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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朴祥)의 생애
1474년(성종 5) 출생
1496년(연산군 2) 진사
1501년(연산군 7) 식년 문과 을과 급제, 교서관정자(校書館正字), 박사
1506년(중종 초) 사간원헌납
1511년(중종 6) 담양부사
1515년(중종 10) 단경왕후 복위 소, 유배
1516년(중종 11) 해배, 순천부사
1521년(중종 16) 상주와 충주 목사
1526년(중종 21) 문과 중시 장원
1529년(중종 24) 관직 사직
1530년(중종 25) 사망
1688년(숙종 14) 이조판서 추증
눌재집(訥齋集) 제4권 - 칠언율시
1. 梅窓素月
(매창소월: 매화 창가에 비친 하얀 달)
橫窓玉樹壓枯莎
(창에 비껴선 옥나무(매화)가 마른 사초를 누르고)
影落西溝綠似紗
(그림자 서쪽 개울에 떨어지니 푸르기가 얇은 비단 같구나.)
姑射雪膚風粟徹
(고야산 신선의 눈처럼 하얀 살결은 바람에 소름이 돋고)
廣漢瑤界桂枝斜
(광한전 아름다운 달 세계엔 계수나무 가지가 비스듬히 기울었네.)
淸明作儻如撩我
(맑고 밝은 달빛이 나를 조롱하듯 실컷 놀리는 듯하니)
塵垢何由更做魔
(속세의 티끌과 더러움이 어찌 다시 마귀 노릇을 하겠는가.)
到盡五更看不厭
(오경(새벽)이 다 지나도록 보아도 싫증 나지 않으니)
暗芬飄颭矮甌茶
(그윽한 향기 나부끼는 가운데 작은 찻잔에 차를 다려 마신다.)
2. 竹逕淸風
(죽경청풍: 대나무 길에 불어오는 맑은 바람)
猗猗漸逕接蘭皐
(울창한 대숲 길은 언덕의 난초 언덕으로 이어지고)
積李崇桃不敢交
(무성한 오얏과 도화도 감히 이 대나무와는 섞이지 못하네.)
強項雪霜還硬瘦
(눈서리에도 고개 숙이지 않는 곧은 기상은 파리하나 야무지고)
生涯煙雨更酸騷
(안개와 비 속의 한평생은 더욱 그윽하고 처량하도다.)
玲瓏葉際風彌裊
(영롱한 잎사귀 사이로 바람은 더욱 간드러지게 불고)
泱漭梢頭月正高
(아득한 대나무 끝머리엔 달이 높이 떠 있네.)
無乃此君嗔醉夢
(이 대나무(此君)가 나의 취한 꿈을 꾸짖으려는 것은 아닌지)
巧因靈籟送淸號
(신령한 바람 소리를 빌려 신묘하게 맑은 구령을 보내오네.)
3. 日本躑躅
(일본척촉: 일본 철쭉)
醇稟陽華海極東
(순수한 양기를 받아 바다 맨 동쪽에서 태어나)
春回花葉倍蒙籠
(봄이 돌아오니 꽃과 잎이 배로 무성하구나.)
莫嫌旅泊孤根遠
(외로운 뿌리가 멀리 나그네처럼 떠돌았다 탓하지 마라)
須仗生成一氣同
(만물을 키워내는 천지의 한 기운은 마찬가지이거늘.)
看入老年愁隔霧
(늙은 나이에 바라보려니 안개가 가린 듯 시력이 슬프고)
灑頻朝雨懼翻紅
(아침비 자주 내리니 붉은 꽃잎 떨어질까 두렵도다.)
如今偏種王孫宅
(지금은 도성의 귀한 집 뜨락에 치우쳐 심어져 있지만)
却憶從前出漢宮
(옛날 한나라 궁궐을 나오던 신세를 문득 돌이켜보네.)
4. 翻階芍藥
(번계작약: 계단에 나부끼는 작약)
麗質婷娟擢艾夭
(고운 자태 아리따워 싱그럽게 솟아나니)
蒼新曉日看英標
(새벽녘 푸른 해 아래 빼어난 자태를 바라본다.)
昭陽繡殿眞傾國
(소양전 비단 궁전의 진짜 경국지색이요)
巫峽荒臺謾效妖
(무협의 황량한 대는 부질없이 아양을 모방할 뿐이네.) 雨壓層紅翻夜砌
(비는 겹겹이 붉은 꽃을 눌러 밤 섬돌에 넘치고)
風飄數點度東橋
(바람은 몇 방울 꽃잎을 날려 동쪽 다리를 지나네.)
白頭翁被花王黜
(백두옹(할미꽃)은 화왕(모란)에게 내쫓겼지만)
渠作花王侍御嬌 (이 작약은 화왕의 아양 떠는 시녀가 되었구나.)
5. 滿架薔薇
(만가장미: 울타리에 가득한 장미)
戎戎徧架此歸依
(무성하게 울타리를 덮어 여기에 의지하니)
旭裏光騰影半扉
(아침 햇살 속에 빛이 오르고 그림자는 사리문에 반쯤 걸쳤네.)
湛露靧饒梔子貌
(듬뿍 내린 이슬은 치자꽃 같은 얼굴을 씻겨주고)
東風吹動鬱金衣
(봄바람은 울금빛 노란 옷자락을 흔드네.)
似嫌朱紫時相亂
(붉은색과 자줏빛이 때로 서로 어지러운 것을 싫어하는 듯)
獨把黃中爲要肥
(홀로 중간의 노란빛을 취하여 소중히 키우는구나.)
霜菊是兄君是弟
(서리 속 국화가 형이라면 너는 아우이니)
挼莎殘蕊泛春巵
(남은 꽃술을 비벼 봄 술잔에 띄워 마시노라.)
6. 雪中冬柏
(설중동백: 눈 속의 동백나무)
林園發發北來風
(수풀 동산에 북쪽에서 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니)
怪底春留一樹中
(괴이하도다, 어찌 봄이 한 포기 나무 속에 머물러 있는가.)
造化不應垂曲澤
(조물주가 사사로운 은혜를 베풀 리는 없을 터)
嚴凌時復示仁功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때때로 어진 공덕을 보여주는 것이리.)
經霜葉翦琉璃碧
(서리를 겪은 잎은 유리처럼 푸르게 자라나고)
傲雪花栽錦繡紅
(눈을 멸시하는 꽃은 비단처럼 붉게 피어났네.)
和律漏君元耐冷
(따뜻한 봄 기운이 너를 빠뜨렸어도 원래 추위를 잘 견디니)
未須晨旭照曈曈
(아침 햇살이 붉게 비추기를 굳이 기다리지 않노라.)
7. 春後牧丹 (춘후목단: 봄이 지난 뒤의 모란)
媿逐春葩落一般
(봄꽃들을 따라 똑같이 시드는 것이 부끄러워)
南訛特立玉階間
(여름날 옥계단 사이에 홀로 우뚝 서 있네.)
慇懃更駐東君御
(봄 신(東君)의 수레를 정성껏 다시 머물게 하고)
婉娩新披西子顏
(부드럽고 소담스럽게 서시의 얼굴을 새로이 펼쳤구나.) 龍腦繞風薰草樹
(용뇌향 바람에 감돌아 풀과 나무를 찌르고)
燕脂和雨蘸欄干
(연짓빛 꽃잎은 비를 머금어 난간에 젖어 있네.)
前身餌得丹砂肉
(전생에 단사를 먹어 그 살집을 얻었으니)
擬出蓬萊上界班
(봉래산 선계의 반열에 오르려는 것이리라.)
8. 屋角梨花 (옥각이화: 지붕 모퉁이의 배꽃)
風日晴凝一段和
(바람과 햇살 맑게 뭉쳐 한 토막 따스함 이루니)
楊花無賴妬梨花
(수양버들 들뜬 보풀은 부질없이 배꽃을 질투하네.)
