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415
원효십문화쟁론
동봉
제1장 원효의 생애
원효元曉(존칭은 생략 617년 ~ 686)는
한반도가 낳은 가장 멋진 대장부다
경상북도 경산慶山 사람으로서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의 고승高僧이자
철학자며 작가며 시인이며 정치가다
'첫새벽'의 뜻이 담긴 '원효元曉'는
그가 처음 출가하면서 받은 법명이고
속성俗姓은 경주 설薛씨에
이름은 사思라고 했으며
서당화상誓幢和尙, 화쟁국사로 불렸다
아버지는 내말奈末이었는데
'내말'은 관직 이름으로서
육두품 출신의 제11등급에 해당한다
내말인 아버지 이름은 설담날薛談掠이다
요즘 한자 발음은 담략談掠이나
이두문자를 빌려 발음할 때이기에
'담략'이 아닌 담날談掠로 불렸다
앞의 성 설씨까지 합하여 부르면
'설담날'로서 설 다음날 태어났다고 본다
잉피공의 핏줄을 이은 아버지 설담날과
어머니 조씨 사이에서 태어난 원효는
태종무열왕 김춘추 공의
둘째 사위가 되었다
이때는 이미 출가한 승려였기에
파계승이란 소문이 서라벌에 자자했다
아무튼 요석공주는 정숙하였고
아내로서의 도리를 순간도 잊지 않았다
기록에 따르면 며칠간의 아내였으나
그녀는 원효와의 사이에서
저 유명한 한림학자 설총을 낳았다
바로 이러한 인연으로 인해 원효는
소성거사小性居士, 小姓居士니
복성거사卜性居士니 했으며
서곡사미西谷沙彌로 불리기도 했다
신당新幢이라고도 불렸으며
별명은 '털보毛'였던 것으로 보아
요석과 만나면서 수염을 길렀던 듯싶다
그는 워낙 많은 책을 집필하였기에
백부논주百部論主로 알려졌고
해동법사海東法師라거나
해동종주海東宗主로 추앙되었다
제2장 십문화쟁론
제1문
삼승일승화쟁문三乘一乘和諍門
우리는 다 같은 한반도 사람이다
민족이 모두 하나로 일통一統했는데
아직도 저사람은 고구려인이니 어떻고
저사람은 백제인이니 그러하며
나는 정통 신라인이니 하면서 고집하는가
이는 마치 하나가 된 바닷물에서
한강 낙동강 대동강 물을 찾는 꼴이다
배척하지 말고 모두 하나로 뭉치자
우리는 다 같은 겨레요 다 같은 핏줄이다
원효는 이를 불교용어를 빌어 설명했으니
삼승일승화쟁문은 화쟁문 가운데
이른바 총상總相에 해당한다
세상에 세 수레三乘가 있다고들 하는데
첫째가 성문 수레聲聞乘요
둘째가 연각 수레緣覺乘며
셋째가 보살 수레菩薩乘다
그러나 지금은 일불승一佛乘이다
너와 나를 떠나고 그와 저를 떠나
하나一 된 부처佛 수레乘가 있을 뿐이다
아무리 많은 수레無量乘가 있다 하나
하나의 수레一乘에 다 포함된다
하나된 바다에서 각 강물을 찾지 말라
이는 오직 원효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일체 모든 불법이 곧 일불승’이라는
통불교사상通佛敎思想이다
선禪과 교敎와 율律도 마찬가지다
선은 부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의 말씀이며
율은 부처의 행동이다
원효는 바로 이러한
일승통불교사상에 입각하여
화쟁통교이념和諍通敎理念을 펼쳤다
이것이 십문화쟁론의 총상總相이다
제2문
공유이집화쟁문空有異執和諍門
공空이니 유有니 대립하고들 있는데
이는 인도의 중관학파中觀學派와
유가학파瑜伽學派가 대립하는 꼴이고
중국의 자은종慈恩宗과
삼론종三論宗이 대립하는 꼴이다
한쪽에서는 공空에 집착하고
한쪽에서는 유有가 으뜸이라 하나
이 공과 유는 우주의 현상과 같다
공 떠난 유가 존재할 수 없듯
유를 떠난 공도 존재가치를 잃는다
보라, 주위를 돌아보라
주변의 텅 빈 허공이 없다고 한다면
그대 몸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며
해와 달이 없고 지구도 별도 하나 없는
텅 빈 하늘을 상상이나 했는가
공과 유에 대해 집착함이
역사적으로도 수백 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원효는 과감果敢하게
공과 유의 무대립론無對立論을 펼쳐
오랫동안 병폐로 남아있던
공과 유 양가兩家의 집착을 화해시켰다
제3문
불성유무화쟁문佛性有無和諍門
일체 중생이 모두 불성이 있다
따라서 다들 언젠가는 성불할 수 있다
[一切衆生 悉有佛性 悉當成佛]
이 설이 열반경涅槃經 말씀이기에
아무 조건없이 받아들이라는 게 아니다
꼭 부처의 가르침이 아니라 해도
이보다 더 완벽한 진리는 없기 때문이다
불교는 무조건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원효는 이미 당시에 불성의 유무를 놓고
대립하는 학자들을 바라보며
마음에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열반경의 불성 내재설佛性內在說은
분명 진실한 말씀이라고 보았다
모든 중생은 성불할 수 있다
통일신라인이 성불할 수 있다면
지금은 하나가 된
강직한 옛 고구려민도
그리고 섬세한 옛 백제민도
누구든지 성불할 수 있다는
중생의 영원한 이상향理想鄕을 제시했다
삼승즉일승三乘卽一乘의 가르침이
바로 여기 제3문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제4문
인법이집화쟁문人法異執和諍門
