김장을 한다. 각지로 흩어진 자녀를 소환한다. 추석과 설날의 중간쯤으로 가족 모임이 되기도 한다. 자녀는 돌아갈 때 김치통을 꽉 채워 차에 싣고 가면 된다. 행사를 주관한 엄마만 또 한 번 힘들어한다. 1박 2일 동안 손주까지 참여한 가족 축제에 대견하면서 부듯하지만 갈수록 힘이 든다. 그만큼 늙어가고 건강이 따라 주지를 못 하는 것이다. 자녀는 눈치껏 뭐니 뭐니 해도 ‘엄마표 김장’이 최고라 치켜세운다. 하지만 엄마는 내년은 집에서 김장을 못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그 때가 되면 다시 소집령을 내릴 것이다. 그간 수차례 반복되었다. |
첫댓글 날마다 일기쓰듯 하루도 빠짐없이 쓰시는 선생님의 성실성 /진지성/ 인격수양/ 을 보면서 늘 감동합니다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