桃園蝶夢遙靑軌
(도원의 나비 꿈은 푸른 자취 멀어지고)
屋角香魂幻玉娥
(지붕 모퉁이의 향기로운 혼은 옥녀(달의 선녀)로 환하게 변했네.)
鸎曉露饛光的歷
(꾀꼬리 울다 깨는 새벽, 이슬 듬뿍 머금어 빛깔이 또렷하고)
月宵煙嚲影欹斜
(달밤의 안개 늘어져 그림자 비스듬히 기울었네.)
騷人爲倒芳尊醉
(시인은 이 꽃을 위해 향기로운 술잔 비우며 취하니)
正管殘春戀物華
(가는 봄의 고운 풍경을 고스란히 아끼고 사랑함이라.)
9. 墻頭紅杏
(장두홍행: 담장 머리의 붉은 살구)
文章活潑董林枝
(문채가 생생하게 약샘(동봉)의 나뭇가지에 피어나고) 款款鳴鳩喚雨時
(정겨운 정구지(비둘기) 소리로 비를 부를 때이도다.)
酣爛有神暉欲燁
(흐드러지게 피어 신령한 빛이 번쩍이려 하고)
護隈多力霧重披
(모퉁이를 보호하는 힘이 커서 안개가 겹겹이 걷히네.) 丹心獨向循墻客
(붉은 마음은 홀로 담장을 거니는 손님을 향하는데)
靑子終輸拍手兒
(푸른 살구 열매는 끝내 손뼉 치는 아이들에게 빼앗기리.)
寒食鼎來三月盡
(한식이 바야흐로 다가와 삼월이 다 가려 하니)
及時相賞倒金巵
(때를 놓치지 않고 서로 감상하며 금술잔을 비우노라.)
10. 熟睡海棠
(숙수해당: 깊이 잠든 해당화)
芒枝剡葉播曾花
(까락 있는 가지와 날카로운 잎에 일찍이 꽃이 피어)
脈脈無言睡正拏
(말없이 그윽하게 잠에 깊이 빠져 있네.)
僧院笑嫣名始顯
(절집에서 방긋 웃어 비로소 이름이 드러났고)
錦城紅濕世爲家 (금성(성두)의 붉게 젖은 자태는 온 세상이 집이 되었도다.)
子孫落魄三韓僻
(후손들은 삼한의 치우친 곳으로 떨어졌지만)
燕趙風流百媚嘉
(연나라·조나라의 풍류처럼 온가지 아름다움이 뛰어나네.)
靑眼有緣非按劍
(좋은 인연으로 반갑게 바라보니 칼을 잡을 일 없어)
暝煙輕薄謾橫遮
(어스름 안개만 옅게 부질없이 비껴 가리우네.)
11. 半開山茶
(반개산차: 반쯤 핀 산다화/동백(冬栢)
枉入喧區萬口稱
(시끌벅적한 속세에 잘못 들어와 만인의 칭찬을 받으나) 山林自性屛驕矜
(산림의 본성은 본디 교만함을 물리쳤네.)
蒼茫雪日春還早
(아득한 눈 내리는 날, 봄은 아직 이른데)
縹緲霜崖契亦曾 (아득히 높은 서리 절벽과도 일찍이 인연을 맺었도다.)
穠萼欲連冬柏坼
(울창한 꽃봉오리는 동백나무와 이어져 터지려 하고)
凍芬偏共臘梅凝
(엉겨 붙은 그윽한 향기는 랍매(납매)와 함께 뭉쳤네.) 詞人步蹀斜陽下
(시인이 석양 아래 서성이며 거니는데)
謖謖霏煙鎖幾層 (쓸쓸히 몰아치는 안개구름은 몇 겹이나 싸여 있는가.)
12. 爛熳紫薇
(난만자미: 흐드러지게 핀 백일홍(百日紅)/자미화)
花滿前階春滿堂
(꽃은 앞 계단에 가득하고 봄은 대청에 가득하니)
數杯邀此漬枯腸 (몇 잔 술로 이 꽃을 맞아 메마른 창자를 적신다.)
東風[缺]分華省
(동풍은 […] 한림원(華省)에 나뉘고)
落日[缺]詩練錦芳
(지는 해는 […] 시를 지으니 비단처럼 화사하네.)
灑灑夜寒驚宿蝶
(쌀쌀한 밤 기운에 잠든 나비 놀라 깨고)
愔愔天月晃長廊
(고요한 하늘의 달빛은 긴 회랑을 비추네.)
人[缺]爛熳還無計
(사람은 […] 흐드러지나 도무지 방도가 없으니)
怕有狂風[缺]雨忙
(미친 바람과 […] 매서운 비가 올까 두렵구나.)
13. 忘憂萱草
(망우원초: 근심을 잊게 하는 원추리)
都房瑞草順天時
(뜰 앞의 상서로운 풀은 천시(天時)를 순히 따라)
一氣鍾和擬久遲
(온화한 한 기운을 모아 천천히 오래 피려 하네.)
世外不須千日酒
(세상 밖에 천일주(千日酒)가 따로 필요 없으니)
人間能翦百年思 (인간 세상의 백년 근심을 능히 끊어주도다.)
黃金買賦爭消恨 (황금으로 사부(詞賦)를 사서 다투어 한을 가라앉히나)
楚澤紉蘭只益悲
(초나라 못가에서 난초를 뀄던 굴원은 슬픔만 더했을 뿐이네.)
鵜鴂莫催霜雪下
(접동새야, 서리와 눈을 어서 내리라 촉촉하지 마라)
靑靑留乞永相持
(푸르고 푸른 자태를 오래도록 간직하길 빌어본다.)
14. 向日葵花
(향일규화: 해를 향하는 해바라기)
火爍丹葵一檻春
(불같이 불타는 붉은 접시꽃(해바라기) 난간에 봄이 가득하니)
高標幾朶襯煙垠
(높이 솟은 몇 송이 꽃잎이 안개 자욱한 들판에 맞닿았네.)
鳳仙傍砌慙相伴
(섬돌 가의 봉선화는 서로 짝하기를 부끄러워하고)
紅藥翻階恨未親
(계단에 번지는 붉은 작약은 가까이하지 못함을 한탄하네.)
勤向日君無反面
(부지런히 해를 향해 돌아서는 법이 없고)
喜承恩露競開脣
(은혜로운 이슬을 즐거이 맞아 다투어 입술을 벌리는구나.)
可憐衛律陰山北
(가련하다, 음산 북쪽의 위율(衛律) 같은 무리는)
忘是衣冠漢闕人
(한나라 궁궐의 의관을 갖춘 사람임을 까맣게 잊었도다.)
15. 門前楊柳
(문전양류: 문 앞의 버드나무)
拂風枝線裊相摐
(바람을 스치는 실가지들 간드러지게 서로 부딪히고)
根骨深依后土龐
(뿌리와 바탕은 땅의 두터운 은혜에 깊이 의지하네.)
白髮詩人愁歲暮
(백발의 시인은 한해가 저무는 것을 슬퍼하는데)
金衣公子作藩邦
(금빛 옷 입은 꾀꼬리는 울타리 나라를 이루었구나.)
煙光媚娬纔經眼
(아지랑이 고운 빛깔 겨우 눈을 스쳐 지나가더니)
春興胮肛忽滿腔
(봄날의 흥겨운 기운이 가슴속에 팽팽히 가득 차네.)
百舌後時花落盡
(지빠귀 새가 때를 놓치고 꽃마저 다 떨어진 뒤에)
濛濛飛絮撲晴窓
(자욱하게 날리는 버들강아지가 맑은 창가를 두드리누나.)
16. 窓外芭蕉
(창외파초: 창밖의 파초)
筍拔脩莖綠數重
(죽순처럼 긴 줄기 솟아올라 푸르름이 수없이 겹치고)
靑鸞展尾欲騰空
(청난(靑鸞)이 꼬리를 펼치고 허공으로 뛰어오르려는 듯하네.)