주관적 존재로서의 사람人이 있다면
객관적 존재로서의 법法이 있다
사람이 소중한 것은 사실이나
주변을 둘러싼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잃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간 공간에 따른
하늘과 지구와 별들을 비롯하여
사물의 움직임과 변화를 인정하지 않은 채
인법人法의 진리를 얘기할 수는 없다
불교계의 쟁점争點에 대하여
원효는 인과 법이 본래 비어있다 보았다
당연히 인과 법이 공空한 게 맞으며
또한 인과 법은 꼴相을 드러낸다
원효의 사상이 100% 옳은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완전히 잘못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집착하면 병이 되지만
한 생각 놓아 버리면
그대로가 반야般若요
보리菩提며 열반涅槃이다
원효는 바로 이러한 원리를
논리로 변증辨證하였을 뿐 아니라
실제적 체험을 통하여 보여준 것이다
제5문
삼성이의화쟁문三性異義和諍門
전해지는 원효의 십문화쟁론 중에
원문原文이 마멸된 페이지라
자세한 내용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다섯 번째 화쟁문和諍門이
삼성이의화쟁문三性異義和諍門이라 함은
익히 다른 자료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성三性이 무엇 무엇일까
첫째는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이고
둘째는 의타기성依他起性이며
셋째는 원성실성圓成實性이다
삼성三性이라 하면
위의 세三 가지 성性 외에
선성善性 악성惡性 무기성無記性이다
그러나 원효가 걱정한 삼성은
같은 사물의 이치를 두고
한 녘에서는 변계소집성이라 하고
또 한 녘에서는 의타기성이라 하며
또 다른 쪽에서는 원성실성을 고집함이다
사실 이 세 가지는 분리된 성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리 보일 뿐 동일한 성性이다
제6문
오성성불의화쟁문五性成佛義和諍門
유일하게 소제목이 8자로 된 문이다
1) 성문정성聲聞定性
2) 연각정성緣覺定性
3) 보살정성菩薩定性
4) 부정승성不定乘性
5) 무성천제無性闡提 등 오성이 있다
이들 오성 중에서 부정승성과
보살정성만 성불할 수 있다는 견해가
당시 신라 사회에서는 팽배澎湃해 있었다
그러자 원효는 일체중생一切衆生이
모두 성불할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만일 성불하지 못한다고 했다면
단지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함일 뿐
여래의 진실한 말씀이 아니라고 보았다
부처가 될 종성種性마저 끊겨버린
소위 '무성천제無性闡提'까지도
결국에는 성불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일천제一闡提는 성불할 수 없다는
법화경 가르침마저 뛰어넘는
원효만이 지닌 거룩한 원융사상이다
참고 : 여래정성如來定性이라고도 한다
제7문
이장이의화쟁문二障異義和諍門
두 가지 장애란 무엇과 무엇일까
번뇌장煩惱障과 소지장所知障이다
이 밖에도 이장理障과 사장事障
내장內障과 외장外障
번뇌장과 해탈장解脫障
번뇌장과 삼매장三昧障 등이 있으나
원효가 설한 이장은 번뇌장과 소지장이다
번뇌장과 소지장이 얼마나 컸으면
이 문제를 풀기 위하여 원효는
이장의二障義라는 논문까지 썼을까
삶을 살아가는 데는
때로 번뇌도 있게 마련이고
무엇보다도 지식知識이 필요하다
그러나 삶은 때로 번뇌가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번뇌는 없으면 없을수록 좋고
지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번뇌의 장애는 아집我執에서 생기고
앎의 장애는 법집法執에서 생긴다
원효는 여러 학파의 주장을
크게 두 가지로 판정하였는데
은밀의隱密義와 현료의顯了義다
그는 이 판정으로써 두 장애를 해결하였다
제8문
열반이의화쟁문涅槃異義和諍門
열반이라 하면 죽음을 떠올린다
물론 열반이 죽음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생명의 단절
그리하여 쉬던 숨이 끊어지면
이를 열반으로 이해하는 뜻에서
부처님의 열반을 완전한 대열반이라 한다
그냥 생각만 죽는다거나 하는 것은
이른바 평범한, 작은 열반이고
몸까지 죽었을 때 비로소 큰 열반이다
그래서 대열반이란
마음속에 자리한 번뇌뿐만 아니라
번뇌를 담고 다니던 그릇까지
모두 깡그리 타서 소멸되어야만
마침내 대열반大涅槃이다
다른 말로는 무여열반無餘涅槃이다
찌꺼기 하나 남지 않는 열반
이른바 무여열반, 남음 없는 열반이다
원효는 이 열반에 대한 여러 논쟁을
하나로 화합하는 데 주력했다
제9문
불신이의화쟁문佛身異義和諍門
부처의 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 삼신불三身佛이 있으니
