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말자
동기회 사이트에 부고가 뜨면 고인의 이름이 올라온다. 물론 익숙한 이름들이 지병으로 부고를 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동안 뜸했던 이름들도 많이 올라온다. “ 어, 이 친구 그동안 소식이 없어서 궁금했는데 어디가 많이 아파서 동기회 모임에 나오지 못했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도 한두 해 정도 무소식이었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졸업 60주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소식을 들은 적이 없는 사람인데 부고로 생사 여부를 알게 될 때는 낯설기도 하다. 혹시 사는 게 힘들어서 만사가 귀찮아 동창들을 만나기도 싫고 혼자 외롭게 지내다가 떠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렇다면 참 안타깝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면 뼈마디가 부드럽지가 못하여 온몸이 뻐근한 것이 육수가 다 말라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매일 일어나기 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주무르고 문지르고 두드려야만 그나마 뼈마디가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낀다. 어느 때는 이렇게 구차하게 버텨야 되는 것이 초라한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에 온몸이 쑤시는데 어떡하겠나. 하기야 80년 동안이나 썼는데 쌩쌩한 곳이 한 군데라도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면 섭리를 망각한 욕심이겠지. 아무튼 몸이 아픈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므로 받아들이자고 스스로 달래면서 오늘도 여느 때처럼 비틀고 주무른다.
그런데 동창회 싸이트에 부고가 올라오면 조문이나 문상가기 전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고 1차로 지면으로 조의를 표하는데 적을 때는 2-30 명 부터 많을 때는 6-70명 까지 이름이 오른다. 고인과 친분이 깊은 사람들이 많고 적음의 차이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조의를 표하는 사람들이 생소한 이름이 아니라 많이 보는 이름들이고 대체로 반복된다. 동창회 모임에 참석하는 숫자와 비슷하고 또한 이들이 가까운 곳에서 서로 유대하며 모임을 이끌어 가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이 무대에 끼지 않는다고 죽은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80 고개에 한번 거르고 85세 고개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걸러질지 모르는데 뜰채망 사이로 빠지지 않고 망이라도 붙들고 살아 남으려면 잊혀지지는 말아야 겠다.