翻翻舊葉微姱表
(펄럭이는 옛 잎은 살짝 고운 자태 드러내고)
續續新心暗蘊中
(잇달아 올라오는 새 순은 속으로 가만히 기운을 품었도다.)
雨弄碎珠回短夢
(비는 부서지는 구슬을 놀려 짧은 꿈을 깨우고)
吟挑題字惱詞宗
(시인은 글귀를 골라 시제(題字)를 쓰느라 괴로워하네.) 新涼忽卷 [缺] ▣ 夏
(새로운 서늘함이 문득 맑은 여름 기운을 거두어 가니) 玉露晨朝滿意濛
(새벽녘의 옥이슬은 뜻에 가득 차 자욱하구나.)
17. 煙籠翠檜
(연롱취회: 안개에 싸인 푸른 전나무)
庭檜嶙峋老大兮
(뜰 앞의 전나무 우뚝하고 늙고 크나크니)
山空無樹可倫齊
(빈 산에 이와 견줄 만한 나무가 없구나.)
秋來氣已通銀漢
(가을이 오니 기운은 이미 은하수와 통하고)
雨過寒能接紫霓
(비가 지나간 뒤의 서늘함은 붉은 무지개에 닿을 듯하네.)
螻蟻謾容根底穴
(땅강아지와 개미가 부질없이 뿌리 밑에 굴을 파는 것을 허락하나)
鳳凰端合葉間棲
(봉황이야말로 단정히 나뭇잎 사이에 머물기에 적합하도다.)
疾風勁質寧摧衄
(매서운 바람인들 어찌 그 굳센 바탕을 꺾을 수 있으랴) 煙隊朝朝任晦迷
(아침마다 짙은 안개 무리가 캄캄하게 가리워도 개의치 않노라.)
18. 映日丹楓
(영일단풍: 햇살을 받아서 붉은 단풍나무)
泬㵳金氣湧簾隅
(드높고 맑은 가을 기운이 발 모퉁이에 솟아나니)
霜練楓神赤玉膚
(서리로 단련된 단풍의 정령은 붉은 옥 같은 피부를 지녔네.)
映日弄霞迷嶂峽
(햇살에 반사되어 노을을 노니니 골짜기와 험한 산을 어지럽히고)
尋秋須杖撫柯株
(가을을 찾아 나선 지팡이로 가지와 줄기를 두드려 본다.)
珊瑚挺海眞顏面
(바다에서 솟아난 산호야말로 참다운 얼굴이요)
桃李誇春是僕奴
(봄날을 자랑하던 복숭아와 오얏은 그의 종에 불과하네.) 嫋嫋西風拚一醉
(산들산들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한바탕 취하길 기약하니)
衰容借酒亦回朱
(쇠약해진 얼굴도 술기운을 빌려 다시 붉어지노라.)
19. 凌霜菊
(능상국: 서리를 능멸하는 국화)
淸朝傍菊久躕躇
(맑은 아침 국화 곁에서 오랫동안 서성이니)
白髮黃花爾共余
(백발의 나와 노란 국화는 너와 나 사이로다.)
一掃繁華鶯老後
(화려함을 싹 쓸어버린 꾀꼬리 늙은 뒤요)
全持晩節雁賓初
(늦은 절개를 기어이 지키는 기러기 손님 처음 올 때로다.)
金盆細瑣知收盡
(금 화분의 자잘한 꽃들 모조리 거두어 들인 줄 아는데) 霜径幽孤怪棄餘
(서리 내린 외로운 오솔길에 버려진 채 남았음이 이상하도다.)
餐味落英懷有屈
(떨어진 꽃잎을 씹으며 굴원의 심정을 회상하니)
百年交契在林廬
(백년의 깊은 우정은 숲속 초가집에 있도다.)
20. 傲雪蘭
(오설란: 눈을 업신여기는 난초)
恨淆閑草入華軒
(쓸모없는 잡풀과 섞여 화려한 집에 들어온 것을 한탄하나)
標拔冬天傲雪繁
(겨울날 높이 솟아 무성한 눈을 업신여기네.)
藹藹國香宜釦砌
(그윽한 나라의 향기는 옥으로 장식한 섬돌에 어울리고)
紛紛秋艾信蕪原
(어지러운 가을 쑥대는 황량한 들판에 버려둠이 마땅하도다.)
丈人有行能超蕙
(덕 높은 어른의 덕행은 혜초(蕙草)보다 뛰어날 수 있으니)
君子須和肯斥蓀
(군자는 응당 화합해야거늘 어찌 손초(蓀草)를 배척하겠는가.)
巖壑白雲虛日月
(바위 골짜기 구름 속에 세월을 부질없이 보내었으니)
故應慙悔落塵喧
(시끄러운 속세에 떨어진 것을 진실로 부끄러워하리라.)
21. 萬年松
(만년송: 만년을 사는 소나무)
大夫松系蔓來雲
(대부(大夫) 소나무의 계통은 흘러오는 구름에 매여 있고)
渠也分宗襲世芬
(저 나무 역시 그 문중에서 갈라져 대대의 향기를 이었도다.)
慘慄雪霜終古計
(매서운 서리와 눈 속에서도 만고의 대계를 지키니)
氛雲桃李暫時文
(어지러이 피는 복숭아와 오얏은 잠시 동안의 화려함일 뿐이네.)
枝枝偃雨千年鐵
(가지마다 비를 맞아 누운 모양은 천년 된 철과 같고)
葉葉咷風五夜壎
(잎사귀마다 바람에 울부짖는 소리는 오경의 훈(壎) 소리로다.)
貞校不關塵土雜
(지조와 곧음은 흙먼지 섞인 속세와 상관없으니)
索詩乘月仗微醺
(달빛을 타고 시를 읊으며 약간의 취기에 의지하노라.)
22. 四季花
(사계화: 사계절 내내 피는 꽃 /月季花, 長春花 )
四時春入數枝團
(사시사철 봄기운 들어 몇몇 가지에 뭉쳐 있으니)
合將詩句對吟安
(마땅히 시구절을 모아 마주하며 편안히 읊조리노라.)
紅從土旺花凝血
(흙의 기운 왕성함을 따라 꽃은 피빛처럼 붉게 맺히고) 翠戰風顚葉帶瘢
(휘몰아치는 바람에 맞서 푸른 잎엔 흔적이 남았도다.) 飛柳長蕉誇骨艶
(날리는 버들과 긴 파초가 겉모습의 화려함을 자랑하나) 擊霜挼雪駭人看
(서리를 맞고 눈을 비비며 피어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네.)
尊前浩蕩抽狂興
(술잔 앞에서 호탕하게 미친 듯한 흥취를 뿜어내니)
莫遣羲輪下嶺殘
(해(羲輪)가 산고개 넘어 지게 하지 마라.)
23. 百日紅
(백일홍: 배롱나무 꽃)
一別東君倍黯然
(봄 신(東君)과 한번 이별하니 곱절이나 암담한데)
炎靈巧絶做紅鮮
(여름 신의 신묘함이 빼어나 붉고 고운 꽃을 만들어 냈구나.)
香魂轉入薰風醒
(향기로운 혼은 따스한 남풍을 받아 깨어나고)
艶骨偏涵玉露姸
(고운 자태는 이슬을 듬뿍 머금어 더욱 고기도다.)
綠草西園矜白日
(서쪽 정원의 푸른 풀은 대낮을 자랑하는데)
靑尊北海映初筵
(북해의 푸른 술잔은 처음 차린 잔치를 비추네.)
最悲歲歲花相似
(해마다 꽃은 서로 비슷한데)
人事參差異去年
(인간의 일은 어긋나서 지난해와 다른 것이 가장 슬프도다.)
