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가 올해 노사관계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고용노동부가 노사지도 지침에서 제시한 통상임금 판단기준에도 현대차 사례가 반영됐다. 현대차 노사가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과 임금협상에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동부 지침 예시에 반영=4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현대차의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에 따르면 해당 시행세칙은 "현재 재직 중인 종업원에게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노동부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한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임금’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특히 시행세칙에서 '기준 기간 내 입사해 15일 미만 근무한 자'를 상여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8일 '일정한 근무일수를 채워야만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지난달 내놓은 노사지도 지침에서 "월 15일 이상 근무해야만 지급되는 임금"(13쪽)라고 예시했다. 현대차의 시행세칙 내용이 노동부 노사지도 지침상 통상임금 예외항목에 포함된 것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대법원 판결은 물론이고 노동부 지침마저 현대차 노동자들을 직접 겨냥해 사용자 편향적인 판결과 해석을 내놓았다”고 반발했다. 지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과 노동부 지침을 보면 처음부터 현대차를 염두에 두고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6일 오전 현대차 울산공장 지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입장과 투쟁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고정성·일률성 충돌=현대차 노동자 23명이 참가해 진행 중인 통상임금 반환 대표소송에서도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에다, 고정성·일률성 문제까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부는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 마지막에 명시된 "퇴직한 자에 대해서는 실근무일수에 해당하는 지급률로 상여금을 산정해 퇴직금 지급시에 지급한다"는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이 퇴직자에게 일할 계산해 지급하는 금품을 통상임금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15일 미만 근무자를 상여금 지급 예외 대상자로 분류한 대목이다. 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현대차의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아니다.
그런데 현대차 시행세칙 상여금 지급 제외자에는 "미승인 결근·조합활동 무급시간·파업·휴업·사직대기·휴직·정직·노조전임기간(무급) 등으로 15일 미만 근무자"도 포함돼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휴직자나 복직자·징계대상자 등에 대해 특정한 임금지급이 제한돼 있더라도 근로자 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므로 임금의 일률성이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지부 소송을 대리하는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는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이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면 일률성에 대한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퇴직자에게 근무일수에 비례한 만큼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라고 본 대법원 판결과도 충돌한다”고 덧붙였다.
◇노사, 임금협상서 격돌하나=현대차 노사의 임금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지부는 "사측이 노동부 지침만을 근거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성격을 부정한다면 결전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현대차 사측은 대법원 판례와 노동부 지침, 회사의 상여금 시행세칙을 종합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그러나 지부를 의식한 탓인지 공식입장 발표를 자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완전월급제 시행, 정년연장 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향후 진지한 노사협상을 통해 풀어 갈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와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경우 내부 규칙이나 단체협약상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