첫째는 인연 따라 나투는 화신化身이고
둘째는 바람 따라 나투는 보신報身이며
셋째는 부서지지 않는 법신法身이다
화신불은 인연 따라 생멸하는 육신이기에
삶에 있어서 태어남生을 비롯하여
생명체의 변화 늙음老과
생명체의 부조화 질병病과
살아있는 생명의 단절을 뜻하는
죽음死의 네 가지 전철前轍을 밟는다
보신은 바람願에 응하는 부처로서
중생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난다
그러나 이들 화신과 보신이
비록 인연 따라 바람 따라 나타나지만
그 근본 바탕에 들어가면 거기에는
생로병사生老病死도 없고
생주이멸生住異滅도 없으며
성주괴공成住壞空조차도 없다
다른 말로 법신은 불괴신不壞身이다
우주는 잠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자연은 잠깐도 변화를 멈추지 않으며
시간은 찰나도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는
이 소박한 진리가 곧 법신法身이다
그러나 법신 보신 화신이
본디 한 몸의 다른 표현이기에
다투어야 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
제10문
불성이의화쟁문佛性異義和諍門
불성佛性은 부처 성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성性은 마음忄터전이고 싹生이다
심방변忄+ 날 생生 자에 담긴 뜻이다
그래서일까《중용中庸》에서는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라 하여
하늘大自然로부터 명을 받은 게 성性이고
그 성性을 잘 거느림率이 도道며
그 도道를 잘 닦음修이 교敎라 하였다
반드시 같은 뜻은 아니지만
이 성性의 관사冠詞가 부처佛일 때
불성佛性이 지닌 뜻은 예사롭지가 않다
이 불성을 놓고 여러 견해가 있다
이 십문화쟁론 제1문을 비롯하여
제3문과 나아가 제5문에서도
성불成佛의 가능성을 놓고 다툰다
이른바 불성佛性을 지녔느냐
또는 아니냐로 가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체중생이 다 불성을 지녔다고 해서
파리, 모기, 독사, 바퀴벌레 따위도
다들 중생衆生에 들어가고
중생에 들어가니 부처가 된다거나
무성천제無性闡提는 비록 사람이더라도
무성無性, 곧 불성이 없으니까
성불할 수 없다고 하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는데
원효는 이들 다른 견해들을 화쟁시켰다
무엇으로? 화엄華嚴의 바다 비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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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1)
원효-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https://ko.m.wikipedia.org/wiki/%EC%9B%90%ED%9A%A8
참고자료(2)
요석공주-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https://ko.m.wikipedia.org/wiki/%EC%9A%94%EC%84%9D%EA%B3%B5%EC%A3%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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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1)
오는 12월 5일 14~17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
조정산업진흥법 제정을 위한 3차 공청회
동봉스님(한국불교조정인협회장)의
불교조정인협회 출범과 관련하여
주제발표가 있습니다
이 '십문화쟁론'은 주제의 핵심으로
앞 뒤 조정과 관련된 글은 싣지 않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참여를 부탁합니다
공지(2)
매주 토요일 6시~8시 40분
종로 3가 대각사 1층 용성선원에서
파자로 배우는 천자문 강의가 있습니다.
오십시오. 좋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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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설원효 스님과 아들 설총 선생의 진영眞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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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2018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