24. 三色桃
(삼색도: 세 가지 색으로 피는 복숭아꽃)
開花衮衮放靑梢
(가지 끝 푸른 순에 꽃들이 줄지어 피어나니)
別色同榮簇簇交
(서로 다른 색들이 함께 우거져 빽빽하게 섞였구나.)
毿影舞暾如自激
(하늘거리는 그림자는 아침 햇살에 춤추듯 스스로 격동하고)
線香媒蝶不相抛
(향기는 나비를 불러 서로 저버리지 않네.)
化工妙與連枝盛
(조물주의 신묘함은 연리지와 함께 더욱 번성하니)
春事休言一槩淆
(봄날의 풍경을 한가지로만 어지럽다 말하지 마라.)
懸冀鳳銜蓬嶠去
(봉황이 물어 봉래산으로 물고 가기를 간절히 바라니)
未容鸚鵒枉營巢
(구관조 같은 새들이 부질없이 둥지 틀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리.)
25. 金錢花
(금전화: 금전화)
歲稔聞歌百室盈
(해마다 풍년 들어 온 마을에 노래 소리 가득한데)
金錢又見鑄春莖
(봄 꽃줄기 위에 금돈을 주조해낸 듯 피어났구나.)
饞看肯避和公癖
(탐욕스레 바라보니 화교(和嶠)의 돈을 밝히는 구두쇠 수벽을 기꺼이 피하겠는가)
數橪虛疑漢莢輕
(손으로 만져보니 한나라의 엽전(직엽전)처럼 가벼운가 의심스럽네.)
眞格暗衝風曉張
(진정한 격조는 새벽바람 속에 가만히 기운을 펴고)
綺文詩閃日衙呈
(비단 같은 고운 문채는 아침 관아의 햇살에 비치어 드네.)
主人恰有靑銅富
(집주인은 마침 청동 돈의 부유함을 지녔으니)
酤酒良宵屬玉衡
(좋은 밤에 술을 사와 옥형성(북두칠성)을 가리키며 마시노라.)
26. 玉簪花
(옥잠화: 옥잠화)
儁拔眞憑造化科
(우뚝이 빼어남은 참으로 조물주의 신묘한 손길에 힘입었으니)
人間始識有名花
(사람들은 비로소 명불허전의 이름난 꽃이 있음을 아는구나.)
弄珠漢曲臨風佩
(한수(漢水) 골짜기에서 구슬 노닐던 신선의 노리개인 듯 바람에 살랑이고)
簪玉蟾宮耐冷娥
(달궁전의 시원함을 견디는 항아가 비녀로 꽂은 옥 같도다.)
溝水氣通涼亦重
(개울물에 기운이 통하니 서늘함 또한 깊어지고)
月華淸慣練深嘉
(맑은 달빛에 익숙하여 비단처럼 그윽함을 깊이 사랑하네.)
天公乞與充庭實
(하늘이 내려주어 뜰에 가득 채워 주었으니)
桃李前頭向俗誇
(복숭아나 오얏꽃 따위의 세속적 화려함을 향해 멋지게 자랑하노라.)
27. 拒霜花
(거상화: 부용화)
秋梢錦葉看深靑
(가을 가지 끝 비단 같은 잎은 짙은 푸르름을 띠고)
雁入高空昨夜聽
(높은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 소리를 지난밤 들었노라.)
霜坼紫房漫月榭
(서리 내려 붉은 꽃봉오리 터지니 달빛 정자에 흐드러지고)
天留春艶媚山亭
(하늘이 봄날의 고운 자태를 남겨 산 속 정자를 아름답게 장식하네.)
籬香異品連風調
(울타리의 향기로운 풍모는 바깥 바람의 기운과 이어지고)
昊氣多情擁性靈
(가을 하늘의 기운은 다정하게 타고난 영성을 감싸 안는다.)
蛤蜊舜泉招酒伴
(조개 안주와 순천(舜泉)의 좋은 물로 술친구를 불러내어)
逡巡花下幾跉(𧾷屛)
(꽃 아래에서 몇 번이고 기웃거리며 머뭇거리노라.)
28. 映山紅
(영산홍: 영산홍)
分叢萬丈白雲層
(흰 구름 수없이 쌓인 골짜기에서 떨기를 나누어)
簇發雕欄故故增
(화려한 난간 가에 피어나 빽빽함이 한층 더해가는구나.)
猩血染匀枝欲亞
(猩猩(성성)의 피로 골고루 물든 듯 가지가 무거워 늘어지고)
麝臍薰徹蝶堪憑
(사향 향기가 깊게 배어 나비가 찾아와 의지할 만하도다.)
煙生暝夕迷酡頰
(어스름 저녁에 안개 피어나니 취한 붉은 뺨을 어지럽히고)
露綴淸晨勝赤繒
(맑은 새벽 이슬 방울 맺히니 붉은 비단보다 더욱 곱도다.)
也有六龍留日馭
(여기에 태양을 모는 여섯 용의 수레를 머물게 할 수 있다면)
春寒曾不許侵凌
(봄날의 추위 따위는 감히 범범치 못하게 하리라.)
29. 梔子花
(치자화: 치자꽃)
梔林可賞不須除
(치자나무 수풀은 감상할 만하니 굳이 베어낼 필요 없으니)
白眼荊茨合遣鋤
(가시덤불 따위나 눈총을 주어 호미로 솎아내야 하리.)
今日草堂多顧眄
(오늘 초당에서 온통 사랑스레 돌아보노라니)
幾年雲海久遺餘
(수많은 세월을 구름 바다 속에서 오래도록 버려졌었구나.)
馣馣賸馥時將半
(그윽하고 진한 향기는 꽃철이 반쯤 지났어도 여전하고)
䔩䔩高花雪不如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피어난 높다란 꽃은 하얀 눈도 미치지 못하네.)
山樹雁霜黃落盡
(산 속 나무들 서리 맞고 잎사귀 다 떨어질 때면)
佇看金實映幽廬
(그 그윽한 집을 붉게 비출 노란 열매를 가만히 기다려 보리라.)
30. 梧桐葉
(오동엽: 오동나무 잎)
漠漠桐陰一院傍
(아득하고 무성한 오동나무 그늘 집 한편을 덮으니)
竹樓遮斷恣炎陽
(대나무 다락을 가리어 매서운 뙤약볕을 가려주는구나.)
琴枝玉削雲留載
(거문고 만들 가지는 옥을 깎은 듯 구름을 머금었고)
圭葉盤圓露貯將
(둥근 옥규(玉圭) 같은 잎사귀는 소담한 이슬을 모으도다.)
疏雨滴更宜鬧枕
(성긴 빗소리 방울방울 베갯머리를 밤새 자극하고)
西風吹暮莫翻霜
(가을 바람 저녁에 불어오니 서리를 끌어들이지 마라.)
覆巢不解懷殘峭
(둥지가 뒤집혀도 혹독한 시련에 감개무량함을 깨닫지 못하는데)
千仞遙聞下鳳凰
(천 길 높이에서 봉황이 내릴 기척을 멀리서 듣노라.)
31. 苔封怪石
(태봉괴석: 이끼가 덮인 기이한 돌)
神斤斲鑿信嶔嶇
(신령한 도끼로 깎아 만든 듯 참으로 험준하고 기이하니)
特乞山齋好怪叟
(산속 서재에 가져다 두고 이 멋진 노석(怪叟)을 아끼노라.)
骨瘦含秋移積翠
(뼈마디 같이 야윈 자태 가을을 품어 푸른 이끼 옮겨 피고)
苔毿對霤噴微流
(더부룩한 이끼는 처마 물방울 맞아 가느다란 줄기를 내뿜네.)
氤氳欲結雲嵐暝
(자욱한 기운은 구름 안개를 뿜어 어스름을 만들고)
窈窕眞開洞壑幽
(그윽한 풍경은 진정 신선이 사는 깊은 골짜기를 열어놓았네.)
醉眼朦朧天地小
(취한 눈으로 희미하게 바라보니 천지가 조그맣게 보이는데)
香爐曉勢認能侔
(향로봉의 새벽 기상과 능히 견줄 만함을 알겠도다.)
(叟可疑 : 늙은이 수(叟) 자는 의심스럽다)
32. 矜秋紅杮
(긍추홍시: 가을을 자랑하는 붉은 감)
嚲梢霜實醉秋酣
(가지 끝에 늘어진 서리 맞은 열매 무르익은 가을에 취했으니)
回祿西風近煽炎
(서풍(가을바람) 속에 마치 불의 신(回祿)이 염기를 부채질하는 듯하네.)
赤爍一城遲去景
(붉게 타오르는 기운 성채에 가득하여 지나가는 풍경을 머물게 하고)
光凝千戶礙浮嵐
(빛깔이 일천 집에 엉기니 피어오르는 산안개를 막아서는구나.)
垂霑玉露敷華旖
(옥이슬을 드리워 젖으니 아름다운 문채를 넓게 펴고)
下啄紅鸞振羽毿
(아래로는 붉은 난새가 쪼아 먹으며 더부룩한 깃털을 흔드네.)
靈液入脣吾不厭
(신령한 단물이 입술에 들어오니 아무리 먹어도 싫증 나지 않아)
擬除彭怪族留三
(몸속 삼시충(彭怪)의 해로운 무리를 몰아내어 장수하려 하노라.)
33. 浥露黃橙
(읍루황등: 이슬에 젖은 노란 유자/귤)
昔聞江橘化淮濆
(옛날에 강남의 귤이 회수를 넘으면 탱자가 된다 들었는데)
今見橙根海外分
(이제 바다 건너 동쪽 나라에 유자 뿌리가 갈라져 굳건함을 보네.)
露實日烘秋罷熟
(이슬 머금은 열매 햇살에 말라 가을이 다하도록 익어가고)
霜香風釀曉披紛
(서리 머금은 향기는 바람에 감돌아 새벽녘에 어지럽게 퍼지도다.)
閉心守白終違俗
(마음을 가다듬고 순백을 지켜 끝내 세속과 뜻을 달리하고)
滋味持酸未貢君
(시큼한 맛을 품어 아직 임금님께 올리지 못했네.)
移席不妨隨細雨
(가랑비 내리는 대로 술자리를 옮겨도 나쁠 것 없으니)
傍林鋤急破苔痕
(숲가에 바삐 호미질하여 이끼 흔적을 헤쳐보노라.)
34. 蜀葡萄
(촉포도: 촉 나라 포도)
蔥蔥張玉蔭茅宮
(푸르고 푸르게 옥 같은 덩굴 펼쳐 띳집을 가리니)
茁遂元因細雨濛
(가랑비 자욱하게 내린 덕분에 쑥쑥 잘 자랐구나.)
脩蔓錯條龍偃蹇
(길게 뻗은 덩굴 뒤얽힌 가지는 용이 엎드려 솟구치는 듯하고)
小團聯顆玉醇濃
(소담하고 동글동글 잇달린 알갱이는 진옥의 향기처럼 짙도다.)
蜀方萬里移居逖
(만 리 떨어진 서촉(西蜀) 땅에서 먼 길 옮겨왔으나)
東土千齡結習融
(동쪽 나라 천년 세월 동안 토양과 풍습에 잘 조화되었네.)
擎出大明恩又阻
(받들어 임금의 은혜에 올리려 하나 길이 막혀 아쉽고)
得嘗新日困泥中
(새로운 맛을 보게 되었건만 진흙 속 고초에 가려졌도다.)
35. 安石榴
(안석류: 석류)
淺短詩思賜也墻
(보잘것없는 시상(詩想)은 사(賜, 자공)의 담장처럼 얕기만 한데)
如何錦樹惱唫芳
(어찌하여 비단 같은 석류나무는 향기를 읊조리라 나를 괴롭히는가.)
葉舒綠舞薰風嫩
(잎사귀 펼쳐 푸르스름히 춤추니 훈풍이 부드럽고)
葩綻紅凝赤帝祥
(꽃봉오리 터져 붉게 응결하니 여름 신의 상서로움이로다.)
心屬走盤淵客淚
(알알이 박힌 석류알은 쟁반에 구르는 인어의 눈물 같고)
味傾澆舌蔗枝漿
(입안에 퍼지는 맛은 혀를 적시는 사탕수수의 즙이로다.)
極西故國無消息
(서쪽 먼 고향 고국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없는데)
漂泊東荒度幾霜
(동쪽 황량한 먼 땅에 떠돌며 몇 해나 세월을 보냈는가.)
36. 盆池菡萏
(분지함담: 화분 못의 연꽃)
淸斷塵游處僻隅
(속세의 번잡함 끊어내고 외딴 모퉁이에 자리하니)
納交君子撫香蕖
(군자와 교유하며 향기로운 연꽃을 쓰다듬노라.)
盆江數斗寬鯨海
(화분 속 서너 되 남짓한 물이 고래 뛰놀 바다처럼 넓고)
山雨三更鬧月珠
(한밤중 산비 내리니 달빛 이슬 방울 번잡하게 구르는구나.)
狂飮玉筩看象鼻
(코끼리 코처럼 연잎 줄기(玉筩) 구부려 술을 미친 듯 마시고)
傍吟綃蓋屬詩儒
(비단 우산 같은 연잎 곁에서 선비들과 함께 시를 읊도다.)
百年襞積濂溪興
(주염계(周濂溪)의 연꽃 사랑 흥취를 수없이 가슴속에 쌓아왔으니)
晨起衣冠對洎晡
(새벽에 일어나 의관을 정제하고 저녁까지 마주하노라.)
37. 岳假山煙嵐
(악가산연람: 가산의 안개와 아지랑이)
麓休尋向玉泉
(기슭에서는 옥천을 향해 찾아볼 필요가 없으니)
天敎有力轉床前
(조물주가 힘 있는 이 시켜 침상 앞으로 옮겨 놓았도다.)
淋漓元氣熏嵐黛
(흥건한 원기(元氣)는 푸른 안개 기운을 뿜어내고)
錯落群峯擁褥筵
(어우러진 무리 봉우리들은 요와 자리인 듯 얽혀 있네.)
雨暗久愁瞢眼界
(비 내려 어두워지면 오랫동안 눈앞의 시계가 흐려질까 걱정하고)
煙晴今快敞羲廛
(안개 개어 맑아지면 이제 볕 드는 저자처럼 시원하게 탁 트이네.)
一生賸辦逍遙窟
(일생 동안 넉넉히 마련한 소요의 굴레이니)
塵脚新從萬里旋
(속세의 발걸음은 새로이 만 리 길에서 돌아왔도다.)
38. 琉璃石 (유리석: 유리석)
圭呈角露勢森嚴
(규돌처럼 모서리를 드러내어 형세가 삼엄하고)
樸質淸文又自兼
(소박한 바탕과 맑은 무늬를 스스로 겸비하였네.)
星化劫灰留黮黕
(별이 변하고 겁화(劫火)의 재 속에서도 거뭇한 흔적 남기고)
鬼礱秋雨示崎巉
(귀신이 가을비 속에 갈아낸 듯 울퉁불퉁 험준함을 보이네.)
點頭石下科知判
(고개 끄덕이는 돌 아래에서 과연 시비를 판가름할 만하고)
抵鵲山前品或參
(까치 물리친 산 앞에서 품격을 견줄 만하도다.)
珍重百年藏一片
(소중하게 백 년 동안 한 조각을 간직해 두니)
儻縫天窾竦群瞻
(혹시나 하늘의 틈새를 만나면 무리들의 우러름을 놀라게 하리라.)
39. 硨琚盆
(차거분: 대왕조개껍데기 화분)
何人盡力蜃宮深
(어떤 사람이 온 힘을 다해 깊은 신궁(조개궁전)에서 캐내어)
直百金盆薦世琛
(백금의 가치를 지닌 금화분으로 세상의 보물을 바쳤는가.)
絢練珠光明曉旭
(찬란한 진주 빛깔은 새벽 해처럼 빛나고)
涳濛海氣漏天陰
(아스라이 서린 바다 기운은 궂은 하늘빛을 새어 나오게 하네.)
輸奇博物芝蘭畹
(지란(芝蘭)이 가득한 밭의 기이한 물품들을 전하고)
缺望馮夷蚌蛤林
(안타깝게도 퐁이(물속 신)의 조개 숲을 아득히 바라보도다.)
寥廓鬼神窺欲取
(끝없이 넓은 곳의 귀신들이 엿보고 빼앗으려 하니)
不眠撝護發轟吟
(잠들지 않고 지켜내며 웅장한 소리로 읊조리노라.)
40. 鶴唳庭松
(학려정송: 뜰 안 소나무 위에서 우는 학)
百尺蒼髥不記年
(백 척이나 되는 푸른 수염의 소나무는 연대를 기억할 수 없고)
飄然忽泊羽衣仙
(홀연히 깃옷 입은 신선이 표연히 날아와 머물렀네.)
唳淸月下秋聲壯
(달빛 아래 맑게 우는 울음소리 가을 소리처럼 장대하고)
和籟枝間夜漏遷
(나뭇가지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에 화답하며 밤 깊은 줄을 옮겨가네.)
聞徹九天雲勃勃
(그 소리 구천(九天)에 사무치니 구름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爽搖高閣客蹁蹁
(서늘한 기운 누각을 흔드니 손님은 덩실덩실 춤추네.)
明朝厭聽喧鷄鶩
(내일 아침 닭과 오리가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 듣기 싫어질 터이니)
強續餘音奏五絃
(애써 남은 소리를 이어 거문고 오현(五絃)을 타보노라.)
41. 麝眠園草
(사면원초: 정원 풀밭에서 잠든 사향노루)
馴入山園似受廛
(길들여 산 정원에 들어오니 마치 저자에 자리 잡은 듯하고)
放麑仁在古人前
(새끼 사슴을 놓아준 어진 마음은 옛사람들보다 앞서 있도다.)
綠酣夢熟三春草
(푸르름이 무르익어 삼춘(三春)의 풀밭에서 단잠을 자고)
黃落香肥人月天
(나뭇잎 누렇게 지고 향기 가득한 달밤의 하늘이로다.)
千嶂舊遊乖浪跡
(일천 봉우리 옛 놀던 곳에서는 방탕한 자취 어긋났지만)
一丘生事仗儒仙
(한 언덕의 살림살이는 유학자 신선에게 의지하네.)
胸中已割機心盡
(가슴속의 기교로운 마음은 이미 다 베어내어 끊었으니)
不怕時時出我邊
(때때로 내 곁을 지나쳐 가도 두려워할 것이 없도다.)
42. 水上錦鷄
(수상금계: 물 위에 떠 있는 금계)
半畝塘淸萬頃湖
(반 모퉁이 맑은 연못은 일만 이경의 호수 같고)
隨波汎汎足姁娛
(물결 따라 두둥실 떠다니며 즐기기에 족하도다.)
堂上主人偏注意
(마당의 주인이 특별히 눈길을 기울이고)
雲間飛隼謾窺孤
(구름 속을 나는 매는 부질없이 홀로 엿보기만 하네.)
閑披錦翼當暄立
(한가롭게 비단 날개를 펼치고 따스한 햇살 속에 서서)
亂啄春苔得食趨
(봄 이끼를 어지이 쪼아 먹으며 먹이를 향해 나아가네.)
出入似嫌泥滓賤
(드나듦이 더러운 진흙 찌꺼기를 천하게 여긴 듯하니)
培風何日上摶扶
(어느 날 바람을 타고 저 높이 곤륜산(扶搖)으로 솟구쳐 오를 것인가.)
43. 籠中華鴿
(농중화갑: 새장에 갇힌 흰 비둘기)
翠籠隨人任卷舒
(푸른 새장은 사람을 따라 거두고 펴기를 마음대로 하고)
翻忘海上巧將雛
(바닷가에서 재주 부리며 새끼를 기르던 일은 도리어 잊었도다.)
鵠鶬比翼違煙霧
(고니와 기러기처럼 나란히 날아 안개구름을 멀리하고)
粱稻謀身狎罽毹
(기장과 벼로 몸을 도모하며 비단 카펫과 친숙해졌네.)
文綵綬鷄應儷美
(화려한 깃털의 금계와 아름다움이 짝할 만하고)
寵恩馴鶴亦同呼
(총애받는 길들인 학과도 또한 함께 불리도다.)
兇貓側目流涎久
(사나운 고양이가 곁눈질하며 침을 흘린 지 오래되었으니)
莫保家兒妄進趨
(집안의 아이들이 망령되이 나아가 뛰어놀게 하지 못하리라.)
44. 木覓晴雲
(목멱청운: 목멱산(남산)에 갠 구름)
終南翠拱紫宸宮
(종남산의 푸른 산봉우리 자금성 궁궐을 둥글게 감싸 안고)
雲氣溶溶結渾融
(구름 기운이 출렁이며 조화롭게 엉겨 있도다.)
時雨拽陰千嶂藹
(때맞춘 비는 그늘을 끌고 와 온산의 수풀을 무성하게 하고)
夕陽和霽數峯籠
(저녁놀은 갠 날씨와 어우러져 몇몇 봉우리를 포근히 감싸네.)
長添漢瑞書臺上
(한나라의 상서로운 기운을 서대(書臺) 위에 오래도록 더해주고)
斷作巫精入夢中
(끊어진 채 무산(巫山)의 정령이 되어 꿈속으로 흘러드는구나.)
何處戀君瞻北闕
(어느 곳에서 임금을 그리며 북궐(北闕)을 바라보리오)
也容風力破遮蒙
(바람의 힘을 빌려 가린 안개를 뚫고 나타나기를 허락하노라.)
45. 仁王暮鍾 (인왕모종: 인왕사의 저녁 종소리)
黃金寶界軼穹蒼
(황금빛 불교 사찰의 보배로운 세계는 하늘을 뛰어넘고)
氣色王城壓市坊
(도성 안의 기운은 저자거리를 압도하도다.)
鍾徹白雲來隱隱
(종소리 흰 구름을 뚫고 은은하게 들려오고)
日垂靑嶂逝堂堂
(해는 푸른 산봉우리 아래로 의젓이 저물어 가네.)
遠公豈管春消息
(원공(遠公)이 어찌 봄소식을 맡아 관리하리오)
更點徒分夜短長
(경점(북 치고 징 치는 시각)은 부질없이 밤의 짧고 긴 것을 나누는구나.)
遙想山中桂花落
(아득히 산속에 계수나무 꽃 떨어질 것을 생각하니)
秋風歸路正微茫
(가을바람 불어오는 돌아갈 길이 아득하여라.)
46. 題雙峯寺
(제쌍봉사: 쌍봉사에서 짓다)
撲地深雲襯馬蹄
(땅에 가득 깔린 짙은 구름은 말굽을 받쳐주고)
石闌顚倒路高低
(돌 울타리는 어지럽고 길은 높고 낮도다.)
金銀佛寺雙峯下
(금빛 은빛 불교 사찰은 쌍봉우리의 아래에 있고)
風雨荒碑一水西
(비바람 맞은 황량한 비석은 물가 서쪽에 있네.)
黃面老禪何昧昧
(누런 얼굴의 늙은 선사는 어찌 그리 어둡고)
白頭詞客悵棲棲
(백발의 시인은 쓸쓸히 서성거리며 슬퍼하네.)
無端邂逅眞成便
(까닭 없는 만남이 참으로 인연이 되었으니)
不語相看月蘸溪
(말없이 서로 바라보니 달빛이 시냇물에 잠겨 있네.)
47. 題雙峯寺 二
(제쌍봉사 二)
半生袍笏付跧蹄
(반생의 벼슬아치 관복을 토끼 잡는 그물(매인 삶)에 맡기고)
不向金張面目低
(김씨·장씨 같은 세도가에게 고개 숙이지 않았노라.)
南極小星雲霧裏
(남극의 작은 별은 구름과 안개 속에 숨어 있고)
草堂幽圃瀼江西
(초당의 그윽한 정원은 양강(瀼江)의 서쪽에 있도다.)
風吹巾杖尋蘿徑
(바람은 두건과 지팡이를 불어 칡넝쿨 우거진 길을 찾게 하고)
雨度松杉傍鶴棲
(비는 소나무와 삼나무를 지나 학이 깃든 곳에 머무네.)
十丈東華奔走者
(한양 번화가에서 십 장 높이로 바쁘게 뛰어다니는 자들이여)
何如赤脚踏靑溪
(맨발로 푸른 시냇물을 밟는 이 삶만 어찌하리오.) (跧 : 일설에는 筌)
48. 雙峯寺。留贈釋冏晶
(쌍봉사 유증석경정: 쌍봉사에서 승려 경정에게 주다)
結夏旻公謝俗氛
(여름 안거를 맺으며 민공(旻公)은 속세의 티끌을 멀리하고)
松齋幸乞宿斯文
(소나무 서재에서 다행히 이 선비의 머묐을 허락받았네.)
寒聲擺月唯聞水
(차가운 소리 달빛을 흔들며 오직 물소리만 들리고)
夜氣盈庭不起雲
(밤기운 뜰에 가득한데 구름은 일지 않네.)
物外乾坤眞自若
(속세 밖의 천지는 진정 저절로 평안한데)
人間蠻觸見徒紛
(인간 세상의 달팽이 속 다툼은 부질없이 어지럽기만 하도다.)
百年鐵脚休輕動
(한평생 쇠로 만든 발(굳은 의지)을 가볍게 움직이지 마라)
才出靑山路未分
(겨우 청산을 나서면 갈 길이 아직 아득하리니.)
<원문>
訥齋先生集卷第四
律詩 七言○弟六峯編
◇梅窓素月 以下四十八首。幷次韻。
橫窓玉樹壓枯莎。影落西溝綠似紗。
姑射雪膚風粟徹。廣漢瑤界桂枝斜。
淸明作儻如撩我。塵垢何由更做魔。
到盡五更看不厭。暗芬飄颭矮甌茶。
◇竹逕淸風
猗猗漸逕接蘭皐。積李崇桃不敢交。
強項雪霜還硬瘦。生涯煙雨更酸騷。
玲瓏葉際風彌裊。泱漭梢頭月正高。
無乃此君嗔醉夢。巧因靈籟送淸號。
◇日本躑躅
醇稟陽華海極東。春回花葉倍蒙籠。
莫嫌旅泊孤根遠。須仗生成一氣同。
看入老年愁隔霧。灑頻朝雨懼翻紅。
如今偏種王孫宅。却憶從前出漢宮。
◇翻階芍藥
麗質婷娟擢艾夭。蒼新曉日看英標。
昭陽繡殿眞傾國。巫峽荒臺謾效妖。
雨壓層紅翻夜砌。風飄數點度東橋。
白頭翁被花王黜。渠作花王侍御嬌。
◇滿架薔薇
戎戎徧架此歸依。旭裏光騰影半扉。
湛露靧饒梔子貌。東風吹動鬱金衣。
似嫌朱紫時相亂。獨把黃中爲要肥。
霜菊是兄君是弟。挼莎殘蕊泛春巵。
◇雪中冬柏
林園發發北來風。怪底春留一樹中。
造化不應垂曲澤。嚴凌時復示仁功。
經霜葉翦琉璃碧。傲雪花栽錦繡紅。
和律漏君元耐冷。未須晨旭照曈曈。
◇春後牧丹
媿逐春葩落一般。南訛特立玉階間。
慇懃更駐東君御。婉娩新披西子顏。
龍腦繞風薰草樹。燕脂和雨蘸欄干。
前身餌得丹砂肉。擬出蓬萊上界班。
◇屋角梨花
風日晴凝一段和。楊花無賴妬梨花。
桃園蝶夢遙靑軌。屋角香魂幻玉娥。
鸎曉露饛光的歷。月宵煙嚲影欹斜。
騷人爲倒芳尊醉。正管殘春戀物華。
◇墻頭紅杏
文章活潑董林枝。款款鳴鳩喚雨時。
酣爛有神暉欲燁。護隈多力霧重披。
丹心獨向循墻客。靑子終輸拍手兒。
寒食鼎來三月盡。及時相賞倒金巵。
◇熟睡海棠
芒枝剡葉播曾花。脈脈無言睡正拏。
僧院笑嫣名始顯。錦城紅濕世爲家。
子孫落魄三韓僻。燕趙風流百媚嘉。
靑眼有緣非按劍。暝煙輕薄謾橫遮。
◇半開山茶
枉入喧區萬口稱。山林自性屛驕矜。
蒼茫雪日春還早。縹緲霜崖契亦曾。
穠萼欲連冬柏坼。凍芬偏共臘梅凝。
詞人步蹀斜陽下。謖謖霏煙鎖幾層。
◇爛熳紫薇
花滿前階春滿堂。數杯邀此漬枯腸。
東風 [缺][缺] 分華省。落日 [缺] 詩練錦芳。
灑灑夜寒驚宿蝶。愔愔天月晃長廊。
人 [缺 ]爛熳還無計。怕有狂風 [缺] 雨忙。
◇忘憂萱草
都房瑞草順天時。一氣鍾和擬久遲。
世外不須千日酒。人間能翦百年思。
黃金買賦爭消恨。楚澤紉蘭只益悲。
鵜鴂莫催霜雪下。靑靑留乞永相持。
◇向日葵花
火爍丹葵一檻春。高標幾朶襯煙垠。
鳳仙傍砌慙相伴。紅藥翻階恨未親。
勤向日君無反面。喜承恩露競開脣。
可憐衛律陰山北。忘是衣冠漢闕人。
◇門前楊柳
拂風枝線裊相摐。根骨深依后土龐。
白髮詩人愁歲暮。金衣公子作藩邦。
煙光媚娬纔經眼。春興胮肛忽滿腔。
百舌後時花落盡。濛濛飛絮撲晴窓。
◇窓外芭蕉
筍拔脩莖綠數重。靑鸞展尾欲騰空。
翻翻舊葉微姱表。續續新心暗蘊中。
雨弄碎珠回短夢。吟挑題字惱詞宗。
新涼忽卷 [缺] ▣夏。玉露晨朝滿意濛。
◇煙籠翠檜
庭檜嶙峋老大兮。山空無樹可倫齊。
秋來氣已通銀漢。雨過寒能接紫霓。
螻蟻謾容根底穴。鳳凰端合葉間棲。
疾風勁質寧摧衄。煙隊朝朝任晦迷。
◇映日丹楓
泬㵳金氣湧簾隅。霜練楓神赤玉膚。
映日弄霞迷嶂峽。尋秋須杖撫柯株。
珊瑚挺海眞顏面。桃李誇春是僕奴。
嫋嫋西風拚一醉。衰容借酒亦回朱。
◇凌霜菊
淸朝傍菊久躕躇。白髮黃花爾共余。
一掃繁華鶯老後。全持晩節雁賓初。
金盆細瑣知收盡。霜徑幽孤怪棄餘。
餐味落英懷有屈。百年交契在林廬。
◇傲雪蘭
恨淆閑草入華軒。標拔冬天傲雪繁。
藹藹國香宜釦砌。紛紛秋艾信蕪原。
丈人有行能超蕙。君子須和肯斥蓀。
巖壑白雲虛日月。故應慙悔落塵喧。
◇萬年松
大夫松系蔓來雲。渠也分宗襲世芬。
慘慄雪霜終古計。氛氳桃李暫時文。
枝枝偃雨千年鐵。葉葉咷風五夜壎。
貞校不關塵土雜。索詩乘月仗微醺。
◇四季花
四時春入數枝團。合將詩句對吟安。
紅從土旺花凝血。翠戰風顚葉帶瘢。
飛柳長蕉誇骨艶。擊霜挼雪駭人看。
尊前浩蕩抽狂興。莫遣羲輪下嶺殘。
◇百日紅
一別東君倍黯然。炎靈巧絶做紅鮮。
香魂轉入薰風醒。艶骨偏涵玉露姸。
綠草西園矜白日。靑尊北海映初筵。
最悲歲歲花相似。人事參差異去年。
◇三色桃
開花衮衮放靑梢。別色同榮簇簇交。
毿影舞暾如自激。線香媒蝶不相抛。
化工妙與連枝盛。春事休言一槩淆。
懸冀鳳銜蓬嶠去。未容鸚鵒枉營巢。
◇金錢花
歲稔聞歌百室盈。金錢又見鑄春莖。
饞看肯避和公癖。數橪虛疑漢莢輕。
眞格暗衝風曉張。綺文詩閃日衙呈。
主人恰有靑銅富。酤酒良宵屬玉衡。
◇玉簪花
儁拔眞憑造化科。人間始識有名花。
弄珠漢曲臨風佩。簪玉蟾宮耐冷娥。
溝水氣通涼亦重。月華淸慣練深嘉。
天公乞與充庭實。桃李前頭向俗誇。
◇拒霜花
秋梢錦葉看深靑。雁入高空昨夜聽。
霜坼紫房漫月榭。天留春艶媚山亭。
籬香異品連風調。昊氣多情擁性靈。
蛤蜊舜泉招酒伴。逡巡花下幾跉(𧾷屛)。
◇映山紅
分叢萬丈白雲層。簇發雕欄故故增。
猩血染匀枝欲亞。麝臍薰徹蝶堪憑。
煙生暝夕迷酡頰。露綴淸晨勝赤繒。
也有六龍留日馭。春寒曾不許侵凌。
◇梔子花
梔林可賞不須除。白眼荊茨合遣鋤。
今日草堂多顧眄。幾年雲海久遺餘。
馣馣賸馥時將半。䔩䔩高花雪不如。
山樹雁霜黃落盡。佇看金實映幽廬。
◇梧桐葉
漠漠桐陰一院傍。竹樓遮斷恣炎陽。
琴枝玉削雲留載。圭葉盤圓露貯將。
疏雨滴更宜鬧枕。西風吹暮莫翻霜。
覆巢不解懷殘峭。千仞遙聞下鳳凰。
◇苔封怪石
神斤斲鑿信嶔嶇。特乞山齋好怪叟。
骨瘦含秋移積翠。苔毿對霤噴微流。
氤氳欲結雲嵐暝。窈窕眞開洞壑幽。
醉眼朦朧天地小。香爐曉勢認能侔。
叟可疑。
◇矜秋紅杮
嚲梢霜實醉秋酣。回祿西風近煽炎。
赤爍一城遲去景。光凝千戶礙浮嵐。
垂霑玉露敷華旖。下啄紅鸞振羽毿。
靈液入脣吾不厭。擬除彭怪族留三。
◇浥露黃橙
昔聞江橘化淮濆。今見橙根海外分。
露實日烘秋罷熟。霜香風釀曉披紛。
閉心守白終違俗。滋味持酸未貢君。
移席不妨隨細雨。傍林鋤急破苔痕。
◇蜀葡萄
蔥蔥張玉蔭茅宮。茁遂元因細雨濛。
脩蔓錯條龍偃蹇。小團聯顆玉醇濃。
蜀方萬里移居逖。東土千齡結習融。
擎出大明恩又阻。得嘗新日困泥中。
◇安石榴
淺短詩思賜也墻。如何錦樹惱唫芳。
葉舒綠舞薰風嫩。葩綻紅凝赤帝祥。
心貯走盤淵客淚。味傾澆舌蔗枝漿。
極西故國無消息。漂泊東荒度幾霜。
◇盆池菡萏
淸斷塵游處僻隅。納交君子撫香蕖。
盆江數斗寬鯨海。山雨三更鬧月珠。
狂飮玉筩看象鼻。傍吟綃蓋屬詩儒。
百年襞積濂溪興。晨起衣冠對洎晡。
◇岳假山煙嵐
麓休尋向玉泉。天敎有力轉床前。
淋漓元氣熏嵐黛。錯落群峯擁褥筵。
雨暗久愁瞢眼界。煙晴今快敞羲廛。
一生賸辦逍遙窟。塵脚新從萬里旋。
◇琉璃石
圭呈角露勢森嚴。樸質淸文又自兼。
星化劫灰留黮黕。鬼礱秋雨示崎巉。
點頭石下科知判。抵鵲山前品或參。
珍重百年藏一片。儻縫天窾竦群瞻。
◇硨琚盆
何人盡力蜃宮深。直百金盆薦世琛。
絢練珠光明曉旭。涳濛海氣漏天陰。
輸奇博物芝蘭畹。缺望馮夷蚌蛤林。
寥廓鬼神窺欲取。不眠撝護發轟吟。
◇鶴唳庭松
百尺蒼髥不記年。飄然忽泊羽衣仙。
唳淸月下秋聲壯。和籟枝間夜漏遷。
聞徹九天雲勃勃。爽搖高閣客蹁蹁。
明朝厭聽喧鷄鶩。強續餘音奏五絃。
◇麝眠園草
馴入山園似受廛。放麑仁在古人前。
綠酣夢熟三春草。黃落香肥人月天。
千嶂舊遊乖浪跡。一丘生事仗儒仙。
胸中已割機心盡。不怕時時出我邊。
◇水上錦鷄
半畝塘淸萬頃湖。隨波汎汎足姁娛。
堂上主人偏注意。雲間飛隼謾窺孤。
閑披錦翼當暄立。亂啄春苔得食趨。
出入似嫌泥滓賤。培風何日上摶扶。
◇籠中華鴿
翠籠隨人任卷舒。翻忘海上巧將雛。
鵠鶬比翼違煙霧。粱稻謀身狎罽毹。
文綵綬鷄應儷美。寵恩馴鶴亦同呼。
兇貓側目流涎久。莫保家兒妄進趨。
◇木覓晴雲
終南翠拱紫宸宮。雲氣溶溶結渾融。
時雨拽陰千嶂藹。夕陽和霽數峯籠。
長添漢瑞書臺上。斷作巫精入夢中。
何處戀君瞻北闕。也容風力破遮蒙。
◇仁王暮鍾
黃金寶界軼穹蒼。氣色王城壓市坊。
鍾徹白雲來隱隱。日垂靑嶂逝堂堂。
遠公豈管春消息。更點徒分夜短長。
遙想山中桂花落。秋風歸路正微茫。
◇題雙峯寺
撲地深雲襯馬蹄。石闌顚倒路高低。
金銀佛寺雙峯下。風雨荒碑一水西。
黃面老禪何昧昧。白頭詞客悵棲棲。
無端邂逅眞成便。不語相看月蘸溪。
半生袍笏付跧蹄。不向金張面目低。
南極小星雲霧裏。草堂幽圃瀼江西。
風吹巾杖尋蘿徑。雨度松杉傍鶴棲。
十丈東華奔走者。何如赤脚踏靑溪。
跧。一作筌。
◇雙峯寺。留贈釋冏晶。
結夏旻公謝俗氛。松齋幸乞宿斯文。
寒聲擺月唯聞水。夜氣盈庭不起雲。
物外乾坤眞自若。人間蠻觸見徒紛。
百年鐵脚休輕動。才出靑山路未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